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화
한편 멀리 북쪽의 대흥도 대흥 시에서는 자마카와 금일여 사이에 특별한 교역이 있었다. 대흥안령산맥과 접한 대흥시는 한때는 백성(白城)이라고 불리던 지역이다.
태대포전차라고 불리는 초대형 화포가 장착된 전차 18대를 몽골에 인계하고 있었다. 태대포 구경은 500밀리미터에 달하고 포신의 길이는 8미터나 된다. 더구나 철갑으로 위를 거북등처럼 감싸는 형태라 전차의 크기는 가로 3미터 세로가 15미터나 되는 거대한 구조물처럼 보였다.
제 6군단장인 금일여 중장은 자마카에게 태대포전차를 보여주며 장담했다.
“이 화포를 사용하면 만리장성은 한방에 무너질 거요.”
“정말입니까?”
만리장성도 한방에 무너진다고 장담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마카가 눈이 동그래져서 거대한 화포를 살피자 금일여는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렇소. 여기에 무쇠로 만든 철탄을 장착하면 한방이면 만리장성에서 조금 두텁지 않은 성벽은 반드시 무너지니 가지고 가시오. 다만 단점은 너무 무거워 이동하기가 힘들고 또한 한번 사용하면 태대포 전차는 파괴돼 버려 더 이상 쓸 수가 없소.”
“한 번만 사용한다면 쓸모가 별로 없는 무기로군요.”
“그렇지는 않소. 한 번에 부서지지는 않고 2-3발을 발사할 정도는 됩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성벽이 무너지겠군요.”
“그렇소. 본시 이것으로 산해관의 성벽을 파괴하려고 개발한 공성무기요. 우리 대진국은 산해관 안쪽 지역으로 상륙할 해군이 많이 있고 또 이동하려면 늪지대인 요택을 반드시 지나야 되니 사용하기 거북한 무기라고 판정이 났소. 위력이야 믿을 만한 무기요.”
듣고 보니 필요없는 무기를 판매하려는 것 같아 의문을 표했다.
“우리도 초원지대에 성곽이 없는데 별로 쓸모가 없지 않나요?”
“그렇지 않소 그대들의 알탄 간이 항상 노리는 북경의 북쪽 관문인 거용관은 초지로 연결되고 개활지가 많은 초원을 이동하니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오.”
“그렇군요.”
“태대포전차를 움직이려면 소가 50두가 있어야 조금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니 그대들은 충분히 운반해 거용관은 무너트릴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은 가축이 동원되어야 이동할 수 있는 초대형 화포라 기동성을 중시하는 최인범은 결국 몽골의 알탄 칸에게 팔아넘기기로 했다. 더구나 한번 사용하면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다는 특징이 있으니 넘기기로 했다.
대진국은 모두 방어시설이 산성 형태라 몽골에 태대포 전차를 넘겨도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
몽골의 알탄 칸은 그동안 수많은 군사를 데리고 거용관으로 달려들어 봤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명나라의 화포나 또는 웅성 형태의 튼튼한 성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소. 성문이나 성벽을 파괴하는 충차로 생각하면 될 것이오.”
“그렇군요.”
자마카가 보기에도 18대나 되는 이런 위력적인 공성무기가 있다면 알탄 칸이 충분히 만리장성의 관문인 거용관을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과 달리 몽골도 화포를 지니게 됐다. 그런 화포까지 동원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공성전을 전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좋습니다. 그럼 저희가 사가지요.”
“태대포 전차를 사용하고 파게 되더라도 포신은 그대로 남게 될 것이요. 전투가 끝나면 포신으로 철탑을 세우면 될 겁니다.”
몽골은 라마교를 숭상하기 때문에 높은 철탑을 건설하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니 전투가 끝나면 대포로 사용 못 하는 포신은 다시 회수해 연결하면 거대한 철탑이 세울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러자 자마카도 이해하고 얼굴이 환해져서 답했다.
“아하, 무기로는 사용하지 못해도 그런 활용 방법이 있군요.”
“그대들이 믿는 종교에는 철탑을 높이 세우기를 좋아하니 그쪽으로 활용하면 될 거요.”
“알겠습니다.”
결국 자마카는 일회용 공성무기인 태대포 전차 18대를 인수해 대흥안령산맥을 넘어가게 되었다. 무겁고 큰 전차를 이동시키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대흥안령산맥에 넓은 도로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금일여는 태왕의 명령대로 태대포 전차를 몽골에게 팔게 되자 조금 후하게 선심을 썼다.
“몽골에서 앞으로 화포를 사용하려면 포병이 있어야 하니 우리가 20명의 포수를 교관으로 보내 주겠소.”
“그렇게까지 해준다면 우리야 환영이죠.”
그렇지 않아도 화포를 인수해 사용하려다 보니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거의 백지인 상태라 포수들이 파견되어 교육을 시켜준다면 지금보다는 빠르게 포병을 양성할 수 있으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알탄 칸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 힘을 기를 생각인 자마카 족장은 다른 부족들의 말을 모아서 가져와 금일여에게 넘겨주었다. 무려 10만 필의 말을 넘겨주게 되어 많은 화포를 인수하게 되었다.
자마카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앞으로도 말이 더 필요합니까?”
“그렇습니다. 말을 여기로 가지고 오면 모조리 사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5만필을 가지고 오죠.”
“좋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무기는 보낼 수 없어요. 우리가 보유한 무기도 한정되어 있어서.”
“알겠습니다.”
몽골에서 말은 너무 흔한 가축이다. 그래서 자마카는 이제부터는 화포 대신에 비단이나 또는 도자기 그리고 황 면포, 세포들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말이나 또는 대진국에서 필요한 가죽제품과 모포를 가져와 거래하기로 했다.
자마카가 태대포 전차를 힘들게 운반해 몽골로 떠나는 것을 바라보던 금일여는 빠르게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이곳에는 망아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심양으로 보내도록 해.”
“넷!”
자마카가 인계한 말은 총 20만 필로 그중에 5만필은 망아지다. 그래서 금일여는 망아지의 경우는 이곳에 건설된 대규모 목장에서 사육하기로 했다.
이곳은 너무 오지다 보니 다른 곳에서 병력을 지원 받기 힘들다. 그러니 대흥안령산맥에 신성을 만들어 확실한 차단막을 형성해야 한다.
말이야 그저 놔두어도 스스로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니 완전히 방목하고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했다. 그리고 1만명의 18사단 병사들은 모두 산성 축조에 매달리고 있었다.
“이거 추운 겨울에 꼭 성을 쌓아야하나?”
“이 사람아. 겨울에 돌을 나르는 것이 더 쉽잖아.”
겨울에 성곽을 쌓은 공사를 하게 된 이유는 산성 터의 중심에는 큰 바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바위산에서 화약을 이용해 돌을 잘라서 눈을 이용해 썰매로 큰 바위를 성곽을 축조하는 위치까지 나르기 때문에 겨울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
성곽 축조가 완성되면 제 18사단은 이곳 산성에서 주둔하게 된다. 이곳만 완전히 차단하면 몽골에서 함부로 침범할 수는 없었다. 다른 곳은 지형이 너무 험악해 소규모 부대가 넘어 올 수는 있지만 대규모 부대가 넘어 오기는 힘들다.
“화포를 가지고 오려면 반드시 이 길을 통과해야 돼.”
“결국 여기가 북방의 최전선이군요.”
금일여는 말이 충분히 들어오게 되자 태왕께서 사전에 지시한 그대로 하얼빈 지역(흑룡시)에도 제 8군단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야인여진족들이 주축인 기마 군단으로 모두 3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그들은 기마군단이란 특성으로 모두 기마병 1명에 말을 3필씩 보유하게 되니 소요될 말의 수가 무려 10만필에 육박하게 된다.
결국 대진국은 총 8개 군단이 만들어지고 그중에 7군단과 8군단의 경우 기마병으로 구성된 군단으로 확정된 것이다. 기마 군단의 수만 무려 6만명이나 되니 엄청난 군세다.
그러나 흑룡시에 생기는 8군단의 경우 외부로 발표하지 않았다. 태왕과 금일여 사이에서 은밀하게 추진되는 기마병의 양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일여는 앞으로도 말을 많이 길러야 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된다.
‘이 지역에서 최소한 20만두 이상의 직할 목장을 만들어야 해.’
대진국은 제일 북쪽에 엄청난 무력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흥안령산맥을 힘들게 통과해 거대한 태대포 전차를 자신의 근거지로 가져온 자마카 족장은 포병장교에게 물었다.
“태대포 전차를 알탄 칸에게 인계하기가 어렵겠군요. 눈이 내려서.”
“뭐가 어렵습니까? 지금 겨울이라 이동하기가 더 좋지요.”
“무슨 좋은 방법이 있어요?”
“예, 있습니다.”
포병 장교는 태대포전차를 아주 커다란 눈썰매를 만들게 해서 그곳에 올려놓게 했다. 그리고 말 100필이 끌고 가는 형태로 만들어 이동하게 했다.
본래는 조립식이라 사실 이동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이 될지도 모르는 몽골에 팔리게 되자 조립식인 구조는 다시 쇠를 녹여서 고정하는 방법으로 개조했다. 그래서 한발만 발사하면 파괴되던 전차를 3발까지는 쏠 수 있도록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넘긴 것이다.
몽골은 초원으로 이어져서 멀리 돌더라도 모든 곳이 통하니 겨울에 썰매를 만들어 이동시키는 방법이 더 좋았다. 그래도 가끔은 눈이 없는 곳도 있어 결국 태대포전차 한 대에 200필의 말에 매달려 운반했다. 18대의 태대포 전차는 마치 괴물 같은 형태로 초원을 통해 이동되었다.
초원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파오를 만들고 지내던 소부족들은 거대한 화포를 장착한 새로운 무기에 다들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큰 무기는 처음 보는군.”
“저게 태대포라고 하는 무기야.”
“소문에 만리장성도 한방이면 무너진다고 하던데.”
“설마.”
만리장성은 몽골인들에게는 사실 위력적으로 보이는 장성이다. 물론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면 대부분 힘없이 무너진 만리장성이지만 그런 큰 부대가 없는 지금으로는 대단한 위용을 보이는 것이다.
결국 멀리 북쪽을 통해 운반되어 다시 남쪽으로 이동된 태대포 전차는 알탄 칸에게 인계되었다. 거대한 철제 구조물을 보자 알탄 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마카에게 말했다.
“자네가 내 소원을 들어 주는군. 이런 대포를 가져오다니.”
“말은 5만필을 넘겨주고 사온 겁니다.”
“알았네. 그런 정도야 넘겨줘야지.”
자마카는 망아지 5만필을 넘겨주고 인수한 태대포 전차를 군마 5만필로 바꾸는 큰 거래를 성사시키게 되었다. 파견된 포병들은 알탄 칸에게 10명의 요원만 남아 교육하게 되었다. 나머지 10명은 돌아가서 자마카가 보유한 화포를 운용하기 위한 포술 훈련을 담당하게 된다.
자마카는 알탄 칸이 남하해 북경 쪽으로 진출하면 그 기회에 북쪽에서 세력을 키울 요량이다. 태왕은 몽골을 알탄 칸과 자마카로 나뉘도록 은근히 자마카에 힘을 실어주고 있은 것이다.
북서쪽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봉황성으로 돌아온 최인범은 국가정보원장과 만나 두 개의 사략선단에 대해 묻고 있었다.
“현풍 사략선은 이제 몇척이나 되나?”
“현풍은 현재 8척으로 늘고 흑풍은 16척으로 사략선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현풍은 여전히 홍도를 거점으로 움직이고 흑풍은 제주도의 대정항과 장강 입구인 보타도에서 활동하고요.”
“왜구는 얼마나 되고?”
“이제 왜구의 숫자는 1만명에 배가 200척이 넘습니다.”
“왜구가 너무 많군.”
“그렇습니다. 왜구들이 명나라 사람도 포함시키게 되자 쉽게 불어났사옵니다.”
이제 정상적으로 개국하는 입장이다. 명나라를 흔들기 위해 지원해 주던 왜구를 처치해 버릴 때가 되었다. 그래서 최인범은 정보원장에게 은밀하게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