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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07화 (407/519)

407화

<남쪽에서 불어온 겨울의 연풍>

주산군도에 새로운 세력인 담로가 생기자 주변의 도시들도 변화가 있었다. 대륙에 아무리 사람이 흔하다고 하지만 일시적으로 1만명을 훌쩍 넘기는 젊은 여자들이 집단으로 이주하게 되자 변화가 있었다.

미녀가 많기로 소문난 소주에서 사는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요즈음은 거리에서 젊은 여자를 찾아보기 힘드네.”

“모두 대진국으로 이주한다고 떠나서 그렇잖아.”

“이러다 앞으로 아들을 장가보내기가 힘들겠어.”

“미녀가 드물지. 그렇지 않은 여자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사실 소주에 미녀가 많다는 이유는 이곳에 유곽이 많기 때문이다. 여염집 여자들 보다 기방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아무래도 화장도 진하고 미모가 뛰어나 생긴 말이다.

“앞으로 소주에서 술 먹을 일 없어.”

“왜? 소수의 여각에 미녀들이 없어서?”

“당연하지. 소주도 미녀들이 모두 떠나서 이제 전과 같지가 않다고.”

여색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도 이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나누며 소주에 여자들도 줄고 미녀가 사라졌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주산군도 주변의 대도시 지역에서 이런 말들이 있었지만 주산도는 갑자기 늘어난 여자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언제 검사를 끝내고 제주도로 보낸다는 건지?”

“건강을 검사할 여자 군의관의 수가 너무 적잖아.”

한민옥 중령 이외에 조선의 궁중에서 의녀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대위인 여자군의관들이 있었다. 4명이 건강 검사하게 되자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성병 여부를 검사해야 하고 전염병이 있는지 까지 검사하다가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너무 업무가 폭주하자 한민옥은 태왕을 찾아와 건의했다.

“폐하, 건강 검사할 여자들의 수가 너무 많사옵니다. 앞으로 여자군의관은 성병 여부만 검사하고 다른 질병 검사는 남자 군의관이 해야 되겠사옵니다.”

“그게 좋겠군. 속히 해군의 군의관을 모두 차출하시오.”

“넷!”

“그래도 모자라면 보건소 직원을 동원하시오.”

“넷!”

해군에는 3척당 1명의 군의관이 배치되어 있었다. 군단위에는 보건소가 설치되어 의사나 의원이 배치되기 때문에 그들도 동원했다. 남자 군의관도 동원되어 이주하는 여자들의 질병검사를 했다. 이렇게 되자 검사 기간은 조금 씩 빨라지고 있었다.

검사가 끝나고 나면 이주한 여자들은 무역선이나 또는 전함에 실려 제주도로 보냈다. 여자들은 이런 저런 사연으로 이주해 와서 일부는 주산도에서 혼인해 정착했다.

한민옥 중령은 여자들을 최종적으로 면담하고 이주할 장소를 정해주었다.

“너는 제주도! 너는 봉황성! 너는 흑룡시로 가서 혼인해.”

“군의관님, 저는 왜 먼 흑룡도로 가야하죠?”

“너는 말 타기를 너무 좋아한다고 했으니 거기로 가서 말을 타면 되잖아.”

기방에서 지내다가 이곳으로 오게 된 여자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어머나, 내가 한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면담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그냥 보내주는 것은 아니다. 참작은 하지만 인구 분포나 또는 혼인할 대상자인 남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보냈다.

당초 12000명만 헌강왕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이주를 희망해 찾아온 여자들도 많았다. 그래서 2만명이 넘는 여자들이 일시에 주산도로 모여들어 무역선과 전함을 타고 떠났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여자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최인범이 한민옥에게 물었다.

“건강 검사를 너무 소홀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

“폐하, 기본적인 질병 검사는 마쳤으니 큰 걱정은 없을 겁니다.”

“여자들 중에 미녀로 분리된 무리는 모두 제주도로 보내는 건가?”

“넷! 그렇게 조치했사옵니다.”

군왕의 말은 천금과 같다고 해서 한민옥은 처음 지시한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한민옥은 명령에 따르기는 하지만 조금은 이상했다.

‘미녀라면 도성인 봉황성으로 보내야지. 왜 변방에 해당하는 제주도로 보내는 거야? 너무 이상하군.’

많은 이주민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주산군도를 찾아오는 무역선들이 대폭 늘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주산 남항에는 자연히 많은 물건들이 산처럼 쌓이고 있었다.

김신완 사령관이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폐하, 선박이 모자라니 해군을 동원해 이주시켜야 되겠사옵니다.”

“그렇게 하시오.”

이런 지시를 계기로 주산 담로에서 근무할 함정들을 정해주었다. 현난풍이 돌려주고 떠난 전투함 8척을 모두 주산 담로를 초계하는 해군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8척의 전함도 남기기로 결정해 총 16척을 제 1함대 사령부 주산분견대 소속으로 만들었다.

제주도로 이주할 여자들을 모두 보내고 나면 30척의 전함은 다시 제주도로 가서 새롭게 배치할 생각이다. 마침 내무부에서 담로청에서 근무할 관료들을 보내고 가족들도 도착했다.

최인범은 김신완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총통으로 임명했다.

“사령관,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곳이니 계속해서 총통 업무를 수행하시오.”

“넷!”

정식 총통을 임명하고 나자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기회를 봐서 상해현을 주산 담로로 포함시키도록 하시오.”

“폐하, 그건 남경의 헌강왕 전하와 합의해야 되지 않나요?”

“그런 방법을 쓰라는 것이 아니요. 그곳은 아직 버려진 토지니 그냥 대금을 주고 매입하세요. 모조리 사고 나서 나중에 외부로 발표하라는 거요.”

“넷! 명을 따르겠나이다.”

강제로 합병시키기 보다는 자금이 들더라도 토지를 사는 방법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 이곳 주산 담로를 정점으로 너무 많은 재물이 모여지자 적당히 조절할 필요성도 있었다. 일단은 재화를 그런 쪽으로 소모하도록 지시했다.

상해는 갈대만 무수한 토지라 큰 가치가 있지는 않았다. 더구나 홍수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큰 재물이 소요되지 않아도 쉽게 매입이 가능했다.

“토지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황실에서 별도로 보낼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넷!”

주산 담로청의 자금은 관청에서 필요한 부지를 사라는 의미다. 나머지는 모두 황실 자금으로 매입해 계속 투자하겠다는 의미가 있었다. 나중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만간인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결국 황실에서 땅 장사를 하게 되는 셈인가?’

한창 주산 담로 건설을 마무리하고 떠나려고 하는 중. 유구에서 3척의 배들이 들어와 유구왕국에서 벌어진 내용을 보고했다.

“폐하, 유구왕국에서 대진국을 종주국으로 외교권을 넘기겠다고 하옵니다.”

“뭐? 대마불 제독이 유구를 공격했나?”

“아니옵니다. 그저 함대를 몰고 가자 그렇게 하겠다고 협상을 제안한 것입니다.”

함장으로부터 그간에 있었던 사건들에 대해 보고받자 최인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런 정도 조건이면 적당하군.”

“폐하, 한 가지 문제가 있사옵니다. 유구왕국에서 그런 조건과 더불어 공주와 왕자를 폐하께 보낸다고 하옵니다.”

“뭐? 공주와 왕자를?”

“넷!”

장차 후계자가 될 왕자를 보낸다는 것은 인질이다. 그러나 공주를 보낸다는 의미는 후궁으로 삼아 달라는 요청인 것이다.

최인범은 그런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후궁으로 들이라니 생각해 봐야 되겠어.’

그러자 옆에 있는 한민옥이 얼른 나서며 답했다.

“폐하, 유구왕국에서 그렇게 한다면 승낙하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한민옥은 나름 태왕이 빨리 후손을 보길 원해 권했다. 그러자 다른 부하들도 다든 나서서 주청을 드렸다.

“폐하, 유구왕의 요구를 들어 주옵소서.”

“폐하, 그리 하옵소서.”

주변에서 다들 나서서 권했지만 최인범은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그는 후궁을 들일 바에는 차라리 미모가 뛰어난 소주 미인을 후궁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쩝! 승낙하고 나서 자칫 못생긴 공주면 피곤만 하다고.’

이런 생각이 들지만 제왕이란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주변에서 부하들이 계속해서 주청을 드리자 나중에 겨우 승낙했다.

“좋소, 그렇게 하지. 대신 나중에 짐이 봐서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으로 시집을 보낼 것이니 미리 그런 약속을 받도록 하시오.”

“에이!”

결국 유구 왕국은 제후국으로 외교권은 대진국이 행사하고 나하 항구는 준군사 조직인 흑풍함대가 모항으로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이런 결정을 하자 한민옥 비서관은 다시 주청을 드렸다.

“폐하, 2만명이나 되는 미녀들이 오는데 그래도 한 두 명의 후궁이나 궁녀로 받아 주는 것이 좋사옵니다. 그러니 유구왕국의 공주와 비슷하게 일단 받아들이는 것은 어떠하온지요?”

“뭐요? 그건 또 무슨 뜻이오?”

“폐하, 본시 군계일학이라고 만 마리의 닭이 있으면 그중에 학도 두어 마리는 반드시 낀다는 말이 있으니 10명 정도의 후궁 후보자인 궁녀를 선발해 보심이 타당하옵니다.”

한민옥 비서관이 이렇게 먼저 주청했다. 부하들이 다시 이구동성으로 후궁 후보자인 궁녀를 받아들이라고 주청하고 있었다.

“폐하, 한 비서관 말이 타당하오니 가납하옵소서.”

“폐하, 궁녀를 받아 드리옵소서.”

전과 달리 귀가 솔깃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 비서관이 만들어 줘 먹은 보약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이거 이상한 보약을 먹여서 시도 때도 없이 벌떡거리게 하더니 완전히 작심을 했어.’

최인범은 일이 자꾸만 이렇게 변하자 한민옥에게 물었다.

“사람이 똑 같은데 무슨 군계일학이 나옵니까? 내가 보기에는 여자들은 다 똑 같던데.”

“아니옵니다. 여자도 여자 나름이란 말은 분명히 있사옵니다. 소신이 그것을 반듯이 입증해 보일 수 있사옵니다.”

“뭐요? 입중 하다니요? 뭐로요?”

“폐하, 여기서 설명은 드릴 수 없고 나중에 드리겠사옵니다.”

아무튼 입증을 뭐로 한다는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한민옥 비서관은 장담했다. 결국 이런 대화를 끝으로 후궁으로 선발될 가능성이 있는 궁녀 10명을 뽑기로 결정했다. 최인범은 고집스럽게 후궁을 두지 않는다고 주장하다가 전과는 조금 다르게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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