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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63화 (363/519)

363화

이황 내무장관은 정치체제에 대해 약간 불만이야 있었다. 하지만 어떤 왕조도 개국 초창기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했다.

‘앞으로 차츰 변하겠지.’

그래도 신권이 강해지길 원하는 터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는 태왕의 명령만 기다리는 정도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우리 관료들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해.’

여전히 명나라의 제후국처럼 유지한다는 것도 어색했다. 그러니 정식으로 독립된 국가라는 것을 선포할 적당힌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했다.

발표 시기는 태왕께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겠지만 행정의 수반으로 그때를 대비해 준비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황은 이지함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국방장관, 이제 지방관청에 대한 관할도 확실하게 정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당연히 그래야죠. 요하 동쪽은 이제 크게 위협할 무력을 지닌 세력도 없으니 행정구역을 정해도 상관없다고 판단되는 군요.”

“자네가 보기에 야인여진은 그냥 놔둬도 저절로 들어온다고 판단되나?”

“그렇습니다. 그들은 지금 눈치만 보는 중입니다.”

“그렇게 판단된다면 미리 도로 확정해도 되겠군.”

“그렇게 해두면 좋죠.”

태왕께서 도지사 선임에 대해 사실 자신에게 전담시키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항은 국방장관인 이지함과 같이 협의해 행정 구역을 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형 지도를 펴놓고 지방시도와 도청 소재지를 결정했다. 이미 직할시로는 봉황시, 대련시가 별도로 정해져 있었다.

서쪽부터 요서도(조양시), 요동도(심양시), 중앙도(단동시), 간서도(통화시) 간중도(연길시), 간동도(연해시), 간북도(무단시), 흑룡도(흑룡시), 길림도(길림시), 대흥도(대흥시), 위해도(위해시)로 정했다.

“이런 정도면 적당하지?”

“그렇군요. 아주 잘 정하신 겁니다.”

이중에 요서도, 요동도, 흑룡도는 아직은 완전히 복속된 지역이 아니지만 대진국 영토로 포함시켰다. 그리고 간동도와 간북도 북동쪽 지역은 거의 무인지경인 땅이라 인접한 도청에서 관할하는 정도로 지방의 도로 확정했다.

본시 황제국은 5경을 두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지함이 그에 대해 먼저 물었다.

“5경은 어디에 두실지도 아직은 모르겠군요. 내무장관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차츰 두고 보면 알겠지. 내가 보기에는 한 곳은 대략 짐작이 가는데.”

“어딥니까?”

“아마도 동쪽의 간동도 지역에 직할시를 하나를 만들지 않을까 싶군. 폐하께서는 여러 번이나 그쪽이 아주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하셨거든.”

“그렇다면 바다를 건너의 섬에 만들 수도 있겠군요.”

“그야 아직은 잘 모르지.”

서쪽으로는 대흥안령산맥(大興安嶺山脈)과 만리장성이 이어지는 음산산맥(陰山山脈)을 국경선으로 정하고 그 동북쪽은 모두 대진국의 영토로 포함시킨 것이다.

“내무장관님, 남쪽의 조선이나 왜와의 국경선은 어찌 정하죠? 그곳이 조금 애매하군요.”

“그곳은 폐하께서 더 명확하게 결정해주셔야 행정 구역으로 확정하지. 어쩌면 조선이나 왜는 그냥 제후국으로 놔둘 수도 있고.”

“그렇군요. 그곳은 결국 폐하의 결심에 따라 움직이는 수밖에 없겠어요.”

독립된 신흥 국가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으니 반드시 영토 확장을 하게 된다. 그러니 모두 조선 출신이지만 태왕께서 조선을 이대로 놔두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구나 뭐로 봐서 산동 반도의 위해도가 조금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그쪽도 점점 관할 구역이 확장되는 추세라 아예 도(道)로 확정해 놓았다.

이런 결정에 따라 국방장관도 도에 하나씩 두기로 결정한 예비 사단을 확정했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복속시키지 못한 3개 지방도에 둘 예비사단은 미리 편제를 인근 도에 만들어 놓기로 했다. 3개도를 복속함과 동시에 부대를 이전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금처럼 어수선하니 다소 복잡하지도 않고 빠르게 행정과 군권을 장악하게 된다. 치안유지도 정상적으로 쉽게 잡힌다고 판단했다.

지방 행정구역이 정해지자 그 아래에 만들 시청이나 군청도 빠르게 정해졌다. 일단 이런 행정구역을 정하고 내무장관은 즉시 국가고시원장을 만나게 되었다.

“국가공무원을 선발해야 되니 준비를 해주시오.”

“그렇게 하죠. 먼저 시험일부터 발표해야 되겠군요.”

“모집 요강에 군인 출신은 가산점을 준다고 꼭 명시하세요.”

“넷!”

대진국은 태왕 직속 기관으로 국가감사원, 국가정보원, 국가기술원, 국가고시원이 있었다. 도청에서 필요한 관료를 공개 시험이나 특채로 지방공무원을 선발한다. 하지만 국가고시원에서도 국가공무원이라고 공개시험을 보아 공무원을 선발하고 있었다.

같은 품계라고 해도 국가공무원의 경우는 군청이나 도청 또는 중앙관청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래서 조선의 제도에 익숙한 사람들은 지방공무원으로 하위직인 경우 아전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소리를 부하 직원에게 자주 발설하던 군수와 시장들이 졸지에 같은 공무원을 폄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검찰에 고발되었다.

그래서 재판 결과 형벌을 받지는 않고 가볍게 벌금형만 받았다. 하지만 공직자로 적절하게 처신하지 못했다고 졸지에 해직되자 그런 소리를 공공연하게 토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국가공무원도 선발해야 되지만 지방공무원도 선발해야 된다. 그 때문에 국가고시원에서 시험일과 장소를 결정해 중앙이나 도청에서 널리 공고했다.

그런데 모집 요강에서 약간 외교적으로 문제가 생겨 버렸다. 아직 차지하지 않은 3개도(道)를 명시하며 3대 도에서 근무할 지방공무원을 뽑는다고 했으니 이런 사실은 주변국들에게 쉽게 알려진 것이다.

제일 먼저 제태국에서 사신을 보내 외무장관인 서계를 대련 시에서 만나고 있었다.

“산동 지역을 지방도로 확정했다니 분명 전에 우리와 한 약속과 다르지 않소?”

“무슨 약속을 말하는 거요?”

“전임 장관인 진명하 대사께서는 산동의 작은 항구만 사용한다고 굳게 약속하더니 그곳에 도를 둔다고 하니 전혀 들리지 않소?”

흥분해서 말하는 사신과는 달리 서계는 아주 태연하게 응수했다.

“허! 전임 장관께서 그런 약속을 굳게 했다니 그것을 입증할 증표인 무슨 서류라도 있습니까? 서로 주고받은 개인적인 서찰이나 뭐가 있어 전임 장관께서 약속한 사실이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봐야죠. 하지만 사신의 말씀이 모두 사실이라도 그냥 구두로 오간 말인 것 같은데요. 그것을 지금 와서 내용을 전혀 모르는 나를 찾아와 갑자기 항의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렇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요.”

“아니? 제태국에서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도로 확정했다고 꼭 그 지역을 확대한다는 것도 아닌데 왜 흥분하고 그러세요. 서로 다투어야 명나라에서 좋아만 할 것인데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서계는 조금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산동반도 남쪽에서 활동하던 왜구도 물리쳐주고 있는 마당에 이상한 소리를 하면 서로 곤란하죠. 우리가 산동반도의 해상에서 해군들이 초계 활동하는 것이 불편해 이러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모두 철수하도록 하죠.”

“철수요?”

“그렇습니다. 본래 작전구역이던 산동반도 북쪽과 동쪽만 해군이 돌아다니도록 하죠.”

“마음대로 하시오.”

“좋습니다.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마세요.”

위해 해군기지에 있던 30대의 판옥선이 대련으로 왔다가 많은 보급품을 하역했다. 그중에 10척인 1개 전단은 제태국의 요청 때문에 위해 기지로 돌아가 산동반도 남쪽 해안에서 초계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서류 운운하자 제태국의 사신은 결국 대진국 태왕께 제태국에서 항의한다는 공문을 정식으로 넘겨주었다. 자신들 딴에는 서류로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만으로 보면 제일먼저 제태국이 대진국을 태왕이 통치하는 나라인 황제국으로 인정하고 선처를 바란다는 꼴이 되어 버렸다.

서계는 즉시 제태국과 있었던 외교적 마찰과 조치에 대해 국방부와 정보원으로 알렸다. 그러자 국방부에서는 위해해군기지로 작전 명령서를 보내 산동반도 남쪽에서의 초계활동을 중단하고 북쪽으로 이동하라고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가정보원에서는 즉시 대마불에게 연락했다. 대마불은 다시 현난풍에게 귀띔을 해주게 되어 왜구들도 산동반도에서 대진국의 해군 함정이 철수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강소성에서만 활동하던 노무라가 이끄는 왜구들은 즉시 산동 반도 남쪽을 다시 침탈해 약탈하기 시작했다.

강소성을 너무 자주 털어서 털어 먹기도 힘든 판국에 아주 잘된 일이었다. 그동안 노무라가 이끄는 왜구들의 수는 대폭 늘어나고 배의 수도 늘었다.

크고 작은 배를 무려 40척이나 가지고 1-2000명이 습격했다. 왜구들은 이제 수가 많아지자 작은 어촌만 습격당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작은 고을은 군졸들이 있어도 흉포한 왜구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관청의 창고들이 약탈당했다.

그들이 지난 자리는 사람은 물론 가축이나 뭐가 남지를 않았다. 왜구들은 드디어 어린 아이까지 모조리 납치해 현난풍에게 넘기고 있었다.

제태국은 이후로 다소 떨떠름한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제태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대진국에게 완전히 예속되어 버린 상황이다. 속으로 툴툴거리면서도 여전히 대진국에서 위해를 통해 보내는 생필품을 가져가고 많은 금괴나 은괴를 대진국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에 반해 북경의 명나라에서는 이런 사실을 두고 안심했다. 공무원 모집 요강은 분명 영토로 확정된 문서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하, 북경으로 침범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렇군.”

안심은 하지만 언제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생필품이 모자라 허덕이는 워낙 다급한 입장이라 북경에서는 급하게 사신을 대련으로 보내 서계와 협상하고 있었다.

“과거에 같은 관청에서 관료로 근무했으니 서로 협의해 봅시다.”

“저야 뭐 명나라에 무슨 감정이 있나요. 폐하께서 결정하실 사안이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명령은 없으니 서로 교역은 가능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폐하께서는 해군을 대련으로 이동시키라고 명령만 내리셨지. 명나라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거나 또는 어떤 적대적인 행동이나 또는 군사적인 작전을 펼치라는 지시는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필요한 식량도 보낼 수 있다는 거요?”

“당연하죠. 대신 민간인들인 대상인들과 거래해야 합니다.”

“알겠소. 그럼 그렇게 합시다.”

이렇게 해서 많은 물자를 가지고 대련항에서 기다리던 대상인들은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자신들의 예상대로 전쟁이 터지지 않아 사실 큰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많은 물건을 이곳 대련에서 엄청난 재력을 지닌 소피아에게 담보물로 맡기어 돈을 빌리거나 일부는 아예 싸게 팔아 넘겼다. 다들 망하기 직전에 명나라와 다시 교역하게 생기자 살아날 구멍이 생겼다.

“휴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더 버티는데.”

“그런 헛소리야 본래 장사꾼에게는 금지어라는 것을 모르나?”

결국 제태국은 또 다시 나타난 왜구들 때문에 매우 곤란한 상황으로 빠져 버렸다. 그리고 명나라는 오히려 무역이 다시 활발하게 진행되자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배고픔의 어려움을 겪어본 하북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재물을 몽땅 털었다. 산해관이나 천진을 통해 들어오는 대진국의 물품을 마구 사들였다. 본시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오래 보관이 가능하도록 수산물을 짜게 절여서 판매하다 보니 차츰 짠 음식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더구나 소금은 너무 귀하던 판국이라 사재기 현상까지 심하게 벌어졌다.

당연히 북경을 비롯한 하북 지역의 재물들은 자연스럽게 대진국으로 흘러갔다. 전쟁을 벌인 것 보다 더 많은 이득금이 대진국으로 모인 것이다.

결국 최인범은 내륙 전체 놓고 다자간의 외교 방법으로 마구 흔들면서 큰 부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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