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340화 (340/519)

340화

안마당에 들어서자 그대로 안방 문을 발로 차서 방안을 확인했다.

“없네.”

“주인은 출타 중 같습니다.”

두 사람은 집의 주인인 젊은 부부를 찾고 있었다. 그들을 찾아야 각종 패물이 들어 있는 금고 위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주인 부부는 하필이면 출타 중이다.

“마님, 호위무사와 젊은 여동생이 집에 있답니다.”

“알았어, 그 연놈들을 잡으면 되겠군.”

정난정과 현장화가 급하게 두 남녀를 찾기 위해 많은 방을 뒤지고 있는 동안·····.

챙! 챙!

“크악!”

“아아악!”

사방에서 무기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더불어 처절한 비명소리가 요란했다. 집주인이 멀리 출타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남은 하인들은 있었다. 하인들이 허접하게도 농기구를 들고 대항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장검을 들고 있는 무술을 지닌 장정들을 당할 수는 없었다.

정난정과 현장화가 제일 크고 화려한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방안에서 기합소리가 들렸다.

“이아야앗!”

장검을 소지한 호위무사가 괴성을 지르며 정난정에게 장검을 높이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그러자 정난정은 빠르게 호위모사 앞으로 내달리며 들고 있는 휘청 거리는 연검을 앞으로 길게 찔렀다.

“탓!”

푹!

“크억!”

정난정의 연검술은 어떤 예비 동작도 전혀 없고 아주 단순한 찌르기 동작이다. 오직 죽이기 위한 필살기만 집중적으로 익혔다.

단 한 번의 길게 찌르기로 호위무사의 목을 관통해버리고 연검을 옆으로 채 틀었다. 그러자 호위무사의 목이 반쯤 달아나 덜렁거렸다.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며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아아아악!”

호위무사가 죽자 젊은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정난정은 비명이 들리는 쪽을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얼룩덜룩한 잠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놀라 비명을 지르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저년이군.”

다른 방을 찾던 연장화가 젊은 여자의 비명소리에 급하게 방으로 뛰어 들어와 외쳤다.

“마님, 저년이 여동생 같습니다.”

연장화가 급하게 젊은 여자에게 달려들어 쌍검을 빠르게 몇 번 휘둘렀다.

“아악!”

번득이는 칼날에 젊은 여자가 비명을 지르지만 이후로 더 이상 비명을 토하지 못했다. 얼룩덜룩한 잠옷은 이미 완전히 검에 의해 잘라져 버리고 알몸으로 변했다. 연장화의 쌍검은 젊은 여자의 입에 물리듯이 디밀었다.

“금고는?”

젊은 여자가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자 연장화는 주저 없이 검을 슬쩍 밀었다. 시퍼런 검날에 입술이 배어져 붉은 피가 품어 나왔다. 겁에 질린 젊은 여자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둥지둥.

젊은 여자는 평풍을 들추고 허겁지겁 벽에 있는 비밀 금고를 열었다. 비밀 금고 안에는 수많은 금괴와 은괴 그리고 보석들이 있었다.

“재물이 많아.”

정난정은 급하게 금고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커다란 자루에 모조리 쓸어 담았다. 목표한 재물을 충분히 챙긴 정난정은 크게 외쳤다.

“철수!”

그러자 장정들이 모두 횃불을 들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불은 빠르게 건물 전채로 번지고 있었다. 이미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마당에 꿇려 있었다.

“마님, 잡은 놈들은 모두 데리고 가시죠.”

“알았어, 데리고 가자.”

약탈에서 재물 이외에 제일 가치가 나가는 것은 사람이니 놓고 갈 수는 없었다.

어디고 그렇듯이 지방의 유력자 옆에는 신분이 무엇이든 미모가 뛰어난 여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다들 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젊은 여자들이 줄줄이 끌려가고 있었다. 대가축인 소나 말도 큰 재물이라 모두 끌고 빠르게 해안을 향해 이동했다.

보아하니 장정들은 등에 자루 하나씩 짊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다른 민가로 들어가 약탈했던 것이다.

“철수!”

기습적으로 마을을 공격하고 마을을 지키려고 저항하는 남자들의 일부를 죽였다. 젊은 여자들과 재물 그리고 대 가축을 약탈해 떠났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마을은 점점 불길이 거세지고 있었다.

화르륵. 화르륵.

챙길 수 있는 재물을 모조리 챙기고 마을 전채를 불태워 버리고 떠나는 것이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완전히 싸늘한 죽음만이 보였다. 겁이 나서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 살기가 어려워도 평화롭던 마을은 일시에 처참한 지옥과 같이 변해 버렸다.

일단 해적선과 가까운 해변에 도착하자 정난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장정들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저쪽의 어촌으로 가서 건어물이 있으면 챙기고 어선들을 모조리 태워 버려!”

“넷!”

정난정의 판단에 자신들의 약탈 행위를 어부들이 알 수 있다. 또한 어선들이 많으면 조업하려고 먼 바다로 나오는 수가 있으니 자신들의 행선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정난정은 자신들의 행적을 감추기 위해 어선들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려는 것이다.

정난정의 명령에 장정들이 빠르게 달려 횃불을 들고 어촌으로 달려갔다. 그러는 동안 선원들이 빠르게 약탈한 물건들을 해적선에 실었다. 잠시 뒤에 어촌으로 달려가 집이나 어선을 불태운 장정들이 도착했다.

“마님, 어선과 어촌 마을을 모조리 태웠습니다.”

“떠나자!”

적재를 모두 끝낸 해적선은 빠르게 해안을 떠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멀리 안전하게 떠나는 해적선을 바라보던 첩자들은 정난정이 이끄는 해적들이 떠나면서 남긴 물건들을 챙겼다. 말 5필과 여자가 5명이 있고 식량과 은괴가 남아 있었다. 적진 깊숙이에서 첩자로 숨어서 지내려면 활동비가 필요해 남긴 것이다.

“우리도 남쪽으로 가지.”

첩자들은 말에 여자와 짐을 싣고 산길을 따라 이동했다. 5명이 한조인 이들은 사실은 모두 대진국의 해군 특수대원들이다. 이들은 적국을 염탐하는 정보원이자 첩자활동이 가능했다. 첩자의 특성상 물자는 현지조달이라 약탈한 물건 중 일부를 보급품을 넘겨주고 떠난 것이다.

한편 해적선에 오른 정난정은 선장들을 향해 크게 명령했다.

“전속력으로! 동쪽!”

이윽고 바다에 바람이 불자 돛이 활짝 펴지고 측풍 바람을 타고 조선쪽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목표로 삼는 곳은 멀리 홍도를 지나 신안으로 가는 것이다.

그곳으로 가서 납치한 여자나 또는 남자를 모두 염전의 노예로 팔고 대신 천일염을 싣고 산동 반도인 위해 항구로 갈 예정이다.

“마님, 다음에는 10척으로 움직일 수 있겠습니다.”

“알았어. 척수도 늘리고 배도 더 좋은 것으로 마련해 보자고.”

이번 한번만 약탈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신안의 염전 주들과 이번에 거래가 잘 이루어져야 된다. 이번에 벌인 약탈은 너무 쉬웠고 단 한 명도 사상자가 없었다. 하지만 다음번의 약탈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다음은 지금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다음에는 약탈할 장소를 달리 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과 달리 명나라나 제태국은 수군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지에 많은 군사가 기다리면 전멸 당할 수 있으니 상륙 지점을 잘 선택해야 한다.

‘첩자들이 알아서 장소는 정해 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문제는 해군에서 파견 나온 장정들이 복귀하고 첩자들이 모두 다른 임무로 전환될 때가 문제다. 하지만 그 때야 자신이 이끄는 해적선은 적어도 수십척은 될 것이다.

‘부하들이 많으면 나야 큰 배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지.’

부하들이 많으면 지금처럼 직접 해안에 침투할 필요는 없으니 자신이 죽을 염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무튼 욕심이 나는 것은 전선인 판옥선을 한 대 구해보고 싶었다.

정난정은 태왕을 만났을 때 조금 더 과감하게 대화를 나누지 못한 점을 무척 아쉬워했다.

‘호호! 젊고 미남이던데.’

수많은 남자에게 윤간을 당해 남자라면 진저리가 나지만 세월이 지나자 몸과 마음의 상처는 어느 정도 아물었다. 또 마음에 쏙 드는 사내라 정난정은 은근히 가슴에 봄기운이 싹트고 있었다.

남자를 너무 잘 아는 몸이라 저절로 너무도 강해보이는 남자의 매력에 이끌리고 있는 것이다.

서해 남쪽 끝에 있는 홍도로 가자 그곳에는 의외로 하카타로 가는 왜의 무역선이 보였다. 그래서 정난정은 우선 홍도의 재력가인 선주를 만나 흥정했다.

“여자를 사겠소?”

“명나라 여자요?”

“그렇소.”

선주는 명나라 여자라는 말에 두말도 안하고 그동안 근처 해역에서 잡아 놓았던 홍어를 놓고 흥정했다. 홍도에는 크고 맛이 좋은 홍어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신안으로 가져가도 이득이 많이 남는다.

섬의 선주에게 여자들 5명을 넘기고 홍어를 차지하고 나서 그들과 헤어지고 왜로 가는 상인들을 만나 태왕이 만들어준 주인장을 보여 주었다.

“아! 새로 산동에 상단이 생겼다고 하더니 산동에서 오시는 길이군요.”

“그렇습니다. 사람을 팔려고요.”

“그렇다면 저희에게 팔죠. 대신 비단을 드리겠습니다.”

왜로 돌아가는 상인들의 경우 여자들을 사길 원했다. 정난정은 홍도에서 여자 10명을 왜인들과 섬사람들에게 팔고 많은 비단을 싣고 보급을 받고나서 다시 신안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녀의 배에는 아직도 납치한 여자나 남자들이 많고 홍도에서 생산된 홍어가 가득 실려 있었다.

드디어 새롭게 보급된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많은 신안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염전을 소유한 선주를 만나 흥정하게 되었다.

“소금과 바꾸죠.”

“그럽시다. 명나라 노예라면 도망칠 염려가 없으니 후하게 쳐드리죠.”

염전의 일이 너무 힘들어 노비를 부리려고 해도 자주 도망을 치니 염전운영에 차질이 있던 터라 비싼 가격에 가축들을 팔고 노예들을 팔게 되었다.

정난정은 납치해서 데리고 왔던 여자나 남자 그리고 가축들까지 신안에서 모조리 팔아 넘겼다. 그리고 이곳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는 질 좋은 소금을 가득 싣고 산동성으로 향했다.

이제 산동성의 위해 항구로 돌아가 소금을 해군에게 신고하고 제태국에게 넘기면 충분히 여러 척의 배를 새로 장만할 수 있게 된다.

좋은 배를 구입하려면 아무래도 단동의 하항에 있는 조선소를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정난정은 이렇게 판단하고 현장화에게 물었다.

“혹시 단동에 아는 사람이 있어?”

“예, 전에 단양에서 단골로 당집으로 운수를 보러 찾아오던 김중우 선달이란 양반이 그곳에서 크게 배를 건조하는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럼 그 사람을 통해 배를 사도되겠군.”

정난정은 태왕을 만나고 나자 전과 전혀 다르게 더욱 배포가 커지고 과감해졌다. 바다는 자신에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주고 있었다.

‘어차피 죽었다가 다시 사는 인생 한번 크게 호령하며 살아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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