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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49화 (349/519)

349화

그들이 떠나고 나자 일단의 기마병들이 해변에 도착했다. 그러나 제태국의 기마병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제태국의 중요한 수입원인 은광을 완전히 털려 버렸고 광부들도 모조리 사라졌으니 나라 재정에 막대한 압박을 주게 생겼다.

“돌아가자!”

“넷!”

제태국의 기마병들은 이미 사라진 왜구들 때문에 완전히 헛걸음만 한 셈이다.

한편 육지와 조금 떨어진 섬의 뒤편에 정박 중인 사략선에서는 약간 문제가 발생했다. 현난풍이 2척의 사략선에서 노군으로 일하는 젊은 사람들 중에 80명을 일반 선원처럼 쇠고랑을 풀어 자유를 줬다.

그들을 광부와 같이 일반 선원처럼 만들자 왜인들의 지도자인 노무라가 항의했다.

“반란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서둘러 노군들에게 자유를 준 이유는 염려 했던 그대로 왜인들이 많은 은괴를 보자 자신들의 지분을 지금 나누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노군을 풀고 그들에게도 무기를 주자 왜인들은 은괴를 주고 이제부터는 따로 활동하겠다고 주장했다.

“따로 활동한다니 배도 없는데?”

“우리 지분으로 사략선 한척을 넘겨주시오.”

“뭐?”

결국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가운데 협상은 진행되었다. 그다음에는 왜인들도 독자적으로 해적질을 할 수 있도록 어선 중에서 규모가 큰 것은 불로 태우지 않고 왜인들이 차지해 운영하기로 했다.

“좋소. 그렇다면 우리는 그렇게 하겠소.”

현난풍은 허접한 어선으로 약탈을 따로 하겠다는 왜인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놈들은 삼포에서 하던 짓거리를 여기서도 똑 같이 하네. 봐주니까 배로 배신하는군.”

“제독님, 아무래도 왜놈들은 믿으면 안되겠습니다.”

“알았어,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 일단 약속한 그대로 앞으로 큰 어선은 파괴하지 말고 왜인들에게 모조리 넘겨 줘!”

“넷!”

조직이 분산되는 위기지만 현난풍은 태연하기만 했다. 그녀는 나름 생각해둔 무서운 계획이 있었다.

‘감히 나를 어찌 보고. 모조리 죽여주지.’

한편 단동에서 현난풍과 만나 사략선을 운영하도록 지시한 최인범은 이곳에 있는 신무기인 로켓과 전차를 가지고 바닷가에서 실험을 하게 됐다.

로켓무기는 대신기전의 개량품으로 크기가 더 커져서 태대신기전으로 불린다. 그리고 전차의 경우 구경이 아주 큰대포를 장착된 무기라 태대포전차라고 불렸다.

바다를 향해 발사실험을 하게 된 로켓무기인 태대신기전은 길이가 4미터에 지름이 30센티미터인 몸통이다. 최인범의 지시로 본래는 짧았던 발사대를 다소 길게 만들고 몸체에 짧은 날개를 옆에 부착했다.

이렇게 함으로 그나마 조금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준비! 점화!”

로켓의 몸통 꽁지에 점화하자 괴성이 들렸다.

쉬이이익! 우르릉!

요란한 소리를 내던 태대신기전인 로켓이 햐얀 연기를 품으며 발사대를 떠나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얼마 날아가지 못하고 불과 1킬로 정도의 갯벌에 추락해 버렸다. 명백히 로켓 무기의 발사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흠! 내 이럴 줄 알았지.”

로켓은 고성능 고체 원료나 또는 액체연료를 사용해도 성공하기 힘든 무기다. 그런데 흑색화약을 조금 개량한 정도로는 성공할 수는 없었다. 연소가 불안정한 흑색화약의 한계가 있었다. 태대신기전은 이미 조선에서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대신기전을 조금 확대해 만든 모방품에 불과했다.

물론 계속 개량한다면 위력적인 무기로 발전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발사대도 크고 성능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니 전력에는 큰 도움이 될 수가 없었다.

“위력은 별로고 적에게 공포감은 줄 수 있겠군.”

이런 저평가에 홍성철이나 장주한은 옆에서 얼굴이 벌게져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엄청난 재물만 소모하고 신무기 개발에 실패했으니 할 말도 없고 참으로 난감한 것이다.

“한대 더 발사해 봐!”

“넷!”

어차피 실패했으면 폐기처분해야 하니 아쉬움이나 없도록 한 번 더 실험을 하게 되었다.

“점화!”

지지지직! 과과광!

처음에는 불꽃에 타다말고 꺼질 것 같더니 로켓은 웅장한 소리를 내며 하얀 연기를 품어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쉬이익!

하늘 높이 오르자 최인범은 급하게 망원경을 들고 발사된 로켓을 바라보았다.

“저런!”

한참 날아오르던 로켓은 중간에 심하게 몸통이 흔들리더니 이내 추락해 바닷물 속으로 빠져 버렸다. 처음실험에서는 1단계에서 문제가 됐고 두 번째에는 2단계 점화에 실패한 것이다.

두 번 모두 실패했으니 더 이상 실험 해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로켓개발의 연구로 얻은 것은 분명히 있었다. 화차라고 불리는 대량 살상 무기인 신기전의 사거리가 늘어나게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화살에 달린 분사통 끝에는 개량된 폭발용 흑색화약이 들어가게 되었다.

“개량된 신기전이나 발사 실험을 하지.”

“넷!”

쉬이익! 쉬이익!

하얀 연기를 품으며 멀리 날아간 신기전이 일제에 폭발했다.

과광! 콰과광!

넓은 갯벌이 떨어진 수많은 신기전으로 주변은 마치 융단폭격이라도 당한 모습으로 일시에 화염에 휩싸였다. 화차의 위력은 분명 전보다 확실하게 좋아졌다. 의기소침해 있던 홍성철과 장주한은 신이 나서 크게 소리쳤다.

“와! 성공이다.”

화차에 장착된 100발의 신기전은 본래는 그저 일시에 멀리 화살을 날리는 정도에 불과한 무기였다. 이제는 날카로운 화살촉 이외에 폭발하는 무기로 개량된 것이다. 많은 화약을 장착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폭발과 함께 불꽃을 일으키고 1미터 이내에 근접한 적에게는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 정도는 된다.

신기전의 성능이 전에 비해 더 좋아지자 최인범은 지시를 내렸다.

“이런 정도 화력이면 충분하니 화차는 이제 양산체제로 전환해서 우선 안산에 주둔하고 있는 기동 사단의 포병부터 배치하도록.”

“넷!”

“해군의 전투선에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해.”

“명을 따르겠습니다.”

조선도 신기전을 발사하는 화차가 있지만 성능 면에서 더 좋게 개량해 이제는 전군으로 대량 보급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사거리도 길어지고 폭발하는 화약이 들었으니 위력은 대단했다.

‘조선에서 알면 그들도 개량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겠군.’

새로 개발된 화차에서 발사되는 신기전은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래서 적에게 심한 공포감을 심어주고 뭔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개량되었다.

“해군이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어.”

“그렇습니다. 해군에서 사용하면 위력이 막강할 겁니다.”

보병보다는 불에 약한 목재인 선박을 공격하면 위력이 대단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명중률이 문제가 있으니 밀집된 함대와 교전할 때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판단되었다.

‘언제 왜놈들을 혼내줘야 하는데.’

명나라야 수군 자체가 없으니 신기전으로 공격하기는 왜가 적당해 보였다.

왜의 동쪽에 위치한 동왜는 서쪽이 완전히 막히자 선박들을 많은 건조했다. 동왜의 세력은 한창 유구국을 거쳐 남경 동쪽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유구왕국이나 남쪽의 명나라와 정상적으로 거래를 하는 것 같군.’

왜의 호환이 조금 잠잠해 진 것으로 보아 호랑이들이 혼슈 동북쪽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본시 추운 지방에 살던 호랑이라 그쪽이 살기에 좋았다.

간동도(연해주)가 완전히 개발되고 인구가 늘어나면 그곳에서도 함정을 건조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바다를 건너 언젠가 혼슈 북쪽으로 가서 호랑이를 잡아볼 요량이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던 최인범은 다시 신무기 실험에 눈길을 돌렸다.

“원장, 앞으로 천자총통을 더 개량해서 대장군전의 발사 실험에 더욱 집중해 봐. 그쪽이 더 효과적으로 보이니까.”

“넷! 잘 알겠습니다.”

우수한 무기더라도 화약 소모가 너무 많으니 효율성에서 의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명중률이 높은 화포를 사용하는 것이 비용 대 효과로는 확실히 좋았다.

“태대포전차도 쏴 봐!”

“넷!”

꽝! 와지직!

거북이처럼 생긴 화포가 장착된 전차도 2차례 실험 발사했다. 하지만 장착된 대포가 너무 커서 그런지 폭발 반동으로 전차자체가 부서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두텁게 석벽으로 쌓아 놓은 담장이 완전히 무너지는 놀라운 위력은 있었다.

‘흠! 기왕에 만든 것이니 성곽을 공격할 때 한번은 써먹을 수 있겠어.’

태대포전차 역시 비용 대 효과로는 쓸모가 없지만 일단 만들어 놓은 무기라 한 번 써보기로 했다.

“태대포전차는 분해된다니 안산에 주둔하고 있는 기동사단으로 모두 보내도록 해.”

“넷!”

“그렇다고 더 이상 만들지는 말고······. 전에도 말했지만 태대포전차는 기동성에서 문제가 많아 비효율적이니 개발을 중단하고 화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해.”

화약은 개발이 될수록 군사용도 활용되지만 광산이나 건설 현장에서도 활용가치가 많았다. 로켓무기도 조금 손을 보면 뭔가 달리 활용할 방법은 있다고 판단해 지시했다.

“태대신기전은 화물선에 적재해서 비사성으로 보내.”

“넷!”

전에 비해 화약의 원료인 염초, 목탄, 황을 구하기가 쉬워졌지만 제조과정이 힘들고 양산하기가 쉽지 않으니 화약은 고가품이다.

대규모로 축산하는 이유도 화약 원료인 염초생산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또한 목탄 역시 아무나무의 목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으로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일단 신무기 실험을 끝내고 나자 최인범은 다른 준비를 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장관들도 일부 교체해 그런대로 나라의 기틀은 잡혔다고 판단했다.

제태국을 압박해 북경의 명나라 쪽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사략선단을 운용하게 됐다. 현난풍이 요동 반도를 노략질해 혼란을 주고 그 때문에 제태국이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했다. 산동 동쪽이 어려워지면 그들은 반드시 대운하를 장악하려고 군사를 움직이게 된다. 그리되면 북경은 양쪽에서 압박을 받은 형태로 변하니 지금 보다 더욱 심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가정제를 완전히 정신없도록 만들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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