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화
한편 최인범은 설화를 봉황성으로 먼저 보내고 북쪽에서 다시 동진해 길림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관망하던 북쪽의 야인여진족들이 복종하겠다고 그들 스스로 길림으로 찾아 왔기 때문에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많은 호피와 흑곰과 백곰가죽도 가져왔다. 사슴뿔도 많고 일부는 금괴도 가져와 복종의 의미로 바쳤다. 다소 특별한 물건으로는 해구신이나 물개 가죽이 많았다.
“해구신이 왜 이렇게 많지?”
“폐하께서 많이 드시고 힘내서 자손을 많이 보라고 드리는 거랍니다.”
“그런가? 물개를 너무 많이 잡았군.”
해구신을 보자 문뜩 동해 있는 독도(獨島)가 떠올랐다. 독도에도 물개들이 많이 살고 지금 울릉도가 어찌 되어 있는지 약간 궁금했다. 역사서에는 왜인인 어부들이 울릉도를 점거하는 일도 벌어지는 시기다.
‘울릉도에 왜인인 어부들이 와서 살까?’
전생에 워낙 왜놈들과 독도(獨島) 때문에 소란스러워서 여전히 독도나 울릉도에 관심이 많았다. 거대한 영토를 차지했지만 깊이 각인되어 은근히 신경이 써지는 것이다.
‘나중에 동해 함대를 만들어 확인해야 되겠어.’
최인범은 동해와 접한 간동도 지역에 해군기지를 만들어 제 4함대인 동해 함대를 주둔시킬 생각이다. 동해는 황해와는 비하기 어려운 수산물 보고인 황금어장이라 반드시 진출해야 된다.
싸워봐야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고 판단한 야인여진족들은 아주 먼 길을 말을 타고 사방에서 떼로 몰려와 항복했다.
외무부에서 그동안 계속 접촉해 순순히 항복하고 귀속되면 어떤 처벌도 안하겠다고 약속했다. 야인여진족들은 결국 항복하기로 부족 전체회의를 열어 결정해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일부가 농경생활을 하던 해서여진족과 달리 야인여진족들은 사냥만 하고 지내는 부족이다. 서쪽이나 남쪽이 완전히 막히게 되자 자체적으로 힘을 키울 수는 없었다.
부족장들을 만나자 최인범은 그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며 명령했다.
“그대들이 스스로 항복했으니 약속대로 어떤 처벌을 내리지는 않겠소. 그 대신 일부 청년들은 봉황성으로 이주해야 되니 그렇게 아시오.”
“명에 따르겠습니다.”
스스로 항복했지만 그들에게 행정권을 주거나 사법기관에 해당하는 경찰을 시킬 수 없었다. 워낙 행정능력이 없고 업무를 수행할 만한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앞으로 중앙에서 관료가 파견되니 그들의 조치를 잘 따르시오. 특별히 규제는 안하지만 조금은 법이 다를 수 있으니 유념해야 되고.”
“넷!”
이미 이황 내무장관이 흑룡도로 확정해 놓고 그런 사실을 서신으로 보고했다. 그 때문에 최인범은 내무부에서 결정한 그대로 야인여진족들이 살던 흑룡강성 지역은 흑룡도(黑龍道)로 확정했다. 그 중심은 도청소재지인 흑룡시로 정했다. 원 역사에는 하얼빈 시로 부르던 지역이다.
이들에게도 실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감자 종자를 무상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농기구도 무상으로 보내 줄 것이니 앞으로는 감자 농사를 지어 보시오.”
“넷!”
“농토를 만든다고 너무 화전을 심하게 일구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순순히 항복함으로 사는데 특별히 어떤 제약을 받지 않게 되자 야인여진족들은 다들 좋아했다. 공연히 자존심만 앞세워 전쟁을 벌인 해서여진보다 부족들은 현명하게 결정한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그들은 만약을 위한 인질인 셈이다. 하지만 선진문물을 접해서 많이 배우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 지역도 발전될 것으로 굳게 믿었다.
최인범은 군단장인 금일여를 만나 당부했다.
“군단장의 책임이 너무 무겁군.”
“아닙니다. 저들은 일단 복종한다고 결정하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으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옵니다.”
길림에 군단 하나를 두고 예비사단만 흑룡시에 주둔하며 금일여가 그곳까지 관할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그런 조치 때문에 금일여가 관할할 지역이 방대해졌다. 그래서 특별히 당부하는 것이다.
“군단장, 그래도 혹시 모르지 원주민들과 마찰이 안 생기도록 잘 처리해.”
“넷!”
“최대한 저들이 요구하는 농기구는 우선 보내주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야인여진을 싸우지 않고 복속시키고 보니 너무 흐뭇했다. 전쟁을 벌이면 희생자가 많이 나오니 이렇게 흡수하는 편이 제일 좋았다.
직접 흑룡시로 찾아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방문은 포기했다. 그동안 너무 오래 황궁을 떠나 있었다. 더구나 흑룡시로 가면 자칫 또 여자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도 머리가 아픈데 여자가 또 생기면 진짜 머리가 터진다고.’
유목민의 경우 외지인이 방문하면 딸이나 또는 첩실을 바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풍습인 곳으로 정복자인 자신이 방문하게 되면 당연히 여자를 바치게 된다. 만약 거절하면 그것이 오히려 무시당했다고 판단하는 풍습이라 가는 것이 상당히 부담된다.
그 때문에 최인범은 필요한 조치를 끝내자 떠나기로 했다. 부족장들이 이상한 제안을 하기 전에 서둘러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빠르게 남쪽으로 이동했다. 야인여진의 청년 1만명과 같이 이동하고 있었다. 청년들은 평소에 모아둔 가죽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한동안 가죽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이렇게 말하자 이창수가 슬며시 응수했다.
“폐하, 별 볼일 없는 가죽도 많지만 담비 가죽은 고가에 팔리니 한동안 생활비는 될 겁니다.”
“생활비라니. 그러면 안 되지. 저들이 가지고 가는 가죽은 팔아서 저들의 고향으로 물건을 사서 보내주는 것이 좋아.”
“아! 그렇군요.”
반항하지 않고 항복하면 그만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순순히 항복하면 더 좋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성이 있었다.
사냥만 하면서 살던 부족들이라 아직도 오지에는 항복하지 않은 소부족이 남아 있었다. 또는 이런 사실 자체를 모르고 사는 소부족들도 있으니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들 야인여진의 청년들은 봉황성으로 데리고 가서 친위대의 기마병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래서 집중적으로 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일부는 다시 흑룡도로 돌아와 각종 관공서에서 근무하게 교육시킬 예정이다.
‘학교를 만들기도 너무 힘드니 지금 방법이 최선이야.’
군대라는 조직을 활용해 학교처럼 운영할 요량이다.
철씨 삼형제는 뭐가 그리 바쁜지 야인여진족의 청년들과 같이 이동하면서 뭔가 자꾸 시켜보고 있었다. 다소 이상해 보여 철갑웅을 불러 물었다.
“왜? 그렇게 휘젓고 다녀?”
“폐하, 저들을 봉황성으로 데리고 가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사옵니다.”
“무슨 방법?”
“폐하, 봉황성으로 데리고 가도 문화가 너무 달라 쉽게 적응하기가 어렵사옵니다. 그러니 적당한 곳에 머물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되옵니다.”
“그게 어딘데?”
“폐하, 이미 철령과 심양에는 별로 위력적인 군대가 없사옵니다. 그러니 저들과 같이 이번에 심양까지 점령하는 것이 좋사옵니다.”
“이번에 심양을?”
“넷! 그래야 국경선도 단출하고 요하를 이용해 북쪽으로 물자 수송도 원활하옵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굳이 야인여진족인 청년들을 멀리 봉황성까지 데리고 갈 필요 없었다. 심양을 이번에 점령해서 야인여진족을 그곳에서 지내게 한다면 그편이 더 수월하다고 판단했다.
교육시키는 것도 3개 사단이 근처에 있으니 그들이 개별적으로 시킬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빨리 적응할 가능성이 높았다. 더구나 군대를 이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참에 심양까지 점령하는 편이 군비 절감에도 보탬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야인여진족인 청년들이 지닌 전투력이다. 그들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심양을 양쪽에서 협공할 수 있었다.
최인범은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물었다.
“그래서 자네가 보기에 충분히 전투를 벌 일만 한가?”
“넷! 다들 사냥하며 살아서 기마술이나 궁술도 어느 정도는 됩니다. 더구나 저희 삼형제와 경호원들도 있고 1천명의 우수한 기마병들도 있으니 그들이 지휘자로 야인여진족인 청년들을 지휘하면 충분하옵니다.”
“그야 이론에 불과하지 않나?”
“폐하,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철령위를 점령하고 남북에서 동시에 협공을 펼치려고 하면 다른 일도 일어날 수 있사옵니다.”
“다른 일이라면?”
“본시 허우대만 멀쩡하고 간덩이가 너무 적고 약아 빠진 이성량은 심양을 버리고 항복하거나 명나라로 도망칠 수도 있사옵니다.”
“그렇겠군. 그렇다면 무조건 내려갈 것이 아니라 적당한 곳에서 무술 대회를 열어야 되겠어.”
철씨 삼형제가 바쁘게 돌아다닌 이유는 청년들의 궁술이나 또는 기마술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심양을 공격하기로 결정하자 자연히 부대는 다시 편성하기로 했다.
철갑웅은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폐하, 이번 전투에는 직접 참여하지 마옵소서. 저희들이 함락해 보겠사옵니다.”
“알았어. 그렇게 해.”
작전이야 같이 수립하고 지휘는 하지만 최인범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군왕으로 친정도 정도가 있지 말단 지휘관이 해야 할 첨병으로 나서는 것은 반대하는 것이다.
양쪽에서 협공하게 되니 자연히 사방으로 전령을 보내고 바쁘게 움직이게 되었다.
부대도 새로 편성했다. 우선 3형제가 같이 가니 설화가 데리고 있었던 기마병과 경호원 중에서 약 700명을 15명을 지휘사는 분대장이나 지휘관으로 활용하고 3000명씩 나누어 3개 기마부대로 나누기로 했다.
경호원들을 정찰병으로 몇 개 조로 나누어 철령위로 보냈다. 하루가 지나자 정찰병들이 돌아와 보고했다.
“폐하, 철령위는 이미 병사가 한 명도 남지 않았사옵니다. 모두 심양성으로 들어간 것 같사옵니다.”
“알았어. 철령위로 가서 우선 그곳을 점령하고 그곳에서 새로 작전을 구상하는 것이 좋겠군.”
최인범은 철령위가 비었다는 보고에 이동을 명령했다.
“철령위로 가도록해.”
“넷!”
철령위로 가는 길은 별로 멀지 않았다. 계속 정찰병을 보내 혹시 적이 복병이라도 숨겼는지 살피며 다가갔다. 그러나 위소를 설치했던 곳이지만 완전히 텅텅 비어있었다.
“민간인들도 모조리 사라졌군.”
“모두 심양으로 데리고 간 것 같습니다.”
철령위를 점령하고 부하들의 기량을 살피기 위한 무술대회를 열었다. 한창 기마술에 대한 점검하는 중에 전령이 와서 급하게 보고했다.
“군단장께서 기마병 1만명을 데려오고 있사옵니다.”
“뭐라?”
설화에게 봉황성으로 먼저 가라고 했었다. 봉황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령의 전달을 받은 설화는 말머리를 돌렸다. 인근의 예비사단에 있는 기마병을 모조리 모아서 전투를 벌인다고 오는 것이다.
‘설화는 진득하니 황궁에서 가만히 눌러 살기는 힘든 성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