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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60화 (360/519)

360화

보타도 해역에 도착하면서 어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준 대마불은 보타도 항구로 들어 왔다. 그러자 겁에 질린 섬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릴 죽이려나?”

“설마 그건 아니겠지.”

보타도에 도착한 대마불은 남쪽의 백화산 근처에 있는 신라초라고 불리는 암초 옆의 항구에 사략선 8척을 무사히 정박시켰다. 그리고 대진국 이름으로 보타도를 접수하다고 섬사람들에게 알렸다.

섬의 주민대표자인 촌장과 주지스님들을 따로 불러 통보했다.

“이제부터는 이곳은 주산군도는 모두 대진국의 해군 관할이니 그렇게 아시오.”

“알겠습니다.”

“항구만 직접 관리하니 생업에는 지장이 없을 거요.”

“제독님, 여긴 현령도 없어서.”

“알았소. 전처럼 촌장들이 알아서 처리하면 되요.”

“넷!”

주산군도를 접수했지만 행정력까지 장악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필요한 부분인 항구의 보유했다. 해상권만 가지고 어민들이 먼 바다로 나가 조업하는 행동만 통제한다고 선포했다.

분명 강압적인 방법이지만 사실 이곳은 명나라에서도 극해지처라고 해서 별로 관심이 없는 지역이다. 후세에 화교라고 부르는 섬의 주민들은 주로 선박을 이용해 멀리 무역하던 사람들이라 그저 묵묵히 받아들였다.

보타도의 실력자인 대상인들이 찾아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독님, 무역도 조인선만 허락하니 무역해서 먹고 살기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먼 바다로 나가 조업도 못하는 상황인데 섬에 사는 주민은 무얼 먹고 살라는 겁니까?”

“지금 우리를 상대로 반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거요? 내가 모르는 줄 아시오 그대들은 해금정책에 반해 왜나 조선 그리고 서양인들과 밀수를 하지 않았소. 그러나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 묵인하니 그런 줄 아시오.”

이런 응수에 대상인은 기겁해서 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섬사람들이 먹고살 대책을 조금은 마련해 주셔야죠.”

잘못하면 목이 달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사정이 급하다 보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대마불은 아주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가져온 소금을 섬사람들이 육지로 가져다 파시오. 그리고 대신 우수한 말을 여기로 운반해 오시오.”

“말이라면 군마를?”

“그렇소. 군마도 우수한 말이 필요해요.”

“알겠습니다.”

좋은 말만 가지고 온다면 귀한 소금을 가져다 얼마든지 말라니 섬사람들이 먹고 살 구멍은 있었다. 그리고 보타도 안쪽에서의 조업 즉 근해 어업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다.

먼 바다로 나가서 조업을 못해 좁은 해역에서 조업할 경우 어획량이 한계가 있었다. 조업하는 어민들 수를 줄이기보다는 일부는 조선에서 생산되는 소금이나 건어물을 거래해서 먹고 살도록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런 조치가 내려지자 보타도의 주민들이나 인근의 주산군도에 속한 섬사람들은 다를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차라리 소금 장사가 더 좋아.”

“나는 건어물 장사나 해야 되겠어.”

사실 소문에 이웃한 곳인 강소성에서는 왜구들이 떼로 나타났다. 왜구들은 큰 어선을 차지하고 나머지 어선들은 모두 태워버리거나 또는 어촌을 습격해 사람들을 끌어가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됐어. 왜구들이 출몰할지도 모르는 먼 바다로 나갈 이유가 없잖아.”

“당연하지.”

먼 바다로 나가는 조업이 사실 어획량이야 좋지만 바다는 항상 변화무쌍하니 매우 위험한 직업이다. 이번 기회에 어업을 걷어 지우고 장사하기로 경우가 늘어났다.

자염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강소성 지역에서도 자주 출몰하는 왜구들 때문에 소금 생산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암염에 의존하면서 조선에서 남경으로 운반되는 소금으로 연명했다. 그러니 소금은 전보다 더 귀한 생필품이라 소금을 거래하면 충분히 먹고 살 대책이야 마련된 것이다.

보타도 섬사람들은 다투어 외지에서 좋은 말들을 사와 소금과 바꾸게 되었다. 어느 정도 필요한 말이 모아지자 대마불은 3척의 사략선에 우수한 말들을 싣고 대정항으로 돌려보냈다.

“함장, 제주도로 돌아가서 말 목장을 만들고 돌아 올 때는 다시 소금을 가져 오도록 해. 그리고 감귤 농장도 가는 길에 들려보고.”

“넷!”

보타도를 대마불이 장악하자 천먹쇠가 이끄는 해상무역상단에도 변화가 있었다. 목포에서 남경까지 소금을 운반하던 조운선들은 이미 목포에서 대정항구까지만 소금을 나르게 됐다. 그동안 남경까지 오가던 해상 무역 통로를 완전히 폐쇄했다.

점점 복잡해지는 국제 관계나 대륙이 지방 정권으로 분리되자 대륙과의 무역로를 보타도로 일원화 해버린 것이다. 제주도로 보낼 말들이 어느 정도 확보되자 다음에는 보타도의 상인들에게 지시했다.

“질 좋은 쌀을 사오도록 하시오.”

“넷!”

“조선으로 보낼 생각이나 쌀이 좋아야 합니다.”

“염려 놓으세요. 보관을 오래 해야 되니 벼로 가져오겠습니다.”

이곳에 주둔한 해군들의 식량으로 필요도 하고 늘어난 왜구들도 먹여 살려야하니 쌀이 많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말해 수 없으니 제주도로 쌀을 보낸다고 했다.

그러나 가만히 보니 쌀의 시세가 이쪽이 더 싸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조선으로 보내면 별 이득이 없지만 하카타로 보내면 이득이 남는 장사다.

“함장, 앞으로는 미곡 장사도 해야 되겠어. 우리가 최대한 제주도까지 보내자고.”

“넷!”

대마불은 보타도에 진을 치고 가끔 먼 바다로 나갔다. 왜구들이 약탈한 물건만 현풍사략선단에게서 인수해 때로는 다시 보타도로 가져왔다. 장물을 다른 무역품과 섞어서 명나라에 팔거나 또는 제주도의 대정항으로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명나라의 남경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헌강왕은 큰 고민에 빠져 버렸다.

“소금을 그쪽에서 모조리 취급해 버리니 이제는 힘들게 됐어.”

“전하,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대진국에서 전하께 묵은 감정이 남아 있나 봅니다.”

“보타도로 사람을 보내야 되겠군.”

“넷!”

딸인 정향 공주도 홀대하는 것은 여전한 것 같았다. 큰 돈벌이가 되던 소금을 다른 곳에서 취급해 버리자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해 버렸다.

그래서 헌강왕은 부득불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밀사를 보타도로 보냈다. 자신의 권한으로 주산군도를 대진국의 관할 구역이라고 서류를 만들어 넘겨주게 되었다. 그런 조치를 해주고 보타도를 통해 들어오는 소금을 비롯한 수산물 중에 3할을 자신들이 취급하도록 밀약하게 되었다.

“헌강왕전하께 전하세요. 다른 뜻은 없고 이곳에서 주둔하며 무질서하게 무역하는 행위를 막고 강소성에 나타난 왜구들을 토벌할 준비를 하니 그러게 아세요.”

“알겠습니다. 아무튼 소금 거래의 3할이나 넘겨주어 감사합니다.”

“거래량은 전보다 4배로 늘어나니 남경에서 차지하는 이득금은 줄지 않을 겁니다.”

밀약하는 이유는 아직은 헌강왕이 독립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런 영토 협약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물론 대진국의 입장도 거의 비슷해 아직은 표면적으로 명나라에 속한 지방 정권과 같은 형태다.

해상권을 가진 강력한 다른 지방 정권에게 그저 자신의 관할 지역을 넘긴다는 식이다. 한쪽에서는 약탈하고 한쪽에서는 약탈한 장물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팔아서 재물을 챙기고 있었다.

이런 방법이야 대마불은 아주 어려서부터 대마도주가 하던 방법을 배워 별로 어려운 업무가 아니었다.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명나라의 동해안 지역은 점점 폐허로 변하고 남경의 세력도 전 보다는 세력이 약해지고 있었다.

강력한 군대를 양성하려면 많은 재물이 필요했다. 그런데 군사를 양성할 재물들은 소리 없이 대마불을 통해 제주도를 거쳐 대진국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더 이상 세력을 확장하지 못했다.

산동반도의 제태국도 바다를 통한 수산물을 위해 지역에서 공급 받아야 하니 그저 땅을 파고 굴을 뚫어 광산을 개발해 필요한 재정을 충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명나라는 차츰 북경의 정권, 산동의 제태국. 그리고 남경의 헌강왕 세력. 멀리 남쪽에서는 포르투갈과 교역하는 광동지역으로 나뉘고 있었다.

더구나 신장 지역에서는 타타르 부족이 완전히 왕국을 세워 통치하고 있고 티베트나 운남성 지역도 별도의 왕국이 있으니 명나라는 원래 역사에 비해 상당히 영토가 줄고 힘이 약했다.

“태왕폐하께 보고해야 되겠어.”

“제독님, 직접 단동으로 가시려고요?”

“직접 가야 다음 계획을 태왕폐하께 지시를 받지.”

오랜만에 단동으로 돌아가는 길이니 그냥 갈 수는 없었다. 물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사략선 8척에 대한 대금도 지불해야 하고 또한 선물도 빠트릴 수 없었다.

‘보잘 것 없던 나를 이렇게 만들어 주신 분에게 그냥 말 수야 없지.’

그래서 대마불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재물을 차츰 금괴로 바꾸기 시작했다. 특별히 달리 가져다 줄 것이 없으니 금괴나 또는 남경 지역에서 나도는 금제품으로 귀한 고대 유물들을 서서히 챙겼다.

“폐하께서는 특별히 고대 유물에 관심이 많으니 그것을 선물로 보내자고.”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소금상인들에게 고대유물을 구해오라고 하겠습니다.”

이 때문에 남경 지역에서는 고대 유물이 매장된 고분들이 떼로 도굴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원치 않은 것들은 당연히 골동품 가게에서 거래되고 금동제품과 최소한 은제품은 모조리 보타도로 모아졌다.

한편 대마불과 현난풍에게 사략선을 만들게 하고 길림의 해서 여진을 복속시킨 최인범은 한창 드넓은 평야를 이동하고 있었다.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많은 마차를 끌고 천천히 이동했다. 측근인 철씨 삼형제는 혹시 몽골 부족과 전투라도 벌어질지 모른다고 해서 사단장과 군단장직을 사임했다. 다시 근접경호를 하는 시위로 임명되어 같이 이동했다.

대외적으로는 해서여진과의 전쟁에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경질시킨다고 발표했다. 평생 옆에서 보좌한다고 맹세한 처지라 고위직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철씨 삼형제다. 넓은 평야지대를 이동하면서 최인범은 철씨 삼형제와 설화를 대동하고 간간히 사냥하며 이동했다. 이곳은 사슴이 많고 도한 곰이 많은 지역이다.

한창 철씨 삼형제와 같이 흑곰을 잡아 놓고 구워먹는 가운데 동쪽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기마병들을 보게 되었다.

“폐하, 전령이 옵니다.”

“그래? 무슨 일이지?”

무슨 급한 일이 아니면 굳이 이곳까지 전령을 보낼 이유가 없었다. 슬며시 망원경을 들고 빠르게 달려오는 전령의 모습을 지켜보자 전쟁은 아니었다. 전쟁이 터지는 경우 반드시 말에 붉은 표시를 하고 소식을 전하는 기마병에게도 붉은 어깨띠를 두르도록 지시했다.

“분홍색으로 보아 군사적인 문제인데 그리 급한 용무는 아닌 것 같군.”

이윽고 멀리만 보이던 전령이 숙영지에 도착하자 급하게 거수경례를 하고 국방장관이 보낸 서찰을 넘겨주었다.

‘오호! 이성량이 드디어 건주본위의 지휘첨사가 됐어.’

서찰의 내용은 척계광이 이성량에게서 많은 뇌물을 받고 놓아 주었다는 소식이다. 심양으로 2000명의 부하들과 같이 도망친 이성량은 건주본위의 지휘첨사가 되었다고 한다.

최인범이 서찰을 철씨 형제에게 넘겨서 보여 주었다.

“폐하, 국방부 장관이 이성량을 놓아준 사정에 대해 완전히 모르는군요.”

“척계광이 내 지시라고 전혀 말을 안했으니 모를 수밖에.”

“확실히 척계광은 지모가 뛰어나군요.”

국방부에서는 뇌물을 받고 중요한 전쟁포로를 집단으로 놓아준 척계광을 일단 이등병으로 강등해 대련항으로 보냈다고 했다. 국방부에서 문초를 하자 그저 뇌물을 받아서 모두 황궁이나 수도의 외곽 성 건립기금으로 납입했다고 말하고 실제로 어떻게 해서 벌어진 내용은 함봉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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