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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80화 (380/519)

380화

장강 북쪽에 위치한 강소성의 여동현 해안에 수많은 왜구의 배들이 나타났다. 바닷가에 있던 어민들은 배들이 나타나자 급하게 그물을 집어 던지고 내륙 쪽으로 달아났다.

“왜구다!”

후다다닥.

산동 반도의 남쪽에 왜구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식을 접해 어민들은 항상 조심하고 있었다.

둥둥둥! 둥둥둥!

바닷가의 어민들은 비록 바다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작은 조각배의 의지해 해변에서 그물질로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바닷가의 높은 곳에 그들은 커다란 북을 달아 놓고 항상 말을 탄 청년이 바다를 지키도록 했다.

왜구가 보이면 북을 울리는 동시에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로 신호를 보내게 된다. 갑자기 수많은 왜구들이 출몰하자 대북이 크게 울리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하얀 연기가 올랐다.

“왜구다!”

“왜구야!”

어민들은 재빠르게 내륙 깊숙한 곳으로 도망쳤다. 전에 왜구들에게 여러 차례 공격을 당해 봐서 경보 조직은 아주 잘 가동되었다.

더구나 어민들은 왜구가 나타나면 몸을 피하기 어려운 노약자나 부녀자 그리고 아이들은 이미 내륙 깊은 곳에서 지내게 했다. 그래서 젊은 청년들만 움직여 근해에서만 소소하게 해산물을 잡고 있었다.

빠른 경고 때문에 노무라가 이끄는 왜구들이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에는 작은 조각배들만 보이지 사람이나 뭐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영주님, 어쩌죠?”

“우리는 군사도 많으니 안으로 쳐들어가야지.”

“영주님, 너무 깊은 곳으로 가시면 위험합니다.”

“아니야. 이곳은 군사들이 거의 없는 지역이야.”

이들이 이런 정보를 아는 것은 명나라 출신으로 이제는 왜구로 변한 패거리들 때문이다. 1만명의 왜구들 중에 절반은 명나라 출신이었다.

여러 가지 사연을 지닌 그들이다. 때로는 강제로 납치된 무리도 있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 다니다가 왜구에 합류한 무리들이 많았다.

결국 노무라 무리는 200척이나 되는 해적선을 좁은 포구에 접안시키고 내륙 깊숙하게 들어가게 되었다. 혹시 배를 탈취당할 위험성이 있었다. 그 때문에 포구에서 넓게 분산해서 점차 내륙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르르. 와글와글.

해안에는 2천명만 남아서 배를 지키기로 했다. 모두 명나라 어부출신이나 또는 왜 출신들로 약간 부상을 당한 사람들만 남긴 것이다.

한참을 달려가도 사람들이나 마을이 보이지 않았다. 노무라 무리는 해안에서 접점 멀어져 깊숙하게 들어가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해안에서 30리 정도 떨어진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영주님, 저기가 바로 제가 전에 말한 여동현입니다. 그런대로 부유한 현입니다.”

“지키는 군사의 수는?”

“1000명이 있었으나 혹시 많아도 1500명 정도입니다. 천호소가 설치된 곳이니 그 정도일 겁니다.”

천호소는 줄여서 흔히 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각 성의 군사조직인 위지휘사사 밑에서 정천호가 수장으로 약 1200 여명 정도의 병사를 지휘한다.

“여기에는 천호소만 있다는 거지?”

“넷!”

그런 정도의 병사들이 주둔하는 천호소 정도라면 충분히 자신들의 무력으로 여동현을 점령해 약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혹시 다른 지원군이 몰려올지 몰라 부대를 둘로 나누어 양쪽에서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빠르게 약탈하고 돌아가자.”

“넷!”

두 개 부대로 나눈 왜구들은 일시에 함성을 지르며 여동현으로 난입했다. 설마하니 이곳까지 왜구들이 들어올 줄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여동현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돌격! 저항하면 모조리 죽여!”

“포로는 필요 없이 재물만 획득해.”

포로가 필요 없는 이유는 그들을 잡아 봐야 어디로 팔아먹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전에는 뒤를 봐주는 현풍 사략선이 있었으니 넘기고 보급품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길이 사라졌으니 포로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이제부터는 현지에서 보급품을 조달해야 된다. 그 때문에 식량이나 가축 그리고 비싼 재물들만 챙기기로 했다.

“와! 와!”

수많은 왜구들이 난입해서 장검으로 사람들을 마구 죽이자 천호소의 병사들도 사력을 다해 저항했다. 그러나 워낙 군사의 수에서 딸리자 천호소의 군사들은 서서히 무너지고 말았다.

“후퇴!”

말을 탄 지휘관인 정천호가 크게 외쳤다. 겨우 살아남은 병사들은 정천호 뒤를 따라 빠르게 도망치고 말았다.

저항하는 군사가 전혀 없는 여동현은 이내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왜구들은 민가나 현청으로 뛰어들어 사람을 마구 죽이거나 재물을 약탈했다.

“으아악!”

“아악!”

왜구들은 대부분 초옥인 민가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왜구들은 민가로 난입해 부녀자를 겁탈하며 죽이기도 하는 끔찍한 난행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었다.

한편 왜구들과 결별한 현난풍은 바람에 너무 약하자 해녀들에게 다부지게 명령했다.

“모두 노를 저어!”

“넷!”

제주도 출신 해녀들은 다들 노군이 되어 노래를 부르면 힘차게 노를 저었다.

둥둥!

“이어도 사나!”

둥둥!

“이어도 사나!”

해녀들은 바다로 나간 남편들이 돌아오지 않은 과부들이다. 다들 전설의 섬으로 알려진 이어도 노래를 부르며 남쪽으로 향했다. 구성지고 애잔하며 이상향을 그리는 희망인 담긴 노래 소리다.

이윽고 바람이 조금 거세지자 해녀들은 다들 편하게 쉬면서 제주도로 돌아가서 할 일들에 대해 말했다.

“나는 아들놈들에게 쌀을 가져다주고 다시 배를 탈거야.”

“나도. 딸년에게 색동옷이나 한번 해주고 다시 배를 타야지.”

제주도는 전보다 살기가 좋아졌다. 하지만 남편 없이 여자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 물질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든 해녀들은 현난풍이 자식들은 잘 먹이고 잘 살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사략선에 합류했다.

사략선에 합류한 해녀들은 가끔 무인도로 가서 물질을 하지만 대부분 화포의 포수로 훈련을 받았다. 남자가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화포의 포수 역할 정도를 거친 바다와 싸워오면서 살던 해녀들이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이윽고 대정항구에 도착하자 부두에는 많은 어린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

“잘 지냈어?”

“예, 여기로 오니 배가 터지도록 쌀밥만 먹고 살았어요.”

“그래.”

떠날 때는 못 먹어서 까칠해 보이던 자식들이 다들 오동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옷도 깨끗하게 입은 모습에 해녀들은 그간의 고생이 모두 사라졌다. 자식들이 잘되면 자신들이야 고생해도 상관없었다.

현난풍은 약속한 그대로 대정현으로 모아온 아이들을 집단으로 지내게 하며 풍족하게 먹여주고 입혀 주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사략선을 타겠다는 지원하는 해녀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현난풍은 해녀들에게 확실하게 말했다.

“바다로 나가 전투도 벌여야하니 신중하게 생각해요.”

“알죠. 어차피 바다로 나가서 물질하는 위험이나 싸우다 죽나 그게 그거죠.”

바다 속으로 들어가 물질하는 생활은 보통 힘든 직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런 직업으로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기는 힘이 들자 많은 해녀들이 사략선에 합류했다.

8척의 사략함에 모두 400명이나 되는 해녀들이 합류했다. 한척에 50명씩 분산시켜 배치했다. 이렇게 되자 갑판에 돌아다니고 보이는 것은 여자들뿐이다.

현난품의 해녀들의 우두머리를 사략선들의 부함장으로 임명했다. 이런 현상을 보던 사람들이 다들 놀랐다.

‘완전히 여자들이 배를 장악해 버렸어.’

현난풍은 이렇게 3할이나 여자들로 사략선을 구성하고 나자 마침 목포에서 소금을 운반해 온 흑풍 사략선단장인 대마불을 만나게 되었다.

“현 제독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폐하께서 화포를 넘기고 앞으로 한번만 임무를 완수하면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아, 그런 지시가 내려 왔어요?”

“네, 정보원장님께서 연락했으니 확실합니다. 그러니 현 제독님의 사략선들도 이번에는 무기를 정상적으로 인수해서 장착하고 떠나세요. 망원경과 해도 그리고 화차와 천자지통도 인수하세요. 해도나 망원경은 8개뿐이니 잘 사용하세요. 특히 그 두 가지는 대진국에서도 기밀로 취급하는 무기니 잘 관리하세요.”

“망원경과 해도 화차까지 모조리 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필요한 화약이나 무기 보급은 여기 대정항이나 주산군도의 보타도 항구에서 흑풍 사략선단으로부터 받으시면 됩니다. 물론 앞으로는 외상은 절대로 없습니다. 저도 앞으로는 대진국의 해군에게 재물을 정상적으로 넘기고 사와야 합니다.”

“알았소.”

“마지막 임무는 토사구팽입니다.”

현난풍은 그간 모아 두었던 해산물이나 모든 재물을 털어주고 화포를 정상적으로 채웠다. 굳이 계산한다면 지불할 재물이 약간 모자라지만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는 것으로 정산되는 형식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인건비를 주고 남자 노군들을 채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8척의 사략선은 정상적인 무장력이나 기동력을 갖추고 나서 다소 급하게 명나라의 동해안으로 오게 되었다.

‘잘 됐어. 마지막 임무가 딱 내 마음에 드는군.’

자신과 헤어진다고 선언하며 또 다음에 만나면 해를 가할 듯이 노려보던 노무라의 건방진 얼굴을 떠올랐다.

태왕 폐하께서 지시한 명령과 자신의 생각이 닥 들어맞자 신이 났다.

‘호! 호! 토사구팽이라니.’

현풍 사략선단은 제주도의 대정항에서 소금을 실었다. 이제 그냥 다니면 안 되니 항상 무역도 같이 해야 한다. 소금을 살 재력이 없으니 이번에는 그저 보타도까지 운반해 주고 운임만 받게 된다.

‘앞으로 재물을 모아야 물건을 사서 직접 나르지.’

8척이나 되는 사략선이라 딸린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재물을 많이 모아야 된다.

드디어 보타도에 도착해 소금을 넘겨주고 보급을 받았다. 마지막 임무를 위해 장강 하구부터 해안선을 따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서히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현난풍은 새로 지급받은 망원경을 가지고 해안지역을 자세하게 살폈다. 노무라가 이끄는 왜구들을 찾은 것이다.

그러다 드디어 작은 포구에 200척의 크고 작은 배들이 보이자 현난풍은 매섭게 지지했다.

“전 함대 일자형으로!”

둥둥! 두둥! 둥둥! 두둥!

대북에서 크게 소리가 나고 깃발이 오르자 8척의 사략선은 포구를 향해 일자대형으로 넓게 퍼졌다. 진용이 갖추어지자 현난풍은 싸늘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적선을 향해 사격!”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다시 깃발을 울리고 대북이 울리자 사략선에 장착된 화포들이 매섭게 불을 품었다.

쾅! 콰광! 쾅!

요란한 포격 소리와 함께 무수한 포탄에 왜인들이 타고 왔던 200척의 배들로 날아갔다. 작은 포구에 빼곡하게 정박하고 있는 배들은 빠르게 부서졌다. 왜구들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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