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화
마지막 잔당들도 모조리 격퇴시키고 나서 척계광을 염전으로 보낸 이유는 소금을 증산할 필요성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으로 보낼 전쟁 포로가 늘었다.
최인범은 척계광에게 늘어난 포로를 이용해 소금을 증산하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라면 충분히 해낼 능력이 있어.’
영토가 늘고 자연히 인구가 늘어났으니 소금 생산량이 늘어야 한다. 그래야 황실의 재정을 늘려 필요한 사업이나 군대를 양성할 수 있었다. 아직은 조세 수익으로는 새로 늘어나는 행정기구나 학교시설 그리고 도로확장 공사만 하기도 버거웠다.
나라가 커짐으로 황실에서 내놓고 시작할 부분들이 너무도 많았다. 어렵지만 그래도 지금은 국방력 증강이 최우선 과제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황실에서 직접 관리하는 염전 수익이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니 소금 생산은 나라 전체 살림과 직결되고 있었다.
‘너무 한 쪽의 수익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은데.’
이런 생각을 하지만 현재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제 요하의 동쪽을 영토로 완전히 차지하게 되자 군대도 새롭게 정비할 때가 되었다. 다소 무질서 보이는 군대의 계급체계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었다.
제일먼저 현재 군단장을 하고 있는 설화에게 당부했다.
“앞으로는 군대의 업무에 직접 나서지 않도록 하세요. 계속 위험한 곳을 나와 같이 다니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으니 이제 황궁으로 들어가 하려는 사업이나 챙기도록 해요.”
설화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께서는 앞으로 어찌 하시려는지요?”
“나는 당분간은 군의 일에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황비께서는 황궁의 일과 내명부 일에만 전념하도록 해요. 하지만 당분간은 전쟁을 벌이는 일이 없을 것이니 안심해요.”
“예.”
설화는 즉시 군단장 인장을 넘겨주고 봉황성으로 떠나게 되었다. 사실 그녀도 봉황성으로 가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통화에서 기술자들이나 또는 이주민을 선정해 대흥도로 보내야하니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진 빈이 반발이나 안 할지 모르겠군.’
설화는 진 빈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팠다. 그때는 자신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판단했지만 그녀를 남편의 아내로 받아들이게 처리한 것은 지금으로 봐서는 실수가 분명했다.
‘워낙 권력욕구가 강해서 문제야.’
설화가 떠나고 나자 최인범은 빠르게 움직였다. 심양으로 이미 내무부장관인 이황과 국방장관인 이지함이 와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지시했다.
“국방장관, 앞으로 각도에 있는 예비보병사단의 경우 완편제의 경우 1만명을 기준하지만 평상시에는 3천명만 두는 3할의 현역으로 구성하는 체제로 만드시오. 나머지 7할은 예비군으로 편성하고.”
“넷!”
“예비보병사단의 경우 대령이 사단장을 하고 정규보병사단은 별이 하나인 소장으로 임명하도록 하시오. 군단장은 별이 두 개인 중장으로 임명해 보직과 계급이 일치하도록 조정하시오.”
“명을 따르겠나이다.”
정규사단을 늘려야 하니 지금까지 칭하던 부대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장관, 앞으로 대진국의 정규보병사단이 얼마나 늘게 될지 예측하기 힘드니 예비보병사단은 무조건 100단위 이상으로 부대를 결정해 101보병사단으로부터 칭하도록 하시오.”
이런 지시에 국방장관이나 내무장관은 화들짝 놀랐다. 100개 정규보병사단을 만들면 자칫 100만명이나 되는 육군을 만들게 생겼기 때문이다.
“폐하, 갑자기 그렇게 군대를 증강하시면 경제력으로 버틸 여력이 없사옵니다.”
“아. 100이라는 숫자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군요. 너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정규사단과 예비사단을 확실하게 구분할 필요성 때문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전에는 영토의 크기도 작고 군대의 수도 적었다. 하지만 이제 영토도 엄청 커지고 연대급까지 신경 쓸 처지가 아니라 이렇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장관들이 걱정을 하자 최인범은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우선 정규사단은 봉황성 1사단, 봉황성 북쪽 2사단. 봉황산성에 3사단이 수도방위군단인 1군단으로 편성했다. 조선을 의식해 단동 4사단, 환인 5사단, 통화 6사단을 두어 제 2군단으로 편성했다. 그리고 용정 7사단, 목단 8사단, 훈춘 9사단이 제 3군단으로 편성했다.
서쪽 방어선으로 비사성 10사단. 영구 11사단, 안산 12사단이 제 4군단이다. 요양 13사단, 심양 14사단, 철영 15사단이 제 5군단이다. 제 6군단으로는 길림 16사단, 장춘 17사단, 대흥 18사단으로 편성했다.
“어떻습니까? 크게 문제는 없겠지요.”
“그렇군요.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런 정도의 병력은 있어야 되겠군요.”
이런 지시를 내리고 이제 부터는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군 인사에 태왕이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국방부에서 각 군단장들과 협의해 영관급까지의 진급과 보직을 책임지고 장군들만 짐이 임명하는 것으로 하겠으니 국방장관은 군부에 대해 더 정확하게 파악해 두고 또 고급장교들의 근무 성적이나 기타 공적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거요. 인사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시오.”
“넷! 명심해서 철저하게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상 국방부장관에게 인사권을 줘 막강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 대신 군대를 감찰할 기구로는 국군보안사령부를 별도로 두어 각급 부대에 보안사 요원을 파견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군에서도 사소한 규율위반이 벌어지니 보안대와 헌병대도 두어야 합니다.”
“보안대와 헌병대라면?”
“군인들의 문제만 처리하는 경찰이나 정보기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꼭 필요한 사단을 만들어도 벌써 20만명이 넘는 군대를 보유하게 된다. 사실 엄청난 팽창을 가져오는 군사 강국을 계획하는 것이다.
너무 방대한 지역에 분포된 군대의 수라 군사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군사반란은 그런 권력기구에서 일으킨다는 것을 잘 아니 헌병대나 보안사령부의 규모를 크게 키울 생각을 없었다.
“보안사령관은 군단장과 같이 짐에게 직보가 가능하게 하고 헌병대는 국방부 장관이 직접 보고를 받으세요. 보안사령관은 군단장과 같은 중장으로 임명하고 헌병대의 소장 정도 계급을 부여하니 그렇게 아시오.”
“넷!”
이어서 요하와 대요하가 대진국의 영토에 포함되자 해군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래서 제 4함대를 새로 만들어 발해만의 동쪽 지역과 요하와 대요하의 내륙 수로까지 지키도록 지시했다.
“해군도 각 함대의 함정수를 현재 30대에서 60대로 늘리고 각 함대의 사령관을 소장으로 높이도록 하시오.”
“넷!”
이런 결정이 끝나고 나자 심양에서 벌어진 전투에 대한 처지가 남았다. 승리를 기념하고 죽은 자의 명복을 비는 의미에서 이곳에 사찰과 거대한 석탑을 세우기로 했다.
“사찰은 대진사로 칭하고 탑은 오만영탑으로 정하시오.”
“폐하, 그 재정은 어찌?”
“이번에 이성량이 가지고 도망치려던 재물을 모두 소모해서 건립하도록 하시오.”
“넷!”
대진사(大眞寺)란 이곳은 확실하게 대진국의 영토라는 의미다. 그리고 오만영탐(五萬靈塔)의 의미는 심양에서 5만명이 있다가 거의 대부분 몰살을 당해 그렇게 지었다. 또한 대진국의 군인들도 사망자가 있어 대략 총 5만명의 죽은 혼령을 달랜다는 뜻이다.
다른 서부 전선 지역도 중요하다. 하지만 심양은 요동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점령해야 되는 교통이나 군사, 경제의 요충지다.
명나라에서 공격할 경우 더 남쪽으로 진군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쪽은 요하의 남부인 늪지대와 하천이 많은 요택을 거쳐서 와야 한다. 그 때문에 사실상 대군이 침입하기에는 매우 불리한 지형이다.
더구나 이미 해군들이 발해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다. 그러니 명나라에서 요동으로 진군하면 멀리 돌아서 심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진국이 서진해 조양을 공격하기에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결국 심양을 중심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존의 정규사단 이외에 제 7군단인 기동군단을 19, 20, 21의 기마사단 만들어 총 3만명의 기마병이 심양에 주둔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폐하, 심양을 중심으로 삼으실 생각이군요.”
“그렇소. 그러니 필요한 조치를 하세요.”
결국 제 7군단이 야전군총사령부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군단장을 시킬 적임자로 보는 철갑웅은 이미 시위로 임명한 상태라 그에 대해 지시했다.
“나중에 적임자가 나오기 전에는 제7군단장은 짐이 겸할 것이오. 국방장관은 사단장들만 이번 전투의 공적을 심사하고 잘 선정해 추천하도록 하시오.”
“넷!”
군에도 전문적으로 간부를 양성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도 지시했다.
“국방장관은 봉황성이나 심양에도 군의 준사관을 배출하는 군사학교를 별도로 건립하도록 하시오. 지금 있는 봉황성의 군사학교도 새롭게 체계를 잡아 똑 같이 운영하도록 하고. 준사관은 6개월로 정하고 봉황성의 사관학교는 2년을 배우는 과정이면 될 거요.”
“넷!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점차 현대화된 군대를 만들 생각이라 장교들의 양성도 체계적으로 교육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즉흥적으로 간부를 양산하다보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했다.
이런 군사적인 조치 이외에 행정적인 조치는 이미 내무부에서 요동도를 만들어 둔 상태라 별로 복잡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군대만 중강해서는 안되고 경제력이 따라 줘야 하기 때문에 경제 발전에 대해 지시하게 되었다.
“내무장관이 보기에 요하에서 농사를 짓겠습니까?”
“폐하, 충분히 가능하옵니다. 하지만 제방을 축조할 곳이 많아서 많은 인력을 동원해야 될 것 같사옵니다.”
이곳을 개발하려다 보니 제일 먼저 대두된 것은 요하 지역의 늪지대인 요택이다. 그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만 있다면 엄청난 식량 증산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래서 최인범은 그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일단 이곳에 많은 군대가 주둔하게 되니 군사 훈련도 중요하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 그들을 총동원하시오. 그래서 요하와 대요하 지역에서 우선 위치가 좋을 곳을 선정해 제방을 쌓도록 하세요. 그리고 풍차 시설을 이용해 물을 빼내서 농토를 늘리도록 하시오. 참고로 전략적인 관점에서 요택을 개발하는 것이 좋소.”
전략적인 관점은 명나라에서 침공할 경우를 염두에 두라는 뜻이다. 그러자 국방장관인 이지함이 즉각 답했다.
“폐하, 잘 알겠사옵니다. 군의 공병부대를 동원해 요하 지역을 정밀하게 조사해서 측량하고 그동안 홍수가 자주 방생하던 지점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시작하겠습니다.”
“필요하면 기회에 토성이나 운하를 같이 건설하는 방법도 구상해 보시오.”
“넷!”
기마병을 3만명 둔다는 뜻은 이곳에 10만필 이상의 말을 보낸다는 의미다. 군마를 이용하면 순수한 인력을 동원해 쌓은 기간 보다 많이 단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무장관인 이항은 은근히 말을 수급이 걱정되어 물었다.
“폐하, 군마와 짐말은 전혀 다르옵니다. 그러니 군마를 마구 짐말로 부리기는 곤란하옵니다. 그러니 짐말도 많이 필요하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 필요한 말들은 내년 봄 이전에는 몽골에서 들어와 우선 역참으로 보내서 기본 역참시설이 되면 그곳에서 자질이 떨어지는 말은 모두 짐말로 평가해 이곳으로 충분히 보내질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오.”
이미 몽골에서 20만필을 들여오기로 했으니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우선을 말의 보유수를 대폭 늘리고 나서 차츰 품종이 나쁜 말은 짐말로 만들어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완전히 도태시킬 생각이다.
최인범은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자 조금 마음이 급해졌다. 혹시라도 겨울에 강이 얼었을 때 명나라에서 침공을 해오거나 또는 몽골에서 침공할 지도 모른다. 최대한 빨리 심양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만들어야 된다.
‘미친 가정제라 어디로 튈지 모르니 그게 더 불안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