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화
쾅! 쾅! 과과광!
요란한 포격소리가 들리자 1000보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어선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새로 포수로 결정된 선원들을 교육시키는 선원들은 모두 대진국의 해군 포수 출신들이다.
다소 멀리 날아가는 포탄을 보던 교관인 포수가 크게 호통 쳤다.
“아니, 뭍에서도 그렇게 포를 엉망으로 쏘면 어떻게 해서 배가 흔들리는 해상에서 적선을 무찌른단 말인가? 화약 장전을 독 바로 못해?”
노군을 하다가 겨우 풀려나 포수로 근무하게 되는 명나라 광부출신들은 기겁해서 바들바들 떨었다. 여기서 탈락되면 다시 노예인 노군으로 추락하니 정신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살아남으려면 최선을 다해 군사훈련에 매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략선에 배치되었던 많은 포수들은 이번 작전만 끝내면 모두 다시 대마불이 이끄는 사략선의 선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현난풍은 직접 화포를 쏘아 보며 하나하나 직접 배우고 있었다.
“발사!”
명령을 받은 포수들이 화포에 점화하자 큰 폭음과 하게 포탄들은 정확하게 어선들 위로 떨어졌다.
펑! 펑! 화르륵, 화르륵.
화약이 들어 있는 터지는 폭탄이 터졌다. 바짝바짝 붙어있던 작은 어선들은 사략선 2척의 화포 사격으로 불이 붙었다. 빠른 속도로 작은 어선들이 불에 타거나 포격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바직! 빠지직!
한창 포격 훈련을 하던 선원들은 다시 승자총 사격을 하며 군사훈련에 매진했다. 이들은 약탈에는 전혀 상관없이 포술 훈련이나 또는 선상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한편 왜인들의 경우 상륙하자 일단 자신들이 사용할 어선들을 확보했다. 모두 4척이 회보되자 왜인들은 어촌을 습격해 약탈한 재물들의 배에 실었다. 여자들도 많고 남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대가축의 경우 모두 사략선에 싣고 있었다.
왜인들의 두목인 노무라는 크게 외쳤다.
“빨리 빨리 실어!”
“넷!”
자칫하면 제태국의 군사들이 몰려올 수 있으니 마음이 급했다. 그러나 아직은 명령체계가 확실하지 않으니 일부 왜인들은 내륙 쪽에 있는 마을로 습격하기 위해 들어간 상태다.
‘빨리 와야 하는데.’
소수로 대규모 군사와 교전을 벌이면 몰살 당할 수 있으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200명의 수로는 작은 어촌이나 털지 큰 마을을 털기에는 군사력이 넘누 약했다.
왜인들이 약탈을 끝내고 나서 해안으로 돌아와 그들의 배에 오르고 있었다.
이때 한동안 화포로 사격과 함상 훈련을 지휘하던 현난풍이 함장들에게 지시했다.
“다시 쓸 수 있는 포탄은 회수해와.”
“넷!”
원형인 철제포탄의 경우 재활용이 가능했다.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 포격 훈련을 끝내자 일부 포탄은 회수하는 것이다.
와글와글.
조금 내륙 안까지 들어가 약탈하던 왜인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소에 다들 뭔가를 들고 소나 말에도 많은 재물을 싣고 돌아왔다. 위험한 만큼 큰 마을로 들어가니 약탈할 물건들이 많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왜인들이 이미 탈취한 어선으로 모두 오르자 현난풍은 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홍도로 가자!”
“넷!”
대마불과 홍도에서 만나서 사략선 2척인 인수 받기로 약속했다. 그 때문에 왜인들이 차지한 조금 큰 4척의 어선과 같이 동쪽으로 이동했다.
사략선 뒤를 따라서 동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어선 안에서는 노무라가 심복부하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배로는 움직이기 힘드니 다른 배를 달라고 요구합시다.”
“그럽시다.”
협상하며 현난풍은 전에는 5할씩 나누던 것은 이제는 자신의 지분을 4할로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대략 대가축만 자신이 차지하는 식으로 정산했다.
2척의 사략선과 어선 4척으로 구성된 현풍사략선단은 유유히 동쪽으로 가다가 남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망망대해지만 가끔 조선의 어선들이 아주 멀리에 보였다.
“해안과 가까우면 안 되니 더 덜어져서 내려가!”
“넷!”
현풍사략선단은 조선의 어선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조금 이동해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다음날 밤이 되자 홍도해역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미 단단히 약속했지만 조선의 수군이 있을 수 있어 기다리고 있었다.
파파박!
하늘에서 화려한 불꽃이 터졌다. 드디어 대마불이 안전하니 들어오라고 불꽃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현난풍은 불꽃을 보자 함장에게 지시했다.
“입항해!”
홍도의 부두로 들어서자 의외로 수많은 왜인 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어선을 몰고 들어오는 왜인들을 보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와! 영주님이 오셨다.”
“와! 와! 이번에는 배도 가져왔어!”
왜인들도 소리치며 환영하고 홍도 사람들도 신이 나서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더구나 많은 명나라의 여자들을 잡아 오자 남자들은 더욱 신이 났다. 잘하면 명나라 여자를 차지해 장가를 갈 좋은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곳 홍도는 뱃사람인 남자들이 많고 여자들 수는 아주 적었다. 그러니 여자가 많아지면 장가갈 기회가 생기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왜? 말도 안 통하는 명나라 여자하고 장가를 가려고?”
“왜? 그러면 안 되나?”
“그야 모르지. 제독님이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잖아.”
이들이 칭하는 제독은 대마불로 그는 여러 척의 사략선을 보유하고 있어 다들 제독이라고 칭했다.
부두에 정박한 2척의 사략선과 왜인들이 보유한 배에서 빠르게 노획한 물건들을 하역했다. 이번에는 50명의 남자 포로와 50명의 여자들을 포로로 잡아 왔다. 그리고 말이나 소를 50필을 약탈했으니 그런대로 전과를 올린 것이다.
현난풍은 대마불을 만나 은괴를 넘겨주었다. 그러자 대마불이 별로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조용히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상단주께서는 이번에 너무 일을 크게 벌였더군요. 제태국의 왕실에서 관리하는 은광을 털어 버려서 위해 해군기지로 사신이 찾아 왔었어요. 항의가 얼마나 심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요? 그래도 상관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자칫하면 제태국과 대진국의 밀약이 깨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 앞으로는 산동 반도 지역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제태국의 요구 때문에 제 3함대가 산동반도에서 활동하는 왜구들을 완전히 소탕해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비밀 협정이지만.”
“알았어요. 앞으로는 더 남쪽에서 움직이죠. 그렇지만 약속대로 사략선 2척은 넘겨주는 거죠?”
“당연하죠.”
현난풍은 2척의 사략선을 인수하고 빠르게 선원들이나 격군들을 배치했다. 2척에서 4척으로 늘어나다 보니 우선 운항에 필요한 선원과 화포수를 비롯한 전투원을 배치하고 격군은 별로 배치하지 못했다. 범선이라 꼭 격군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래서 대가죽인 소나 말까지 넘겨주게 되자 대마불이 가지고 온 화약이나 기타 보급품을 넘겨주었다.
“현 상단주께서는 앞으로 나를 거치지 않고 대정현에서 직접 거래해도 되니 참고하세요.”
“알았어요. 하지만 제주도야 너무 머니 지금처럼 움직이는 것이 좋겠네요.”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하시죠.”
비록 태왕의 은밀한 후원으로 사략선을 차지하고 활동한다. 하지만 자신은 국제 관계의 변화에 따라 언제고 소모품이 될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잘 안다.
‘아직은 빌붙어 살아야 해.’
그래서 완전히 결별 수순보다는 전에처럼 자신들은 명나라의 동해안에 접근해 왜인들이 약탈해 오는 재물을 운반해 중간에서 흑풍사략선단에 넘기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모항이 없는 처지니 지금은 그런 방법이 제일 좋았다. 이런 결정을 내리고 오랜 함선 생활에 지친 선원들을 섬에 오르게 하고 쉬게 했다.
한편 왜인들의 우두머리인 노무라는 홍도에 와 있는 과거의 부하들을 만났다. 자신을 찾아서 무려 300명이나 이곳에 모여 있었다.
“어떻게 여기로 왔지?”
“영주님께서 산동 반도로 갔다고 해서 저희들도 그리로 가다가 여기서 기다리면 만나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잘 왔어.”
노무라는 큰 성을 차지하던 영주는 아니었다. 그저 작은 어항에 자리 잡은 촌장보다는 조금 규모가 큰 세력으로 버티다가 주변의 큰 영주들의 공격에 도망친 처지다.
사실 부하들에게 노무라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것은 하카타의 대상인들이다. 그들은 대진국의 국가정보원에서 보낸 서찰을 받자 멀리까지 사람을 보내 노무라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전했다.
명나라의 동해안을 혼란시키기 위해 왜구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어 정보를 흘린 것이다. 더구나 하카타에서 무역선을 이용해 싼 뱃삯을 받거나 외상으로 운송시켜준 것이다.
배를 움직이고 또한 노략질할 사무라이가 많아지자 노무라는 대마불을 만나 협상을 했다.
“우리도 사략선을 넘겨주시오.”
“무슨 소리요? 사략선을 넘겨 달라니. 그건 안 되고 무역선으로 운항하는 조운선은 가능하니 2척을 가지고 가시오.”
결국 노무라는 화포나 다른 무기는 없는 상태인 조운선 2척만 인수하게 되었다. 대신 자신들이 약탈해 오게 된 매물이나 포로로 잡은 여자나 남자들을 모조리 대마불에게 넘겼다.
대마불은 노무라에게도 간단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앞으로 산동반도 지역으로 가면 안 될 거요. 제 3함대가 이미 산동의 남쪽까지 초계활동을 하며 왜구를 소탕하고 있으니까요.”
“고맙소.”
노무라는 이런 정보를 듣자 앞으로도 현풍사략선단과 협조하며 지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배만 있다고 독립할 수는 없었다. 어딘가 모항이 있어야 다시 보급을 받으며 활동하는데 그런 근거지가 없으니 지금은 그길 밖에 없었다.
왜인들은 새로 조운선 두 척을 확보하고 홍도를 떠나며 사정사정해 현풍 상단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현난풍이 넘겨준 은괴는 단동으로 가는 무역선장에게 인계했다.
“단동으로 가서 해양부로 넘기세요.”
“넷!”
현난풍이야 사략선 2척의 대금이 이것으로 정산되지만 대마불은 너무 많은 사략선을 받아서 이런 정도로는 정산이 끝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최대한 이동할 때는 화물선으로 활용해 돈을 벌어야 한다.
왜인들로 구성된 6척의 해전선 그리고 4척의 사략선을 이끌고 서쪽으로 사라지는 선단을 바라보던 대마불은 그제야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우리도 빨리 선원들 배치를 끝내고 무안에 들여 화물을 싣고 대정현으로 떠나자.”
“넷!”
대마불은 8척으로 늘어난 사략선에 선원들을 재배치했다. 현풍사략선단에 배치되었던 선원들이 합류하자 어느 정도 선원을 채울 수 있었다. 노군들은 모두 명나라출신인 노예들이다.
홍도를 떠난 대마불은 무안으로 가서 그곳의 염전에 있는 많은 천일염과 고구마와 감자를 싣고 제주도의 대정현으로 향했다. 물론 많은 쌀도 같이 싣고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