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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04화 (404/519)

404화

일단 하구의 어촌을 접수한 하야시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제일 큰 어선에 화포를 실어!”

“넷!”

이곳은 해금정책을 택하는 북경의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이다. 그래서 먼 바다로 나가서 조업이 가능한 조금 큰 어선들이 있었다. 자신들의 배와 달리 평저선이다. 그래서 작은 어선이라고 해도 안정된 형태라 배 안에서 화포를 발사할 수 있었다. 화포를 이용해 복주성을 공격할 요량이다.

모두 현풍 사략함대가 쓰던 전술을 차용한 것이다. 왜의 전국시대에서 사는 영주라 새로운 전술이 나오면 빨리 습득해야 살아남는다.

복주에서 자신의 전술이 성공을 거두면 나중에 왜로 돌아가면 다른 영지를 공격할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돌아가면 반드시 배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해.’

섬들이 많은 왜는 대부분 영지는 바다와 접해서 성들이 있었다. 그러니 여기는 실전을 대비한 사전에 해안의 성을 공격하는 실습장인 셈이다.

‘여기서 실제로 운용해 보면 돌아가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며 하야시 영주는 움직이고 있었다. 영주의 지시에 따라 어선에 화포를 장착한 부하들은 서서히 낮은 수로를 따라 내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복주성이 가까워져 적당한 사거리가 되자 어선에 1대씩 장착된 화포가 일제히 불을 품었다.

콰광! 콰광! 광!

모두 어선 10척이 수로를 따라 들어가 복주성을 향해 지원 사격하게 되니 너무 위력적이다. 어선에 장착된 화포의 위력은 강했다.

과광! 과과광! 과광! 과과광!

“으악! 으악!”

10척의 어선에서 날아오는 무수한 돌탄으로 튼튼한 석성인 성곽의 한쪽 벽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단단하던 성벽이 허물어지자 대기하고 있던 왜구들이 떼를 이루어 성안으로 돌격했다.

“와! 와!”

“모조리 죽여!”

“와!”

“으악! 으악!”

성벽이 와르르 무너지자 왜구들은 빠르게 복주 성안으로 난입했다. 왜구들은 성으로 진입과 동시에 약탈에 정신이 없었다. 하야시 영주의 예상대로 복주성도 군사력이 너무 허약했다. 그래서 왜구들의 일방적인 살육이 자행됐다.

획!“죽어!”

사각!

“크아악!”

왜구들은 빠르게 약탈했다. 늦으면 또다시 현풍 사략 선단을 만나 다시 토해놓아야 하니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하야시는 명령을 내렸다.

“신호를 보내.”

“넷!”

명령을 받자 안택선에서 화포가 발사되었다.

펑! 펑! 화르륵!

하늘 높이 오르는 포탄에서 화려한 불꽃이 일어나며 신호가 전달됐다. 왜구들이 불꽃 신호를 목격하자 다들 알아보고 크게 외쳤다.

“영주께서 포로를 잡고 철수하라는 명령이야.”

신호가 보내진 이후 복주성에서 들리던 처절한 비명소리가 이내 사라졌다. 하야시의 지시로 포로만 잡고 재물만 약탈하지 비명소리가 사라져 잠시 조용해졌다. 사실 저항하던 군사들의 일부가 도망쳐서 완전히 복주 성은 왜구들의 수중에 들어갔다.

“와!”

“이겼다!”

“와! 와!”

왜구들은 큰 성을 또다시 함락하자 크게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수많은 젊은 남녀들이 왜구들의 포로로 잡혔다. 복주성을 완전히 점령하자 왜구들은 잔혹하게 약탈했다. 식량 탈취야 기본이고 쓸 만한 재물은 모조리 약탈 대상이다.

빠르게 약탈을 마친 왜구들은 서둘러 재물과 포로를 데리고 동쪽 해안으로 철수했다. 100척의 배에 많은 재물을 싣게 된 하야시는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유구로 가자!”

“넷!”

유구왕국을 거쳐 징검다리와 같이 이어진 섬을 통해 바다를 건너 규슈 동쪽을 지날 생각이다. 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영지가 있는 나고야로 돌아갈 생각이다. 의외로 명나라의 큰 도시들의 방어 상태는 너무 엉망이었다. 하야시는 명나라가 만만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더 큰 배를 만들어 다시 오자고.”

“영주님, 큰 배를 가지고 다시 오면 더 많은 재물을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하야시는 자신이 가는 귀환 길이 결코 순탄치 않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미래를 아는 사람이야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구 약탈을 자행하던 왜구들이 떠난 복주는 완전히 폐허와 같이 변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은 사람들은 처절하게 외치고 있었다.

“죽일 놈들. 왜놈들은 다 죽여야 해.”

왜구들의 약탈에 속수무책으로 도망친 관군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남쪽에서는 차츰 새로운 왕이 탄생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동해안의 대도시가 모조리 왜구들에게 점령당해 약탈을 당하는 큰 사건이 연달아 터진 것이다.

“우리 남쪽에도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야 돼. 이런 상태로는 매번 왜구에게 당한다고.”

한편 보타도에서는 최인범과 현난풍이 협상하고 있었다.

“폐하, 저에게 전에 파신다고 약속한 전함을 모두 팔아 주세요.”

“허! 욕심이 너무 과하군.”

쉽게 많은 재물을 챙겨 다시 돌아온 현난풍을 보며 최인범은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방법이야 자신이 알려 줬지만 빠르시기에 많은 재물을 챙겼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태로 가다 보면 금방 왕국이라도 만들게 생겼어.’

너무 급격하게 현난풍이 성장하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태왕의 몸으로 헛소리를 할 수는 없어 물었다.

“전함을 더 달라니 몇 척이 필요하다는 건가?”

“8척을 주시면·······.”

최신형인 전함을 8척이나 달라고 요구하자 최인범은 너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무랐다.

“어허! 욕심이 너무 과하군. 그런 식으로 함대를 키우다 보면 반드시 탈이 나요. 그러니 현재 보유한 선원도 부족하고 운용할 지휘관도 부족해 보이니 처음 약속한 그대로 전투함은 모두 반납하고 전함은 4척만 가져가시오. 앞으로는 더 이상의 함정 지원은 없으니 12척의 전함만 가지고 활동 하시오.”

“넷!”

공연히 더 욕심을 부리다가는 태왕의 말대로 탈이 날 수 있었다.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정규군인 해군보다 더 우수한 함정을 대량으로 보유한 사략선단을 해군에서 그냥 놔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모략당하면 자신은 어떤 식으로 제거될지 모른다.

“그래, 어디를 거점으로 삼아 활동할 건가?”

“폐하께서 전에 말씀하시던 남해도로 가봐서 그곳을 당분간 거점으로 삼아야죠.”

아직은 선원들의 훈련 상태도 그렇고 남쪽 해역에서 지내는 적응도 잘 안된 상태다. 그러니 함부로 더 남쪽으로 내려가기는 거북했다. 더구나 태풍이 많은 남쪽은 함부로 항해할 곳은 아니었다.

“남해도로 가면 북쪽에 아주 좋은 양항이 있을 거요. 전에 백제시대에 담로가 있던 곳이라 담수항(淡水港)이라고 칭하는 곳이요. 그러니 그곳에 거점을 잡아 보시오.”

“넷!”

비록 태왕께서 커다란 지구본도 줘서 대략 큰 섬들의 위치나 육지의 위치를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바다로 나가면 그런 지구본이나 또는 해도는 무용지물일 경우가 많았다.

현난풍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상태다. 그래도 사람이란 어떤 소속감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속하자는 생각이 아니고 뭔가 인연은 이어놓고 싶었다.

그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현난풍에게 넌지시 권했다.

“많은 함정을 보유했으니 앞으로 대진국에서는 해외원정함대의 사령관으로 중장인 제독이라 칭하도록 하겠소. 그러니 언제고 힘들면 대진국으로 돌아오시오.”

“감사하옵니다.”

현난풍은 12척으로 불어난 사략선단을 이끄는 진짜 제독이 되었다. 그냥 벼슬만 줄 수는 없으니 추가해서 말했다.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 신분패나 군복 그리고 인장도 준비할 것이니 며칠간 선원들을 훈련시키며 기다리시오.”

“넷!”

최인범은 자신의 군복을 참고해 현난풍에게 해군제독이 입는 군복을 제작하도록 했다. 물론 12명의 함장들에게도 군복과 계급을 하사하기로 했다.

큰 나라로부터 권위가 있는 벼슬을 받게 되면 사실 함선의 선원들을 다루기가 편하다. 그 때문에 도와주자는 차원이다. 먼 바다에서 악조건에 처하면 선상 반란도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니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이런 절차는 필요했다.

현난풍은 며칠 뒤에 태왕이 하사한 군복이나 또는 신분패를 소지하고 보타도를 떠났다.

남해도(대만)으로 향하는 현난풍은 이미 담수항을 어떻게 개발할지 결정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방법으로 명나라 동해안의 도시들을 공격하는 왜구들을 적당히 이용해 사람들을 끌고 와 개발할 생각이다.

일단 목표인 남해도의 북쪽에 도착하자 현난풍은 현장화 부사령관에게 명령했다.

“부두에 함선들을 정박하고 명나라에서 데리고 온 이주민들을 하선시키도록 해.”

“넷!”

전에 새로운 곳에 정착시켜 준다고 약속한 명나라들과 보타도에 있던 제주도 출신을 데리고 이곳으로 오게 됐다. 태왕께서 이곳을 반드시 점령해 거점을 만들어 두라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완전히 독립했다고 했지만 이미 높은 벼슬도 받았다. 실질적으로는 전보다 더 밀착된 사이로 대진국 태왕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소속이 없으면 사실 너무 허전하긴 해.’

이곳은 유구왕국으로 가는 항로에 속하는 곳이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배들은 반드시 거쳐야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현난풍은 태왕이 이곳을 거점으로 삼고 당분간 지내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으로 점점 중요한 해상교통로로 변할 지역이야.’

대만의 담수항을 함포 한발 쏘지 않고 쉽게 점령했다.

현난풍은 12척의 전함에 있는 식량이나 무기들까지 모두 하선했다. 그리고 중요한 거점에 해안포대를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앞으로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담수항을 개발하며 지내야 한다.

때로는 해적으로 돌변해 근처를 오가는 선박들을 공격해 이득을 취할 생각이다. 싣고 있던 짐들이 모두 하역되자 현월향은 현장화 부사령관에게 권했다.

“부사령관, 우선 왜구들을 한번 털고 나면 제주도의 대정항구까지 한번 다녀와야겠어.”

“제독님, 대정항구는 왜?”

“내 생각에는 여기를 담로처럼 조선 출신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개발하려면 제주도 사람들을 이리로 데리고 와야지. 그리고 너무 멀리 떨어졌으니 선원들의 자식들을 데리고 와야 하고.”

“아! 그렇군요.”

“우리가 챙긴 재물도 태왕 폐하께 보내 드려야 하고. 대신 무기나 화약들을 싣고 와야지.”

여전히 대포나 소총들 그리고 특수폭탄들은 대진국에서 공급 받고 있으니 이렇게 지시했다. 대정항구로 가면 그곳에 비축된 무기나 화약들이 많았다.

그곳에 대규모로 무기고를 만들어 둔 이유는 남해에 있는 2개의 담로에서 전쟁이 터지면 함선을 이용해 군수품을 빨리 나를 필요성 때문이다.

이무렵 명나라 동해안에서 많은 재물을 챙긴 하야시 영주는 귀환 중이다. 100척의 함대를 이끌고 유구를 지나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가지고 가는 재물이면 영지의 군사들도 더 양성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큰 배들도 건조할 수 있다.

기분이 좋아 전방의 섬들을 살피던 하야시는 기겁하고 말았다. 그의 눈앞에 섬에서 숨어 있던 수많은 대형 함선들이 턱하니 가로막았다. 검은 돛을 펼치고 있는 배라 소속이 어딘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저 배들은 도대체 어디 소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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