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화
<성동격서 작전>
강력한 힘······.
요동반도의 끝에 있는 비사성으로 모인 강력한 힘은 주체하기 힘들 정도 덩치가 커졌다.
거대하게 건설된 비사성과 대련 항이다. 하지만 요동이나 산동 그리고 화북지역에서 모여든 이주민들 때문에 너무 복잡해졌다. 거리는 모두 사람들로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더 이상 요동의 끝자락에서만 머물 수 없는 한계점에 달하고 있었다.
최인범은 산해관에서 돌아와 거리를 살며보고 매우 놀랐다.
“시장, 왜 갑자기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졌나?”
“전하, 조선 그리고 산동이나 화북 지역에서 어선이나 화물선으로 떼 지어 이주민이 몰려와서 그렇습니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인구수가 어마어마하게 불었습니다.”
“얼마나 늘었는지 모르나?”
“전하, 약 5만명이나 늘었습니다.”
긴 기간 동안 인구가 그런 정도 늘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겨우 10만명의 수용능력을 지닌 대련이나 비사성 지역에 일시에 5만명의 인구가 몰려 왔으니 문제가 생겼다.
“전하, 계속 오고 있으니 그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알았소. 모두 모이라고 하시오.”
“넷!”
최인범은 비사성으로 돌아오자마자 급격하게 늘어난 이주민들 때문에 대책회의를 소집하게 되었다.
한편 대련항구의 넓은 선착장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낮에는 일은 하고 밤에는 고향 사람들 끼리 모여 정보나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모임이다.
땅도 얼고 날씨도 추운 겨울의 바닷가에 환하게 피워놓은 모닥불에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생선을 구워먹고 있는 사람들이 불만을 토했다.
“이게 뭐야? 여기로 오면 살기가 좋다고 이주해 왔더니 집도 너무 부족하고 농사지을 터도 없고.”
“이 사람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이주해 와서 그렇잖아. 그래도 공사장에서 일하니 먹고는 살잖아. 이제 밥도 배부르게 먹고 심심하면 생선 구워서 소주도 먹을 정도로 팔자가 너무 좋아졌는데 자네는 무슨 불평이 그렇게도 많은가?”
“무슨 소리야. 그럼 이대로 만족하고 산다는 건가? 나는 그리는 못사네.”
“못살면 다시 봄에는 쫄쫄 굶고 풀뿌리 캐서 연명하는 화북으로 돌아가려나? 이 사람이 이제 보니 배가 너무 불러 별 불평을 다 하네.”
“생선이야 너무 흔해서 그런지 맛도 없어.”
항상 끼니를 거르며 살던 화북지역의 가난한 삶을 벗어나고자 기회의 땅이라는 비사성으로 이주해왔다. 그러나 일단 터를 잡고 살며 형편이 조금 좋아지다가 보니 욕심이 더 생긴 것이다.
“나도 큰 집에서 더 넓은 농토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어.”
“누군 그런 생각이 없나?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지.”
본시 농사를 근본으로 삼는 풍토에서 살았다. 그 때문에 좁은 집도 항상 불만이다. 넓은 집과 토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들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자 문제가 생겼다.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됐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넓은 토지를 줄 수는 없었다.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별 불평이 없지만 본시 농사를 짓고 살다가 이주한 사람들은 불평이 늘어나고 있었다.
인간이란 본시 누구에게나 끝없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뭔가 자신이 차지할 수 있는 땅이 주변에 보이면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많이 가지고 못 가진 빈부의 차이란 항상 어떤 기준이 없다.
사람들은 본시 자기중심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판단하며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보다 재주가 많으면 똑똑한 인간이고 조금 뒤떨어졌다면 그는 모자란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부유함과 가난함의 기준은 사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한다. 모두들 자신보다 재물이 많으면 부자고 자신보다 재물이 적으면 그는 가난한 것이다.
사회적인 지위나 명성도 마찬가지다. 전에 살던 형편보다 몇 배는 좋아졌지만 먼저 이곳으로 와서 고생하며 터를 일군 사람들에 비하면 자신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것이다.
최인범은 산해관에서 자신이 벌인 엄숭이나 두중문을 처형한 여파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추운 바닷바람을 뚫고 때아니게 수많은 사람들이 비사성으로 이주해 오자 그들을 수용할 주택이나 수용시설이 부족했다.
참모들과 같이 갑자기 늘어난 이주민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최인범은 대련 직할 시장에게 넌지시 물었다.
“직할시장. 무슨 좋은 방법이 없나?”
“전하,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농부 출신들에게는 땅이 필요하니 무엇보다 땅을 주어야하옵니다. 그저 식량을 주거나 일자리를 준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옵니다.”
“땅을 요구한다고? 없는 땅을 어떻게 주나?”
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지원해 주거나 일자리를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주민은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인 실수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힘들게 이주민을 받고 나서 그들을 다시 내칠 수는 없었다. 기계화된 생산시설이 있더라도 사람의 수는 여전히 국력이니 그들을 반드시 잘 정착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일어난 이주바람으로 수용능력의 한계에 달하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겼다. 그렇다고 무조건 군인만 양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군인이란 물먹는 하마와 같아서 보유하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재물을 소비해야 된다. 그래서 평화 시에는 군인이란 사실 욕만 얻어먹을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철갑웅이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전하, 현재 정규 사단인 1-9 사단까지는 모두 사단 당 2만명을 배치해서 더 이상은 늘릴 수 없사옵니다.”
“그렇게 많이 늘려 놨다고.”
“그렇습니다. 현재 군인 말고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줄 곳도 부족합니다.”
본시 보병사단의 총 병력이 1만명으로 정했다. 하지만 예비 병력을 준비하라고 했더니 2배로 늘려서 군사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군인 신분을 주어 비사성이나 봉황성의 왕성이나 새로 성곽을 축조하는 인부로 써서 일자리를 주었다.
군왕의 직할영지에 있는 염전에서 나오는 수익이 제일 많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다른 행정조직으로 넘기면 나중에는 감축하기도 힘들고 통제하기도 힘들이 군인 신분으로 몰아넣어 관리하는 중이다.
긴 시간을 논의하며 고심해 봐도 이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결국 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심하던 최인범은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군.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북쪽으로 가자고.”
“넷! 준비하겠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명령이 떨어지자 다들 얼굴이 흥분으로 상기 되었다. 특히 조선출신이나 여진과 몽골 출신들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래 참고 기다리던 북진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잃어버린 고토를 모조리 찾는 거야.’
한족 출신들은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흥분했다. 드디어 진왕께서 넓은 영토를 지닌 제왕으로 등극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땅도 본래 주인이 없었던 땅은 없다.
인간이 살지 않는 오지로 가도 그곳에는 먼저 자리를 잡고 사는 동물이라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비사성의 북쪽이라고 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이 없을 리는 없다.
건주여진 족이라고 부르는 유목민이나 또는 농사를 지으며 사는 토박이 들이 크고 작은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최인범은 부하들에게 당부했다.
“북으로 올라가려면 그들과 전쟁하던 협상을 해는 수밖에 없어.”
“전하, 그렇습니다. 북쪽 지역에서 먼저 자리 잡고 살던 원주민들이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쟁을 해서 무력으로 밀고 올라가기 보다는 다소 순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직은 힘을 그런 곳에 소모할 수는 없었다.
“굳이 물러나게 할 필요는 없이 잘 협상해서 공존하는 방법을 연구해야지.”
“전하, 그게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어려워도 지금은 타협하는 것이 제일 좋아.”
최인범은 건주 여진을 완전히 복속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자신들을 몰아내거나 예속시키려고 자신들의 땅에 침략하는 무리를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몰아내려고 하는 거야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전쟁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최인범은 먼저 진명하 외무장관을 불러 지시했다.
“영구 지역까지 기마 1천명과 같이 이동하면서 촌장들을 만나서 협상을 해 봐. 바닷가의 어민들에게는 해금 정책을 풀어준다고 약속하고. 농민들에게는 감자 씨를 무상으로 공급해 준다고 조건을 걸고.”
“넷!”
“별 이상 없이 순순히 따르면 안산까지 올라 가봐.”
“알겠습니다. 명을 반드시 수행하고 오겠습니다.”
“건주 본위가 심양에 있으니 안상 위로는 더 이상은 올라갈 필요는 없어.”
“넷!”
계속 인구가 유입되고 있으니 대련항구나 비사성 내에서는 이주민을 더 이상 수용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제는 모아진 힘을 외부로 발산할 때가 된 것이다.
계획한 일정보다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최인범은 드디어 결심했다. 오래 전부터 구상하던 그대로 먼 옛날 고구려가 건설했던 천리장성을 따라 북진을 명령했다.
“철 대령, 5.6.7 사단은 천천히 북쪽으로 이동해서 안시성 지역까지 진군해.”
“넷!”
“내가 지목하는 지역에 도착하면 예비 병력들은 모두 예비사단으로 편성해서 분리시켜서 과거 산성을 보수하고. 근처에 주민을 정착시켜.”
“넷!”
명령을 받은 3개 사단 병력 총 6만명이 대련항구나 비사성에서 서서히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너무 많은 병력이라 급하게 이동할 수는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6만명이란 군대가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3만명의 가족들도 따라가게 된다. 그 때문에 대략 10만명이 서서히 대련 직할시에서 떠나고 있었다.
와글 와글.
북진하는 군대나 이주민들은 먼저 독산성, 건안성(개현), 안시성, 영구 지역으로 가게 된다. 과거 고구려산성 근처에 예비사단을 분리해 주둔시키게 된다. 또한 근처에는 예비사단 병사들의 가족들이 정착하게 된다. 그러니 가지고 가는 생필품도 많고 장비들도 많았다.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떠나자 무척 번잡하던 대련시는 다소 썰렁해 보일 정도다.
“허! 꼭 마누라와 자식이 도망친 빈집 같이 너무 썰렁하군.”
“자네는 아내가 셋이나 되면서 아직도 도망친 어린 마누라를 기다리나?”
도시의 인구라는 것도 상대적이다. 너무 번잡한 상태로 지내다가 일시에 많은 사람이 이동해 사라지자 조금 이상한 것이다.
최인범은 참모들과 비사성의 북쪽에 있는 높은 망루에서 서쪽의 발해만의 해변 쪽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떠나는 이주민들을 보며 약간 흥분되어 말했다.
“드디어 고토를 하나씩 찾게 되는군.”
“그렇습니다. 산맥을 따라 가면 전하께서 가보고 싶어 하는 부여성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군.”
급하게 점령하지 않더라도 몇 년 정도면 그곳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세상사란 항상 변수가 있지만 지금 정도로 유지만 되면 거대한 영토를 차지하게 된다.
최인범은 드디어 비사성을 떠나 북으로 올라가 요동 지역을 명나라에게서 완전히 분리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