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화
최인범이 후궁 후보자를 선발한다고 승낙하자 한민옥은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입증시킨다고 장담했으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사하다가 너무 이상해서 따로 빼놓기를 잘했어.’
군계일학이란 의미는 절대로 얼굴을 기준한 것이 아니다. 얼굴의 미모나 체형이란 각자 좋아하는 모습이 있다. 더구나 태왕은 아주 독특한 취향이라 자신이 보기에는 조금 이상했다.
‘마른 체구에 가슴과 엉덩이가 커야 된다니 괴상한 취향이야.’
한민옥은 자신이 태왕에게 장담한 군계일학은 틀림없이 태왕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태왕께서 아직도 여자를 너무도 몰라. 여자란 모조리 똑 같다니 말이 안 되는 거야. 사람의 성품이 다르듯이 여자란 본시 다들 나름대로 독특한 특징이 있어.’
본인이 여자라서 하는 생각이 아니다. 수많은 여자들을 검사하다보니 특이한 여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다.
같은 여자인 자신이 음습한 계곡을 검사하기 위해 살짝만 만져도 계곡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여자도 있었다. 그보다 더해 저절로 감창을 마구 토하는 여자도 있었다.
그러니 여자도 특별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쉽게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유달리 피부가 곱고 부드러운 여자도 있었다. 또한 목소리가 진짜로 아름다운 여자도 있었다.
‘특색 있게 둘씩 골라 보자고.’
한민옥은 급하게 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자신이 토한 말을 입증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는 또 다른 사실을 알아냈다.
‘어머나, 공주님도 특이한 몸을 지녔어.’
헌강왕은 태왕이 받아들인다고 승낙도 안했지만 자신의 딸을 그저 평범한 관리의 딸처럼 위장해 두 명이나 보낸 것이다. 그중에 둘째 딸인 언니는 미모도 뛰어나지만 특이한 신체를 지녔다.
헌강왕이 그런 딸의 몸에 대해 혹시 알고 보냈다면 상당히 고단수의 계책이 분명했다.
‘헌강왕이 미인계를 쓰고 있지만 태왕께서는 여자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라.’
일단 헌강왕이 간곡하게 부탁했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일단 공주 2명을 후궁 예비후보로 올렸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선정하기 위해 재검사를 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한편 최인범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여자 이주민들을 싣고 제주도로 떠난 전함 30척이 무기들을 싣고 다시 돌아오면 떠나기로 했다. 그 때문에 최인범은 더욱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인범은 이곳에도 육군의 정규보병사단을 두기로 결정했다. 주산 담로는 전에 비해 인구가 대폭 늘어났다. 제주도에서 많은 청년들이 오게 되자 사단으로 편성해 놓고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척계광을 불러 명령했다.
“주산이 매우 중요한 곳이니 척 비서관은 정규보병사단을 만들도록 해.”
“넷!”
정규보병사단은 예비사단과 달랐다. 1만명의 편제는 같으나 5000명을 현역으로 배치하고 예비군을 5000명으로 편성하는 부대다. 예비사단은 그에 비해 2000명 정도만 현역으로 편성된 부대로 도에 하나씩 두고 있었다.
이곳은 정규보병사단만 만들어 5000명의 현역을 배치하기로 결정하고 나중에 필요할 경우 예비 사단도 두기로 했다. 아무리 무기나 장비가 우수해도 병력 자체가 너무 열세면 많은 적을 상대할 수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병력을 주둔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 제주도는 26사단에서 제 28사단으로 변경하고, 주산은 29사단으로 칭하도록.”
“넷!”
위해도는 변수가 너무 많으니 그곳의 25 사단을 주축으로 26, 27사단을 만들어 제 9군단을 둘 생각이다. 그래서 제주도에는 28, 29, 30사단을 관장하는 10군단사령부를 두기로 했다.
28사단과 29사단의 주둔지는 결정했다. 하지만 30사단의 주둔지의 경우 하카타가 좋은지 대마도가 좋은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규슈를 어찌 처리할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은 계속해서 사단을 늘릴 정도의 여건으로 충분치 않았다.
‘대마도를 가봐야 결정하기가 쉽겠어.’
규슈의 왜인들이 과거 조상이 같다고 해서 지금도 그런 정신이 남아 있다고 볼 수도 없으니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기회만 있으면 배신하고 뒤통수를 때리는 놈들이니 조심해야 돼.’
전생의 쓰라린 기억도 그렇고 현재도 틈만 보이면 노략질로 사는 왜인들을 믿고 무슨 결정을 하기는 어려웠다.
‘우선 주산이나 잘 챙기고 떠나자고.’
주산도에 주둔하는 정규보병사단의 병사들을 굳이 구분한다면 처음 올 때 데리고 온 1천명이 주축이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이주한 2천명, 토박이출신 병사들이 2천명으로 정규보병사단이 구성되는 것이다.
사단으로 부대를 조직하다가 문제점이 발견되자 척계광이 보고했다.
“폐하, 정규사단에 예비역 병사들이 턱 모자라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사옵니다.”
“예비군이 모자라다고?”
“넷!”
예비역이 상당히 모자란 이유는 새로 편입된 곳이라 청년들 대부분이 현역으로 복무하기 때문이다. 척계광이 걱정하자 최인범은 태연하게 답해 주었다.
“척 비서관, 앞으로 2년 정도만 지나면 충분히 정규사단과 예비사단 규모는 인구가 팽창되어 자연스럽게 꾸리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세상의 이치는 살기가 좋은 곳으로 인구가 모이게 되니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일부러 이주민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사람과 가족은 총통 책임으로 흡수할 생각이라 인구는 계속 늘어난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장차 차지할 요량인 상해를 방어할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시했다.
“척 비서관, 상해현도 가서 자세하게 살펴서 방어할 지형을 그려서 오도록.”
“폐하, 소신이 보기에 그곳은 방어할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옵니다. 소주와 사이에 운하를 파고 토성을 쌓는 방법 외에는 없사옵니다. 모두 평지라 다른 방법은 전혀 없사옵니다.”
“그러면 공병부대와 같이 가서 운하를 건설할 곳을 정해.”
“넷!”
척계광에 임무를 부여해 주고 아무래도 직접 살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상해현으로 갔다. 상해는 아주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더구나 바다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이 주산도로 보내지자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관청만 덩그렇게 서 있는 상황이다.
상해는 갈대가 많고 낮은 곳에는 늪이 많았다.
“앞으로 홍수가 몇 번 더 나야 그나마 개발이 가능하겠어.”
“폐하, 운하를 건설하게 되면 그 토사로 지대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으로 복토해야 되옵니다.”
아무래도 상해 개발은 조금은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중에 어느새 추운 겨울이 돌아왔다. 주산도에 주둔할 보병사단에 대한 점검을 끝내고 보타도로 와서 이곳에 설치된 해군 기지를 돌아보고 있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쏘이며 해안의 돌출해 있고 다소 높은 곳에 만든 포대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때 10척의 무역선이 들어오고 배에서 하선을 하자 부두에서 사람들이 사방으로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왜 저래?”
“폐하, 월녀 공주님이 호랑이를 타고 내리셨네요.”
“뭐라? 호랑이를 타다니?”
최인범은 놀라 급하게 망원경으로 부두를 살폈다. 하지만 월녀는 호랑이를 타지는 않았다. 애완동물처럼 2마리를 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최인범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째 하나 같이 나와 인연이 깊은 여자는 저런 독특한 취미가 있는 거야.’
호랑이는 큰 개 정도 크기로 자라 있었다. 황비인 소피아와 설화는 표범을 두 마리씩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표범은 무서워하던 정향 황비는 의외로 악어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었다.
지금이야 악어가 한자 정도 크기지만 나중에는 크게 자랄 수 있으니 참으로 기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월녀는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기르니 더욱 괴이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다가 잘 못하면 황궁에서 큰 사고가 나는데.’
맹수란 아무리 잘 조련을 해도 때로 돌변하는 경우가 있었다. 발정이 나거나 또는 어떤 위험요소가 나타나 위험해지면 본래의 모습으로 변해 주인을 공격하는 수가 있었다.
경쟁하듯이 맹수들을 애완동물을 키우니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도 위험한 경우가 있는데 호랑이를 키우다니.’
이렇게 생각하던 최인범은 부두에 내리는 사람 중에 이지함 국방장관을 발견하자 매우 놀랐다. 전에 그가 몇 번이나 강조하던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아하! 이지함이 내가 혼인해서 자식을 처음 볼 여자라고 주장하던 호랑이 탄 여자는 월녀를 말하는 것이군.’
왕권 국가인 큰 나라에서 정비인 황후의 위치는 막강했다. 아무리 법으로 여자는 정치에 관여를 못한다고 정해도 차기 후계자인 왕자를 낳으면 권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선은 외척이 될 사람을 견제할 요량으로 한미한 집안의 처녀를 왕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황비들이 다들 막강한 힘을 지닌 대진국이라 이지함은 나름 고민한 것 같았다.
‘결국 아직도 시집을 안가고 있으니 월녀를 받아들여 황후에 봉하라는 뜻이군.’
월녀는 고아 출신이라 외척들이 발호할 염려는 없었다. 양녀로 들어간 집안은 있지만 그들은 별로 위세를 부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이지함은 신토불이를 말하면서도 넌지시 자신이 월녀를 황후로 봉하길 바라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목적이 있어 일부러 호랑이를 데리고 같이 왔는지도 모른다.
‘이지함이 토정비결을 만들기는 한 거야?’
최인범은 아무래도 이지함이 뭔가 목적이 있어서 술수를 부린다고 판단했다. 물론 어떤 이상한 흑심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 출신이다 보니 조선 출신인 여자로 황후로 받아들이고 또한 그녀 소생이 후대를 이어 주길 원해 하는 수작은 분명했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이지함이 급하게 말을 타고 달려와 보고했다.
“폐하, 조선의 국왕이 한 달 전에 승하하셨습니다.”
“뭐요? 인종이 세상을 떴어요?”
“넷!”
이지함은 대답을 하고나서 이상하게 판단했다. 인종이란 명칭은 분명 자신이 한양을 떠날 때 급하게 결정된 묘호다. 묘호란 황제나 왕이 죽은 뒤 종묘(宗廟)에 신위를 모실 때 붙이는 호(號)다. 그런데 최인범이 이미 알고 칭하자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 빨리 알리는 어떤 정보 조직이 있나보군.’
이웃한 나라의 왕이 죽고 그 사람이 의형이라는 인연이 있으니 잠시 회상에 잠겼다. 결국 원 역사 그대로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의 운명은 최인범이 일정한 거리를 두자 그것으로 끝났다.
‘내가 한양으로 갔으면 더 오래 살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중 이지함이 급하게 보고했다.
“폐하, 조선의 동해안에서 왜구들이 대규모로 출몰 중이옵니다.”
“뭐요? 왜구들이 동해안에서요?”
“넷! 강원도나 덕원부까지 나타나 약탈을 자행하고 있사옵니다. 피해가 너무 심해 소신이 조선으로 가서 필요한 조치를 내렸지만 근본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 같사옵니다.”
“혹시, 왜구가 어떤 놈들인지는 정확하게 아시오?”
“규슈를 제외하고는 모두 왔던 것 같사옵니다.”
결국 오우치 가문도 조선에서 약탈했다니 결국 놈들의 본래 습성이 나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