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411화 (411/519)

411화

“혹시 태몽인가?”

이런 느낌이 들었지만 최인범은 생각을 지우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은 제주도로 떠나야 되는 날이라 서두르는 것이다.

‘아무리 조용하더라도 군왕이 죽었으니 조선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욕심이 많은 윤 대비라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른다. 그녀가 공연한 짓을 벌이면 지금까지 원만하게 유지되던 두 나라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었다.

최인범은 밖으로 나와 이창수 경호실장에게 명령했다.

“식사 끝나면 바로 출발한 것이니 함대에 연락해. 전함에 실린 무기나 탄약은 모조리 내리고 대신 제주도로 데리고 갈 여자들을 싣고.”

“넷!”

경호원들이 부산하게 떠날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자 척계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유구왕국에서 온다는 공주와 왕자는 어찌하옵니까?”

“그들은 남아 있는 황후가 모두 결정할 것이니 그렇게 알아.”

“넷!”

10명의 특별한 몸을 지닌 여자를 궁녀들로 선발해 놓고 기다리던 한민옥 비서관을 만나자 지시했다.

“궁녀들도 모두 황후에게 보여주고 필요한 조치를 받도록 하시오. 한 비서관은 여기서 황후와 같이 봉황성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넷!”

아직은 책봉식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월녀를 황후라고 칭했다. 누군가에게 줘야 하는 자리고 또 월녀가 제일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이제 인구 구성원의 분포도 조선출신들이 제일 많은 상황이니 별로 이상할 것도 없어.’

이거야 그저 해보는 구실에 불과했다. 최인범은 월녀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다른 여자들은 처음부터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 조금씩은 있었다. 그러나 월녀의 경우 전혀 그게 아니다 보니 더 강하게 끌린 것이다. 이제 황후가 정해 졌으니 황실의 내명부 일은 모두 월녀에게 전담시킬 생각이다.

아침 식사를 끝내자 월녀에게 조용히 당부했다.

“황궁에서 필요한 궁녀를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만 후궁으로 받아들인다는 약속은 절대로 하지 말도록 해요.”

“예.”

“유구에서 오는 공주는 나이가 어쩐지 알아봐서 아진태와 혼인을 주선해 보고요.”

“알았어요.”

최인범은 유구에서 보낸다는 왕자와 공주를 만나기 때문에 조금 늦게 출발하는 월녀에게 상해현을 구입하는 문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일단 매입해서 서쪽에 운하를 파도록 해요.”

“폐하, 그쪽에도 별도로 담로를 만드시려고요?”

“별도로 할지 아니면 주산 담로에 포함시킬지는 나중에 결정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합쳐서 같이 운영하는 것이 좋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도록 자금을 주고 떠나요.”

“예.”

남명지역에서 이주해온 여자들 중에 이곳에 정착한 사람도 있고 멀리 단동으로 떠날 사람들도 있었다. 그 여자들은 모두 황후가 무역선으로 같이 데리고 가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로 보낼 3000명의 여자만 30척의 전함으로 나르면 주산담로의 여자 이주민 문제는 모두 끝나게 된다. 무기와 화약 등을 내리고 여자들을 태우려다 보니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다.

보타도의 서항에서 드디어 최인범은 전함에 오르기 전에 월녀와 작별했다.

“조심하고. 안전하게 돌아가도록 해요.”

“예.”

바다는 사실 매우 위험한 곳이다. 언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니 월녀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있었다. 가볍게 포옹해주고 전함에 오른 최인범이 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함장! 출발해!”

“넷!”

출항 신호가 울리자 30척의 전함들이 서서히 부두를 떠나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드디어 신라초 부근을 지나게 되었다. 그러자 망원경으로 보타도의 해안을 살피던 척계광이 외쳤다.

“폐하! 저쪽에 황후마마께서 손을 흔드네요.”

“아! 그래?”

급하게 망원경으로 바라보자 해변의 포진지가 있는 누각에서 월녀가 하얀 손수건을 흔들고 있었다. 전과는 달리 이제는 부부가 되어 그런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방금 해어졌다만 월녀를 만나고 싶은 느낌이 드니 아무래도 단단히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야 연애하는 기분이 드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동쪽을 향해 바라보자 항로에는 무역선들이 떼를 지어 보타도를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무역선들은 보통 10척이 무리를 지어서 운항했다.

선단에는 반드시 대진국의 전함이나 또는 전투함 한척이 포함되어 움직인다. 남해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하지만 혹시 왜구가 출몰하던지 또는 남쪽에서 포르투갈 상선이 올라올지 몰라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

빠른 시간에 제주도에서 볼일을 보고 하카타 담로로 가야한다. 그 때문에 최인범은 비서관을 불러 제주도에서 할 업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편 보타도와 주산도에서 주둔 중인 육군과 해군에게는 특별한 식사가 제공되었다. 많은 병사들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여자들이 너무 많아 어수선했지만 그들이 모두 떠나자 이제야 하나 둘 정리해가는 중이다.

월녀는 혼인식에 참석해 정착에 쓰라며 조금씩이지만 돈을 건네주었다.

“이 돈으로 감자와 고구마를 사 심어 살림에 보태도록 해.”

“감사합니다.”

월녀는 실질적으로 이곳에서 혼인한 셈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병사들의 혼인을 축하할 겸 떡과 고기 그리고 술을 준비시켜 놓고 잔치를 벌였다. 황궁에서 혼인식이 있다고 해도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참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당겨서 잔치를 여는 것이다.

고급장교와 관리들을 모아 같이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총통! 앞으로 여기로 오기 힘드니 이렇게 작별하게 되는 군요.”

“황후마마, 감사합니다.”

“폐하께서 구입하라는 상해현은 지금 사는 것이 싸니 바로 매입하세요. 자금은 이번에 가져온 물건을 판매한 재물을 주고 떠날 것이니 그것으로 충당하세요.”

“바로 구입하겠습니다.”

“한양으로 가서 사업들을 정리하면 그 자금을 보낼 것이니 바로 운하 공사를 시작하세요.”

“넷!”

국경선이자 방어선이 먼저 만들어져야 그 안쪽에서 사업을 벌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운하 공사는 명나라 사람을 인부로 써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운하가 파지고 제방을 겸한 토성이 건설되면 그 후에 그 안의 토지에 사람들을 보내 농사를 지으며 감자와 고구마를 보급하세요.”

“명을 따르겠나이다.”

“아주 조금씩이야 유출될 수 있지만 당분간은 감자와 고구마가 명나라로 흘러가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세요.”

“넷!”

월녀는 이런 조치를 내리고 나서 한민옥 비서관을 만나 헌강왕이 보냈다는 딸들과 8명의 후궁 후보도 만나게 되었다. 다들 미모가 뛰어나 매우 놀랐다.

다들 미모도 뛰어나지만 각자 한 두 가지의 기예에서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후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그에 대해 말해주었다.

“태왕폐하께서 후궁으로 받아들이는 약속을 하면서 궁녀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지시했으니 곤란하군요.”

“황후마마, 그렇더라도 황궁에는 궁녀가 반드시 필요하니 10명은 받아 주셔야 되옵니다. 황후 전에 궁녀를 들이려면 모자랄 수 있사옵니다.”

전에는 황후전에 사람이 없어도 되지만 이제는 황후가 있으니 궁녀들이 많이 필요하다니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여자들은 다른 곳으로 보내고 황후 전에는 자신이 황궁으로 가서 직접 선발할 생각이다.

‘명나라에서 데리고 온 궁녀들을 옆에 두는 것이 좋겠어.’

이 여자들은 별궁으로 보내 기예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써도 충분할 것 같았다. 이렇게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알았어요. 일단 본인들에게 다시 한 번 의사를 확실하게 불어보고 그래도 봉황성으로 가겠다면 데리고 가죠.”

“넷!”

월녀는 이곳으로 가져온 물건들을 판 재물을 모두 담로청으로 넘겨주었다. 그리고 며칠 기다리자 유구왕국에서 왕자와 공주가 도착했다.

“나이가?”

“공주는 18살이고 왕자는 16살이옵니다.”

공주나 왕자는 모두 성인이라 바로 혼인을 시켜도 될 나이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고 자그만 체구들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월녀는 빙그레 웃었다.

‘태왕폐하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신가? 공주가 미모가 별로야.’

월녀는 그들을 데리고 보타도를 떠나게 되었다.

한민옥이 선발한 10명의 궁녀들도 같이 떠나고 있었다. 이미 작심해서 그런지 후궁이 아니고 단순하게 궁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따라가기로 했다. 10척의 무역선에는 봉황성으로 이주하는 500명의 여자들도 같이 떠나고 있었다. 봉황성으로는 이미 2000명 정도가 먼저 떠난 상태다.

황후인 월녀 여자들은 데리고 떠나게 되자 주산 담로는 이제 어수선한 모습을 완전히 사라지고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한편 제주도의 대정군에 도착한 최인범은 제일 먼저 같이 온 여자들의 일부를 해군들과 혼인을 시켰다. 그들은 새로 지어지 집으로 각기 신혼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이미 제주도를 행정도로 만들고 제주목은 제주직할시로 만들어 놓았다. 그 때문에 도지사를 비롯해 두 명의 군수가 새로 임명되어 근무하고 있었다.

최인범은 군사 업무를 담당하는 척계광에서 지시했다.

“오는 동안 계획한 그대로 빨리 육군 편제를 끝내도록 해.”

“넷!”

제주도는 도 단위에 하나씩 있는 예비 사단도 만들고 정규 보병사단과 군단사령부를 두기로 했다. 그래서 제주직할시에 제 10군단 사령부를 만들기로 했다.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전에 있던 조선의 군졸들은 모조리 예비사단으로 편입시키고 있었다.

척계광과 비서관들이 육군 편제로 바뿐 중에 최인범은 빠르게 해군은 정리했다. 앞으로 해군은 제주 전역을 비롯해 남해를 관장하게 된다. 그 때문에 전에 5척이던 전함의 수를 10척 추가해 15척으로 늘려 이곳에 제 1함대를 만들기로 했다. 기존에 제주목에 있던 수군이 보유한 5척의 판옥선이 포함됐다. 모두 20척의 함선을 보유한 함대가 구성된 것이다.

“전함 10척은 대정항을 모항으로 사용하고 5척은 성산 항을 모항으로 움직이도록 해.”

“넷!”

성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것은 제주도 동쪽을 신경 쓰기 위해서다. 이런 조치와 더불어 하카타 담로에도 5척의 전함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제1함대는 전함 25척과 판옥선 5척으로 구성했다. 제주도는 자신이 직접 챙겨야 되는 한라 농장이 있기 때문에 하카타로 5척의 전함을 먼저 출발시켰다.

“먼저 하카타로 가서 기다리도록 해. 오우치 가문이 정말 조선의 동해안으로 침범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고.”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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