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346화 (346/519)

346화

한편 단동의 조선소에 도착한 현난풍은 조선소 사장을 만나고 있었다. 단동 남항의 조선소에는 대형 화물선을 건조해 놓고 있었다. 화물선이란 특징 때문에 현재 무장은 전혀 없었다.

‘와! 내가 바라던 배가 이미 있네.’

현난풍은 자신이 원하던 큰 배를 보게 되자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가진 배보다 3배는 길이가 더 길어 보이는 큰 배를 보자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배를 꼭 사고 싶었다. 배를 사고 싶은 욕심이 생긴 현난풍은 조선소 사장에게 물었다.

“저 화물선을 살 수 있습니까?”

사장은 가당치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화물선은 파는 배가 아니요. 우선 10척을 건조해 화물선으로 운항하며 성능 실험을 해보고 나서 나중에는 해군의 함선으로 다시 개량해야 하는 배라 팔수가 없소.”

“재물만 주면 팔 수도 있지 않아요?”

“저 배의 소유주는 모두 태왕폐하요.”

현난풍은 대형 화물선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크기도 하지만 장거리를 갈 수 있는 구조라 해적질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결국 조선소 사장으로부터 태왕의 소유인 배라니 허락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자 태왕에게 연락해 주길 원했다.

“혹시 모르니 태왕폐하께 연락을 해보세요.”

“허! 폐하께서 승낙을 하실 리가 없지.”

사장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현난풍은 태왕폐하께서 직접 적어준 주인장을 보여 주었다. 그녀가 소지한 주인장은 다른 상선들이 보유한 서류와는 내용이 약간 달랐다.

서류에는 현난풍에 대한 사면령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대진국 상선이나 영토 이외에는 얼마든지 약탈해도 좋다는 내용이다.

주인장을 읽어 보던 사장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건 산동 반도 남쪽의 명나라 땅에서는 대진국 선박 이외에는 상선이나 해안의 마을을 마음대로 털어도 전혀 죄가 안 된다는 약탈 허가장이군.”

“그렇습니다. 저는 태왕께서 특별히 운용하는 상단이니 연락해 주세요.”

화물선은 해군에서 전투함 개발에 이어 대양함대를 만들기 위해 개발한 선박으로 크다. 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노의 수가 적고 거의 바람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범선이다.

돛대가 4개로 3개의 수직 돛대와 하나의 삼각돛이 달려 서양의 배와 거의 비슷한 형태다. 다만 크기가 상당히 크고 바닥은 평저선으로 약간 달랐다.

첨저선에 비해 속도가 조금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복원력이 좋고 적재량은 같은 크기라도 상당히 늘어나는 구조다. 길이가 60미터에 폭이 15미터로 전투함의 후기함으로 개발해 화물선으로 사용할 선박이다.

현난풍의 연락을 받은 최인범이 별궁에서 단동의 조선소로 찾아왔다, 그의 옆에는 대마불이 다소 흥분된 표정으로 화물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마불도 이제 독립된 함대를 이끌도록 한다고 언질을 받아 신이 났다.

최인범은 현난풍을 만나자 넌지시 물었다.

“현풍 상단주, 화물선을 사고 싶다고?”

“폐하, 가능하시면 저에게 한 대라도 파시면 어떨까 해서요.”

“더 멀리 내려가고 싶은 모양이군.”

“그렇사옵니다.”

노략질도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수월했다. 몇 번 해보니 이건 그저 돈을 주어 담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주변에 대항하는 무력이 없기 때문에 이룬 결과다.

‘해적질로 버는 것이 제일 빨라.’

새롭게 변신한 현난풍은 몇 번의 노략질로 엄청난 이득을 보자 이제 다른 사업은 하고 싶지 않았다. 또 은근히 이 짓에 체질에 딱 맞았다.

노략질을 하다 보니 나름 어떤 짜릿한 쾌감도 느꼈다. 또한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곳으로 멀리 여행도 다니게 되니 성격상 아주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화물선을 사고 싶어 눈이 반짝거리는 현난풍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일을 겪었어도 본시 천성을 완전히 버리기 힘든 모양이군. 조선에서 탐욕스럽게 재물을 갈취하더니 그 성품은 그대로야.’

그러나 이미 현난풍을 이용해 명나라나 또는 주변국을 마구 흔들어버릴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 화물선을 현난풍에게 팔기로 결정했다.

“일단 화물선부터 살펴보지.”

“넷!”

최인범은 화물선에 올라 선박 안을 자세하게 돌아보았다. 화물선은 크기도 하지만 그만큼 튼튼하게 건조되었다. 배끼리 부닥쳐도 부서질 염려가 없어 보였다. 전투함으로 만들려다가 화물선으로 개발하다 보니 일반적인 배보다는 훨씬 튼튼했다.

전투함과는 다른 구조인 화물선은 노의 수도 줄어 양쪽에 5개씩 총10개다. 필요한 격군의 수는 노 하나에 5명씩으로 총 50명이다. 배를 움직이는 선장이나 조타수, 돛을 움직이는 갑판원 등으로 약 30명이 필요한 배다.

무장만 한다면 전투함으로는 약간 부족하지만 사략선으로 쓰기에는 아주 적당했다. 최인범은 화물선의 선장실에서 대마불과 현난풍과 대화를 나누었다.

“현풍 상단주가 가진 재물로는 겨우 1척을 살 정도 밖에 안 되는군.”

“폐하, 2척은 살 수 있는 줄 아는데요.”

“무슨 소리인가? 사략선으로 운행하려면 무장도 해야 하고 함포도 싣고 다녀야 하지 않나?”

“아, 그렇군요.”

최인범은 현난풍을 이용해 사략선을 운영할 생각이다.

사략선(私掠船)은 본시 국가로부터 특허장을 받아 개인이 무장시킨 선박을 뜻한다. 사략선은 세금을 쓰지 않고 무장한 선박과 선원을 동원하는데 사용됐다.

사략선들은 해군력이 약한 나라 혹은 무역에 의존하는 적과 마주한 국가에서 큰 도움이 됐다. 사략선과 해적들의 행위는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사략선이나 해적은 적대국의 상선을 상대로 습격과 약탈을 했다는 점에선 동일했다. 사략선은 해적선과 달리 국가로부터 권한을 받아 합법적 활동을 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현난풍을 만난 최인범은 우선 조건을 걸고 화물선 2척을 인계해주기로 했다.

“일단 2척을 인계해 줄 것이니 산동반도 남쪽을 먼저 털어서 나머지 대금을 정산하도록 해. 그게 정산되면 다시 2척을 외상으로 줄 것이니 4척으로는 장강 이남에서만 활동을 하도록 하고.”

“폐하, 4척으로 늘면 장강 이남에서만 꼭 활동해야 하옵니까?”

“당연하지. 그때쯤이면 제태국에서 우리에게 항의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사략선은 우리 해군 함대가 격침시키거나 다시 회수해야 되니 당연히 남쪽으로 가야지.”

“그렇군요. 잘 알겠사옵니다.”

현난풍에게 2척의 화물선에 무장을 시켜주는 조건으로 판매하게 되었다. 지자총통 20문과 승자총 20정을 넘겨주고 화약과 포탄을 주게 되었다. 나머지 무장이야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최인범은 이런 조치를 취하고 나서 대마불에게도 별도로 지시했다.

“너도 오늘부터는 사략선을 이끌도록 해. 현풍 상단과 같이 움직이던 독자적으로 움직이던 상관은 없다. 일단 4척으로 시작해서 빨리 재물을 모아서 선박과 무기 대금은 갚도록 해.”

“넷!”

측근으로 부리던 대마불을 결국 사략함대를 운영하는 함대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현난풍이 운항하는 사략선의 경우 그녀가 스스로 선원과 격군을 모집해야한다. 대마불의 경우는 현재 해군으로 근무하는 우수한 병사들을 전역시키는 방법으로 선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원하던 화물선인 사략선을 구입한 현난풍은 2척의 배에 판옥선의 무장 상태와 비슷한 수준의 무기를 싣고 급하게 산동반도로 떠나게 되었다. 그곳으로 가서 필요한 선원이나 격군을 모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마불은 단동에서 해군을 상대로 선원과 격군을 모집했다. 그리고 화물선은 약간 개조되었다. 10개이던 노가 20개로 늘어나게 되고 현난풍에게 인계한 구형 화포 대신에 신형 화포로 무장했다.

현난풍의 사략선에는 없는 화차 1문, 개량된 천자총통 2문 그리고 승자총이 40정씩 건네졌다.

“대마불, 너 돈 많이 모아야 되겠다.”

“넷! 무장이 좋으니 빨리 벌게 될 겁니다.”

단동에서 4척의 사략선에 필요한 격군을 모집하기가 힘들어 보이자 최인범은 넌지시 조언을 해주었다.

“대마불, 필요한 격군은 알아서 채우도록 해.”

“넷!”

결국 대마불의 경우 화물선을 개조했지만 격군은 전혀 없는 상태로 필요한 전투선원 60명과 배를 운항할 30명의 선원들만 모집해 산동 반도로 떠나기로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그곳으로 가서 격군을 모집할 요량이다.

나머지 4척도 산동 반도로 소금을 싣고 떠나게 되었다. 4척은 우선 산동 반도와 염창 시를 오가는 화물선으로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현난풍이나 대마불이 모두 살 수 있도록 지시를 해놓았다. 빨리 노략질로 많은 재물을 모으는 사람에게 나머지 배도 넘겨준다고 약속했다.

“태왕폐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몸조심하고.”

“넷!”

“대마불, 계속해서 산동 반도까지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니 네 고향인 제주도를 모항으로 삼고 남쪽에서 움직여도 당분간은 별로 문제가 없을 거다.”

“넷!”

이외에도 현난풍에게는 해주지 않은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주로 어디가 털어먹기 좋은 길목인지 말해주었다. 명나라나 또는 조선 그리고 왜나 유구 등에 대한 많은 정보가 수집되어 있으니 알려줄 수 있었다.

왜는 지금 동서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쪽에는 최인범과 교류하는 오우치 가문이 위세를 떨치고 있고 동쪽에는 막부가 중심이 되어 영주들이 점점 뭉치는 현상이 벌어졌다.

여전히 왜는 많은 영주들이 난립하는 전국 시대다. 하지만 동쪽의 영주들은 서쪽으로 통하는 무역 통로가 완전히 막히자 그들은 나름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많은 배를 건조해 먼 남쪽의 유구왕국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대마불, 너는 그 점을 참고해서 움직이도록 해.”

“알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네가 스스로 결정하고.”

“넷!”

최인범은 4척의 사략선에는 모두 망원경을 2개씩 넘겨주기로 했다.

“망원경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해.”

“넷!”

“되도록 현풍 상단과 가깝게 지내며 수시로 동향을 알려 주고.”

“알겠습니다.”

현난풍에게 사략선을 운영하도록 지시했지만 그녀가 엉뚱한 짓을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마불에게 그녀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역할도 수행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사략선보다 한 단계는 전투력이 우월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너는 되도록 만선한 상선을 나포해 보는 것이 좋을 거야. 그게 위험성이 적을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사략선이기 때문에 주인장도 주고 표면적으로는 무역상단의 형태라 흑풍상단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황해에서는 대륙이나 또는 조선의 해안을 털거나 어선을 나포해도 된다.

사략선이기 때문에 대진국 소속인 어선이나 또는 대진국의 깃발을 단 선박 이외에는 모두 약탈 대상이 되는 것이다.

“대마불, 허가장에는 조선 영토나 선박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은 당분간해서는 안 되니 명심해.”

“넷!”

조선을 대상으로 포함시킨 이유는 언제 조선과 적대 관계가 될지 모르니 미리 허가장을 그렇게 발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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