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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89화 (389/519)

389화

<난세의 현란한 외교술>

난공불락의 관문인 거용관이 너무 쉽게 함락되자 북경은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당황한 북경의 주민들이 피난을 떠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자금성에서 가정제는 이런 소식을 듣자 제일 먼저 천도를 거론했다.

“북경을 버리는 것이 좋지 않겠소?”

“폐하, 천진이나 산해관에서 부대들이 북경으로 오고 있으니 알탄 칸은 더 이상 공격해오지 못할 겁니다. 북경은 반드시 지키겠사옵니다.”

아무리 망조가 든 명나라지만 그래도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장군들은 있었다. 그래서 결국 가정제는 천도하려던 생각을 버리기 북경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이미 대진국에서 별다른 군사적인 행동을 벌이지는 않으니 우선 급한 대로 천진이나 산해관에 주둔하던 모든 병력을 이동시키게 되었다.

“빨리 이동 시키고 방어하도록 하시오.”

“넷!”

왕승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폐하, 대진국으로 사신을 보내 협상을 하면 어떨까요?”

“무슨 협상을 한다는 거요?”

“대진국이 아직은 평화적으로 지내자고 하니 기회에 적당한 조건을 내걸고 협상해 보는 것이 좋사옵니다.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사옵니다.”

그러자 가정제는 마음이 급한 처지라 쉽게 승낙을 해주었다.

“좋소. 그럼 빨리 대진국으로 가서 협상을 해보시오.”

“에이!”

아무리 멍청하고 정신이 이상해도 양쪽에서 협공당하면 죽음뿐이라는 것은 아니 추가해서 대신들에게 지시했다.

“산동의 제태국으로 사신을 보내도록 해 보시오. 그리고 남경으로도 연락하고.”

“넷!”

가정제가 이런 결정을 내리자 북경에서 피난을 떠나려던 사람들은 떠나지 못했다. 총동원령이 떨어져 서쪽에 있는 북경의 허름한 외곽 성으로 사람들이 몰려가게 되었다.

“주변의 모든 집을 허물어서라도 빨리 방어벽을 만듭시다.”

“그럽시다.”

북경의 주민들이 총 동원되어 빠르게 기마병이 돌진하기 어렵게 차단막을 설치했다. 일부는 나무로 만들고 한쪽에서는 집을 허물어서 생긴 벽돌로 새로 성을 쌓고 있었다.

속속 동쪽에 있던 군사들이 서쪽으로 이동해 오자 서쪽 방어선은 점차 구축되고 있었다.

한편 거용관을 쉽게 점령한 알탄 칸은 화포들을 챙겨서 이동하기 때문에 지체하게 되었다.

“칸, 기마병으로 돌진하죠.”

“아니야. 후퇴해서 뒤에서 매복하고 있을 것이니 천천히 공격해.”

“넷!”

거용관에서 북경으로 가는 길은 매복하지 좋은 협곡이 많았다. 그러니 거용관을 함락했다고 함부로 북경으로 진군하기는 곤란했다. 또한 명나라는 많은 화포를 가지고 있으니 화포를 가지고 진군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태대포 전차를 가져가서 명나라에서 급조해서 만드는 방어벽을 공격해볼 욕심이 있어 북경으로 진격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알탄 칸은 너무 쉽게 거용관을 차지하자 흥분도 되지만 북경으로 진군은 미루고 있었다. 북쪽에서 필요한 군사들이 더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 수로 북경을 함락시켜도 그 후로 지킬 군사력은 없어.’

약탈만 목적이라면 진군해도 상관이 없지만 완전히 점렬하려면 군대가 더 필요한 것이다. 이런 알탄 칸의 야심 때문에 명나라는 그마나 방어벽을 만들 시간을 벌고 있었다.

거용관에 거점을 잡은 알탄 칸도 군사의 수가 늘어났지만 명나라의 경우도 점차 군사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모조리 대진국의 정보원들이 포착하고 빠르게 본국으로 연락했다.

드디어 대륙의 중심인 북경이 위기에 처하는 난세에 돌입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대진국의 황궁은 평온하기만 했다.

중궁의 근정전 집무실에서 자순 태감과 같이 역사서를 살피는 중. 최복동 국가정보원장, 이황 국무총리, 이지함 국방장관이 급하게 찾아왔다.

이황은 명나라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보고했다.

“폐하! 알탄 칸이 드디어 거용관을 함락했사옵니다.”

“그래요? 태대포 전차가 위력을 제대로 보인 모양이군요. 북경으로는 진군하지 않았나요?”

이런 물음에 최복동이 즉시 답했다.

“폐하, 알탄 칸은 거용관에서 주둔하며 계속 군사를 늘리고 있는 중입니다.”

“거용관이 합락되자 몽골의 다른 소부족도 모조리 합류하는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모두 놀란 표정들이지만 최인범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응수했다. 몽골에서 북경으로 침공을 해서 함락을 하든 안하던 별로 관심이 없다는 표정이다.

이황은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폐하, 이번 기회에 요서를 병합하시는 것은 어떠한지요.”

“아닙니다. 아직은 요서로 진출할 때가 아닙니다. 거용관이 무너졌다고 해서 북경을 알탄 칸이 함락시키지는 못합니다.”

최인범은 아무리 명나라가 힘이 약해도 알탄 칸이 지닌 무력으로는 북경을 함락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명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으니 요서로 진출하기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요서로 진출하면 바로 알탄 칸과 접경을 이루니 그게 문제라고 판단했다. 난세의 외교란 수시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명나라와 알탄 칸이 밀약이라도 한다면 요서를 점령해 봤던들 지키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무총리, 기회는 분명하지만 조양을 함락하면 몽골과 바로 접하게 되어 너무 전선이 길어집니다. 그러니 일단 우리는 관망만 하도록 합시다.”

“넷!”

최인범은 이미 영토에 대한 결심이 확실하게 서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해도 서진을 원치 않았다. 이제 겨우 나라가 조금 안정을 찾아가는 중인데 굳이 무리하게 군사를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국방장관, 구형 화포나 화차는 모두 회수했나?”

“넷! 회수해서 지금 대련항구에 모두 비축해 놓은 사태입니다.”

구형무기를 대련에 모두 모아둔 이유는 제태국, 알탄 칸에게 팔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대포 전차가 위력을 발휘해 거용관이 쉽게 무너졌으니 지금 당장은 명나라가 약세로 돌아섰다.

“외무장관을 보내 명나라와 협상을 벌이는 것이 좋겠군.”

“폐하, 협상이라면?”

“명나라가 위기라니 구형 무기를 이번 기회에 모조리 팔아 버립시다.”

“예, 무기를 명나라에 팔아요?”

“그렇소. 구형 무기를 처리할 좋은 기회지 않소?”

구형 화포나 화차는 모두 조선에서 만들어 봉황성으로 보내거나 전에 해군을 양성할 때 처음으로 장착했던 무기들이다. 최인범은 위기에 처한 명나라에게 무기를 팔아먹을 생각이다. 구형인 화포를 다시 녹여서 신형으로 제작하는 것보다 차라리 위기에 처한 북경으로 무기를 파는 것이 더 이득이 많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알탄 칸이 너무 세력이 커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리고 북경의 명나라가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도 원치 않았다. 지금 북경이 알탄 칸에게 무너지면 알탄 칸의 세력이 너무 커진다고 판단했다.

“과거 원나라 수도이던 북경을 알탄 칸이 함락하게 되면 사분오열로 분열된 몽골이 하나로 뭉칠 명분이 생기니 그건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넷! 잘 알겠습니다.”

몽골과 접경을 이루는 지역이 너무 방대했다. 그러니 몽골이 명나라 보다 더 신경이 써지는 것이다. 말이 필요해 많은 무기를 몽골에 팔았지만 더 이상 세력이 커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공들여 키우고 있는 자마카도 알탄 칸의 수하로 다시 기어 들어가면 곤란해.’

그리되면 말 때문에 넘겨준 화포들이 대진국을 공격하는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최인범은 이번 기회에 위기에 처한 명나라를 도와줌으로 실질적인 이득을 챙길 요량이다.

전쟁도 사실 크게 보면 다 먹고 살자고 벌이는 통치행위다. 이웃한 나라가 전쟁으로 돌입하면 기회에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그 전쟁이 아군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확산되면 문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아주 좋은 먹거리가 많은 호경기에 해당된다.

최인범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중에 외무장관인 서계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폐하, 제태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 기회에 북경을 같이 함락하는 것은 어떠냐고요.”

“제태국의 왕이 욕심이 과하군요.”

이런 응수에 서계는 침묵했다. 간단한 답이지만 태왕께서 북경으로 진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하긴 우리가 지금 북경으로 간다고 하면 알탄 칸만 좋아지지.’

대진국에서 군사를 움직여 천진이나 산해관으로 가면 협공을 당한 북경에서는 바로 천도를 할 수도 있다. 그리되면 북경은 자연히 알탄 칸의 수중에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원나라 수도이던 북경을 알탄 칸은 대진국에게 내줄 리가 만무하니 결국 대진국과 몽골이 전쟁을 벌여야 한다.

‘별로 이득이 없는 싸움이 될 수 있어.’

이렇게 판단하는 중에 최인범은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외무장관, 우리 대진국은 이번에 일어난 알탄 칸의 거용관 함락 사건에서 명나라를 돕기로 결정했어요. 외부장관은 빨리 대련으로 가서 명나라와 접촉해 협상을 해보세요. 우리가 명나라에게 구형무기와 군수품을 팔겠다면 쉽게 협상이 될 겁니다.”

“넷!”

“무기는 되도록 말이나 소를 받고 팔도록 하세요.”

“알겠사옵니다.”

거용관에서 화포의 위력에 놀란 명나라니 기마병 보다는 포병을 중시할 것이니 기마병에게 필요한 말을 버리고 화포를 선택할 수 있었다.

영토는 넓고 새로운 산업인 역마차를 운행하고 많은 부분을 축력을 이용한다. 이번 기회에 명나라에서도 말이나 소를 들여올 요량이다.

“명나라에서 군마를 주지 못한다고 하면 당장 군마로 사용할 수 없는 망아지나 또는 소나 송아지라도 대량으로 가져오도록 하세요.”

“잘 알겠사옵니다.”

대답이야 하지만 서계는 참으로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변덕도 아니고 너무 갑작스럽게 변하니 대처하기 어렵군.’

태왕께서는 얼마 전에 포병장교까지 알탄 칸에게 보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더니 이번에는 돌변해 명나라에 무기를 k는 방법으로 돕겠다니 다소 황당하기는 했다. 그러나 서계는 이미 태왕의 외교 방침을 잘 알기 때문에 서둘러 집무실을 떠나고 있었다.

최인범은 이지함에게 명령을 내렸다.

“국방장관 제 3함대 사령관에게 명령해서 제 3함대는 전 함정을 동원해 산동반도 전역에 대해 초계활동을 강화하라고 하시오. 그리고 위해도의 육군도 약간 서진해서 주둔하시오.”

“넷!”

제태국이 북경의 명나라나 또는 알탄 칸과 밀약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래서 위해도의 육군과 해군을 동원해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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