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화
척계광은 김신완 함대사령관에게 건의했다.
“사령관님, 제가 잠시 육지로 가서 왜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오겠습니다.”
“왜? 혹시 여기에 아는 사람이 있나?”
“넷! 천호장으로 근무 사람을 전에 등주에서 만나 잘 알고 있으니 그를 만나면 여기서 활동한다는 왜구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알았네. 그럼 다녀오게. 명나라와 사이가 지금은 바쁘지 않지만 조심하게.”
“넷!”
북경이 위기에 처하자 태왕께서는 의외로 많은 화포와 화약 그리고 각종 무기들을 화북 지역으로 투입했다. 모두 금은 보화나 비단 또는 당산지역에서 생산되는 석탄과 교환했다.
일부는 소를 받고 구형 무기들을 판매했다. 그래서 수많은 소들이 천진항을 떠나 대련이나 또는 멀리 심양지역으로 운반됐다. 당연히 알탄 칸과 같이 북경을 협공할 것이라는 예상 전혀 다르게 명나라를 돕고 있는 것이다.
대진국은 멀리 자마카 부족을 통해 몽골의 알탄 칸에게도 많은 화포나 화약을 판매했다. 전쟁이 터지자 명나라에도 구형 화포를 판매해 엄청난 재물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알탄 칸은 태대포 전차의 위력으로 거용관을 쉽게 함락하고 북경 가까이에 포진했다. 그런 위력으로 몽골의 다른 소부족이 합류해 기세가 등등했었다. 하지만 북경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소모전인 포격전만 계속 벌이고 있었다.
명나라도 대진국에게서 화포를 들여오자 서로 비슷한 전력이라 전진이나 후퇴를 안 하고 맹렬한 포격전만 벌이고 있었다. 전쟁은 그거 소모전만 벌이는 것이다.
척계광은 조각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 말을 구해 빠르게 이동한 천호장을 만나 물었다.
“천호장, 왜구들이 어디에서 이동 중인가?”
“지금 사양하 하구 쪽으로 이동 중이란 소문이 있소.”
“그럼 그쪽으로 움직이게 왜구들을 몰아만 주시오. 그렇게 되면 바다로 나오면 우리 대진국 해군 전함으로 모조리 처치해 주겠소.”
“고맙소. 최대한으로 많은 군사를 데리고 왜구를 사양하 하구 쪽으로 몰 것이니 반드시 격침시켜 주시오.”
“그건 염려 마시요.”
천호소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척계광은 급하게 동해안으로 와서 다시 전함에 돌아왔다. 수지한 정보를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결국 함대사령관은 하구 입구에서 왜구들의 배가 나타나도록 기다리기로 했다.
“사령관님, 해안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에서 기다리지요.”
“그게 좋겠군.”
대진국의 해군은 망원경을 지니고 있으니 다소 떨어져 있어도 하구를 살 필 수 있어 이런 조치를 내렸다.
한편 현난풍에게 보유하던 모든 배를 파괴당해 해안에서 떠났던 노무라 일당은 내륙 깊숙한 안휘성까지 진출했었다. 그러나 타고나길 해적으로 태어나 그들은 여전히 바다를 그리워했다.
‘바다가 우리의 터야.’
안휘성은 강이나 대운하를 통해 내륙 운송을 하기 위해 배들이 많았다. 그런 배를 건조하는 기술자들을 모아 어렵게 배들을 건조했다.
모두 10척으로 그래도 먼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다. 5000명이던 부하도 이제는 중간에서 전투를 벌이다 죽거나 사라졌다. 이제는 많았던 부하들도 겨우 1천명만 남았다.
노무라 일당은 죽을 고생하며 배를 건조해 중간 중간에 약탈했다. 사양하를 통해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했다. 드디어 해안까지 도착하게 되었다.
“이제 여기서 조금만 더 털고 바다로 나가자.”
“넷!”
바다로 나가면 섬이 없는 이곳 보다는 섬들이 많은 남쪽 지역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장강 주변이야 대진국의 사략선이 활동한다. 그들과 만나면 공격당하니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들의 눈길을 피해 남쪽의 절강성이나 또는 복건성으로 가볼 생각이다.
“영주님, 그쪽으로 가면 유구 왕국으로도 갈수 있겠죠.”
“그렇지. 기회를 봐서 유구왕국을 거쳐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자고.”
이런 대화를 나누며 10척의 배를 몰고 사양하의 하구로 향했다. 그러다 먼 바다에 거대한 함정들을 보자 기겁하며 놀랐다.
“뭐야! 또 현난풍이 나타난 거야?”
“아닌 것 같습니다. 전보다 배가 큰데요.”
뒤에서는 지금 강소성 지역의 군대들이 추격하고 있었다. 큰 강이 아니라 그들과 조우하면 화공을 당해 죽게 생겼다. 퇴로도 전혀 없는 상황에 바다로 나가는 입구에서 함정을 만나자 겁에 질렸다.
“어쩌지?”
“영주님, 돛을 내리고 일단 하구에 있는 갈대밭에 숨기기로 하죠.”
“그게 좋겠어.”
노무라는 부하들에게 명령해 사람의 키보다 더 높이 자란 갈대숲으로 빠르게 배를 이동시켰다. 그리고 갈대를 잘라 배를 숨기고 나서 먼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두군두군.
들키면 끝장이라 숨소리도 내지 않고 초조하게 바다만 바라보았다. 함정에서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하게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때 멀리서 망원경으로 사양하 입구를 계속해서 살피던 척계광은 갈대 위로 솟아 오른 긴 돛대를 발견했다.
“사령관님, 왜구가 갈대밭에 숨어 있군요.”
김신완 사령관도 망원경으로 하구를 살피더니 난색을 표했다.
“너무 모래톱이 불규칙해 더 이상 해안으로 접근하기 어렵군.”
함포의 유효사거리 밖이라 공격할 수 없었다. 태왕께서는 그저 초계활동만 하라고 명령했지 내륙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은 없었다.
척계광은 왜구들을 발견하자 눈이 빛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왜구를 잡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고향인 산동지방에서 왜구들이 저지른 만행을 잘 알기 때문에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저 놈들이 분명 전에 산동성에서 활동하던 왜구야.’
한참 고심하던 척계광은 조심스럽게 사령관에게 제안했다.
“사령관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사옵니다.”
“뭔가?”
“저에게 격군인 해병대 100명만 내 주세요. 그러면 저놈들의 배는 모조리 파괴할 수 있습니다.”
“폐하께서 내륙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명령했는데. 상륙해서 공격하려고?”
“넷! 하지만 직접 공격하는 것은 아니니 우리 해군은 피해가 없을 겁니다.”
“알았어, 그럼 어찌 하면 되나?”
척계광은 함대를 동쪽으로 이동해 최대한 해안 가까이 접근하도록 했다. 구명정인 작은 배를 타고 격군 100명과 같이 해안에 상륙했다. 빠르게 이동해 하구 우측에 도착했다.
“빨리 기름통을 옮겨!”
“넷!”
작은 기름통에 기름을 담고 그것을 천천히 물에 띄워 놓았다. 이어서 마침 동남풍이 강하게 불자 이윽고 격군들에게 명령했다.
“불을 질러가며 철수해!”
“넷!”
100명의 격군들은 해안으로 내달리며 계속 갈대밭에 불을 질렀다. 바람이 거세가 불자 갈대밭에 지른 불은 빠르게 해안 지역을 화염으로 휩싸이게 만들었다. 이미 기름통도 물에 떠 있으니 불길은 더욱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화르륵! 화르륵!
거세게 불길이 아주 넓은 지역으로 퍼지자 척계광은 다시 구명정에 올라 격군들과 같이 함대로 귀환했다. 전함으로 돌아온 척계광은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사령관님, 왜구 놈들이 불에 타 죽기 싫으면 바다로 튀어 나올 겁니다.”
“그렇겠어.”
갈대밭에 숨어 있던 노무라 일당은 검을 연기를 품으며 넓은 지역이 거세게 타오르자 기겁했다. 불길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왜구들은 당황해서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화공이다!”
점점 불길이 다가오자 노무라는 급하게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배를 버려! 빨리 내륙으로 도망쳐.”
“넷!”
어렵게 장만한 배지만 이것을 타고 바다로 나가다가는 함대에게 격침당한다. 그러니 배를 버리고 내륙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명령을 내렸다고 하지만 이미 5척의 배는 하구를 떠나 바다로 나갔다.
광! 과광! 광!
그러나 바다로 나가자 사거리 내에 들어온 배를 향해 화포가 발사되었다. 무려 20척의 전함에서 한번에 200발씩의 돌탄이 까맣게 날아오자 바다로 나갔던 배들은 너무 쉽게 파괴되고 말았다.
쿵! 와지직!
“살려줘!”
다행이 해안가 가까워 배에 타고 있던 왜구들은 탈출해 겨우 살아남았다.
노무라는 힘들게 구한 배를 완전히 잃게 되자 열불이 났다. 화가 나고 핏발이 서서 벌게진 눈으로 부하들에게 크게 외쳤다.
“육지를 통해 위해항구의 해군기지로 가자. 그놈들을 찾아가 복수하자.”
“그럽시다.”
나름 해군기지로 찾아가 복수하자고 굳게 다짐했다. 부하들도 모두 이을 악물고 들고 있는 장검에 힘을 주었다. 이제는 산다는 것은 포기한 상태다.
“가자!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죽자!”
“그럽시다.”
이제는 삶을 포기한 노무라는 남은 왜구들과 같이 해변에서 불타는 배를 뒤로 하고 떠났다.
그나마 고향으로 돌아갈 작은 희망마저도 사라졌다. 또 무리도 너무 적어 어딘가에서 거점을 잡기도 힘들다. 노무라는 전보다 더 잔악한 방법으로 살육전을 벌이며 산동성 쪽으로 이동했다.
“보이는 대로 무조건 죽여.”
“넷!”
“포로도 필요 없고 말만 챙기고 모조리 죽여.”
노무라는 왜구라면 치를 떨게 하는 잔악행위를 계속 벌이며 이동했다. 그러나 많지 않은 부하라 점점 힘이 약해져 소멸되고 있었다.
결국 노무라 무리는 추적해온 명나라 군사들에게 모조리 죽어 버리고 말았다. 소탕 작전에 참여한 명나라 장군이나 병사들은 매우 놀랐다. 마지막까지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다고 모조리 죽어 버리자 다들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지독한 놈들. 아예 죽기를 각오하고 배에 불을 지르고 날뛰다가 죽어버리는군.”
척계광의 화공을 펼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명나라 군사들이 보기에는 왜구들 스스로 해안에 도착과 동시에 배에 불을 지르고 무차별로 공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소성에서 노무라 일당인 왜구들이 날뛰다가 모조리 죽었다. 한창 절강성이나 또는 복건성 지역에서도 왜구들이 대규모로 출몰해 약탈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조선이나 명나라로 가는 통로가 막힌 동왜 세력이 멀리 유구왕국을 거쳐 명나라의 남쪽 해안을 약탈하는 중이다. 원 역사에 나오는 동해안의 왜구들의 난동이 조금 빠르게 시작된 것이다. 최인범의 복잡한 외교 정책 때문에 명나라는 점점 더욱 심하게 난세로 접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