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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25화 (325/519)

325화

소피아가 봉황성으로 와서 권력만 휘두르고 떠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천진에서 벌어들인 많은 재물을 봉황성으로 보냈다.

다소 규모가 작은 왕궁의 확장 공사를 하라는 건축 자금이다. 핑계야 자신이 살 궁은 있어야 된다고 하며 자금을 보내 진국에서 꼭 필요한 시설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왕궁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하느냐가 중요해 이황과 이지함이 만나서 협의를 했다.

“전하께서 효율성을 중시하니 규모가 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조선의 경복궁 보다는 커야죠.”

이지함의 의견에 이황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기왕에 짖는 왕궁이니 조선처럼 굳이 궁을 두 셋으로 구분하지 말고 하나로 만들어 봅시다. 지금 관공서로 쓰는 건물은 모두 왕궁 안에 포함시키면 충분히 자금성만한 규모는 되지 않겠소?”

“그것 좋겠군요.”

전통적으로 동향에서는 남향을 지향하기 때문에 빠르게 왕궁으로 들어설 구역이 정해졌다.

이런 결정을 쉽게 하게 된 것은 산해관에 있는 왕 왕비도 자신도 살 궁을 마련해야 된다며 많은 재물을 보냈다. 그리고 아설화 역시 당연히 자신이 살 궁을 만든다며 많은 재물을 보냈다.

‘역시 왕비들은 너무 세다고.’

관료들은 왕비들의 재력에 입들이 벌어지고 말았다.

왕비들이 모두 재력이 넉넉하다 보니 그녀들이 보낸 재물로 건물을 사고 새로 왕궁의 담을 쌓는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왕궁 건설은 건설부 장관인 장한배가 담당하게 되었다.

정한배 장관은 명나라 출신이라 왕궁은 반드시 방어시설을 위해 주변에 해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드시 해자를 파야 됩니다.”

“그러려면 소요예산이 엄청나게 듭니다.”

“해자를 파야 수도의 홍수 피해도 방비하고 좋습니다.”

결국 정한배 장관의 주장을 따르게 되어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래야 해자를 파기가 쉽고 보기 좋게 정사각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결정을 하자 결국 기술원이나 또는 친위대가 주둔하는 지역까지 모두 왕궁 안으로 포함되었다. 범위를 넓이고 보니 생각보다 철거하거나 새로 구입할 터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담장만 높이 만들고 주변에 해자만 깊고 넓게 파면되겠군요.”

당연히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해자의 규모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홍수예방이나 또는 운하로 활용이 가능해 규모가 커졌다. 일부는 강제노역인 부역으로 고용도 하고 일부는 인건비를 주고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비사성에 이어 봉황성도 당초 생각과는 다르게 공사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왕비들이 자신이 살집은 스스로 짓는다고 하자 진유향의 위치는 더욱 추락했다.

‘어마나, 나는 이제 어디 가서 살아?’

만만하게 생각하던 정향 대공주는 전과 달라져버렸다. 왕궁의 규모가 커졌으니 본시 자신이 시집을 오면서 지은 대공주부는 모두 자신이 살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적인 논리적으로 보나 품계로 보나 당연한 권리 주장이다. 대신들이나 내명부 여자들 그리고 자순 태감도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진유향은 구석에 있는 작고 초라한 건물로 이사를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무렵 산동반도의 제태국에서 비밀리에 사신이 봉황성으로 왔다. 이미 주상으로부터 교역하도록 승인을 받았지만 진명하는 사신의 진을 모조리 빼고 있었다.

“우리가 그대들과 교역한다는 사실을 북경에서 알면 어찌 되겠소. 제태국은 우리가 소탕해야 할 반군세력이 아니요. 그러니 대규모 교역은 힘들고 지금처럼 위해 항구지역에서 소금이나 사가도록 하시오.”

“장관님, 왜 이러세요. 얼마 전에는 교역한다고 하시더니.”

“저도 전과 달리 사정이 딱하게 됐고 내 누이인 진 빈의 위치가 전혀 달라져 쉽게 결정할 수가 없어요.”

“금괴를 더 드리죠.”

제태국은 매우 다급한 처지다. 빨리 왕궁 공사를 끝내야 이후로 군사양성에 힘써서 남북으로 압박해 오는 북경이나 남경의 세력과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진명하 장관은 제태국의 사신의 요구를 피일 차일 미루며 자꾸 형편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당초 교역 조건으로 가져온 금괴 15짝 이외에 추가해서 금괴 5짝을 넘기고 교역하기로 확정되었다.

대신 교역 품목은 소금, 미곡, 황, 후추, 세포, 인삼, 고춧가루, 기타 농수산물 등으로 결정되었다. 금괴 20짝이야 당연히 내소사로 보내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내시부 장관인 자순 태감은 꼴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추락하던 진유향에게 조금 큰 공간을 배려해 주게 되었다. 아무튼 진유향도 오라비 덕분에 조금은 채면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자금이 왕실의 비자금 관리처인 내수사로 들어왔다. 그 비자금들은 빠르게 왕궁 건설 자금이나 또는 군대 양성이나 해군 증강과 신무기 개발에 투입하게 되었다.

제태국과 교섭에 성공한 진명하는 즉시 조선으로 연락해 조선에서 건축 기술자나 석공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의주로 넘어간 진명하는 의주 부윤을 만나 협상을 벌였다.

“우리가 대마도를 그대들에게 줬으니 기술자를 보내서 왕궁 건설에 협조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소? 그리고 인건비는 정상적으로 계산하니 보내 주시오.”

“그게 조금 어렵군요.”

의주 부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북쪽의 봉황성 세력이 커지다 보니 알게 모르게 압박감이 생겨 전에는 방치하던 성도 보수해야 한다. 나름 방어를 위한 공사장으로 석공이나 건축 기술자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기 어려웠다.

“한양으로 연락해서 조치를 취해 드리죠.”

“좋습니다. 자꾸만 그런 식이면 저도 다른 방법을 찾죠.”

“다른 방법이라면?”

“한양이나 제물포 의주 목포 회령에 있는 교역 사무소를 통해 직접 인부를 모집해 데리고 오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의주부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 되면 그렇지 않아도 조선과는 달리 진국은 기술자들이 대우를 받는 곳이라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시에 많은 기술자들이 조선에서 빠져 나가게 생겼다.

“알겠소. 그렇게 급하다면 우선 제 관할에서라도 보내드리도록 하죠.”

의주에서 이런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물포에서는 이미 많은 건축 기술자나 석공들이 가족들과 같이 이주하기 위해 배에 오르고 있었다.

비사성의 규모 확장으로 많은 기술자들이 이주해 갔지만 이번에는 봉황성 학장 공사로 대대적인 이주 열풍이 불어 버린 것이다.

지식층인 양반들도 넘어가면 비교적 쉽게 군수나 음 면장을 하고 젊은이는 쉽게 장교로 근무하게 되니 많은 이주민이 생겼다. 그러다 결국 최하층으로 취급 받던 장인들도 대우가 좋다는 소문이 나자 소리도 없이 이주해 버렸다.

조선에서는 장인들을 별로 대우는 안 해주면서 그들이 마음대로 이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몰래 살던 곳을 떠나 제물포나 목포 등에 있는 교역사무소를 통해 이주하고 있었다.

진유향은 오라비를 만나 심각한 표정으로 애로사항을 말했다.

“앞으로 비단옷도 마음대로 해 입지 못하게 생겼으니 어쩌죠?”

“걱정이구나, 그렇게 짜게 책정해서.”

진유향은 이미 30살이 넘어갔으니 화장발이나 옷차림으로 다른 젊은 왕비와 겨뤄야하는 처지다. 오라비 덕분에 거처는 조금 나아졌지만 그곳에서 지낼 재물이 문제다.

“저 때문에 장관을 하게 됐으니 오라버니가 대책을 마련해야죠.”

“알았어, 그럼 다른 곳은 어렵고 새로 교역하는 제태국으로 가는 상단을 하나 만들어 보자. 집에 재물을 모조리 모으면 조운선 5척은 살 수 있으니 그것으로 장사해서 내가 비단은 보내 주마.”

“그럼 제가 지닌 폐물을 모두 드릴 것이니 그것을 답보로 돈을 빌려서 물건을 사서 교역해보세요.”

배만 있다고 장사를 할 수 없으니 폐물을 아까워서 팔수는 없다. 담보물로 잡혀 돈을 빌려 사업자금을 대는 것이다. 남매간이지만 돈 계산이야 확실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진명하도 언제까지 외무장관을 하게 될 지도 모르니 일단 현직에 있을 때 나중에도 먹고살 방도를 마련해 놓기로 했다. 공직에 있으며 사업을 못하지는 않는다. 직접 할 수는 없지만 가족이나 친지를 대리인으로 내세워시키면 되니 이런 구상을 하게 되었다.

진유향도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진유향이 이런 변신을 시도하는 중에 문제가 발생한 여자는 정향 대공주다.

정향 대공주는 측근인 제조상궁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어쩌지. 매번 친정으로 사람을 보내 돈을 보내달라고 할 수도 없고.”

“마마. 마마께서도 뭔가 돈을 모을 방도를 마련해야 되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남경과의 교역권을 시누이인 월녀에게 모두 주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일부라도 가지고 있으면 곤궁한 삶을 안 해도 되는데 큰일이다. 왕비라지만 사실 평범한 권력자로 보이는 정1품 정도의 급료에 해당하는 재물만 써야하니 고민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저도 평생 돈을 벌어본 사실이 없으니 방법이 없네요.”

선물도 뇌물이라고 하니 그런 방법으로 필요한 비단을 사용할 수 없었다. 더구나 데리고 있는 궁녀나 시녀들도 많다가 보니 써야하는 재물의 필요량은 많았다.

좋은 비단옷을 입던 궁녀나 시녀들이 앞으로 자칫하면 무명옷이나 입고 살게 되자 벌써 배신의 조짐이 보였다. 자신의 손과 발 그리고 귀 노릇을 하는 심복들이 사라지면 왕궁이라는 곳은 그야 말로 암흑인 곳이다.

여러 날을 고민하던 중에 월녀가 남경에서 많은 물건을 가지고 왔다. 자신에게 필요한 비단이나 금괴나 은괴는 보내지 않고 이제는 처치 곤란한 애완동물만 잔뜩 보내온 것이다.

‘어휴! 아버님은 내 사정도 모르고.’

사료비며 또 관리비를 들여야 하니 고민이 더 늘게 생겼다. 가만히 보니 시누이인 월녀가 이재에 밝다는 점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월녀에게 사정을 말하고 조언을 구했다.

“부모님이 보내준 애완동물을 함부로 버리거나 팔수도 없으니 어찌하면 좋죠?”

왕비에게만 것이 아니라 진왕도 보라고 보냈으니 반드시 잘 키워야 되는 문제가 생겼다.

월녀도 봉황성에 변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소피아가 전가의 보도 처럼 마구 휘두르고 간 여파가 의외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잠시 생각하던 월녀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전에 오라버니가 호랑이 새끼를 왜로 팔면서 동물원 이야기를 했었다.

자신도 엄연히 공주라 왕궁에 살 자격은 있다. 그러나 친 혈육도 아니고 올케들이 자신들의 돈으로 궁을 짓는 판국에 그런 곳에서 자존심 상하게 끼어서 살기는 싫었다.

“이렇게 하죠. 나도 공주궁은 있어야 하니 도성에서 조금 떨어진 단동 쪽에 공주궁을 지으며 그곳에 축사도 만들고 남경에서 보내온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좋겠네요. 다 지어지면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구경시키면 되고요. 자주 남경으로 가고 왜로도 가니 그곳에서 특이한 동물을 모아와 사육하면 좋은 구경거리가 되니 동물원은 그럭저럭 유지는 됩니다.”

“어마나,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월녀는 궁에서 나와 급하게 농산부 장관은 만났다.

“장관님, 농산부도 이제 산하에 차관급이 운영하는 청은 하나 있어야 되잖아요.”

“필요하지만 어디다 해야 할지도 막연하고 더구나 예산도 그렇고.”

“제가 단동 쪽에 토지를 매입해 공주궁을 지으며 건물을 같이 세워서 농축산개량청을 만들도록 해줄 것이니 그곳에서 가축이나 작물 그리고 과실수를 개량하는 연구소로 활용하세요. 일단 필요한 묘목이나 씨 그리고 가축은 제가 구해다 드리죠.”

월녀가 쉽게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풍기에 비슷한 동물농장과 농장을 운영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그곳에 별도로 애완동물을 사육하는 시설을 만들어 동물원은 운영한다는 점이다.

“우선 우수한 말이 5필도 있으니 그것으로 시작하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수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농산부의 관리로 일하고 있으니 우선은 그들을 활용해 동물원 가축도 같이 돌보게 조치를 내린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처치 곤란하게 생긴 나이 많은 상궁이나 궁녀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 그곳에 가무나 음식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예술여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다.

결국 공주궁이 아닌 별궁이라는 이름으로 단동과 봉황성 중간에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농산개량청, 목장, 동물원, 농산물 재량실습장, 예술여학교가 건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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