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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28화 (328/519)

328화

최인범에게 가정제가 내리려는 작위의 정식 명칭은 봉황대흑산산동대진군(鳳凰大黑山山東大眞君) 의친왕(義親王) 요동산동발해동해 수륙대도독 태대장군 (遼東山東渤海東海 水陸大都督 太大將軍)이다.

전에 주었던 직책의 많은 부분은 이제 어울리지 않아 다소 간단하게 지어진 것이다. 명나라 조정에서는 대부마도위도 이제는 황제와 의형제라 그런 직책은 유교적인 관점에서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예부에서는 가정제의 명령을 받자 여러 가지를 고려해 문구를 대폭 줄였다.

“너무 복잡하니 조금 줄이는 것이 좋겠소.”

“그렇게 합시다.”

문제는 토벌 평안이란 단어가 빠짐으로 산동이나 왜를 꼭 토벌해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에서 조금 약화되었다. 그렇게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직책은 3개 지역에서 제태국을 향해 합공을 펼칠 경우 최인범을 군의 총사령관으로 미리 정해 놓는 것이라 빼버린 것이다.

“이런 정도면 가장 적당하다고 보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은?”

“상서님의 의견이 매우 타당하니 따르겠습니다.”

사소한 차이지만 조선이나 구려도 빠진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어찌 생각하면 더 광범위해진 직책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문구를 뺌으로 그가 요동 전체를 완전히 지휘 통괄하는 권리를 슬며시 박탈한 것이다.

가정제야 단순하게 판단하지만 밑에 있는 북경의 신료들은 그렇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후에 일을 이번 기회에 감안해 벼슬 이름을 정한 것이다. 그들 중에 일부 대신들은 어느새 최인범을 명의 사직을 상당히 위협할 여지가 많은 위험한 인물로 판단했다.

견제할 방법이 있다면 견제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움직임들도 있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후일에 명분 싸움에서 유리한 쪽으로 북경의 신료들은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최인범에게는 모두 별로 중요한지 않고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그저 그런 수식어다.

이미 진국(眞國)이라고 나라 명칭까지 정해 놓고 내부적으로 독립적인 국가의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언제 국가라고 선포하느냐 하는 시기만 결정하는 절차만 남아 있었다.

가정제의 명을 받은 왕미미 황후가 상궁을 산해관의 왕미령에게 보냈다.

“진왕전하를 의친왕으로 봉한다고?”

“왕비마마. 어디서 작위를 받을 것인지 황제 폐하께서 장소를 정해서 연락해 달라고 하옵니다.”

“그렇다면 별도로 대신을 보내지는 않나?”

“그것은 생략하고 바로 황제 폐하께서 작위를 주시며 뭔가 당부하시겠다고 하옵니다.”

“황후가 서찰로 그렇게 써 놓았다면 믿고 비사성으로 연락하지.”

왕미령은 왕미미 황후를 믿고 있기 때문에 연락하기로 결정했다. 쾌속선인 작은 무역선을 이용해 비사성에서 지내는 최인범에게 연락했다.

대련항에서 새롭게 창설된 사단의 훈련 상황을 지켜보며 지내던 최인범은 왕미령의 서찰을 받자 쉽게 가정제의 수작을 알 수 있었다.

작위를 받으러 자금성이 아니더라도 천진이나 산해관으로 오라는 명령이다. 보아하니 왕미령을 통해 서찰을 보낸 것으로 보아 왕 황후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분명했다.

‘가정제는 꼴에 내가 자기에게 허리를 굽히는지 알아보려는 수작이군.’

이미 난세로 접어든 명나라인데 굳이 허리를 숙일 필요는 없었다. 아직은 적당히 가정제를 이용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왕궁 공사도 시작했고 부대들도 새롭게 창설해 매우 어수선한 시기다.

‘굽혀 달라면 한 두 번은 더 굽혀주지. 그게 지금은 최선이야.’

아직도 자신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가정제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산해관이 좋겠어.’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일단 주변의 측근들을 불러 상의하게 되었다. 이제는 혼자의 몸이 아니니 결심이야 이미 했지만 그래도 부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는 갖추어야 된다.

최인범은 측근들을 불러 가정제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물었다.

“장군들은 가정제가 만나자는 것을 어찌 판단하나?”

“전하, 혹시 함정이 아닌지 걱정되옵니다.”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보오.”

대부분 굳이 이런 단계에서 가정제를 만날 필요가 있냐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러나 일부는 만나서 작위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곳에서 발행하는 화폐 때문에 조폐지청을 감사하러 온 이지함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전하, 약간 위험은 하겠지만 준비를 단단히 하시고 산해관으로 가신다면 유리한 점들이 많사옵니다. 만나서 준다는 작위를 받게 되면 한동안 우리는 안정적으로 기반을 만들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옵니다.”

결국 대다수가 작위를 받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게 되자 최인범은 자신의 결심을 말했다.

“안전만 확보되면 만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니 만나기로 하겠소. 혹시 함정일 줄 모르니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떠나도록 하겠소.”

이렇게 결정을 내리자 장군들은 염려는 했지만 더 이상 별다른 의견을 말하며 토를 달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건 친왕으로 봉해지면 일단은 유사시 북경으로 들어갈 명분은 생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무리 가정제가 정신이 이상하더라도 그래도 친왕이란 작위가 주는 효과는 매우 클 수 있었다. 또한 그 때문에 불리한 점도 있겠지만 그런 불리함이야 앞으로 증강될 군사력으로 버티면 된다.

회의를 끝내자 최인범은 철갑웅 삼형제에게 지시했다.

“각 사단은 모두 부사단장에게 지휘권을 넘기고 같이 가도록 하자.”

“넷!”

누구보다도 오래 같이 다니며 경호를 했고 무력에 관해서는 최고의 무장들이다. 이들과 함께라면 매복에 걸리더라도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이나 이들은 아주 특수한 갑옷을 보유하고 있으니 어떤 위험이라도 뚫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갑옷이나 무기를 잘 챙기고.”

“명을 따르겠나이다.”

여전히 자신들을 제일 믿어주니 삼형제는 감격에 겨운 표정들이다. 2개 함대장을 불러 그들에게도 지시했다.

“제 1함대 30척만 산해관으로 가도록 해. 그리고 나머지 20척은 다소 멀리 돌아서 산해관 북쪽에 포진하고.”

“넷!”

제1함대만 산해관으로 가지만 연락이 가능한 거리에 제 2함대인 발해 함대도 전진 배치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제 2함대는 이곳으로 연락하기 쉽게 징검다리 식으로 길게 포진해서 대기하고.”

“넷!”

이런 조치를 해군에게 내리고 나서 최인범은 신속하게 산해관으로 연락했다.

“황제에게 산해관에서 만나겠다고 전해.”

“넷!”

10일 후에 산해관의 끝 즉 바다와 접해 있는 누각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곳이라면 많은 병사가 매복할 수도 없고 유사시 누각을 진지로 삼아 전투를 벌일 수 있다. 또한 해군의 화력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지시를 내리고 나서 철씨 삼형제와 같이 지니고 갈 무기들이나 또는 갑옷을 챙겼다. 당연히 흑혈풍 적혈풍 그리고 백두를 데려가기로 했다.

근접경호원들도 같이 가게 되니 준비로 매우 바빴다.

“우리가 하루 정도 일찍 도착해 산해관을 완전히 장악해 놓도록 해.”

“알겠습니다.”

10일 후에 만나자고 했으니 가정제는 연락을 받자마자 자금성을 출발해 산해관으로 와야 한다. 그러니 예의를 차리는 것처럼 하루 먼저 가서 거점을 장악해 둘 심산이다.

‘만약 매복이면 오히려 잘 될 수도 있어. 북경이야 진군을 못해도 가정제를 잡을 수 있으니까.’

지금 최인범에게는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대외적으로 뭔가 기회가 생겨 국가로 선포하는 것이다. 그러니 가정제가 무리수를 두면 오히려 역이용할 수도 있었다.

가정제나 아니더라도 누군가 암살의 모의하던 시빗거리를 만들어 주길 기다리는 형편이다. 그래야 대의명분을 걸고 국가로 선포하고 정식으로 명나라와 분리되기 때문이다.

이미 가정제가 인육을 먹고 탐욕스럽다는 명분으로는 창업을 선포할 수는 없었다. 그런 내용은 이미 제태국이 먼저 써먹어 버렸기 때문에 재탕으로 명분으로 삼을 수 없었다.

사실 최인범은 가정제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또한 명나라에서 황제국이라고 해서 얼마나 오만한 사고력으로 주변국을 바라보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

이 모든 사단이 허물을 벗어 던지고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려는 왕미미 황후의 머리에서 나온 계책임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더구나 그 계책에 아내인 왕미령 왕비가 이미 동조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정제가 만나자고 한 사실이 위험 요소가 많다고 판단해 비사성에는 비상이 발동되어 모든 병사들이 전투 준비를 하게 되었다.

“화물선이나 어선들도 모두 운항을 중단하고 대련항에서 비상 대기하고.”

“넷!”

해군들이 준비가 모두 끝나자 최인범은 제1함대 지휘선에 올라 산해관을 향해 떠났다. 대련항을 떠나 산동 반도 끝자락을 지나며 최인범은 한창 건설 중인 해안도로의 성벽을 바라보았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해안도로인 성벽은 너무 웅장해 보였다. 간혹 새로 깎아 새운 성벽의 높이가 20미터를 넘는 지역도 있다. 더구나 그 위에 대형 누각을 세우고 위험 방지 턱이 2미터 정도 높이로 벽돌을 쌓아 놓아 성곽의 모습은 더욱 커보였다.

‘너무 거창하군.’

바다와 접한 곳에 새로 돌을 깎거나 보강해 해안 도로를 낸 곳을 직접 바라보니 그야말로 만리장성보다 더 웅장해 보이는 성벽이 이주 길게 늘어선 모습이다.

육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살펴보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웅장한 모습의 성곽이 건설되고 있었다.

‘명나라에서 긴장할 만하군.’

특별한 구역 이외에는 모두 접안 자체가 불가능한 30미터 이상의 해안 절벽이다. 어항으로 사용하는 작은 포구 주변에도 어김없이 해안 포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직 대포는 배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차하면 빠르게 대포가 이동되어 포진지가 만들어 질수 있도록 시설 공사는 진행 중이다.

‘해안 포대만 완성되면 거의 난공불락의 성채가 되겠어.’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어 최인범은 제 1함대와 같이 산동 반도 서쪽인 발해만 지역의 해변을 천천히 거슬러가며 이동했다. 해안의 방어 준비상태를 살피려는 것이다.

대련 항구 북쪽은 해안에 그대로 성벽을 쌓아 다른 곳 보다 더 높게 성벽을 축조해 놓고 있었다. 대진항 지역과는 달리 이곳은 백사장이 있는 곳이다.

‘흠! 명나라에서 상륙작전을 시도하면 여기로 상륙하기가 쉽겠어.’

하지만 이 지역도 양쪽의 돌출 부분에는 어김없이 해안 포대가 설치되어 있으니 명나라 군대가 상륙하기가 무척 힘들어 보였다.

“화포 성능이 조금만 늘면 해안을 모두 화망 안으로 넣을 수 있겠군.”

제1함대를 이끌고 해안선을 따라 이동해 태평만에 도착하자 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천천히 이동했다. 철씨 삼형제에게 명령을 내렸다.

“철갑웅, 갑옷을 입자.”

“넷!”

이제 부터는 적진이라고 간주하고 완벽하게 전투 준비를 했다. 안에 입는 방탄복 형태의 갑옷도 입고 중갑기병 형태의 황금빛 갑옷도 챙겨 입었다.

‘오랜만에 완전 무장을 해보는군.’

최인범은 나름 부하들과 같이 철저히 준비하고 서서히 산해관으로 진입했다. 바다와 접해 망루가 있는 곳에 판옥선이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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