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화
함포 소리가 크게 울리자 최인범은 빠르게 전함을 몰고 해전이 벌어지는 태주만의 남일강산도로 향했다. 남일강산도는 바로 옆에 일강산도가 있는 작은 섬이다.
쾅! 쾅! 콰광!
8척의 전함이 50척의 세키부네인 왜구들의 선박을 향해 매섭게 함포사격을 가했다. 넓게 일자로 퍼져 옹기종기 모여 두 개의 섬 사이에 모여 있는 왜구 배들을 향해 함포를 발사했다. 두 개의 섬 사이는 100여미터 정도에 불과한 좁은 수로와 같았다.
구쾅! 구쾅!
왜구들도 일제히 함포를 발사했다, 그러나 소리만 둔탁하고 요란했다. 왜구들이 발사한 포탄들은 전함의 근처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바다 속으로 떨어졌다.
전에는 왜구들의 배에 화포를 장착하지 않았는데 화포를 장착해 약간 놀랐다.
“왜구들도 함포를 가지고 다니네.”
함장이 빠르게 답했다.
“폐하, 전에 대마도와 규슈의 해전에서 우리가 써먹은 방법 때문에 배운 것 같습니다.”
“그렇군. 하지만 첨저선은 함포를 운용하기는 조금 어려운데.”
최인범은 함포의 공격을 피해 동쪽을 향해 급하게 빠져나오고 있는 왜구들의 배를 바라보며 명령했다.
“함장! 넓게 포위해!”
“넷!”
둥둥! 둥둥!
지휘선에서 깃발이 오르고 대북이 크게 울리지 전함들은 넓게 퍼졌다.
왜구를 함포 사격으로 공격하는 전함은 8척에 불과했다. 그러나 왜구가 보유한 배들에 비해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대진국의 전함은 가로 13미터 세로 60미터에 달하는 초대형으로 선체는 4층 구조다.
격군이자 해병대 요원으로 90명, 선원이나 함장 등 지휘관이 30명, 포수 등 전투원이 60명으로 총 180명으로 구성되었다.
‘접전해 백병전을 벌여도 상대가 안 되는 정도야.’
전함은 노도 개량되어 3명이면 충분해 격군 정원이 60명이다. 그러나 전투함에는 추가로 예비 병력(격군)으로 30명이 타고 있었다. 해군은 이제 모두 화승총으로 무장했다.
선수 쪽에 개량된 천자총통 2문, 화차 2문, 선측에 각기 10문의 지자총통이 설치되었다. 전에는 제일 위 갑판에 설치되었던 화포는 이제 상갑판 아래의 4층에 개폐식으로 장치된 포구에 장착되었다.
쾅! 쾅! 콰광!
슝! 쓩! 쉬이익! 쿵! 쿵! 와지직!
“으악!”
“악!”
“살려줘!”
전함에서 쏘는 지자총통의 발사음이 들리면 어김없이 2-3척의 세키부네가 섬의 해안 부근에서 파괴되었다. 무수한 돌탄의 공격에 여지없이 부서지고 말았다.
세키부네는 튼튼하지 못한 삼나무로 만든 배라 지자총통에서 발사되는 돌탄에도 쉽게 파괴되었다. 포탄의 공격으로 파괴되는 배에서 급하게 왜구들이 바다로 뛰어들어 섬을 향해 정신없이 도망쳤다.
우르르.
크지도 않은 섬이라 사실 숨을 곳도 없지만 그저 본능적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좁은 수로로 몰린 왜구들은 일방적으로 공격당했다. 가끔 함포를 쏘아 보지만 사거리 밖에서 날아오는 전함의 함포 공격에 그저 발악을 해보는 정도에 불과했다.
쾅! 쾅! 콰광! 쾅! 쾅! 콰광!
망원경으로 파괴되는 왜구들의 배를 모습을 자세하게 살피던 최인범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흠! 여기까지 오게 생긴 배들은 하나도 없겠어.”
“폐하! 더 전진할까요?”
“아니! 우리는 혹시 모르니 여기서 기다리지. 살아나오면 그 배들이나 나포해.”
“넷!”
전함의 함포사격에 정신없이 도망치는 세키부네(關船)는 영주들이 과시용으로 타고 다니는 아타케부네(安宅船)보다 작은 중형의 전투함이다.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앞으로 길게 뻗어 있는 선수가 특징이다. 보통 노는 40개 정도로 한 사람이 하나씩 젓고 큰 배는 아니었다. 세키부네는 승선인원 100여명 정도로 전장 20미터 선폭 8미터로 단순한 크기로도 대진국의 전함과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대진국의 배는 백두산 근처에서 나오는 오래된 소나무로 건조하고 송판의 두께도 상당히 두껍고 튼튼했다. 사실 그냥 충돌해서 공격해도 세키부네 정도는 파괴될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쾅! 콰광! 쾅!
계속해서 함포사격이 벌어지자 두 개의 섬 사이에는 수많은 세키부네의 잔해들이 산산이 흩어졌다. 일부 배들을 빠르게 섬의 해변에 접안하고 왜구들이 배에서 내려 숲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사람 살려!”
“허푸! 허푸!”
왜구들은 부서진 잔해를 잡고 정신없이 사지를 움직여 섬으로 향했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최인범은 전혀 다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해군들에게 구명조끼를 만들어 입혀야 되겠어.”
그러자 강사상이 이내 물었다.
“폐하! 구명조끼라면 유사시 해군 병사들이 물에서 들 수 있는 조끼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지. 최소한 300개씩을 비치해야 되겠어.”
“폐하! 가벼우면서도 물에 잘 젖지 않는 나무를 구해야 되겠군요.”
“그래야 되겠지. 오동나무가 가볍지?”
“넷!”
너무 일방적인 전투다. 최인범은 배가 파괴되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왜구들을 바라보며 대진국의 해군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바다에는 적선이 아니더라도 위험한 요소야 너무 많다. 거친 파도도 그렇고 태풍이나 또는 숨어 있는 암초도 무서운 적이다.
왜구들은 본시 접근해서 백병전을 벌이는 전술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에서 대마도를 정벌하며 함포 사격하는 전술을 펼치게 되자 화포를 배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포의 위력 자체가 부실하고 더구나 무겁기만 해서 숫자도 적었다. 더구나 세키부네에 장착된 함포는 조선의 지자총통에도 성능이 뒤떨어진다.
“왜는 아직도 백병전을 최고의 전술로 아는군.”
“폐하, 저런 배만 건조할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요.”
전함에 장착된 지자총통은 모두 개량된 화포라 조선에서 개발해 사용하는 지자총통보다 위력이 강했다. 그러니 왜구들의 세키부네로는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이윽고 왜구들이 모두 섬에 접안해 숲으로 들어가 숨자 함포 사격은 멈추었다. 짧은 시간에 벌인 함포 사격으로 왜구들의 50척의 배중에 40척이 침몰했다. 나머지 10척은 겨우겨우 섬의 해변에 정박하고 왜구들은 숲으로 도망친 것이다.
“전투가 끝났으니 가자!”
“넷!”
단 한척도 먼 바다인 동쪽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자 최인범은 넓게 포진했던 4척의 전함을 이끌고 섬 가까이로 접근했다. 전함들은 잔해가 둥둥 떠다니는 곳에서 긴 갈고리를 이용해 뭔가를 건지고 있었다.
“뭐하나?”
“넷! 화물을 건지고 있사옵니다.”
화물들은 나무 상자에 들어 있어서 그런지 가라앉지 않고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 노회물이라고 판단해 건지는 것이다. 상자 안에는 대부분 비단이나 무명들이다. 해변에서 격침당한 배에는 고급 도자기가 든 나무상자들도 발견했다. 왜구들이 명나라에서 노획한 재물들이 상당히 많았다.
12척의 전함들은 입구에 있는 해안에 접근해 접안했다. 그리고 격군들은 천천히 대오를 갖추고 섬을 수색하고 있었다. 일부는 수색하고 일부는 잔해를 수거했다. 잔해인 나무 상자 안에서 황금으로 된 작은 불상들을 보자 왜구들이 태주로 가서 아마도 사찰을 턴 것 같았다.
“태주가 큰 항구인데 이런 정도 왜구들에게 대항도 못하고 사찰들이 모조리 털릴 정도면 군사들이 너무 부족하거나 아예 도망친 것 같군.”
“폐하, 그러니 저희들에게 소탕해 달라고 사정하는 거죠.”
“하긴 그렇군.”
이미 명나라는 북경뿐 아니라 전 국토가 심하게 약화되어 있었다. 몇 대를 걸쳐 너무도 무능한 군주들이 황제로 있다가 보니 나라 전체가 완전히 병들어 버린 것이다. 수색하러 숲으로 격군들이 들어가자 도망칠 길이 없는 왜구들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항복! 살려주시오.”
항복하는 왜구들을 격군들이 모조리 포박했다. 일부는 갑옷을 입고 일부는 그저 훈도시만 차고 있는 왜구들이 줄줄이 끌려오고 있었다. 다들 두려워서 바짝 웅크려 더욱 작아 보였다.
탕! 타다당!
숲에서 갑자기 소총이 발사되자 최인범은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뭔가?”
최인범이 묻자 격군들을 지휘하던 척계광이 급하게 달려와 보고했다.
“폐하, 저격병들이 너무 할 일이 없다며 날아가는 새를 잡았습니다.”
“그래? 왜구들은 모두 항복했나?”
“넷!”
포로로 잡은 왜구의 수는 많았다. 적장을 심문하자 그들은 50척의 배에 모두 3000명이 왔다고 했다. 그러나 태주를 공격하며 400명이 죽고 지금 포로로 잡힌 수가 1200명이라 1400명은 함포 사격에 격침당해 수심이 깊은 곳에서 빠져 모조리 죽었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 살아난 놈들도 있겠어.’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놈들인 선장들의 이름을 듣고 있던 최인범은 갑자기 크게 외쳤다.
“그 놈은 지금 당장 참수해.”
“넷!”
참수를 명령하자 졸지에 죽게 생긴 왜구는 울면서 사정했다.
“저만 왜?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시오.”
태왕은 왜 참수해야 하는지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자신의 마음에 들이 않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범으로 참수를 명령한 것이다.
‘네가 이름이 나쁜 것이 잘못이야. 왜 하필이면 이름이 아베야.’
여전히 전생의 기억이 또릿하기 때문에 가끔은 이렇게 돌발적인 행동을 하거나 또는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최인범은 여전히 왜에 대해 반감이 많았다.
명령이 내려지자 아베는 목이 댕강 잘려서 섬에 버려지고 나머지 포로들은 모두 전함에 올랐다. 일부는 격군의 감시 하에 격침당하지 않은 배를 몰고 태주로 향했다.
태주 항구에 도착하자 최인범은 명령을 내렸다.
“포로를 태주 관청으로 인계하고 대신 면포만 챙겨서 돌아가자.”
“넷!”
왜구들을 굳이 끌고 돌아가 노예로 부리고 싶지 않았다. 태주의 관청으로 넘기면 그들이 참수하던 노예로 부리던 처리한다고 판단했다. 척계광이 포로를 모두 태주 관아로 데리고 가서 인계하고 돌아와 보고했다.
“폐하, 포로는 면포 1만 필과 바꾸었사옵니다.”
“수고했어.”
최인범은 더 이상 내려갈 이유가 없어 보타도로 귀환을 명령했다. 남쪽은 현난풍이 알아서 처리하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