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화
자금성의 교태전에서 어의로부터 진찰을 받던 왕미미 황후는 놀라운 말을 듣게 되었다. 자신의 배가 점점 불러오자 출산에 대해 조금씩 걱정되어 물었다. 그러자 어의가 진지하게 답했다.
“마마, 대진국에서 새로운 출산 방법이 발표되었사옵니다.”
“새로운 출산 방법이라니?”
“만약 산모나 태아가 정상적으로 분만하기 어려우면 배를 갈라서 아이를 꺼내고 산모나 태아를 모두 구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고 하옵니다.”
이런 말에 왕미미 기절하듯이 놀라고 말았다. 세상에 사람의 배를 갈라 태아를 꺼내도 두 다 살아날 수 있다니 전설 속에서 나오는 화타가 다시 나타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찌 그런 일이?”
“마마, 이미 소나 말을 가지고 여러 차례 시술해서 성공하고 드디어 사람을 상대로 해본 결과 성공을 여러 번이나 했다고 하옵니다.”
이런 말에 왕미미는 더욱 놀랐다. 그래서 급하게 물었다.
“멀쩡한 임산부의 배를 가르다니 그건 죄악이 아닌가?”
“마마,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아이가 가끔 거꾸로 나오기 때문에 산모가 죽은 경우도 있고 너무 아이가 커도 분만하기 어려워 할 수 없이 시술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임산부를 벌써 몇십 명을 시술해 이제는 아이를 낳다가 죽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옵니다.”
임산부가 되면 본시 초조해지고 평소와는 달리 예민해진다. 특히 황제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몸에 담고 있으니 상당히 불안해지고 있었다. 더구나 비정상적으로 관계를 맺은 처지라 그런지 뱃속의 아이가 혹시 기형이 아닐까하는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아편을 먹는 남자나 또는 여자의 경우 아이가 기형으로 나올 확률이 많다는 소리도 들어 더욱 불안했다. 자신이나 가정제 모두 아편을 복용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거리에서 접한 놈도 분명 아편장이다.
‘큰일이야. 아이가 잘못되면 내 꿈도 사라지지만 내 목숨도 위험해.’
잡생각이 많다가 보니 여러 가지를 고려해 어의에게 묻기로 했다. 아주 아둔한 머리는 아니라 중요한 질문을 했다.
“산부의 배를 가르면 분명 피가 많이 나올 것인데 그러면 산모가 죽지 않겠어?”
“마마, 문제는 수혈해서 해결한다고 하옵니다.”
“수혈이라면 남의 피를 산모의 몸속에 넣는다는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그러나 그것도 매우 조심해야 된다고 하옵니다. 어떤 사람은 서로 피가 융합이 안 되어 자칫 그 때문에 죽기도 하니 반드시 혈액형이 같은 사람의 피를 넣어야 된다고 하옵니다.”
“뭐라? 사람들이 모두 똑 같은 피가 아니고 서로 다르다고?”
“그러하옵니다. 그래서 소심이 접한 바로는 반드시 수혈하기 전에는 혈액형 검사를 해야 된다고 하옵니다.”
어의는 황후가 의학 분야에 관심을 보이자 신이 나서 혈액형에 대해 설명했다. 모두 대진국의 국가기술원의 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연구 결과를 서책으로 만들어 일선 야전 병원의 군의관들에게 보낸 책을 구해 알아낸 것이다.
의원이란 본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직업인지라 중요한 기술이지만 군의관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고향의 후배에게 보내준 것이 어의의 손에까지 들어 왔다.
설명을 듣던 왕미미는 만약에 아이가 잘못 생겨도 자신은 살아날 방도가 생겼다고 판단해 좋아했다. 그러나 임산부의 배를 갈라야 하는 시술은 쉽게 익혀지는 기술이 아니라고 판단해 어의에게 지시했다.
“그럼, 어의는 이론만 알지 실제로 해보지는 않은 것 같군.”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내가 주는 재물을 가지고 연구에 필요한 임산부를 구해서 시술도 해보고 또 혈액형 검사도 해볼 수 있도록 하시오.”
“에이.”
사실 이런 명령이 떨어지길 기대해 어의는 황후에게 제왕절개 수술이나 또는 혈액형에 대해 긴 설명을 했던 것이다. 의술의 발전을 기하려면 무수한 시간을 들여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연구를 위해 재물이 많이 필요했다.
황후로부터 많은 재물을 얻어낸 어의는 본격적으로 서책을 보며 연구에 들어갔다. 우선 혈액형 검사를 위해 황궁에 있는 궁녀들의 몸에 대침을 찔러 피를 얻어내고 있었다.
전에는 황제가 월정액을 얻어서 단약을 만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이상한 연구를 한다고 사람의 피를 강제로 뽑으니 궁녀들은 정말 기가 막혔다.
‘황제나 황후가 사람을 피를 빨아 먹고 산다는 흡혈귀들이 분명해.’
명나라에서는 흡혈귀라 부르고 조선에서는 사람의 혼을 빼서 피를 빨라 먹는다고 해 불여우나 백여우라고 흔히 칭한다.
많은 궁녀의 피를 채취해서 연구하다 보니 어의는 쉽게 혈액형을 구분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았다. 그래서 남녀의 혈액형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의 혈액형이 어찌 형성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연구비를 받아 챙겼으니 당연히 어의는 황후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황후는 정말 큰일이 터졌다. 이것이 외부로 널리 알려질 경우 자신의 몸속에 든 아이가 황제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다.
“어의, 이건 매우 중요한 것이고 자칫하면 오히려 사회가 더 혼란해질 위험성이 높으니 발표하지는 말게.”
“에이.”
“이제부터는 임산부의 배를 절개해서 산모나 아이를 무사하게 하는 시술을 해보고.”
어의를 내보내고 나자 황후는 고민했다. 처음에는 태아가 잘못될까 걱정이 되어 한동안 백수와 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배가 불러 왔지만 그래도 태아에게 영향이 없다고 판단해 백수와 자주 접했다.
배가 나오고 여러 가지 여건상 요즈음 자주 접하는 자세는 기마자세다. 여성상위인 기마자세를 즐기면 뱃속의 태아에게도 무리가 안가고 자신이 능동적으로 모든 행위를 조절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후우! 그만한 놈을 구하기가 힘 드는데. 이를 어쩌지?’
왕미미는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백수를 죽이자니 아깝고 살려 주자니 후환이 너무 두렵다. 아무리 의술이 발달하더라도 그거야 아직 확실하게 검증된 의술은 아니다.
‘확실한 증거만 없으면 버틸 수는 있어.’
그러나 미친 사람이 항상 그러하듯이 가정제가 의심하게 되면 반드시 황궁을 모조리 뒤져서라도 뭔가 찾아내려고 할지도 모른다.
‘아까워도 죽이는 수밖에 없어. 사내야 다시 구하면 되지만 그놈이 발각나면 문제가 생긴다고.’
더구나 백수라는 놈은 상궁은 물론 조 귀비도 분명 날름한 것 같았다. 감히 황후인 자신과 접하면 감지덕지해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데 다른 여자와 접하니 기분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래도 동지들이 많으면 자신의 보호막도 된다고 판단해 자존심이 상했지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가 터지자 더 이상 백수를 살려둘 수는 없었다. 또한 조 귀비는 백수와 접해도 임신을 못하자 자주 자금성 밖으로 나가서 자신이 걸었던 길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완전히 겁을 상실한 조 귀비는 곱상하게 생긴 수재(秀才)들을 접하며 그들의 출세를 담보로 입을 틀어막았다.
수재(秀才)란 지방에서 초시에 합격해 과거시험 공부 중인 유생을 말한다. 그러나 사내로 곱게 생긴 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입이 가벼운 놈이 많아서 어느새 북경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
‘조 귀비 때문에 나까지 문제가 되면 곤란해.’
이렇게 판단한 황후는 드디어 백수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래도 자주 접한 사이라 마지막으로 한 번은 써먹고 싶었다.
‘그놈이 죽으면 언제 그만한 물건을 가진 놈을 구하게 될지 몰라.’
이렇게 판단한 황후는 드디어 백수가 머무는 가산 옆의 건물로 찾아가게 되었다. 살인멸구하기 위해서는 백삼수의 입만 막아서는 안 된다.
‘여러 명을 동시에 죽여야 되겠어.’
그래서 환관들을 불러 은밀하고 섬뜩하게 명령을 내렸다.
“내가 나오면 들어가서 모조리 죽여!”
“넷!”
가산의 감찰부 지하 감옥에 들어선 황후는 한창 어린 궁녀와 시시덕거리는 백수에게 지시했다.
“누어!”
“예.”
“오늘은 수갑을 채우고 하자.”
자주는 아니지만 황후는 어느새 조금은 이상한 성행위를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가죽 채찍으로 백수를 후려지면서도 정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 손목에 가죽으로 된 수갑을 채우고 나자 황후는 급하게 치마를 헤지며 위로 걸터앉아 서서히 몸을 요동쳤다.
“아악! 학!”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몸속에 들어온 큰 물건을 바짝 조여 가며 엉덩이를 요란하게 흔들다 보니 어느새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 그러자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바꾸어 더욱 힘차게 굴렀다.
턱턱턱!“헉!”
“아윽!”
“헉!”
“아윽!”
약간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는 두 사람이 토하는 진한 신음소리가 높아졌다. 손으로 만지지 못하자 백수는 엉덩이를 빠르게 추켜올려 치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그러다 보니 황후는 쉽게 다시 높은 정상으로 올라 갑자기 앞으로 쓰려져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아아! 너무 좋아.”
황후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봉사한 백수에게 입맞춤을 진하게 해주며 속삭였다.
“삼수, 세 번은 싸게 해줘야지.”
이제 마지막 인사까지 했다고 생각한 황후는 뒤로 돌아 앉자 누운 자세로 힘차게 몸을 요동쳤다. 뒤로 들어 누운 자세다. 임산부로 그나마 무리 없이 정사를 벌일 수 있는 자세는 다 해보는 것이다.
활짝 벌려진 커다란 젖가슴은 계속해서 출렁였다. 점점 빠른 속도로 몸을 움직이던 황후는 드디어 세 번의 고비를 넘기자 그대로 일어나 치마를 추스르고 튀어나온 젖가슴을 저고리 안에 갈무리하며 지하 감옥에서 나왔다.
그녀가 나가고 나자 문 앞에 있던 시녀들이나 감찰 상궁들이 눈치를 슬슬 보더니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다. 백수의 몸은 황후가 취하고 나면 당분간은 시녀와 상궁들의 차지가 되니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들도 황후와 같은 자세로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감찰 상궁이 먼저 올라가 삽입하고 몇 번 굴러 보기도 전에 기절하듯이 놀랐다.
“어마!”
“네 이년들! 우리를 여기로 오지 못하게 하더니 사내놈을 숨겼군.”
갑자기 나타난 동창인 환관들이 지하 감옥에 있던 10명의 시녀와 상궁을 가차 없이 죽여 버렸다. 이미 환관들은 황후의 행동을 눈치 채고 있으니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지 잘 안다.
‘살려두면 안 돼.’
사각!
“크악!”
사각!
“으아악!”
“살려주세요. 컥!”
환관들이 매서운 검은 용서가 없고 또 실수도 없었다. 정확하게 목을 긋고 그것으로 부족해 여자들의 가슴을 향해 매섭게 검을 찌르고 있었다.
지하 감옥은 그야말로 아수라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모든 여자들은 죽이고 나자 환관들은 마지막으로 백삼수의 중심부터 싹둑 잘랐다. 자신들은 오래전부터 사라져 한이 맺힌 물건이라 그것이 너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크아악!”
수많은 사연을 담고 살았던 백삼수는 결국 북경의 자금성에서 최고의 여자와 정사를 마지막 벌이고 결국 생을 끝내고 말았다.
본래 역사대로라면 진즉에 산적에게 죽었을 몸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사는 최인범과의 인연으로 질긴 생을 살았다. 그러나 최인범과 떨어져 살다가 보니 자연히 그에게 불어 넣었던 생명의 불씨가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물건을 자르고 어차피 살인 멸구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야 한다. 그 때문에 백삼수의 몸은 완전히 난자되어 어육으로 변했다. 살코기로 변한 시체들을 보며 환관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어디다 버리지?”
“곰에게 가져다줘.”
황궁 안에는 웅담이나 곰의 피가 좋다고 해서 가정제가 곰을 여러 마리 사육하고 있었다. 그래서 백삼수를 비롯한 죽은 상궁이나 시녀들의 몸은 모조리 조각이 나서 곰 사육장으로 보내졌다.
결국 백삼수가 이 세상에 남기 것은 환관들이 황후에게 백수를 죽인 증거라고 넘겨진 우람한 물건뿐이었다. 애용하던 백삼수가 사라져 버렸으니 뭔가 대용품이 필요하던 황후는 시녀에게 지시했다.
“잘 말려둬!”
백삼수는 평소 꿈꾸고 원하던 그대로 세상에서 제일 높고 부자인 여자의 애물로 흔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