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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26화 (326/519)

326화

당연히 제태국에서 보낸 천축국 여자들도 별궁에서 지내게 된다. 남경에서 오게 된 시녀나 궁녀들 중에서 왕궁에서 나와야 하는 여자들은 모두 별궁으로 보내기로 했다.

별궁은 앞으로 왕궁에서 필요한 궁녀를 배출하거나 또는 은퇴하는 여자들이 시집가는 대기처로 활용하게 된다. 월녀는 이런 조치를 내리고 봉황성으로 다시 돌아가 내시부 장관인 자순을 만나게 되었다.

“자순 태감께서는 참으로 한가하세요. 비서실장 업무를 하기도 바쁠 것인데 왕궁의 재물까지 관리하시다니요.”

“공주님, 그게 아니라 다른 사람은 너무 수리에 어두워서.”

“재물은 오히려 수리에 어둔 사람이 관리해야죠. 수리에 밝으면 숫자를 능숙하게 조작해 감사해도 발각이 안 나게 빼먹으니까요.”

까칠하게 말하는 월녀의 태도에 자순은 기겁했다.

‘헉!’

드센 다른 왕비들도 겁나지만 월녀는 그녀들 보다 더 겁나는 여자다. 자순은 조선에서도 잠시 지내 최인범과 월녀와의 관계나 혹은 월녀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너무 잘 안다.

월녀는 어린 나이에 왈짜패를 방망이로 때려 머리통이 터지게 한 사실이 있었다. 그 이이기는 이미 전설과 같이 변해 어려서 산적들을 방망이 하나로 무수히 때려잡았다고 널리 알려졌다.

사실 무술 실력은 상당한 고수로 변해 있었다. 월녀는 아주 오래전에 최인범에게 격투기와 검술을 배웠다. 더구나 최인범은 특공무술의 교범을 만들기 위해 그녀에게 지속적으로 그림책을 줬기 때문에 계속해서 수련했다.

더구나 어려서부터 백두상단을 이끌다 보니 남자들만 많은 조직이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결국 월녀의 이런 지적에 자순 태감은 본래 직책인 내시부의 수장 업무만 하고 태일이 다시 내수사 수장의 업무를 보내 되었다.

“태일 태감은 앞으로 잘하세요. 그리고 태일 태감이 수리에 그렇게 밝지 못하다니 내가 환관을 데리고 왔으니 쓰도록 해요.”

“넷!”

월녀는 왜나 조선에서 살며 벌거벗고 다니다 개에게 물려 물건이 떨어진 애들을 모아서 산수나 회계학을 가르쳤다. 그래서 태이, 태삼, 태사, 태오라고 해서 4명을 태일 태감에게 딸려 주었다.

‘오라버니가 자순 태감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한 일이니 권력을 집중시켜주면 안 돼.’

내수사의 비자금을 감사원에서 감사하지만 현장 감사가 아닌 서류 심사로 끝내도록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장님, 왕실의 비자금에 대한 감사는 방법을 바뀌어야 됩니다.”

“공주님, 소 왕비님께서 하명한 일인데요.”

“그렇지만 그건 한 가지만 생각한 너무 허술한 조치죠. 통치 자금을 모조리 까발리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러니 조금 방법을 바꾸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군요.”

순기능보다는 은밀하고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는 왕실의 내궁 일이다. 일반 관료들이 속속들이 알면 역기능만 생겨 매우 나쁘다는 논리로 철회시킨 것이다.

왕실에 속한 여자들 중에 누가 제일 강한지 완전히 결정됐다. 월녀는 마지막으로 정보원장인 최복동을 만나 많은 자금을 넘겨주고 지시했다.

“이 금괴로 조직을 만들고 주변국의 정보를 수집하세요. 북경은 두 왕비가 있지만 별도의 조직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우선은 백두 상단을 이용하겠지만 앞으로는 점차 분리되어야 하니 잘 판단해서 정보원을 양성하시고요.”

“넷!”

월녀는 이런 조치를 취하고 제물포로 향하는 조운선을 10척만 몰고 가게 되었다. 같이 온 30척의 조운선은 선주들이 단동, 염창, 장하 시에 새로 생긴 상단으로 팔아 넘겼기 때문이다.

단동 남항에서 많은 선박을 건조하지만 대부분 군선을 건조한다. 그 때문에 민간 선박의 수요에 비해 배가 모자라자 판매한 것이다.

‘당분간은 조용히 한양에서 비단 장사나 해야 되겠어.’

이번에 봉황성으로 와서 너무 많은 재물을 넘겨주었다. 앞으로 풍기에서 인삼이 수확되고 염전에서 수익이 나와야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있다. 그러니 한양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지낼 생각이다.

‘그나저나 정난정이 잘 자리를 잡고 사나 모르겠군.’

한편 월녀에게 도움을 받아 무인도에서 살아난 정난정은 새로운 이름인 현난풍으로 진국 국적을 취득했다. 새로운 신분증도 발급받아 산동반도 끝에 있는 위해 항구에서 정착했다.

무인도에서 거칠게 살아서 얼굴도 바짝 마르고 눈매는 더 매섭고 간간히 광기가 보였다. 월녀 공주가 특별히 서찰을 써서 보낸 터라 이곳 해군기지 사령관인 3함대장이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뭐를 하며 살 것이오?”

“작은 여각이나 하나 사볼까 합니다.”

“좋소! 그럼 여각을 운영하면서 소금을 거래해 보시오.”

“소금요?”

“그렇소. 소금 장사를 하려면 사람이 많이 필요하니 되도록 사람을 많이 구해야 합니다.”

“많이만 구하면 되나요?”

“그렇소. 사람이야 많을수록 좋소.”

정난정은 함대장의 주선으로 지니고 온 흑진주와 진주를 몽땅 팔아서 여각을 매입했다. 그리고 현풍(玄風) 여각은 조선에서 사내와 도망친 과부에게 맡기게 되었다.

“그대는 전에 어디서 살았소?”

“죽령 옆의 단양에서 살았죠. 도망 다니기도 지쳐서 아예 이번에 여기로 왔어요.”

“그렇군.”

과부로 살다가 힘 좋은 노비 놈하고 도망쳐 이곳까지 흘러 들어온 여자다. 끼리끼리 서로 연락이 되는지 조선에서 도망친 노비들과 선이 다 있었다.

“여기로 도망친 중들도 많아요. 중이라지만 사실은 전에 산적 질을 하다가 머리만 깎았고요.”

“나는 소금 장사를 할 수 있으니 사람들을 모아 봐.”

“어머나, 그 소급 장사를 아무나 하는 사업이 아닌데 줄을 너무 단단한 동아줄로 잡았네요.”

제태국과 교역하기로 밀약했지만 명나라에서 알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해군기지에는 2개의 소금창고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해군이나 또는 근처의 산동 주민이나 또는 위해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소금이 있다. 다른 하나는 해군에서 관리하는 밀무역용 소금이다.

밀무역이라 배를 이용하거나 또는 우마차를 이용하지 못하고 모두 등짐으로 날라야 한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명나라에서 알아도 그저 민간인이 저지른 밀무역이라고 발뺌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명을 모아놓고 함대장을 찾아가 말했다.

“50명인데 소금을 가져가도 되나요?”

“100명은 되어야 하는데. 일단 처음이니 해보도록 하시오.”

“예.”

인부들은 모두 조선에서 노비로 살다가 도망친 처지라 수중에 돈도 없었다. 군인으로 들어가면 바람기 많은 아내와 헤어지기기가 영 꺼림칙한 사내들은 대부분 정난정이 운영하는 현풍(玄風) 여각으로 몰려왔다.

이들은 밤이면 모여들어 아내들은 여각에서 일하게 된다. 남편들은 등에 소금을 지고 멀리까지 이동해 산동 반도의 완충지에서 사는 현지주민들에게 넘기게 된다.

현지주민들은 이렇게 운반된 소금을 말이나 우마차를 이용해 제태국 병사들에게 판매하는 형식이다.

처음 하는 밀거래라 정난정도 전에 거래해 봤다는 과부와 같이 가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소금을 짊어진 많은 인부들과 같이 가서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뻐꾹! 뻐꾹!”

이윽고 이쪽에서 과부가 입을 오므리고 손을 모아 바람을 불어넣어 뻐꾸기 소리를 냈다.

“뻐꾹! 뻐꾹!”

저쪽에서도 거의 뚝 같이 뻐꾸기 소리로 응답해 서로 만나 교역하게 되었다.

“25가마요.”

“좋습니다. 우리는 금괴를 주죠.”

이쪽은 소금을 넘겨주면 저쪽은 규격화된 금괴 하나를 넘겨주었다. 거래를 끝내고 현풍여각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난정은 신호로 뻐꾸기 소리를 내던 과부에게 물었다.

“왜? 하필이면 뻐꾸기 소리가 신호야?”

“뻐꾸기 소리가 너무 한이 돼서 그렇죠. 전에 단양에서 도망칠 때 조갑중과 도망 쳤다면 내 신세가 요 모양은 아니다 싶은 미련이 남아서 그렇죠.”

“조갑중이 누군데?”

“그 사람은 이제 풍기에서 진왕마마의 농장도 관리하는 높은 사람이죠. 더구나 젊고 여자를 찍어 누르는 힘도 좋지 부자까지 됐으니까 그렇죠. 아무튼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더니 사내를 잘 만나야 팔자가 피는데 저는 운도 지지리 없어서 등신같이 밥만 우라지게 먹은 사내와 도망 다니며 살아서 이런 꼴입니다.”

“그래서?”

“조갑중을 만날 때는 항상 뻐꾸기 소리로 만났거든요.”

“아하!”

정난정이야 최인범이 덤불 속에서 숨어서 죽일까 말까 하던 과부라는 사실을 모르니 그저 감탄사만 토하며 듣고 있었다. 소금을 현지주민들에게 날라다 주기만 하면 금괴가 하나씩 생기니 밀무역은 해볼 만한 사업이다.

물론 금괴야 자신이 다 차지할 물건은 아니고 10번을 나르면 인건비를 제외하고 1개의 금괴가 남는 장사다. 이상한 것은 비밀을 유지한다고 해도 굳이 이렇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왜? 이러는 거지?”

“아, 잘 모르시는군요. 이 사람들은 전쟁이 터지면 모두 탄약을 나르는 병사나 또는 격군이나 보급병으로 소집되니 이렇게 해서 훈련을 겸해 평소에도 무거운 소금을 나르게 하는 겁니다.”

“오라. 그렇군.”

힘이라는 것도 계속해서 써봐야 늘게 되니 이런 방법으로 예비군인 자원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정난정은 금괴를 넘겨주다가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 미곡이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등짐이 아닌 지게를 이용해 지고 가야 한다는 함대장의 지시에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다.

‘야아! 내가 진짜 굵은 동아줄을 잡았어.’

현풍 여각은 밀무역도 하지만 여각에서는 매춘업도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인부의 아내들이 매춘을 하고 있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가 그렇게 하고 있었다. 기녀도 있고 무당도 있고 또 노비 출신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정상적으로 만난 남녀관계가 아니라 그런지 일부 여자들은 쉽게 다른 사내의 품에 안겨 몸을 주고 재물을 모으기 때문이다.

부부라고 칭하지만 그저 동거만 하는 사이라 여자들의 행동에 사내들은 별로 나무라는 기색도 없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정난정은 이곳 현풍 여각에서 큰 재물을 모으며 정착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소리 없이 검은 바람인 현풍이 점점 거세게 부는 것이다. 이유는 조선에서 노비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곳이야 말로 지상 낙원 같이 소문이 퍼져 도망치는 노비들은 모두 이곳으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내가 도둑놈들 소굴에서 여두목을 하는 셈이야.’

봉황성은 조선과 범인인도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도 제태국의 영토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점령한 상태라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전혀 따지지 않는다.

다만 이곳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염창 시의 염전으로 끌려가 염부로 강제노역을 한다. 그 때문에 과거의 화려한 전적과는 무관하게 조용하게 지내고 있었다. 정난정은 이제 수족처럼 부리는 거친 사내들인 인부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었다.

“조용히 삽시다.”

“넷!”

정난정은 이곳에서 전의 삶에서 완전히 탈피해 변신했다. 현난풍이란 이름과 같이 검고 현란한 바람을 거세게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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