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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61화 (361/519)

361화

국가정보원장인 최복동이 보낸 서찰도 있었다. 최복봉의 서찰에는 제태국이 명나라의 가정제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조선에서도 제태국을 거쳐 비밀리에 북경으로 밀사를 보냈다고 했다.

“제3함대를 모두 대련 항으로 보내니 그 틈을 타서 조선에서 북경으로 사신을 보냈군.”

종주국으로 모시는 처지라 아마도 틈이 보이자 보낸 것 같았다. 아마도 친명파인 윤임 무리들이 주장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그러나 해군력으로 조선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 형태라 걱정하지는 않았다.

‘세자 책봉 때문에 고지식한 유학자들을 달래려고 명나라에서 책봉서를 받으려고 사신을 보낸 것 같군.’

서찰을 읽어보던 설화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폐하, 조선과 명나라가 다시 밀착되면 곤란하옵니다. 함부로 사신을 보내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제 3함대를 다시 산동으로 보내야 하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요. 대련항의 해군은 심양을 수중에 넣기 전까지는 움직이면 안 됩니다.”

“그래도 일부라도 보내는 것이 좋지 않나요?”

“심양만 손에 넣으면 조선은 지금과는 태도가 전혀 달라질 것이니 염려하지 마세요.”

최인범은 몽골부족과 만나 일단 말을 구입하는 문제와 그들에게 무기를 넘겨주고 나서 돌아가서 결정할 생각이다. 자신이 직접 주변국들의 사정을 소상이 알아본 이후에 대련항에 집결된 해군을 본래 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조선이 명나라와 밀약해 같이 협공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지만 최인범은 전혀 다르게 판단했다. 조선이 북진 정책을 펼칠 수는 없었다.

‘조선은 그럴 배짱이 없어.’

조선은 이미 북벌하자고 주장하는 강성 기질이 있는 대부분의 무인들은 대진국으로 이주해 왔다. 만약 그런 결정을 한양의 조정에서 하게 된다면 오히려 나라자체가 분열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선의 주상은 다시 병약해져 그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후계자도 이제 핏덩이에 불과한데 절대로 움직일 수는 없어.’

왕조국가는 본시 군왕이 건강하지 못하면 대신 강력한 어떤 집권자가 나서서 정국을 주도해야 대규모로 군사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조선에는 그렇게 할 만한 강한 인물이 없으니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설화의 걱정에 답해 주었다.

“조선은 국왕도 아프고 더구나 함경도나 평안도 주민들은 대부분 자식들의 반은 대진국으로 이주한 상태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소.”

“폐하께서 그리 판단하신다면 그것이 정확하겠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최인범은 전령에게 몇 가지 지시사항을 적어서 돌려보내고 서둘러 부하들과 같이 서쪽으로 이동했다.

끝없이 펼쳐지던 평야지대의 끝에 도착하자 갑자기 앞에 거대한 산맥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드디어 대흥안령산맥과 접한 곳에서 도착한 것이다.

이곳은 울창한 침엽수가 빼곡하고 비탈이 심한 산길을 통해 산맥을 넘어가야 몽골 땅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몽골에서 대규모로 군사를 동쪽으로 보내기가 힘들어 보였다.

‘여차하면 통로로 사용되는 길목만 차단하면 되겠군.’

최인범 일행은 몽골의 알탄 칸 수하임을 내세우는 자마카 족장을 만났다. 자마카는 40대 남자로 지두우 지역에서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거래하기 전에 최인범은 조용히 말했다.

“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알 필요는 없고 앞으로는 대흥안령산맥 동쪽으로 몽골 족이 오는 일은 없도록 하시오. 그리되면 사이가 좋았던 관계가 벌어지고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시오.”

“태왕, 서로 교역하려면 이곳으로 와야 합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거요. 우리 상단이 산맥을 넘어 지두우로 가서 그곳에서 직접 말을 골라서 오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대진국에서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야 좋죠.”

알탄 칸도 아닌 그의 수하인 일개 족장과 만나서 나누는 대화다. 하지만 최인범은 정확하게 몽골과 대진국의 국경선을 확정했다.

‘이런 정도 영토면 충분해.’

물론 영토라는 것이 크면 클수록 좋다. 하지만 너무 방대한 영토를 차지해 놓고 능력이 달려 잘 다스리지 못하면 금방 분열되고 무너지게 된다. 조선 출신이 주축이 되는 나라를 세우고 있으니 인구 분포에서 한계점은 있었다.

‘다민족 국가지만 조선 출신이 너무 적으면 역성혁명이 일어날 수 있어.’

그런 점 때문에 최인범은 대흥안령산맥을 기점으로 영토로 확정하고 있었다. 일단은 국경선을 확정한 최인범은 철갑웅에게 지시했다.

“가져온 물건을 보여 줘!”

“넷!”

철갑웅이 마차에 싣고 온 화포를 덮은 포장을 걷자 자마카는 화들짝 놀랐다. 무기를 공급해 준다고 하더니 설마 화포까지 넘겨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자마카는 급하게 물었다.

“태왕! 저희에게 화포도 파신다고요?”

“그렇소. 그러니 말과 거래합시다.”

자마카는 화포는 물론 화차까지 보고 나자 입을 떡 벌리며 놀랐다. 가지고 온 무기는 그뿐 아니라 기마병들이 주로 사용하는 반월도나 장창들도 많았다.

더구나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감자도 많이 가지고 오고 농사를 지을 각종 철제 농기구를 보자 급하게 물었다.

“태왕, 말이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원하는 대로 모두 드리겠습니다.”

“우린 10만필 정도의 말이 필요하니 계속 보내주시오.”

대규모의 말을 거래한다고 하더니 자신이 생각하던 규모보다 크자 또 다시 놀랐다. 그런 정도 말이 필요할 정도면 따로 정보를 알아 볼 필요도 없었다.

이제 동쪽 지역은 대진국에서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기를 판다는 것은 그런 정도 무기를 넘겨줘도 대진국에게 위협이 전혀 안 된다는 의미가 담긴 거래다.

‘대진국은 어느새 너무 강력하게 커져 버린 나라군.’

이때 설화가 나서며 자마카에게 제시했다.

“지금 가지고 온 말의 수가 대략 1만필이라니 우리가 가지고 온 물건은 그런 정도로 계산해서 거래합시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1만필과 지금 가져온 물건과 똑 같은 수량으로 교환하기로 하죠.”

이렇게 쉽게 답하자 최인범은 이내 필요한 말에 대해 추가해서 요구했다.

“말을 더 보낼 수 있으면 얼마든지 보내시오. 우리도 역참을 운영하려면 말이 더 필요하니까. 그리고 앞으로 그대들이 필요한 물건은 얼마든지 말하시오. 원하는 물건은 얼마든지 구해서 보내겠소.”

“뭐든지 됩니까?”

“그렇소.”

“화포를 더 살 수 있나요?”

“무한정은 어렵지만 화포도 계속 공급해 줄 수 있소.”

자마카는 이런 대답에 계속 놀라고 말았다. 국경을 접한 나라에 이런 정책을 쓰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명나라의 대외정책과는 사뭇 달랐다.

‘화포를 차지하면 이제 북경을 압박하기 수월해 지겠어.’

그뿐만 아니라 몽골의 수많은 부족들도 알탄 칸에게 복종하게 되니 세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연히 화포에 대해 관심을 표하면 일이 틀어질까 염려해 이내 다른 물건에 대해 답했다.

“태왕, 저희가 필요한 것은 비단, 면포, 도자기 그리고 철제 무기와 농기구죠. 그리고 화포가 있으니 당연히 화약도 계속 보내줘야 하고요.”

“좋소. 화약을 보내기는 약간 문제가 있으니 황을 보내 주겠소.”

최인범이 화약 판매하지 않고 원료인 황을 보내준다는 이유는 화약의 성능 때문이다. 대진국의 화약은 명나라나 조선 제품보다 우수했다.

같은 화약 무기라도 화약의 성능이 좋으면 무력이 더 높아진다. 그래서 몽골인들에게 우수한 화약을 넘기고 싶지 않아 이렇게 원료인 황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몽골인도 화약을 제조할 능력은 있었다. 하지만 기술력이 딸려 아무래도 저질 화약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황을 보내주어 그들의 전력을 일정 수준만 향상시키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황을 많이 보내준다면 거래를 하죠. 제가 원하시는 말을 구해서 보내드리죠.”

“다른 물건들은 계속 거래하지만 말은 빨리 보내도록 하시오. 우리도 말 목장을 만들 생각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망아지도 되겠군요.”

“그렇소.”

“보내주신다는 황은 왜에서 생산되는 겁니까?”

“왜에서 가져와 넘겨주는 것이니 품질은 좋을 거요.”

황의 경우도 왜에서 생산되는 황이 제일 좋지만 그런 황도 품질이 약간씩 달랐다. 그래서 왜에서 구입한 황에서 중급이나 하급을 넘겨주기로 확정했다. 황은 의약품으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그쪽으로 사용도 하라는 의미다.

최인범과 자마카 사이의 기본적인 교역 협상이 끝나고 나자 설화가 나섰다.

“나와 세부적인 거래 품목을 이야기 하죠.”

“넷! 그게 좋겠네요.”

설화는 자마카와 보다 구체적으로 많은 내용에 대해 협상했다. 중요한 무기나 농기구 이외에 자마카가 요구하는 물건은 아주 많았다.

대진국에서는 몽골여자들이 필요한 장식품이나 거울 등을 보내기로 했다. 그 대신 몽골에서는 가죽이나 가죽제품을 넘기거나 또는 몽골에서 나오는 양털로 만든 담요나 기타 제품이나 원료에 대해 거래하기로 약속했다.

설화는 양털로 짠 모포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런 정도로 모포를 만들 수 있다면 100만장 이상 거래를 할 것이니 참고하세요.”

“예? 100만장이나요?”

“그렇소.”

자마카는 설화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아하니 군사들에게 나누어 줄 군용으로 사용하려는 것 같은데 100만장을 거래하자니 기가 팍 죽어버렸다.

‘도대체 대진국은 군사가 얼마나 되는 거야?’

설화가 이렇게 많은 수를 요구하는 이유는 군용으로도 쓰지만 민간인들도 모포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왜나 조선으로 판매할 생각이라 사실 더 많은 양이 필요했다.

명나라에서는 끝없이 교역을 요구하는 몽골에 대해 완강하게 거절하고 있었다.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던 그들에게 우수한 제품을 보내주다 보면 그들이 발전해 또 다시 남침해올까 두려운 것이다.

최인범은 명나라와 달리 교역을 함으로 이득도 취하고 그들을 이용해 명나라를 압박할 생각이다. 과감하게 무기까지 거래품목에 포함시킨 것이다.

설화는 가죽 제품인 군화, 혁대, 모자들도 보여주며 물었다.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죠?”

“장식을 만들 수 없어 어려운데요.”

“장식이나 철부품은 우리가 조달해 주면 만들 수 있지 않나요?”

“그렇게 해주시면 가능합니다.”

“좋소, 그렇다면 이것도 100만개씩 만들어 거래하면 되겠군요. 거래하기로 약속한 2달에 한번 만나서 10만개씩 사도록 하죠.”

결국 설화가 나서게 되자 많은 군수품을 몽골에서 구입하는 형태의 대규모 교역을 약속했다. 설화는 군화나 혁대 그리고 가죽 모자는 이미 일반인도 즐겨 사용하니 얼마든지 구입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몽골 여자들은 어려서부터 가죽을 다루어 봐서 가죽제품을 만드는 솜씨가 조선의 갖바치에 못지않았다. 대규모 거래를 약속하고 나서 최인범은 자마카와 헤어져 동쪽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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