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347화 (347/519)

347화

<혼수모어(混水摸魚) 계책(計策)>

산동 반도 끝에 있는 위해 항구 지역은 이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북쪽의 조양호와 남쪽의 월호 사이에 운하가 파지고 운하의 동쪽에는 판축 공법으로 축조한 토성이 건축되었다.

와글 와글.

“어휴! 이제야 끝났군.”

“노역이 끝났으니 이제 더 고생을 안 해도 되겠어.”

“이런 정도 구생하고 위해 시에서 산다면 고생할 만도 하지.”

공사에 동원된 사람들은 대부분 서쪽에서 제태국적으로 살다가 이제는 대진국 국적인 위해 시민으로 바뀌었다. 완충지대라고 부르던 지역인 서쪽 끝부터 50리에서 안에서 살았었다.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위해 시를 지키기 위한 해자와 토성을 쌓으라는 것이다.

좁은 터라 모두 토성 안쪽으로 모두 이주할 수는 없다. 토성 서쪽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다만 제태국이 쳐들어올 경우는 토성 안쪽으로 들어와 방어 작전을 펴거나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을 약속했다.

“우리의 안전을 위한 작업이니 억울할 것도 없지.”

“젊은이들은 해군이나 육군에서 3년을 지내야 하잖아.”

젊은 남자들은 해군이나 육군으로 입대하게 되었다.

주민들이 만들게 된 해자를 겸한 운하는 그리 깊지는 않았다. 그래도 판옥선이 충분히 운항할 10미터 깊이와 폭 20미터로 그곳에서 나온 토사로 쌓은 토성의 높이가 10미터가 되었다. 어찌 보면 평범한 제방과 같이 보이는 토성이다.

위해 항구는 이제 모두 해군기지로 사용하고 조앙호와 월호가 어선이나 무역선이 들어오는 민간인이 이용하는 항구로 변했다. 그래서 현난풍은 위해 해군기지에 있는 현풍여각을 팔고 이곳 월호에 새로 현풍여각과 현풍상단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다.

그동안 모은 재물이나 여자들은 모두 팔아서 사략선 2척을 사서 월호 부두에 돌아오자 심복인 현장화가 매우 놀라 물었다.

“마님, 어떻게 그런 큰 배를 사오셨어요? 더구나 화포까지 사서요?”

“다 사는 수가 있지. 외상으로 무기를 샀으니 빨리 재물을 모아 갚아야 해. 선원들과 노군을 모아.”

“알겠습니다.”

이곳에는 자유무역 시장처럼 변해 조선이나 명나라 또는 멀리 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전에 살던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이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왜에서는 칼잡이인 하급사무라이 출신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들은 영주들의 세력 다툼이 벌어져 생긴 싸움에서 패해 몸을 피하기 위해 찾아온 무리들도 많았다. 본래는 조선의 남쪽을 자주 침탈하던 왜구 출신이다.

조선의 전라도와 충청도 그리고 황해도 출신들인 뱃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와있었다. 그 때문에 그런대로 쉽게 필요한 선원을 채용할 수가 있었다.

“마님, 선원 140명과 노군도 모두 200명을 구했습니다.”

“수고했어.”

상선을 만나서 약탈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략선이 빨라야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난풍은 마침 뒤따라오게 된 흑풍 상단의 사략선을 보고 사람을 모집하며 우선 똑 같이 개조해 노를 20개로 늘리게 되었다.

노군들은 대부분 왜의 하급사무라이 출신들로 모두 장검만 들고 다니는 부랑아인 왜구출신들이다. 이제 먼 곳까지 이동이 가능하게 되자 현난풍은 왜인들로 구성된 노군을 이용해 빠르게 월호 항구를 벗어났다.

둥둥! 둥둥!

“어쿠! 어쿠!”

왜인들은 힘차게 노를 저어가며 소리치고 있었다.

항구에서 벗어나 드디어 먼 바다로 나오자 돛이 활짝 펴지고 바람을 타고 서서히 남쪽으로 이동했다. 그제야 노군들은 노를 배위로 끌어 올리고 장검들을 챙겼다.

“약탈한 물건의 반만 선주에게 주면 된다지?”

“그렇게 약속했으니 힘들어도 할 만해.”

현난풍은 현실적으로 많은 노군을 고용할 재력이 없었다. 그래서 왜구 출신들과 반타작하는 방법으로 노군으로 채용했다. 전에 왜에서 살 때는 반타작은 고사하고 거의 대부분 영주에게 바치고 그저 식량이나 면포나 조금 받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노군도 하며 해병대원들처럼 해안에 상륙해 약탈 업무를 수행하라고 해도 불평이야 있을 수 없었다.

이윽고 목표한 문등현 남쪽 해안의 남해 어항 근처에 도착하자 현난풍이 명령을 내렸다.

“하선해!”

명령을 받자 왜인인 노군들을 2척의 사략선에서 뛰어내렸다. 급하게 양쪽으로 나뉘어 두 개의 작은 어촌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장검을 뽑아들고 일제히 소리치고 달려들었다.

“와! 와!”

“사람 살려!”

갑자기 옷을 홀라당 벗고 훈도시만 차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왜인들을 보자 어촌은 일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잔인한 왜구들이 나타난 것이다. 어촌 사람들은 빠르게 해안을 벗어나 근처 깊은 산으로 도망치고 일부는 잡혀서 마을의 공터에 모였다.

2개의 어촌 사람들은 어린 아이를 제외한 모든 성인들은 엎드려 벌벌 떨고 있었다. 포로는 여자가 50명에 남자가 80명이다.

달달달.

왜인들은 무질서하게 약탈하지 않았다. 몇 개의 조를 짜서 역할을 분담해 움직였다. 한 때는 왜에서 군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전투 방식이야 알고 있었다. 아무런 저항 능력이 없으니 도망친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스란히 잡혀 버린 것이다.

200명의 지휘자인 노무라는 2개의 어촌에서 약탈한 모든 물건을 한곳에 모으고 나서 지시했다.

“10명은 마을과 어선에 불을 지르고 나머지는 모두 사람과 물건을 가지고 배로 돌아가자.”

“넷!”

졸지에 마을 사람들은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빼앗기고 포로인 노예로 끌려가고 있었다. 왜구들이 떠난 어촌 마을에는 노인과 어린 아이들만 남아 있었다. 작은 어선들도 집과 함께 불태우고 떠나 이제는 먹고살 대책이 없었다.

“으아앙! 으앙!”

마을 곳곳에서는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노인과 아이들은 천천히 내륙 쪽의 문등현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그곳을 기점으로 구걸하며 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죽일 놈들 배라도 남기지.”

“왜구들이 분명해.”

한편 왜인들에게 끄려온 남자들은 사략선에 올라타자 참담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다들 갑판에 오르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이제 죽었어.’

이들이 낙담한 이유는 사략선 갑판위에는 엄청나게 많은 쇠고랑이 보였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모두 사략선에서 쇠고랑을 차고 노예인 노군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노에는 노예노군들을 2명 씩 배치했다.

“뭐야! 이 놈 봐라!”

“잡아!”

이때 갑판 위에서 약간 소란이 일었다. 왜인인 노군이 훈도시 속에 약탈한 은가락지를 숨겼다가 선원에게 발각된 것이다. 그러자 사략선의 함장인 현장화가 무슨 변명을 들을 것도 없이 매섭게 명령했다.

“참수! 수장!”

단 한마디의 명령에 은가락지를 숨기고 들어오던 왜인인 노군의 목을 댕강 잘라져 몸과 머리가 바닷물 속으로 던져졌다. 일순 사략선 두 척은 모두 공포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명령에 불복종하면 어찌 되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풍덩! 풍덩!

물소리와 함께 2척의 사략선은 돛을 올리고 빠르게 먼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략선은 먼 바다로 나가고 얼마 지니지 않아 다시 근처의 어촌으로 들이 닥쳤다. 조금 전에 약탈한 마을보다 조금 큰 마을이다.

“와! 와!”

“잡아라!”

벌거벗고 장검을 들고 매섭게 달려드는 왜구들을 보자 겁에 질린 마을 사람들은 급하게 내륙의 깊은 산속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일부는 도망쳤지만 대부분 사로잡혔다. 근래에는 왜구가 별로 없어 안심하다가 그대로 다들 포로가 된 것이다.

이곳에서 잡은 사람의 수는 여자가 100명에 남자는 120명이라 이제는 노군을 모두 노예로 교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바다로 나가 다시 남쪽으로 이동했다.

사략선 2척은 또 다른 어촌을 2차례 습격해 남녀를 포함해 600명을 잡고 나자 약탈한 재물을 싣고 드디어 먼 바다로 나왔다.

먼 바다에는 4척의 흑풍 상단의 사략선이 보였다.

“조심해서 배를 연결해!”

“넷!”

바다에서 배와 배끼리 연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이미 약탈한 재물이나 사람은 흑풍상단에 넘기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서로 접안해 사람과 재물을 인계했다.

노예의 시세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남자는 2명이 말 1필 가격이고 여자는 4명이 1필 가격이다. 조선은 여전히 노비 제도가 있고 전에는 성인 남자가 말 1필 가격이다가 요즈음 노비가 귀해서 말 2필 가격이다.

중간에 거래하면 상당히 헐값으로 넘기는 것이다. 싸게 넘기는 이유는 멀리 조선이나 또는 산동 반도 끝으로 가서 거래하는 시간 보다는 차라리 싸게 넘기고 다시 만만한 어촌을 터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많은 사람을 태우고 멀리 운항하기도 위험했다.

약탈한 재물도 아주 싸게 흑풍 상단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빠르게 물품 대금을 계산하기 위해 주판을 퉁기던 대마불이 가볍게 답해 주었다.

“대략 화포 가격은 충당된 것 같군요. 하지만 화약이나 포탄이나 승자총 가격까지는 안 되니 더 지불해야 합니다. 최소한 한번은 더 다녀와야겠네요.”

“알겠소.”

현난풍은 속이야 무척 쓰렸지만 지금으로는 이렇게 싸게 거래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저 나오는 것은 이말 뿐이다.

‘도적놈!’

결국 이틀간 약탈한 남자들은 모두 노군이 없이 바다로 나온 흑풍 사략선 4척에서 노예노군으로 변했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현풍 사략선은 다시 해안으로 가서 약탈했다. 사람과 재물을 몽땅 흑풍사략선으로 넘기고 정산을 끝내게 되었다.

그러자 흑풍 사략선 단장인 대마불은 다음에 만날 장소를 정해 주었다.

“다음은 우리 전라남도 홍도에서 만나기로 하죠.”

“그곳에서 거래되나요?”

“그렇소. 이번에는 너무 가치가 없는 물건이라 그렇고. 귀한 물건을 털면 그곳에서 추가로 사략선 2척을 상단주에게 넘겨주겠소. 재물이 적으면 물론 외상으로 넘겨주게 될 것이고.”

추가로 사략선 두 척을 판매한다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략선이 많아지면 더 많은 재물을 약탈할 수 있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 받으니 하기로 결정했다.

“알았소. 그럼 다음에는 홍도에서 만납시다.”

현풍 사략선 2척은 천천히 다시 서쪽 해안으로 향했다. 흑풍 사략선 4척은 약탈한 재물과 사람을 싣고 빠르게 홍도로 향했다.

4척의 사략선이 홍도에 도착하자 6척의 화물선이 기다리고 있다가 다들 큰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와! 왔다!”

노예가 된 남자들을 600명이나 화물선의 노예노군으로 인계됐다. 본시 남아 있던 4척 이외에 단동 조선소에서 추가로 2척이 더 배치되어 총 6척이 모조리 사략선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2척은 현난풍에게 인계해 4척으로 현풍 사략선단을 운영하게 된다. 그리고 4척은 대마불이 인수해 총 8척으로 흑풍사략선단을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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