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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22화 (322/519)

322화

세상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난세로 접어들면 영웅호걸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추악한 짓을 저지르고 또는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벌일지 모르는 광인도 나타난다. 물론 술수가 능한 간웅도 등장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런 현상은 지도자층에서 나타나게 된다.

난세로 접어들면 오지로 떠나는 일반 백성들도 늘지만 때로는 군인이 되고 싶어 군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가정제의 명령을 받자 건주여진의 본위에서 불평했지만 결국 5000필의 군마를 보냈다. 군마와 같이 도착한 진명하 외무장관은 최인범을 찾아와 보고했다.

“전하, 군마 5000필과 기마병 2천명이 같이 왔사옵니다.”

“기마병은 또 뭔가?”

“건주본위에서 같이 있기 싫다는 부족장이 따라와 버렸습니다.”

“알았어. 부족장은 적당한 곳에 정착시키고 기마병들은 모두 분산해서 군으로 넘기도록 해.”

“넷!”

전에는 부족장이 기마병을 데리고 합류해 오면 그 기마병의 지휘권을 그대로 줬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혹시 반란 세력이 될지도 모르니 부족장은 적당히 예우하는 정도만 해주고 무력은 정규군에 편입시켜버렸다.

투항한 부족장을 그냥 홀대할 수 없으니 이득이 많은 염전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특혜는 부여했다. 그들 일족이 5천명이라 장하 시로 보냈다.

진명하는 조심스럽게 외무부에서 연락 받은 내용을 보고했다.

“전하, 제태국의 국왕이 사신을 보냈습니다. 서로 교역을 하자고요. 전하 어찌 처결해야 하올지?”

“정식으로 무역을 하자는 건가?”

“그건 아니옵니다. 그저 위해의 해군기지에 대해 적대적인 행위를 절대로 안 할 것이니 그곳을 통해 교역하자는 요청이옵니다.”

이미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했고 어느 정도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사신을 보내 그런 요청을 하는 것으로 보아 뭔가 급한 사정이 제태국에서 벌어진 것 같았다.

‘내부적으로 곤란한 사건들이 터지는 모양이군.’

최인범이 답을 안 하고 침묵하자 진명하가 조심스럽게 외무부에서 수집한 정보를 보고했다.

“전하, 제태국에서는 지금 한창 왕성을 짓고 있어 필요한 물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소금이 부족하자 왕궁 공사장에서 난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건 말고는 없나?”

“남경에서 드디어 군대를 양성하기 시작했다고 하옵니다.”

“뭐? 남명에서 군대를 양성하다니?”

“헌강왕께서 드디어 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하옵니다.”

이런 보고에 최인범은 제태국이 왜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지 확실하게 알았다. 남경에서 헌강왕이 군대를 모집해 북진하면 산동의 제태국은 3곳에서 공격을 당하자 그나마 손을 내밀면 받아 주게 생긴 자기에게 접근하는 것이 분명했다.

‘나름 수를 쓰는군.’

아직은 산동의 제태국이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슬며시 협상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외무장관은 그냥 교역한다고 승낙하려고? 아무 조건도 없이?”

“전하, 그건 아니옵니다. 그들은 나름 최대한 성의표시를 한다며 미녀들과 많은 금괴를 가져오겠다고 하옵니다.”

한족들은 하나 같이 물밑 교섭을 벌이는 경우 미녀를 보내는 방식이라 놀랄 일은 아니다. 마녀야 관심이 없고 금괴가 궁금해 물었다.

“금괴를 보낸다니 도대체 얼마나?”

“전하, 아직 정확한 수량은 잘 모르지만 최소한 10짝 이상은 될 것으로 판단되옵니다.”

“그 문제는 외무장관에게 맡길 것이니 알아서 처리하시오. 제태국에서 해군기지가 있는 위해 항구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하니 교역하자는 요청은 받아 주는 것을 원칙으로 교섭해 보시오.”

“명을 받들겠나이다.”

교역을 하긴 하지만 최대한 많은 금괴를 받아 내라는 뜻이다. 더구나 정식 외교문서도 없이 그저 서로 ‘눈 가리고 아옹.’하는 방식으로 단순하게 교역한다면 나중에 문제될 소지는 없으니 쉽게 승낙했다.

“원한다면 미곡도 팔겠다고 제안해 보시오.”

“알겠습니다.”

최인범은 조선이나 또는 남명에서 미곡을 사서 제태국에게 팔아넘길 구상을 하고 있었다.

심양에서 군마 5천필과 기마병 2천명이 합류하자 비사성 근처에는 수많은 군인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급격하게 군세가 대폭 확장된 것이다.

비사성의 외성에는 보이는 것이 젊은 청년들이다.

“자! 우선 왔으면 도로 공사장에서 돌이라도 나르며 기다리시오.”

“그러죠.”

군에 입대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모여들자 각종 공사장에는 인부가 남아돌 지경이다. 그래서 대련직할시장은 이런 기회를 틈타 성곽형태로 건설되는 해안도로 공사장으로 그들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판옥선 10척과 조운선 20척이 많은 화포를 싣고 대련항으로 들어왔다. 제 3함대에게 판옥선 10척을 넘겨주게 되어 1함대의 함정 수가 줄었지만 정상으로 변한 것이다.

“함대장, 함포는 모두 내려서 보병의 포병대에게 넘기도록 해.”

“전하, 모조리 넘기나요?”

“여기에 포병이 늘어났으니 우선 포병대 훈련이 필요하니 넘기도록 해.”

육군이 갑자기 증강되자 화포의 수요가 늘어나 우선 해군의 함정에 장착된 화포를 넘겨주기로 했다. 1함대의 판옥선들은 주로 화물선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요동지역에서 봉황성에서 거점을 잡고 새로운 신진 세력으로 등장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진왕을 바라보며 백성들 사이에 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난세에는 군인이 제일 출세 길이 빨라.”

“지금 군인이 되면 쉽게 진급해.”

그저 군인이 좋기도 하지만 이미 명나라나 요동이 난세로 접어들었으니 군에 몸을 담으면 개인의 영달에도 기회가 생긴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은 조선에서 유학을 평생 배운 사람도 있고 본시 유목 생활에 익숙한 여진이나 몽골 부족도 있었다.

비사성을 거대한 성으로 만들고 있는 중에 군인이 되고자 모여드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는 천진을 통해 대련항으로 들어오는 명나라 사람들도 많았다.

“명나라는 이미 망조가 들었어.”

“맞아. 어찌 황제가 대대로 멍청하고 바보들만 등극해 나라꼴이 그런 거야. 더구나 이상한 마약도 제조해 먹고 심지어 인육까지 처먹고.”

“그런 황제를 따르기 보다는 진왕을 따르는 것이 좋아.”

“당연하지.”

명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제를 비롯한 북경의 조정 중신들의 무능하고 탐욕스러움에 지쳐 드디어 새로운 군주를 찾아 나선 호걸들도 많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심복부하를 이끌고 100명이나 또는 수백명이 발해를 넘어 대련으로 모여 들었다.

이들이 모여드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비사성에 대한 소문 때문이다. 비사성을 크게 확장하고 많은 군인들이 모여들었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조만간 그 강한 무력은 자연히 외부로 분출된다. 그리되면 자연히 북경이 목표가 되고 산동성이 목표가 된다고 판단했다.

“네 편 내 편의 구분이 없는 이때 합류하는 것이 좋아.”

“나도 같이 가자고.”

“자네도 가족을 같이 데리고 가야지?”

“그러는 것이 좋지.”

나중에 완전히 패가 구분이 되면 쉽게 합류하기도 어렵고 자칫하면 주변사람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들으며 비난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비사성의 군문에 몸을 담으면 그런 비난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다.

비사성의 위용이 저절로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인범은 여전히 비사성의 외성에 해당되는 해안 도로 공사장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간혹 계곡을 지나가는 도로에 수구문을 내고 그곳에 성문과 같이 누각을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해안가 절벽을 지나는 산길이다 보니 도로는 좁을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돌출된 지점에 포대를 겸한 넓은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도 누각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던 척계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하, 누각이 준공되면 주변 경치와 어울려 절경이겠어요.”

“그렇지. 평소에는 단순하게 비를 피하는 누각으로 사용하고 유사시에는 지휘소로 쓰면 적당하지.”

“그렇군요.”

전쟁을 예상하고 건물을 세우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평소 주민들의 생활에 조금은 도움을 주는 형태로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고 있었다.

1사단장인 철갑웅은 군인이 되겠다는 청년들이 대폭 늘어나자 급하게 최인범을 찾아와 보고 했다.

“전하, 군대로 들어오겠다는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 새로 부대를 편성해야 되겠습니다.”

“뭐라? 그렇게 많이 모였나?”

“그러하옵니다. 그리고 당장 장교로 임관이 가능한 군관 출신들도 아주 많습니다.”

“정규연대를 모두 구성해도 남는다는 것이지?”

“넷! 정규연대야 이미 구성이 끝나서 부대 배치까지 끝냈습니다.”

“알았어. 그럼 새로 부대를 창설해야 되겠군.”

최인범은 기존의 부대 편성을 흐트러트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지시했다.

“철 대령. 봉황에서 온 기마병들은 모두 본래 위치로 돌아가도록 조치를 내리고 여기에 모인 병사들로 새로 사단을 만들도록 해.”

“전하, 규모는 어느 정도나?”

“사단의 규모는 기마병 5천명, 보병 3천명, 포병 2천명으로 구성해. 1개 사단을 구성해도 남으면 3개 사단을 만들도록 해.”

“넷!”

경호실장이 급하게 보고했다.

“전하, 국방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봉황성과 환인에서도 군으로 들어오려는 청년들이 대폭 늘었다고 하옵니다.”

“이제야 행정 조직이 정상으로 가동되는군.”

일반 사병의 경우 행정조직이 정상으로 가동되면 의무적으로 16세 이상인 남자는 3년간 군인으로 복무해야 된다. 그래서 1달 정도 보병 훈련을 받고 이병을 달고 6개월이 지나면 계급이 올라 병장으로 전역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지역의 예비사단에 속한 예비 병력으로 편입된다.

그런 병역제도를 만들고 보니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그들 중에 어차피 군대에 갈 바에는 준사관이나 장교로 가겠다는 병사들이 많아졌다.

이곳 대련직할시 지역에만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것이 아니다. 봉황성이나 멀리 환인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상태로는 그들을 모두 수용하기 힘들어 새롭게 부대들을 창설하기로 했다.

결국 철갑웅이 제5사단장, 철을웅이 제6사단장, 철병웅이 제7사단장, 장익덕이 제8사단장, 하후돈이 제9사단장을 하게 되는 대대적인 군조직의 확대를 명령했다.

5, 6, 7의 기동 사단의 경우 비사성에서 주둔하고 8사단의 경우 봉황성 북쪽, 9사단의 경우 환인에 주둔하게 된다.

본래 기마병으로 구성된 1사단의 경우 변하게 되었다. 기마 1천명, 보병 7천명, 포병 2천명으로 구성된 수도방위군단에 속한 보병사단으로 변해 봉황성 북쪽에 주둔지를 새로 만들어 주둔시키기로 했다.

이런 군부대의 확대 소식은 빠른 속도로 요동의 여진족들, 몽골의 후원, 명나라의 북경이나 남경, 산동의 제태국, 그리고 조선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드디어 북쪽의 최강자라는 모습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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