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화
새로운 무기를 바라보던 최인범은 외마디를 지르며 기절하듯이 놀라고 말았다.
‘이럴 수가?’
심하게 말하면 입에서 거품이 품어지거나 눈알이 앞으로 툭 튀어나올 정도로 진짜 놀랐다. 새로운 세상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 정도인 신무기들이다.
하나는 거북이 모양의 철갑으로 덮은 초대형 화포가 장착된 전차다, 하나는 로켓 무기다. 두 종류를 신무기로 개발됐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로켓 무기의 경우 거의 비슷하게 천자지통에서 대장군전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건 동체에 화약을 넣고 발사한다니 로켓 무기가 확실했다. 기동하는 방법이 가축이나 사람이 밀어야 한다지만 화포를 장착하고 철갑을 둘렀으니 전차가 틀림없었다.
“각각 몇 대씩이나 만들었나?”
“현재 모두 각기 20대씩 만들어 두었습니다. 시험발사를 위해 제원은 약간씩 달라 5종류씩입니다.”
전차와 로켓을 모두 5종류씩 10종류로 총 40대를 만들었다니 엄청난 재물이 소요되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별로 쓸모도 없어 보이는 무기다.
로켓무기가 멀리만 날아가지 탄두가 시원치 않으니 그저 무거운 쇳덩어리 하나 멀리 날려 보내는 정도라 무기로 별로 효과가 없어 보였다. 멀리 날아가서 적의 우두머리의 머리통에 박힌다면 모를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의미해 보였다.
“얼마나 날아가나?”
“계산으로는 약 20리에서 30리 정도입니다.”
“멀리는 날아가게 만들었군.”
“그렇습니다.”
멀리 날아가야 정확성도 없으니 진짜 공연한 무기를 만든 것 같았다. 성능은 실험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 그것도 현재로는 믿기 어렵다.
시험 발사를 하려면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운반하기도 힘들게 생겼다. 더구나 이미 만들어 비축해 놓았다는 말에 다소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들은 돈이 그냥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줄 아나.’
부담 없이 연구에만 몰두하라고 예산은 너무 후하게 주다가 보니 벌어진 사태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자신이 서책을 만들며 낙서처럼 그려놓은 전차나 로켓을 보고 연구한 것 같았다. 그러나 모두 기동성이나 효율성에서 문제가 있어 실용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어디에 있나?”
“단동의 해변에 있는 창고에 있사옵니다. 너무 커서 배로 운반해 그곳에서 조립해 두었사옵니다.”
“그렇다면 언제 실험을 해봐야 되겠군.”
그나마 실험하기 좋게 단동에 있다니 아주 생각 없이 만들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무튼 쓸모가 있건 없건 죽게 고생해 신무기를 개발한 연구원의 사기를 저하시킬 필요는 없어 좋게 말했다.
“발상은 좋으나 기동성이 문제가 되니 더 이상 개발하지 말도록 해.”
“넷!”
마음 놓고 재물을 쓰라고 놔두면 앞으로 무슨 요상한 무기를 만들지 자신도 전혀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전차를 만들게 됐는지 설명을 들어보니 이해되었다.
고래부터 거대한 성은 아주 중요한 방어수단이다. 그런 성을 공략하기 위해 많은 공성무기들이 있었다. 전차와 비슷한 무기로는 이미 충차가 있어 성문이나 성벽을 부수는 역할을 했다. 모양은 약간 비슷하지만 철갑을 두르고 화포를 장착한 것이 다를 뿐이다.
거북선도 개발하다가 현재는 주변국에 별로 강한 해군이 없다고 해서 일단 개발을 중단했다. 명나라는 해군 자체가 없고 왜의 경우 안택선이 있지만 구형 판옥선보다 성능에서 한참 뒤떨어진다. 더구나 이미 신형인 전투함을 양산하는 처지로 돌격선인 거북선을 꼭 만들 필요는 없었다.
신무기 개발에는 엄청난 재물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인범은 홍성철에게 지시했다.
“일단 화약이나 탄약 개발은 계속하고 소총 개발을 지속하되 다른 무기 개발은 중단하도록 하시오.”
“넷!”
“남는 예산으로는 앞으로 백성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 주시오.”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신무기 개발은 양날의 칼과 같았다. 대진국에서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면 상대국인 명나라도 반드시 그런 무기에 대항할 신무기를 개발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많은 첩자를 보내 이미 개발된 무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되면 명나라의 기술력이나 또는 재력으로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로 신무기 개발에 주력하게 되어 싸움은 경제력으로 끝나게 될 공산이 크다.
아무리 신흥강국이라고 해도 명나라의 경제력과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덩치가 커도 너무 큰 나라와 점점 적대국으로 변하니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차라리 이쯤해서 신무기 개발은 멈추고 경제 발전에 치중하는 것이 좋아.’
무기의 개발도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좋았다. 너무 일방적으로 신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다가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물론 군대가 강하면 유리한 점들이 많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세상사라고 판단하니 신무기 재발은 당분간은 제약을 걸어둘 생각이다.
최인범은 다른 창고로 가서 살폈다. 이곳에서는 풍차나 소방차를 연구하는 부서다. 피스톤 작용으로 물의 압력을 높여 물을 품어내는 시설을 연구하고 있었다.
“폐하, 소방차는 성능이 아주 좋습니다.”
“그렇다면 실험을 해봤나?”
“넷! 보통 3층 건물까지는 물이 강하게 품어집니다.”
“그런 정도면 충분하군.”
양쪽에서 시소처럼 올리고 내려서 펌프질해 수압을 올려 물을 품어내는 소방기구다. 당장 해군의 함정에서도 필요해 양산하도록 지시했다. 소방차는 작은 우마차 정도의 크기다.
“소방차는 계속 생산하고 개량해서 해군이나 또는 봉황성으로 보내도록 해.”
“넷!”
“풍차는 계속 연구해서 개량하고 생산도 해서 보급해.”
“잘 알겠사옵니다.”
전에 비해 벽돌이나 석재를 많이 사용해 건물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목조 건물이 많아 화재진압용 소방시설은 반드시 필요했다. 목조 건물은 화재에 제일 취약하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풍차의 경우 개발이 될수록 무한의 청정에너지인 바람의 힘을 이용한다. 그러니 성능이 좋을수록 활용도가 높은 시설이다.
저지대로 흘러오는 물을 퍼서 홍수를 방지할 수도 있다. 또한 강에서 물을 퍼서 농업용수로 보낼 수도 있다. 광산에서는 지하 갱도의 물을 퍼 올리는 역할도 하니 활용도가 높았다.
최인범은 농기구 생산을 위한 연구 시설을 돌아보고 과학기술원을 떠나게 되었다. 더 이상 간섭하면 자칫 연구 활동이 위축될 염려가 많다고 판단했다.
이제 점차 얼음이 녹고 따뜻해지는 봄이 돌아오고 있었다. 봄은 여인의 계절이라 그런지 백마를 타고 같이 이동하는 정향 대공주의 얼굴은 화사해 보였다.
처음으로 같이 여행을 겸한 나들이라 그런지 조금은 들뜬 모습이다. 그리고 아진태 역시 아직은 어리다 보니 이동하며 보게 되는 새로운 경치에 매우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떤 과정이 있었던 아이의 어미와 혼인한 사이니 자신이 돌봐야 하는 아이다.
“아진태, 너는 앞으로 뭐가 되고 싶으냐?”
“저는 군인요.”
“왜? 군인은 매우 위험한 직업인데.”
“군인이 멋지잖아요.”
다는 아니지만 사내들은 어려서는 대부분 군인이 되고 싶어 한다. 나중에 커가면서 그게 변하지만 아무튼 어려서는 강해 보이는 군인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인범은 무심코 정향 대공주에게도 물었다.
“공주는 앞으로 뭐가 되고 싶은 거요?”
이런 어리석은 물음에 정향 대공주는 멍하니 바라보며 그저 침묵했다. 순간적으로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이상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질문을 왜 하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거야 오직 하나 뿐인데. 누굴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질문을 했으니 가볍게 답하면 되는데 대답을 안 하니 이상했다.
‘전혀 목적이 없이 그저 막연하게 사는 건가?’
자신의 질문이 크게 잘못 됐다는 생각을 못했다. 이런 행동으로 보아 최인범은 여전히 여자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같이 떠난 여행인데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별궁이 있는 봉황 산성 근처에 도착했다. 최인범 일행은 제일 먼저 각종 애완용 조류를 키우는 사육장으로 향했다.
깍! 깍!
이제 따뜻한 봄이 되어 그런지 사육장에서 키우는 조류들은 대부분 철제 망으로 만든 울타리에서 크게 울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부분의 조류들은 봄이 되면 바로 짝짓기를 시작한다.
남경에서 보낸 작은 애완용 조류는 봉황작, 천인조, 홍관조, 대형 앵무새 종류 그리고 큰 애완용 조류로는 백한, 금계, 은계, 긴 꼬리 닭 등이다.
“둘은 여기서 구경하고 있으시오.”
“예.”
최인범은 백두와 흑혈풍은 타고 목장으로 갔다. 이곳에 있는 암놈들과 교미를 시키기 위해서다,
“적당한 암놈이 있나?”
“넷!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수한 품종이니 새끼를 낳게 할 생각으로 가끔 이곳으로 보낼 생각이다. 자주 교미하다보면 우수한 말이나 또는 개도 이상하게 변하는 경우가 있었다.
최인범은 교미시키고 돌아와 산에 가서 멧돼지도 잡아다 구워주기도 하고 자기 딴에는 정향 대공주에게 성의를 표했다.
‘누구 고기 못 먹은 귀신이 있나?’
정향 대공주는 이곳에 도착한 첫날부터 기분이 찜찜하고 별로다. 이곳 별궁은 황궁에서 쫓겨난 여자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곳이다. 그리고 어린 여자들이 기녀로 살기 위해 기예를 배우는 기생학교다.
이런 모든 분위기는 정향 대공주와는 격이 맞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
‘여긴 궁녀들도 쫓겨나서 지내는 곳인데 왜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오는 거야?’
그것을 모르고 따라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시 최인범이 쓴 소설을 좋아해 반한 정향 대공주는 멧돼지나 잡아주고 더구나 동물들을 접이나 붙이러 왔다는 것으로 판단해 매우 불쾌했다.
‘경치 좋은 냇가로 가서 작은 조각배라도 타고 다니며 소통파의 시라도 한수 읊어 줘야지. 이게 뭐야.’
본시 문학적인 감각이 있는 여자다 보니 최인범과 조금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그러니 두 사람은 시간을 같이 보낼수록 자꾸 더 어긋나고 있었다.
며칠을 같이 보냈지만 사이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더구나 여자는 남자와 연애 감정을 느낄 때는 옆에 누가 있으면 싫은 법이다. 경쟁 상대인 진 빈의 아들을 혹처럼 달고 다니니 좋을 턱이 없었다.
결국 별로 좋은 결과는 얻지 못하고 정향 대공주는 태왕과 헤어져 아진태를 데리고 황궁으로 돌아갔다. 돌아 갈 때는 드디어 입이 툭 나와서 불평했다.
‘데리고 왔으면 데려다 주는 것이 원칙인데.’
정향 대공주는 마음이 들뜨는 봄에 여행을 가자고 해서 따라 왔다가 오히려 기분만 상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최인범은 단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단동의 하항에 있는 조선소에서 주인장을 가지고 현난풍이 찾는다는 소식에 서둘러 말을 몰아 달려가고 있었다.
최인범은 새롭게 변신해서 해적으로 사는 현난풍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