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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85화 (385/519)

385화

대진국이 새로운 정치체제로 개국을 만천하로 널리 알리고 동시에 새로운 제도들을 시행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마차 제도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역마차는 도심의 외곽에 역을 만들었다. 외곽에 만드는 이유는 역에서 필요한 말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역이 외곽에 있으니 조금 불편하군.”

“참으로 호강에 겨워서 하는 말이군. 이 사람아 역이야 외곽에 있지만 도시 중심에 있는 승강장에서 타거나 내릴 수도 있잖아.”

“아, 그런 곳도 있나?”

“도대체 자네는 무엇을 하느라 세상이 변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사나?”

“나야 요즈음 집에서 온실을 만들어 채소를 재배하느라 바빠서 그렇지.”

온실은 큰 창문을 만들어 창호지를 이용해 막고 햇빛이 잘 들어오게 해 온실 안에 난로를 피워서 농사를 짓는 방법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새로운 농법이다.

“그런가? 하긴 온실에서 채소를 가꾸려면 손이 너무 많이 가니 자네가 바쁘긴 하겠군. 그래 채소를 길러 돈을 벌기는 하겠는가?”

“아직은 잘 모르지. 자네가 말한 승강장이나 역에 있는 식당에 납품하기로 약속했으니 그런대로 투자비용과 인건비는 건질 것 같아.”

이렇게 말하자 친구는 충고를 해주었다.

“자네 크게 사업을 할 생각이면 군납을 생각해 보게. 군에서는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납품받아서 사용하니 대량으로 팔수 있을 거야.”

“에이, 나는 그것은 싫어. 아들이 중령으로 있어서 어째 돈을 남기고 파는 것이 조금 거북해.”

“순진하긴. 나 같으면 아들에게 납품해달라고 부탁하겠구먼.”

이런 말에 채소를 기르는 농부는 기겁해서 응수했다.

“무슨 소리야. 그러다가 잘나가는 아들을 영창으로 보내게 왜 그런 짓을 하나? 나야 본시 농사꾼이지만 아들이야 나중에 장군이 되어야지. 왜 돈 몇 푼 때문에 자식의 앞길을 막아.”

이런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역으로 가고 있었다. 이윽고 역에 도착하자 10명이 타는 4두 마차가 도착했다. 농부는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역에서 운영하는 마차는 모두 4두마차로 약간의 짐만 지니고 탈 수 있는 구조다. 더 많은 짐을 실을 경우에는 별도로 화물마차를 이용해야 한다.

대진국은 전 국민을 동원해 도로 확장 공사를 시작해 도시간의 도로를 연결시켰다. 그 때문에 일부는 공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불평했지만 작은 개울에는 어김없이 다리가 놓이게 되었다.

도시 사이를 역마차를 이용해 승객들을 나르도록 했다. 역 주변에는 어김없이 숙박시설인 여관이 들어서 있고 식당도 생겼다.

새로운 제도라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차츰 이용하면 좋다고 느끼게 되자 승객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새로운 운송 사업이 생긴 것이다.

여전히 농경 사회라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이런 역마차를 운행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체신청에서 운영하는 우편제도 때문이다.

처음으로 시작한 지역은 단동과 봉황성 구간이다. 그런대로 자리를 잡혀 간다고 판단하던 최인범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비서관인 장거정이 편전으로 찾아와 보고했다.

“폐하, 아이를 잃은 여인이 탄원서를 제출해 접수되었습니다.”

“어디 가져와 봐!”

보통은 모든 업무를 국무총리에게 국정을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탄원서는 비서관들이 검토해 해당 부처로 보내거나 태왕께 직접 보여주고 있었다.

조선의 경우처럼 정쟁의 도구인 상소 형식은 용납하지 않았다. 대진국의 형법이나 민법의 불합리한 점으로 억울하다고 탄원하는 내용은 직접 검토하는 제도다. 탄원서는 새로 시작된 역마차가 길에서 노는 아이를 치여서 사망했고 역이나 관아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니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이다.

“흠! 뭔가 문제가 있군. 비서관 관련법령이 어디 있나?”

두툼한 법령집에 책갈피를 끼어 넣어 놓아 찾기 쉽게 해서 가져와 넘겨주었다. 도로교통법의 내용을 살펴보니 법으로는 아이를 길이서 함부로 놀게 한 부모의 잘못이라고 적혀 있었다.

최인범은 법령집을 덮어 놓고 나서 장거정에게 물었다.

“자네 생각에는 뭐가 잘못됐다고 판단되나?”

“폐하, 소신이 판단하기에는 도로교통법이 잘못 만들어졌다고 보이옵니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하는 대진국에서 이런 불합리한 법령이 있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래서 자네 생각에는 어찌 처리해야 된다고 보나?”

“소신의 생각에는 법이 이렇다고 해도 관에서 최소한 장례비는 물어줘야 하고 약간의 보상 정도는 해줘야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약간이라면?”

“말 2필 정도는 보상해줘야 하옵니다.”

“오라, 전에 통용되던 노비 가격을 기준했군.”

“그렇사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장거정이라지만 그의 사고력은 이런 정도에서 멈추고 말았다. 최인범은 이런 장거정의 응수에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비서관, 도로교통법이 잘못 되었으니 법을 만든 짐도 책임이 있다고 보니 황실에서 말 10필에 해당하는 금액을 어미에게 보내주고 역장과 도시의 기관장도 어미를 찾아가 사과하도록 지시해.”

“넷!”

먼저 이렇게 조치하고 최인범은 새로 도로교통법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도시 내에서는 역마차는 무조건 속도를 늦춰야 하고 도시의 경우 모두 인도와 차도를 구분해 놓도록 했다.

또한 마차 길에 아이를 놀게 하는 부모는 경찰에서 단속해 벌금형을 물리도록 조치를 내렸다. 또한 사고를 낸 마부는 강제 노역형을 받는 형법도 만들도록 했다.

“비서관, 거두는 벌금은 모두 사고가 났을 경우에 지불할 보상기금으로 사용하도록 해. 그리고 역에서는 일정 금액을 사고보상기금에 넣도록 하고 사고가 나면 조사해서 보상해주도록 해.”

“넷!”

당연히 그것을 전담하는 부서가 생기게 되었다. 현대적인 보험제도와 비슷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 이런 결정이 나자 새로 도로교통법이 만들어졌다.

역에서는 마차가 달리면 ‘딸랑! 딸랑!’ 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종을 다는 등의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했다. 아이들이 길에서 놀면 벌금을 물리게 되자 자연히 탁아소시설이 등장했다.

새로운 제도가 생기면 그에 따른 법령도 다시 보강해야 하고 또한 관련된 사업들도 생겼다. 우편제도로 종이의 수요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물론 그 때문에 제지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국민들이 스스로 한글을 익히려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몽골을 통해 무려 30만 필의 말이 들어오자 빠른 속도로 역마차와 우편제도는 정착되었다. 아직도 오지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정착하려면 멀었다. 하지만 요동의 중심인 심양과 봉황성 그리고 대련까지는 모두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해군 증강에 관심이 많은 최인범은 강사상 비서관에게 물었다.

“해군 증강에 대한 보고서는 왔나?”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소신이 독촉해 보겠습니다.”

잠시 뒤에 국방부를 다녀온 강사상 비서관이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이미 제 4함대까지 모두 60척의 함선들을 해군에게 인도하고 계속해서 함정을 건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폐하, 함정들은 건조가 끝났지만 일부 함정에는 아직 무기가 장착되지 않았사옵니다.”

“언제 무기는 보낸다고 하던가?”

“육군에서 너무 급하다고 해서 해군은 올 여름은 되어야 된다고 하옵니다. 해군의 교육은 이미 끝냈다고 하옵니다.”

“그렇다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4개 함대는 여름이면 완전히 정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워낙 많은 군대에 무기를 보내려다 보니 해군 증강의 일정에는 약간의 차질이 생기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함부로 군대를 움직일 때가 아니라 급하지는 않았다.

최인범이 신경을 쓰는 곳은 조선이다. 과연 조선에서는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가 너무 궁금했다. 완전히 백기를 들고 투항할지 어떤 거북스러운 조건을 내걸지 모른다.

‘조선이 제일 처리하기 곤란한 상대로군.’

전에 자순태감이 조선을 버리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최인범은 자순 태감을 불러 뭔가 대책이 있는지 들어 볼 생각이다. 그러면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해법을 찾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강 비서관, 자순 태감을 불러.”

“넷!”

잠시 뒤에 자순 태감이 오자 최인범은 슬며시 교태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네 여자와 작심하고 교대로 정사를 벌였지만 의외로 아무도 임신한 경우가 없었다. 전에는 자식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이제는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자순, 자네 생각에 만약 내가 자식을 낳지 못하면 누굴 후계자로 삼아야 된다고 판단하나?”

“옛! 폐하! 그것이 걱정되시옵니까?”

“전에는 그렇지 않더니 요즈음은 조금 신경이 써지는군. 이러다 나도 미친 가정제를 닮아갈까 걱정이 되는군. 왜 욕하면서 닮는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응수하자 자순은 빙그레 웃으면서 답해 주었다.

“폐하, 자손 걱정은 안 해도 되옵니다. 국방장관의 말에 의하면 폐하께서는 아주 다복하게 자손을 많이 볼 사주를 타도 났다고 하옵니다.”

“허! 그래. 국방장관은 업무는 안하고 그런 이상한 연구만 하나?”

그러자 자순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폐하, 보건부의 연구진이 검토한 바로는 폐하는 너무 왕성하게 정자가 활동하니 자손을 보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옵니다.”

“뭐라? 그들이 그것을 어찌 알아?”

자순은 아주 조심스럽게 속삭이듯이 답해 주었다.

“폐하, 상공부에서 이번에 현미경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으로 보면 아주 작은 물체도 크게 볼 수 있사옵니다. 아무튼 대단한 발명품입니다.”

“뭐라? 현미경을 만들어?”

“넷!”

물론 자신이 그림이야 그려 놓은 물건이지만 그것을 벌써 만들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순과 같이 황궁에서 나와 현미경이 있다는 보건부의 연구소로 가게 되었다.

“어딘가?”

연구원들이 있는 연구사무소로 가도 현미경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연구소장이 그에게 현미경이라고 보여준 기구는 기가 막힌 크기다.

‘헉! 크기가 대형 천체 망원경 수준이야.’

그래도 성능은 아주 우수해 작은 세포까지 볼 수 있었다. 만든 사람은 무식하게 커서 몽골로 팔아먹은 태대포 전차를 만든 명나라 출신인 기술자다.

‘아이고, 저 놈이 만든 발명품은 성능이야 좋지만 어째 꼭 사용하기 불편한 초대형만 좋아하는 거야.’

기도 안차는 일이지만 기술자를 기죽일 수는 없어 조용히 물었다.

“자네, 본래 집이 어딘가?”

“거용관입니다.”

아무튼 사람이란 보면서 자란 그대로 산다고 했다. 거대한 만리장성 관문인 거용관을 보며 자라다 보니 아마도 작은 물건보다는 큰 물건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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