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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65화 (365/519)

365화

<심양성 전투의 공포>

봉황성에 있어야할 설화가 기병대를 이끌고 온다는 전령의 보고에 잠시 아내들을 떠올렸다. 설화는 본시 자신이 죽인 오빠와 정혼자의 복수를 위해 암살을 시도했던 다혈질인 여자다.

천성이 포악하지는 않지만 순한 성품은 아니고 매사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산다. 제일 오래 자신과 인연을 맺어 어느새 알게 모르게 깊이 정들어 버린 여자다.

심양을 공격한다니 자신도 전투에 참여한다고 기마병을 모아 달려오고 있다. 설화의 성품이야 그런 행동하나로 알 수 있었다. 물론 설화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자신이 혹시 전투에 직접 참여할까 염려도 있고, 나름 새로 세운 나라의 기틀을 온전하게 세우는 심양 전투에서 빠질 수 없다는 어떤 사명감도 있어 찾아오는 것이다.

최인범은 잠시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전령에게 물었다.

“어느 쪽으로 오나?”

“폐하, 본계 쪽에서 이동 중이옵니다.”

“알았어. 돌아가서 너무 적과 접근하지 말고 다소 떨어져 기다리라고 전해.”

“넷!”

설화의 성품으로 보아 접근해서 포진하면 적과 교전을 벌일 염려가 많다고 판단해 이런 지시를 내렸다. 심양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정찰병을 보내 알아보니 생각보다 심양에는 군사들이 많았다.

그 이유는 알게 모르게 새로운 나라인 대진국이 건국하자 그에 불만을 품은 여진족들이 하나둘 심양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큰 전투는 없었지만 만주 지역을 복속시키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불만을 가진 무리가 심양으로 모였다.

부모형제가 대진국의 군사들에게 죽은 사람도 있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는 별로 죄도 안 되는 이유로 재산을 몰수당한 사람도 있었다. 세상에서 적용되는 법이란 만인에게 만족감을 주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결국 나에게 불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집결한 곳이군.’

사실 최인범은 이런 점을 모르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기에 진즉부터 심양을 그대로 놔둔 것이다. 자신의 창업에 불만이 많은 세력에게 일종에 탈출구로 마련해준 셈이다. 그래서 한 번 점령한 지역에서는 소규모의 반란 행위나 또는 불만을 가지고 산적이나 마적 질을 하는 무리가 전혀 없었다.

지역에 어떤 분란이 없었던 이유는 불만을 가지거나 원한을 품은 성정이 격한 무리는 심양의 건주본위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사냥이나 바둑에 능숙한 최인범은 새로운 시대로 와서 살면서 무인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그는 군사적인 전략이나 기타 계략에 대한 서책을 무수히 읽고 습득했다. 더구나 이 시대보다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살았던 최인범은 누구보다도 방대한 지식을 지녔다. 그리고 역사에 관심이 많다가 보니 큰 줄기의 흐름은 남보다 빨리 아는 능력을 지녔다.

‘결국 심양만 제압하면 요동 땅은 완전히 복속시키게 되는군.’

그저 단순하게 국경선을 그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훗날이야 어찌 될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만 최소한 자신의 생존에는 요동지역에서 반란을 일으킬 무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할 만한 불만을 가진 세력은 모두 심양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심양의 건주 본위에는 건주여진, 해서여진, 또는 명나라 사람들도 함께 모여 있었다. 군사작전에는 전격전도 있고 또는 지루할 정도로 오래 끄는 포위해서 적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장기전도 있다.

빠르게 결판이 나는 전격전은 승리할 확률이 높지만 반드시 그에 따른 후유증도 있었다. 전투가 끝난 이후 수습하려면 많은 시간을 보내야 된다.

최인범은 이렇게 판단하고 전격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기전인 포위 작전을 쓸 생각도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장기전인 포위전을 택하지만 실제로는 전격전을 구사할 생각이다.

‘퇴로는 열어주고 세 방향에서 압박하면 되겠어.’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철갑웅에게 명령했다.

“철 시위, 우리도 심양으로 진군해.”

“넷!”

이미 야인여진의 기마병들에 대한 전투력은 검증이 끝났다. 다만 개인적인 전투력은 수준이 넘어가지만 집단을 이루는 대규모 전투에서 어찌 될지 몰라 그게 조금 염려되었다.

그래서 철갑웅에게 다시 명령했다.

“개활지가 나타나면 전투대형으로 부대별로 전력 질주를 교대로 하면서 전진해.”

“넷!”

명령을 받은 철씨 삼형제는 이동하다가 개활지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 속력으로!”

“와! 와!”

두두두두.

주변에 적도 없는 가운데 3000명씩 무리를 이룬 3개 부대가 큰 함성을 지르며 전력 질주해서 개활지를 통과했다. 통과한 기마병들은 숨을 헐떡이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왜 이러는 거지?”

“이놈아, 아직도 그 이유를 몰라. 이건 집단으로 공격하는 훈련을 하는 거잖아.”

시간이 지날수록 지휘관이 내리는 명령은 변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직선으로 달려가는 전력질주를 시키더니 나중에는 변했다. 전력질주 도중에 갑자기 방향을 옆으로 틀거나 뒤로 돌아 달아나는 훈련을 시켰다. 기초적인 기동훈련이 끝나자 이후로는 질주하면서 화살을 쏘거나 또는 개활지에 자란 커다란 갈대나 잡풀을 모조리 베어버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풀이 하나도 안보이도록 베어.”

“넷!”

앞에서 질주하며 베어진 풀을 후미에서 빠르게 돌격하며 주워서 오라는 명령도 내렸다. 전력 질주로 말을 달리며 땅에 쓰러진 풀을 주우라니 보통 어려운 기마훈련이 아니다. 그래서 가끔은 낙마하는 병사들도 발생했다. 훈련의 강도는 점차 높아졌다.

“아고야, 나는 풀은 별로 줍지 못해서 오늘 밤에 보초를 서게 생겼어.”

“그러니 정신 차려서 주어야지. 애들이 하는 장난 같다고 허수로 생각했으니 그 벌을 받는 거야.”

최인범은 계속해서 오고 있는 전령들의 보고를 받으며 부대의 이동속도를 늦추었다. 기마병에게 점점 강도 높은 기동훈련을 시켰다.

드디어 적이 포진한 심양과 약 반리 떨어진 낮은 언덕에 도착했다. 근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도 있고 많은 군사들이 포진하기에 좋은 위치다.

“철 시위. 3개 지역으로 분리해서 숙영해.”

“넷!”

일자형이 아니고 삼각형을 이루며 개활지를 중심으로 넓게 포진했다. 심양 옆을 흐르는 강물은 본시 이름이 혼하(渾河)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탁하다. 그래서 식용하기 좋은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경호 실장. 높은 망루를 세워!”

“넷!”

심양보다 약 20미터는 높은 고지대다. 망루까지 세우면 심양의 성내는 한눈에 내려다보이게 된다. 더구나 망원경을 소지하고 있으니 적의 동태를 소상하게 알 수 있었다. 적군들에게는 조금은 가물가물한 거리고 우군은 적군을 완전히 파악하는 위치다.

군대의 주둔지라 자연히 밖에는 나무로 만든 차단시설이 설치되었다. 말이 쉽게 뛰어 넘기 어렵게 2미터 높이로 중간 중간에 세우고 있었다.

드디어 본계 방향에서 다가온 설화도 거의 똑 같이 심양과 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부대를 포진시켰다. 설화는 부대를 주둔시키고 나서 호위병들을 데리고 찾아 왔다.

“폐하, 언제 공격하실 거죠?”

“공격이라니? 우리는 공격하지 않아요. 그저 방어만 할 생각이요.”

“예? 방어만 하신다고요?”

“그렇소! 성채가 있는 심양성을 기마병으로 공격하면 그야말로 바위에 계란을 던지기가 아니요. 그러니 우리는 방어벽만 설치하고 기다릴 것이오.”

“폐하, 그럼 저라도 공격할까요?”

“무슨 소리요? 군단장이 데리고 온 부대도 우리와 똑 같이 기마병들만 있는데 공격을 하다니요. 여기 진용을 살펴보고 돌아가서 그대로 방어벽을 설치하고 기다리시오.”

“넷!”

최인범은 심양에는 성채도 있기 때문에 기마병으로 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그저 적당한 거리서 포위하고 기다릴 심산이다. 심양을 공격할 부대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정규군인 2군단에서 담당할 것이다.

“군단장, 성에 가두어 놓고 화포로 몰살시켜 버리자고.”

“넷!”

최인범이 생각한 심양성의 공략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세 곳에서 완전히 포위하고 나서 사거리가 긴 화포를 이용해 성안에 포탄을 퍼부을 요량이다.

이윽고 남쪽에서 이동한 부대가 도착하고 똑 같이 2킬로미터에 포진하고 나자 지시했다.

“포병을 모조리 모아서 1000보까지 전진시켜서 약간 높은 곳에 포진지를 구축하도록 해. 그리고 500보 앞에는 개울이나 나무로 차단막을 설치해서 적의 기마병이 공격하지 못하게 해놓고.”

“넷!”

3만명이나 되는 정규군이 움직이자 빠르게 포진지나 차단시설들은 완성되었다.

“폐하, 진지가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포병을 모집해. 그래서 포병교육이 끝나면 그때마다 새로 만들어진 포병이 사격 훈련을 겸해 화포를 쏘도록.”

“넷!”

이렇게 되자 인근에 있는 포병부대에 속한 병사들도 빈 몸으로 말이나 마차를 타고 급하게 와서 포병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고 나서 실 사격을 하게 되었다.

“기준포! 발사!”

펑!

망루에서는 관측병이 망원경을 가지고 적진을 살피고 나서 파란 깃발로 원을 그려 신호를 보냈다. 목표에 정확하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러자 교관이 매섭게 명령을 내렸다.

“전포대 발사!”

과과광! 쾅! 과과광! 쾅!

사거리가 본시 1300보에 달하는 화포다. 그리고 높은 위치에서 사격하기 때문에 포탄들은 모두 성안으로 정확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주로 적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점만 골라서 사격했다.

“포탄이다!”

“으악!”

과광! 펑!

무수한 포탄이 성안으로 떨어지자 심양성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군인들이나 민간인들이 사방으로 내달려 보지만 그들이 숨을 곳은 그나마 안전한 땅속의 토굴 밖에 없었다.

사격훈련을 겸한 화포 공격이 끝나면 포병들은 본래 근무지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부대로 떠나게 된다. 화포 위력에 감탄한 병사들이 보병을 하겠다고 포병 교육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본대로 가서 포병부대 장교로 잘 근무하게.”

“감사합니다. 교관님.”

최인범은 포병교육이 모두 끝난 장교나 준사관들에게 직접 소위와 중사나 하사 계급을 달아주기도 하면서 서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급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각 예비사단이나 정규사단에 포병을 보내야 하니 여기서 이번 기회에 임시로 포병학교를 운용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양성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포위당한 상태라 어디로 도망칠 길은 없었다. 오직 서쪽만 열려 있고 그곳은 얼마 가지 않아 혼하로 가로 막히니 사실 퇴로는 없었다.

물론 심양에 포진된 적들도 대항하기 위해 화포를 쏘기도 했다. 또한 화차를 발사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사거리가 짧으니 포탄들은 대진국의 병사들에게 아무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심양성에는 5만명이나 모여 있으나 군사는 3만명으로 완전히 독안에 든 쥐 신세로 일방적으로 당했다.

최인범은 여전히 망원경으로 성안을 살피며 기다렸다. 견디지 못한 심양의 기마병들이 스스로 성문을 열고 튀어나오기를. 그가 벌인다는 전격전은 심양의 군대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쯤 시끄럽게 논의하겠지. 돌격하다가 죽던지 서쪽으로 도망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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