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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93화 (393/519)

393화

60척이나 되는 전함이 이동하기 때문에 최인범은 제 1함대 사령관에게 지시해 일부는 다른 항로로 보냈다. 1개 전대인 20척은 산동반도 해안선을 따라 초계활동을 겸하며 보타도로 향했다.

함대 사령관을 보내고 보좌관이 척계광도 딸려 보냈다.

“척계광이 잘할지 모르겠군.”

“지리를 잘 아니 아마 잘 할 것입니다.”

1개 전대는 위해 항구를 떠나 바로 목포로 향하도록 지시했다. 그 함정들은 목포에서 주변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을 제주도까지 날라야 하는 임무가 부여됐다. 그래서 최인범과 같이 백령도로 이동한 함정은 20척 뿐이다.

설사 그렇더라도 초대형 전함이 백령도에 접안하기는 힘이 들었다. 보좌관인 강사상이 구명정인 작은 배를 타고 백령도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정보요원을 만나 물었다.

“한양에서 연락이 왔습니까?”

“넷! 전서구 4마리로 어제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주상이 윤임에게 자진하도록 했다는 내용이고, 하나는 폐하를 만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거절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주상의 족보를 대진국의 황실 족보에 올려달라는 내용으로 이미 문서는 진명하 대사가 가지고 봉황성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차기 왕위는 원자가 아닌 윤 대비의 소생인 경원 대군에게 넘겼다는 내용이고요.”

“아들이 아니고 동생에게 넘겼다는 겁니까?”

적장자 승계가 원칙인 조선왕국에서 원자를 제치고 이복동생이 왕위를 이어 간다니 강사상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 동생이 성인이라면 모를까 나이도 어린데 이런 일이 벌어지자 어이가 없었다.

“주상이 죽으면 그리하라고 유언장을 썼다고 합니다.”

“흠! 이상한 일이 벌어졌군.”

“윤 대비를 비롯한 소윤 일당들이 아마도 심하게 압박한 모양이죠.”

“그렇겠어.”

백령도는 조선과 산동을 연결하는 중요한 항로라 무역선을 통해서도 정보가 모아진다. 급할 경우는 한양에서 전서구를 보내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제물포를 비롯해 중간에 섬을 경유해 전서구가 오가고 있었다.

“다른 정보는 없소?”

“이건 웅진을 통해 들어온 소식인데 윤임 대감의 수족들이 모조리 대진국으로 이주했다고 합니다. 또한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 주민들의 민심이 심하게 요동친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말이요?”

“함경도와 평안도는 대진국의 영토로 포함되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은 없지만 그런 분위기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반란을 일으킬 분위기라는 거요?”

“그렇죠. 조선으로 보면 반란이고 우리로 보면 매우 애국적인 거사가 벌어질 수 있지요.”

정보요원의 말에 강사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의 왕실에서 보기에는 반역죄에 해당하지만 대진국의 입장에서 보면 반란은 매우 충성스러운 행위다.

‘이거야 원! 여자만 뒤웅박 팔자가 아니라 조선 백성들도 졸지에 뒤웅박 팔자로 변하게 됐어.’

자칫하면 조선이 반으로 갈라질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강사상의 판단으로 조선이 매우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겠소. 그럼 계속 수고해 주시오.”

강사성은 정보요원에게 활동비로 쓰라며 많은 은자를 넘겨주고 신속하게 전함으로 돌아왔다. 최인범은 강사상의 보고를 받자 즉시 명령을 내렸다.

“함대는 즉시 홍도로 가.”

“넷!”

죽기 전에 주상(인종)을 만나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리고 아들이 아닌 이복동생인 경원 대군에게 승계시킨다고 하자 최인범은 생각에 잠겼다.

‘흠! 결국 본래 역사 그대로 올해 명종이 즉위하는 건가?’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하면 분명 세상은 급격하게 달라진다. 하지만 자신의 영향력이 줄거나 또는 힘을 전혀 쓰지 않으면 역사란 본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특별한 몸으로 사는 최인범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사실을 예리하게 비교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원 역사를 떠올리며 자신 때문에 어찌 변하는지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하나의 결론을 얻게 되었다.

‘나 때문에 북경에서 펄럭이는 나비효과처럼 세상이 변하기는 하지만 영향력이 줄게 되면 반드시 본래와 역사와 같이 되돌아가고 있어.’

중종은 사실 자신의 영향력을 너무 많이 받아 몇 년 일찍 죽어 버렸다. 그래서 인종이 즉위해 조선도 많이 변했다.

자신과 자주 만날 경우에는 분명 인종은 매우 건강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영향력이 줄자 의외로 갑자기 약해져서 본래 죽게 되는 올해가 되자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게 운명이라고 하는 건가?’

어떤 물리적인 내용이야 원 역사대로 되돌아갈 수 없어 그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정신세계나 어떤 사람의 인생은 원역사와 같이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정보원장의 보고에 자금성에서 많은 궁녀들이 죽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백삼수도 거기서 죽었다니 결국 자신 때문에 생명이 이어가다가 끝내 영향력이 줄자 죽었다고 판단했다.

처음 이 세상으로 와서 특이한 신체를 지닌 백삼수를 만났을 때 이용하려던 목표는 윤 대비였다. 그때는 자신이 이렇게 변할 줄 모르고 그저 조선에서 살 것이라고 판단했다.

야사에 문정왕후가 불교를 중흥하는 조치를 취하며 보우스님과 친해 통정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백삼수를 그런 이상한 쪽으로 이용해 보려고 했었다.

‘나 때문에 세상이 혼란스럽더니 결국 본래 그대로 돌아가는군.’

이렇게 생각하니 주상(인종)의 죽음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문제는 어쩌면 자신 때문에 생겨버린 민비나 또는 그의 소생인 정강 대군은 자신이 직접 돌봐야 생명이 이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내가 거두어야 두 사람이 살아남게 되나?’

꼭 자신 때문이 아니더라도 원자로 태어나 삼촌이 왕위에 오르면 정치적인 이유로 결국 죽게 되는 것이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윤 대비나 윤원형 일당이 원자인 정강 대군을 그냥 놔둘 리가 없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남쪽 바다를 바라보던 최인범은 마음이 조금 급했다. 그것은 포르투갈을 통해 왜로 화승총이 전달된 시기가 이쯤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하카타로 가면 확인해 봐야지.’

이미 자신이 포르투갈의 범선들이 영파에 나타나지 못하게 해버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으니 확인해 보려는 것이다.

‘왜는 섬도 많아서 포르투갈 범선이 어딘가 표류할 수도 있어.’

욕심 많은 포르투갈 상인들이 범선 몇 척 파괴됐다고 포기할리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유구 왕국이 어째 조용해 그것도 조금 이상했다.

잡다한 생각을 하는 중에 함대는 격렬비열도 해역에 도착했다. 그러자 전대장이 함대를 향해 크게 외혔다.

“함대, 사격 준비!”

“함대, 사격 준비!”

둥둥둥! 둥둥둥!

조용하던 해역이 소란해 지고 있었다. 제 3전대의 20척의 전함은 격렬비열도에서 함포 사격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상훈련은 많이 했지만 함상에서 화포 사격은 해보지 않아 사격훈련을 하는 것이다.

“준비! 발사!”

쾅! 쾅! 과과광!

20척의 전함들은 일자 대형으로 서서 사격했다. 빠르게 좌우로 전함을 움직이며 좌우측에 장착된 지자총통을 교대로 발사하고 있었다.

슝! 슝! 펑! 펑!

단단한 바위가 포탄의 공격으로 심하게 파괴되고 있었다. 무수한 돌들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모두 돌탄으로 사격하는 것이다. 철탄은 제조단가가 비싸기도 하고 돌탄을 사용하면 그래도 환경오염은 안 된다는 의미도 있었다.

함포 사격 훈련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죽다 살이 난 정난정이 떠올랐다.

‘정난정도 참으로 현란한 삶을 사는군.’

정난정은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결국 야망을 위해 윤원형의 첩으로 살았다. 이제는 자신의 배려로 현풍사략선단을 운영하니 그녀 역시 자신의 영향으로 목숨이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정경부인 정도로 벼슬을 하려나?’

이런 생각을 하며 죽어가는 인종을 떠올렸다.

‘인종이 그런 발상을 해서 자식을 살리려고 하다니 너무 놀랍군.’

성리학의 윤리도덕으로 가득한 주상이 아들을 살리자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형사취수제를 채택하는 황실의 족보에 올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황은 조금 황당하게 생각할 것 같고, 이지함은 신이 나게 생겼어.’

이황은 굳이 정치적 성향을 표현하면 온건파에 속하고 이지함은 강경파에 속했다. 그래서 조선에 대해 이황은 그냥 존속하길 원하고 이지함은 병합해야 된다는 사고방식을 지녔다.

이지함은 그래야 대진국의 인구 분포에서도 진실한 한족(韓族)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했다. 그리고 대진국의 총인구도 적당한 수가 된다며 조선과의 통합을 주장했다. 이지함은 조선은 명나라와 같이 사라져야 하는 망한 왕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지함의 주장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겠어.’

이런 생각을 하며 1전대와 같이 이동한 척계광에 대해 생각했다.

‘척계광은 역사대로 왜구를 무찌르는 장군으로 살게 되려나?’

최인범이 남쪽의 홍도로 향하며 이런 생각을 하는 중. 멀리 산동 반도 남쪽의 강소성에서는 1전대가 명나라 동해안을 따라 초계활동을 하며 이동 중이다.

동해안은 모래톱이 많아 해안 가까이로 접근해 항해하기 곤란했다. 그래서 해안선과 다소 멀리 떨어져 천천히 이동했다. 척계광은 망원경을 가지고 계속해서 해안선을 살폈다.

‘왜구가 또 활동하다니 이상해.’

전에 현풍사략선단이 왜구를 처치했다고 국가정보원장이 확인했다. 그런데 강소성 지역에 왜구들이 다시 나타났다고 하니 이상했다.

하카타나 규슈 지역을 통해 남해를 지나 왜구들이 이곳으로 올 수는 없었다. 그곳은 대진국이나 또는 조선의 수군들이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왜의 배들이 운항할 수 없었다.

더구나 제주도 남쪽 항로에는 현풍과 흑풍 사략선단이 모두 24척이나 그곳을 오가니 허가 받지 않은 왜의 무역선이 돌아다닐 수 없었다.

“혹시 내륙으로 도망친 노무라가 이끄는 왜구들이 배를 건조해서 다시 활동하는 건가?”

그러자 같이 가는 김신완 제 1함대 사령관이 응수했다.

“보좌관, 나도 같은 생각일세. 큰 배는 모르지만 대운하 쪽으로 가면 배를 건조할 기술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납치해 왜구들이 충분히 배를 만들 수 있다고 보내.”

“이번에 나타난 왜구들은 강으로 들어가서도 노략질을 한다죠?”

“산동성의 어부 말에는 그렇다고 하더군.”

함대는 천천히 사양하(射陽河)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근처에 사양현이 있고 수심도 낮고 주변에 섬이 하나도 없어 아주 단조로운 해안선이 이어지는 곳이다.

“이상하군요. 숨을 곳도 없는 이런 곳에서 왜구가 출몰하다니요.”

척계광은 이곳에 출몰한다는 왜구를 망원경으로 찾고 있었다. 왜구들을 만나면 그들을 대상으로 함포 사격훈련을 시작할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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