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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12화 (412/519)

412화

전함들이 떠나고 나자 최인범은 제주도에서 근무할 해군들과 약속한대로 적극적으로 혼인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강 비서관, 1차로 혼인한 해군들 이외에 제주도에서 근무하는 해군 병사에게 보다 더 적극적으로 혼인을 주선하도록 해.”

“넷!”

강사상은 대답을 하면서도 약간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최인범은 다시 물었다.

“왜? 혼인을 추진하지 못하는 곤란한 이유라도 있나?”

“폐하, 지금 근처에 신혼살림을 차릴 만한 집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혼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가 약간 곤란하옵니다.”

“집이 그렇게 부족한가?”

“넷! 갑자기 많은 병사가 혼인하게 되니 모자랍니다.”

혼인만 시킨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방 한 칸짜리의 초가라도 있어야 신접살림을 차리니 혼인하길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최인범은 즉시 지시를 내렸다.

“당분간 해군은 출동을 안 한 것이니 전 장병을 동원해 집부터 지어.”

이런 지시에 강사상은 다른 제안을 했다.

“폐하, 그보다 해군의 전함으로 부산포를 한 번 다녀오는 것은 어떤가요? 지금 그쪽에 소금이 남아돌아 빨리 창고를 비워야 한답니다. 여기까지 날라 오면 주산으로 소금을 보내기가 조금 수월합니다.”

“그래? 그렇게 해서 집을 짓는 것이 해결되나?”

“폐하, 동해안 지역에서 왜구들이 대규모로 나타나자 경상북도에서 남해안 지역인 부산포와 김해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 왔다고 하옵니다. 그들 중에서 목수를 불러와 집을 짓는 것이 좋사옵니다.”

“부산이나 김해는 왜구의 피해가 없었던 모양이군.”

“넷! 그렇사옵니다. 그쪽은 수군이 막강하니 조금 허술한 경상북도와 강원도 지역을 노린 것 같습니다.”

강사상의 의견은 부산포나 김해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선을 만들던 기술자들이라 집을 빨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솜씨가 별로 없는 해군은 소금을 날라서 돈을 벌고 기술자인 목수들을 불러와 집을 짓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게 더 좋다면 그렇게 추진해.”

“넷!”

이렇게 해서 대정군과 제주도에는 새로운 사업인 집단으로 집을 건축하게 되었다. 제주도에서 흔한 돌과 석회를 이용해 짓는 방법이다. 운임을 벌기 위해 전함을 동원하기 때문에 화포는 모두 내리고 화물을 더 싣기로 했다.

20척의 전함을 동원하다 보니 제주도에서 생산된 말을 육지로 나르는 작업도 병행하게 되었다. 말의 운송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규모가 큰 함정이라 별로 어렵지 않게 많은 말들을 육지로 보내 수 있었다.

갑자기 많은 말을 육지로 보내게 되자 약간 의문이 들어 척계광에게 물었다.

“육지에 말이 갑자기 많이 필요해진 건가?”

“넷! 전보다 역참에서 사용할 말이 늘었다고 하옵니다.”

아직은 대규모로 제주도에서 육지로 말을 보내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조금은 더 사육 두수가 늘어난 이후에 육지로 내보내는 것이 좋아 보였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말했다.

“몽골에서 조선으로 말을 보내야 되겠어.”

“폐하, 그건 아직 두고 봐야 하옵니다. 조선에 말이 너무 흔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사옵니다.”

척계광은 말을 많이 보내면 조선에서 군마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아직 새로 집권한 윤 대비 측에서 어떤 이상 징후가 있다고 국가정보원에서 보고가 없었다. 그러니 별 탈이야 없겠지만 척계광의 염려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단 몽골에서 말을 많이 들여와 압록강 근처에서 대규모로 사육하면 되겠군.”

“폐하의 지시를 봉황성으로 연락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최인범은 척계광의 의문에 조금은 공감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쉽게 놓으려고 하지 않으니 윤 대비가 고분고분히 대진국에 순종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왜놈들을 처리하고 조선 조정의 분위기를 잘 살펴야 되겠어.’

함정들이 부산포를 향해 떠나자 남아 있은 사람들은 태왕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집 짓은 일에 매달렸다. 건물이야 목수들이 와서 짓지만 터야 병사들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터부터 만들었다.

“집만 지으면 장가를 가는 건가?”

“폐하께서 그렇다고 하셨으니 부지런히 지어야지.”

이런 새로운 사업은 바람을 타고 전라남도 쪽 지역으로 널리 알려졌다. 전라남도 지역으로 빨리 알려진 이유는 그쪽에서 제주도로 찾아오는 어부들이나 상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떠도는 소문이란 항상 전달과정에서 약간 변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해안에서 작은 조각배를 만들던 목수들이 소문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주도로 가서 집만 마련하면 소주에서 온 미인에게 장가를 보내 준다고 하네.”

“그게 정말인가?”

“어부들이 그렇다고 하니 사실이겠지.”

이렇게 퍼지자 전라남도 지역에서 사는 장가를 가지 못한 젊은 목수들이 떼로 제주도로 찾아오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막상 제주도로 부랴부랴 와보니 그게 아니라 매우 실망했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사상 비서관은 특별한 명령을 내렸다.

“해군도 배를 수리하는 공병대가 필요하니 그들을 해군에 속하게 하고 혼인시켜 주도록 해.”

“넷!”

이렇게 해서 일부 목수들도 명나라의 소주미인들과 혼인하게 되었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던 남쪽 지역에서 많은 목수들이 몰려오자 집들은 빠르게 지어졌다.

목수들이 많아지자 최인범은 제주 직할시의 항구에도 조선소를 만들기로 했다.

“강 비서관. 제주항에 조선소를 건립하도록 해.”

“넷!”

부서진 해군 함정들도 수리하고 조금 큰 어선을 만들어 조업하기 위해서다. 제주도에는 추운 겨울이지만 훈훈한 제주도의 소식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

“제주도 가기만 하면 혼인을 시켜준다니 나도 제주도로 이사나 갈까?”

“뭔가 조건이야 있겠지.”

“그거야 세상의 당연한 이치고 여자들이 많다니 장가갈 기회가 많을 거야.”

이렇게 해서 의외로 청년들이 제주도로 이사를 오는 경우가 있었다.

미인인 소주나 항주출신 여자들과 혼인하자 해군들의 사기는 높이 올라갔다. 말이 조금 통하지 않아 불편하기는 했다. 제주도에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척계광이 추진하는 정규보병 사단의 구성도 빨라질 수 있었다.

제주도를 대진국의 행정도로 넘겼다고 하지만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 군사로의 강제 징집은 아직 하지 못해 모병하는 것이다.

“육군도 들어와 장기복무하면 장가를 보내 줄 것이니 지원해.”

“정말입니까?”

“3년을 잘 복무하면 혼인을 시켜주지.”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여자들 중에 아직 성년인 16세가 되지 못한 어린소녀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때 아닌 혼인 열풍으로 겨울이지만 매우 뜨거운 분위기로 변했다.

척계광은 아직 훈련 상태가 엉망이지만 빠르게 5000명의 병사를 모을 수 있었다. 정규보병사단과 예비사단을 만들고 나자 한라 농장에서 지내는 태왕을 찾아와 보고 했다.

“폐하, 일단 육군의 편성은 끝났사옵니다.”

“고생 했어.”

최인범은 척계광과 같이 당초 계획대로 어린 꿩을 방사하기로 했다. 집단사육으로 꿩을 키워 알을 수거해 인공으로 부화했다. 꿩을 대량으로 방사해도 당분간은 사냥을 금지할 요량이다.

“폐하, 꿩이 너무 많아지면 제주도 주민들이 원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정도로 개체수가 늘게 되면 꿩 사냥을 허가해 주면 돼.”

“알겠습니다.”

척계광이 걱정하는 이유는 제주도에는 유난히 콩을 많이 심기 때문이다. 토질도 그렇고 최인범이 장려하는 품목이라 약간 신경이 써지고 있었다.

사슴 방사도 사실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가 있어 문제점이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사슴은 봄이 되면 한라산 중턱에 방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당장은 농가에서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최인범은 천먹쇠가 관리하는 농장을 돌아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카타로 보낸 전함들이 오우치 가문에 대한 소식이 와야 떠날 생각이다.

“먹쇠야. 너는 제주도의 생활이 할 만하냐?”

“넷! 이제 가족과 같이 지내니 좋습니다.”

“다행이다.”

최인범이 천먹쇠에게 이런 물음을 하는 이유는 그 사이 월녀가 보고 싶기 때문이다. 다들 가족과 같이 살지만 자신은 정작 가족과 오래 지내지 못하니 조금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아무래도 심한 방랑벽이 있어.’

최인범은 천먹쇠에게 강조했다.

“앞으로 감귤도 계속해서 품종을 개량해 봐.”

“넷!”

“특별한 품종을 만들려면 계속해서 접목하고 노력을 많이 해야 되니 전담하는 사람을 두도록 해.”

“명을 따르겠나이다.”

묘목을 심었으니 아직은 감귤나무가 작아서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앞으로는 감귤은 제주도 특산품으로 많이 생산된다고 판단했다. 태풍이 많은 지역이라 되도록 키가 작은 품종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키가 작은 품종을 만들어 봐!”

“넷!”

속속 집들이 지어지자 해군들은 하나 둘 혼인해서 입주했다. 이제는 제주도에서 벌인 사업이나 군대의 조직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여러 번 소금을 나르고 말을 날라 육지로 보낸 전함들도 임무를 끝났다. 전함들은 다시 화포를 장착하고 많은 포탄과 화약을 적재했다.

하카타에서 소식이 오지 않자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들어 척계광에게 물었다.

“오우치 가문에 진짜로 배신한 것인가? 왜 이렇게 정보가 늦지?”

“폐하, 설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며칠 뒤에 드디어 하카타에서 연락이 왔다. 국가정보원의 정보원이 왜에서 활동하며 수집해서 보낸 소식이다. 척계광은 정보를 읽고 나서 보고했다.

“폐하, 오우치 가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소영주가 연루된 것 같사옵니다.”

“아직도 확실하지 않은 첩보수준이군.”

“그렇사옵니다.”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어. 하카타로 출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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