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391화 (391/519)

391화

해군 중에서 마지막으로 제1함대에 배치된 전투함은 원양함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전보다 더욱 커졌다. 가로 13미터 세로 60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전투함으로 변했다. 그리고 선체는 4층 구조다.

격군이자 해병대 요원으로 90명, 선원이나 함장 등 지휘관이 30명, 포수 등 전투원이 60명으로 총 180명으로 구성되었다. 노도 점차 개량되어 이제는 3명이면 충분해 격군 정원이 60명이다. 그러나 전투함에는 추가로 예비 병력(격군)으로 30명이 타고 있었다.

무장은 선수 쪽에 개량된 천자총통 2문, 화차 2문, 선측에 각기 10문의 지자총통이 설치되었다. 전에는 제일 위 갑판에 설치되었던 화포는 이제 상갑판 아래의 4층에 개폐식으로 장치된 포구에 장착되었다.

물에 잠기는 홀수 부분은 1층과 2층의 중간 부분이라 격군들은 3층에서 노를 젓게 된다. 새로운 형태의 전투함이라 제1함대 소속인 함선은 전함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단동 남항을 떠나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자 4개의 돛을 올려 바람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전함 안에는 많은 육군들이 타고 있었다. 척당 100명씩 타고 있었다. 그래서 육군 6000명이 같이 간다.

웅성웅성.

육군은 산동성의 위해도로 가서 정규보병사단을 창설할 병사들이다. 이미 예비보병사단이 있으나 본토에서 교육받은 병사들로 새로 사단을 만들게 된다.

새로운 임지로 떠나는 장교들은 나름 기대하고 있었다.

“산동성을 더 넓게 차지해야 된다고 하던데 전투가 벌어지려나?”

“그렇지는 않을 거야. 제태국에서 감히 우리 대진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는 없을 것이니까.”

“그래도 모르잖아.”

위해도에는 해군기지가 처음 생기고 나서부터 차츰 차츰 서쪽으로 관할 지역을 넓히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예비사단으로 방어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새로 제25사단인 정규보병사단을 창설하기로 했다.

6000명 중에서 3000명만 위해도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사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가고 있었다.

장교들이 그저 짐작으로 말했다.

“우리는 보타도로 간다고 하던데. 거긴 너무 멀지 않나?”

“멀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자네 고향인 제주도나 내 고향인 목포와는 가깝잖아.”

“그래서 우릴 차출했나? 대부분 전라남도와 제주도 출신들이 차출된 것 같던데.”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하카다로 갈 수도 있어.”

장교나 병사들이 호기심을 표하는 중.

선장실에서는 최인범이 세 보좌관과 함대 사령관인 김신완 중장과 같이 앞으로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

“사령관, 위해도에는 3천명만 내리니 무기는 하역하지 말도록 해.”

“넷!”

“다른 함대에서 필요한 무기는 다음에 나르게 되니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알겠습니다. 소금은 다 내려야 되죠?”

이런 대화를 나누며 다음 행선지에 대해서도 지시하고 있었다.

“위해항구에서 하역이 끝나고 나면 다음에는 백령도로 가니 그렇게 알고.”

“넷!”

최인범은 백령도로 가서 조선의 회답에 따라 다음 행선지를 정할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해도에서는 장거리 운항에 필요한 보급품을 싣고 떠나야 한다.

태왕이 봉황성을 떠나 바다를 통해 이동하는 사실은 비밀로 숨겨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흔해 태왕의 상징으로 알려진 황금색의 쌍봉황 깃발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위해항구에 도착하자 전선에서는 많은 병사들이 배낭을 짊어지고 소총을 들고 내렸다. 하선하면도 질서 정연하게 도열하자 최인범이 명을 내렸다.

“사단장, 속히 주둔지로 이동해.”

“넷!”

이어서 척계광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척 보좌관, 자네도 보병을 따라가서 주둔지 위치를 잘 선정했는지 살펴보고 어디를 경계로 해야 방어하기 좋은지 직접 정하고 돌아오도록 해.”

“넷!”

척계광이 산동의 등주 출신이라 이곳 지형이나 지역의 성향도 잘 알기 때문에 그에게 이런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태왕의 명령에 따라 25사단의 창설 요원인 육군은 빠르게 행군해 서쪽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자 그제야 전함에 타고 있던 해군이나 또는 육군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화물칸에 실린 많은 소금을 하역했다.

“와! 소금이 저렇게 많다니.”

“이제 소금이 너무 흔하게 생겼어. 가격이 내려가려나?”

“무슨 소리야 저건 다 군대나 관청에서 사용하고 모두 제태국으로 판매할 수출품이라던데.”

“그래도 조금 싸지기는 하겠지.”

60척이나 되는 함선에서 내린 소금의 양은 상당히 많았다. 소금의 반은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반은 새로 창설된 25사단이 사용할 군비다.

육군이 배치되지만 지역 사령관은 여전히 해군의 제 3함대 사령관이라 최인범은 임방경 사령관을 만나 지시했다.

“위해도는 임 사령관이 방어를 책임지니 앞으로 육군과 잘 협조해서 잘 지내도록 하시오.”

“넷! 명을 따르겠나이다.”

“그리고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제태국과 되도록 마찰은 피하도록 하고.”

“넷!”

산동 반도를 다 차지할 필요는 없고 필요한 거점인 항구만 확실하게 유지할 수 있으면 된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제태국과 마찰을 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임방경은 조심스럽게 문의를 했다.

“폐하, 산동성의 저쪽 주민이 이주를 해오는 경우 어떻게 처리하죠?”

“그건 전과 다르게 처리해. 기술을 가진 사람 이외에는 받아들이지 말고 기술을 지녀 이주하는 사람들도 이곳 위해도에서 지내지 못한다고 정확하게 알려주도록 해. 모두 요동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고 전에는 이주민에 대해 혜택을 줬지만 이제는 그것이 없다는 것도 알려주고.”

“알겠사옵니다.”

이주민을 더 이상 대대적으로 받지 않겠다고 지시했다. 이렇게 조치하는 의미는 이제는 현재 영토로 바뀐 지역의 주민들만 대진국 국민으로 판단해 안정을 기한다는 뜻이다.

최인범이 위해 해군기지에서 지내는 동안. 조선에서는 드디어 최인범의 방문 요청 사실 때문에 전혀 예측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한양에서는 주상의 병환이 심해지자 드디어 운 대비의 야심이 드러나고 있었다. 윤원형이 전면에 나서서 그동안 말만 있고 항상 요리저리 피해서 살아가던 윤임에 대한 사사를 조정에서 거론한 것이다.

어렵게 편전으로 나와 있는 주상을 향해 윤원형 패들이 일제히 주청을 드리고 있었다.

“전하, 윤임을 사사하옵소서. 그가 살아 있는 한 대진국과 사이는 좋아 질 수 없사옵니다. 통촉해 주옵소서.”

“통촉하옵소서.”

많은 신료들이 나서서 주청을 드리자 주상은 힘이 하나도 없이 응수하고 있었다.

“윤임은 이미 정계에서 물러나고 또한 그런 지나간 문제는 태왕께서도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고 약속한 내용인데 왜 자꾸 거론하는 거요?”

“폐하, 그건 표면적으로 표하는 외교적인 수사라고 봅니다. 실재로는 윤임이 죽어야 된다는 의견들이 대진국에는 많사옵니다. 그러나 대를 위해 희생한다는 차원에서도 포악무도하고 무지한 윤임을 사사하옵소서.”

대진국의 국력이 강해지고 더구나 많은 군대를 압록강 주변에 배치되자 조정에서는 윤임을 죽여야 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었다. 더구나 전국에서는 사림들이 나서서 상소를 무더기로 올리고 있었다.

주상은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결국 주청을 받아들이게 됐다.

“좋소, 윤임의 죄가 너무 무거우니 사약을 내리도록 하시오. 그 대신 과인이 전에 제시한 대진국의 황실법을 조선 왕실도 그대로 시행한다는 법도 대신들이 통과시켜 주시오.”

왕정 국가에서 군왕이 선포만 하면 끝나는 법이지만 대신들이 반대를 너무 심하게 해 공포하지 못했다. 주상은 윤임이 대신들의 주청으로 살아남기가 이제 틀렸다고 판단했다.

‘과인이 죽으면 더 참혹한 죽음을 당하게 생겼으니 내 손에서 끝내는 것이 좋아.’

이렇게 결심하고 드디어 윤임의 목숨과 대진국의 황실법과 조선 왕실법을 통일하는 법과 교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주상은 자신과 최인범이 의형제지만 또 사사로이는 선왕께서도 한때 의형제를 맺으려고 했던 사실이 있음을 공개했다.

“전하, 그런 사실이 있사옵니까?”

“그렇소. 부마도위로 선정하려고 할 때 마땅한 공주가 없어서 선왕께서는 한때 나와 오누이가 아닌 촌수가 고모뻘 되는 분들과 혼인시키려고 해서 그런 결정을 했던 적이 있었소. 과인의 말이 진실인지는 일성록을 보며 알 것이오.”

일성록이란 사록으로 기록되는 사초와는 다르게 왕의 하루하루 일과의 행적을 기록한 서책이다. 조선의 왕의 행보는 모두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선대왕인 중종의 일성록을 확인했다. 그러자 일성록에는 윤 대비가 자신의 딸들과 혼인시키는 것을 반대하자 다른 옹주들을 선택해 혼사를 주선하려고 했다. 그때 이미 선대왕과 최인범은 의형제로 맺는다는 기록이 나왔다.

그래야 항렬이 높은 공주와 혼인을 쉽게 성사시킨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후에 바뀌게 되자 그런 사실은 완전히 비밀로 숨겨지고 일성록에 간단한 기록으로 남은 것이다.

이런 기록이 나오자 윤원형 일당은 신이 났다.

“그 기록이면 경원대군께서도 황실 내명부 법으로 포함되어 비록 방계지만 황족으로 변하는 거야.”

“당연하지. 아주 좋은 내용을 주상께서 이제야 밝히는군.”

그리 된다고 문제가 모조리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황실 내명부 법에는 40대인 윤 대비도 분명 태황의 여자로 변해야 된다. 그 이유는 형사취수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그게 어려울 경우에는 황제가 윤 대비에게 사집을 가라고 남자를 정해 줄 수 있으니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

그러자 조정에서는 다시 윤 대비의 달거리가 거론되었다. 40대라도 달거리를 안 하면 시집을 보낼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게 분명히 문제가 되니 그것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허! 자네는 또 왜 그걸 걸고넘어지고 그래.”

“내 말이 틀림이 없다고. 대진국의 황실 내명부 법에 황제가 명령하면 황실의 여자는 반드시 40대가 되어도 시집을 가야하니 간단치 않아. 나중에 그런 조항 때문에 전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니 확인이 필요해.”

지엄하신 윤 대비의 달거리 문제가 다시 조정 중신들의 입에서 거론되었다.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를 조정에서 거론하는 중이다.

대비전에도 그런 조정 중신들의 의견이 처음에는 황망하기만 했다. 누가 왕위에 오르던 자신이 수렴청정하게 된 마당이라 윤 대비는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왕실도 모조리 태왕의 방계로 들어가면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태왕께서 시집을 가라고 명령하면 안갈 수 없으니 수렴청정은 물 건너 가버리게 된다.

“오 상궁, 달거리를 안 한다고 속일 수는 없겠지?”

“마마, 그건 정말 속이기가 너무 어렵사옵니다. 매달 잘만 하시는 달거리를 어찌 속인단 말이옵니까? 아는 애들이 너무 많사옵니다.”

“정말 큰일이군. 윤임 패거리가 그걸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어.”

어떤 사람은 건강하지 않아 40대 중반만 되면 안하는 달거리다.

윤 대비는 너무 건강해서 탈이 났다. 더구나 자신의 건강 상태를 너무도 잘 아는 궁녀나 무수리들 까지 많으니 숨긴다는 것은 어려웠다.

윤임만 죽이면 조선천지가 자신의 두 손 안으로 들어오게 생겼다고 좋아하던 윤 대비는 의외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주상이 분명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서 그것을 거론한 거야.’

전에는 솔직하고 마냥 사람이 좋기만 하던 주상이었다. 전과 달리 아들을 살리려는 생각에서 무서울 정도로 침착하고 냉철하게 변했다. 그러니 속에 무슨 생각을 담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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