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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19화 (319/519)

319화

최인범은 발해 지역 해안을 공략하고 장도로 오게 된 제2함대장인 이민준 중령에게 명령했다.

“이제 장도는 제 2함대가 책임을 지도록 해. 제 1전대는 요동 하구에 포진하고 2전대는 장도에 포진하고 제 3전대는 대련항구에서 주둔하며 인근 해역을 담당하고.”

“넷!”

최인범은 그동안 머물던 장도를 떠나 산동 반도의 북쪽 해안선을 따라 서서히 동진하고 있었다. 발해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황해 전체의 해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동 반도 끝을 점령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향인 등주로 쳐들어가 점령할 것으로 판단하던 척계광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전하, 등주는 저대로 놔두시나요?”

“놔두지 점령해? 사방으로 탁 터진 등주를 점령해도 지킬 군사들도 없는데 지금 점령해서 뭐하게?”

최인범은 제태국을 지금 당장에 격퇴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지금 점령해 봐야 절대로 자신의 봉토지로 변하지도 않고 또한 그곳을 통치할 여력도 없었다.

그저 적의 취약한 점만 공격해 자꾸 내륙으로 힘이 쏠리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가정제가 다급해 지면 그때 또 뭔가 협상안을 제시할 거야.’

산동 반도 세력이 서진해서 운하지역을 차단해 버리면 명나라 전체는 완전히 난국으로 변하게 된다. 남쪽의 물건이나 조세가 들어오지 않게 되니 큰 혼란이 생긴다고 판단했다.

남들은 전혀 예측 못 한 허약한 상대인 작은 섬들만 공격하고 해변에 사는 어민들만 분쇄해서 완전히 산동 반도 북쪽에는 어민이 사라져 버리게 했다.

드디어 산동반도 북쪽의 어민들이 모두 충성 맹세를 하자 서서히 반도 끝에 있는 위해 항구로 진입했다.

“함대장, 격군을 내보내서 항구를 완전히 접수해.”

“넷!”

이미 이곳에 있던 큰 어선들은 모두 산동반도 남쪽으로 도망치던가? 또는 중간에서 덤비다가 격침을 당하거나 모두 나포된 상태다.

쾅! 쾅! 과광!

함포 사격이 시작되자 겁에 질린 포구에 있던 사람들이 얼른 해변으로 나와 항복했다. 순순히 항복하면 일부는 강제 노역장에 끌려가고 일부는 해군에 편입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놔두기 때문에 항복하는 것이다.

이미 섬 주민들을 어찌 대하는지 소식을 알고 있으니 항복이 최선이었다.

산동반도 끝자락에 상륙한 최인범은 항복한 주민들에게 요구했다.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노역형으로 처하지는 않을 것이니 적극 협력하시오.”

“뭐든 시키시면 하겠사옵니다.”

최인범은 위해 항구의 좌측에 있는 낮은 언덕을 지목하며 지시했다.

“저곳에 뫼식 산성을 더 보강해서 건설하시오.”

뫼식 산성의 경우 산성 안의 흙을 파서 토성을 쌓는 방식이다. 이곳은 지형으로 보아 포곡식 산성을 만들 수는 없으니 성안에 크게 인공 호수를 만들며 거기서 나오는 흙으로 토성을 쌓고 포대를 설치할 요량이다.

토성만 쌓으면 된다니 주민들은 총동원되어 넓은 지역에 토성을 쌓는 작업에 협조했다. 기습공격에 대비해 함포병들만 함선에 남고 나머지 격군들은 모두 산성 구축이나 또는 접안 시설에 투입되었다.

공사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보다 강화된 산성이 축조되고 포진지가 완성되었다.

“함포를 반만 놔두고 모조리 산성으로 옮겨.”

“넷!”

산성만 쌓으면 끝나는 줄 알았더니 산성 밖에 해자도 파라고 명령했다.

“남북으로 연결되어 판옥선이 이동할 정도로 해자를 파도록 하시오.”

“넷!”

해자를 판다면 주민들도 이득이 있었다. 산동 반도 남쪽 지역과 북쪽이 연결되니 물류 이동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되고 해자를 파면서 저지대를 매우며 새로 어항을 만들거나 방파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북쪽에서 대규모 선단이 도착하고 있었다.

판옥선 20척과 조운선 20척이 도착해 많은 사람과 물자를 한없이 토해 놓았다. 이들은 모두 조선의 하삼도에서 북쪽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진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이다.

“여기서 정착해야 되니 새로 항구도시를 건설해 보시오.”

“넷!”

새로 판옥선 20척이 도착하자 최인범은 즉시 명령했다.

“앞으로 제 3함대는 이곳을 모항으로 사용해. 1개 전대는 서쪽의 섬에 주둔하고 1개 전대는 위해 항구 그리고 1개 전대는 남쪽의 적산포 앞섬에 주둔하도록 해.”

“명을 따르겠습니다.”

새로 제 3함대가 창설되니 1함대의 함장이던 임방경을 중령으로 올리고 함대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1함대 소속인 판옥선 10척을 넘겨 판옥선 30척으로 함대를 완전히 구성했다.

결국 제 2함대는 대련(大連)항을 기점으로 발해만을 담당하고 제 3함대는 위해(威海)항을 중심으로 황해를 담당해 산동 반도와 조선의 웅진 반도를 이어지는 항로를 보호하기로 했다.

“해군기지의 방어 시설이 완성되면 가끔 1개 전대는 백령도까지 운항해보도록 하고.”

“넷!”

이는 조선의 경기만 지역에 있는 항구들에서 명나라의 천진 항구로 연결되는 무역 항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새로 이주한 조선출신들은 모두 위해 항구 주변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해운업이나 유통업 그리고 숙박업이나 유흥업에 종사하게 된다. 조선에서 오는 무역선이나 또는 산동 반도에서 생산된 물건을 팔러 오는 제태국 상인들과 거래하도록 지시했다.

“무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거래하도록 하시오.”

“넷!”

“당분간은 산동 반도도 소금이 모자랄 것이니 소금부터 판매하고.”

제태국이 자염방식의 염전을 모조리 부수고 그들을 상대로 소금을 팔아먹을 궁리를 하자 척계광은 완전히 얼이 빠져 버렸다.

‘정말 철저하시군. 다 이런 복안이 있어서 해변의 염전시설을 모조리 때려 부순 거야.’

충분히 제태국을 상대로 버틸만한 기반들이 조성되었다고 판단한 최인범은 위해 항을 떠나 대련 항으로 돌아갔다. 판옥선 20척만 데리고 돌아가는 것이다.

한편 산동지역에서 반란을 일으켜 결국 태산에서 명나라 가정제를 물리치고 제태국(濟太國)을 건국한 장광휴는 한창 새로 큰 성곽을 축조하고 있었다.

유방(웨이팡) 도성이라고 지어지는 곳은 본시 이곳을 흐르는 유방(?坊)천이 흐르는 곳이다. 유방천은 유방성을 지나 산동성 북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제태국의 왕성으로 짓기 때문에 공사에는 재물도 많이 들어가고 또한 인력도 많이 동원했다. 북쪽지역의 해안이 모조리 파괴되고 이주민들이 발생하고 수산물이 일체 들어오지 않자 왕성 건축에도 차질이 생겼다.

화끈하게 상륙작전을 펼치는 것도 아니다. 봉황성의 해군은 해안 지역만 차츰차츰 초토화 작전을 펼치니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장광윤은 심각한 어조로 대신들에게 물었다.

“봉황성주가 앞으로 어찌 나올 것으로 보나?”

“전하,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소신의 판단으로는 자신의 봉토지인 봉황성이나 비사성 지역의 해운 수송로를 안전하게 확보만 할 생각이지 더 이상 공격할 의도는 없어 보입니다.”

“뭐라? 그렇게만 하고 끝낸다고 어찌 장담하나?”

봉황성주인 최인범은 야심이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정도로 만족할 리가 없었다. 장광윤의 물음에 대신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판단을 말했다.

“전하, 그들은 현재 병력도 많지 않고 해군만 강해 육지로 상륙할 병력이 별로 없사옵니다. 그들은 적산포까지 초토화 작전을 펼치고 반도 끝의 위해(威海) 항에 해군이 주둔하고 그곳에 있는 산성만 더욱 보강하는 작업만 하고 그 외에는 어떤 움직임도 없사옵니다.”

“위해의 산성을 보강하면 군대를 보내도 쉽게 물리치기는 힘들겠군.”

“그렇사옵니다.”

요동반도 끝을 차지한 최인범은 또다시 산동 반도 끝을 차지하고 위해(威海)에 새로 구성된 제 3함대를 주둔시키고 있었다. 제 3함대의 경우는 그동안 단동 남항에서 건조한 판옥선들로 구성되었다.

제태국의 군왕인 장광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문이 생겼다.

현재 왕성을 짓고 있는 유방 지역으로 봉황성의 군대가 진격하려면 굳이 제일 끝자락에 있는 항구를 점령해 그곳에 해군을 주둔시킬 이유는 없었다.

“그대의 말이 타당한 것 같군. 하지만 명나라의 대부마도위인 그가 그런 정도로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어찌하면 좋은가?”

“전하, 그는 본시 미친개 같은 가정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적당히 협상해 보는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협상이라?”

“그렇습니다. 조금 후하게 대해 주면 무리하게 더 이상 우리나라를 공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이 영토라고 선포한 끝자락을 다른 사람이 턱하니 점령했으니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쪽으로 많은 병사를 보낼 수는 없었다.

그곳은 비사성처럼 반도의 끝이고 위해 항구로 가기 위해서는 산성을 공격해서 함락해야 하니 쉬운 곳이 아니다. 수군을 동원해 바다로 공격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많은 군대를 보내도 쉽게 공략하기 힘들다.

“전하, 적의 화포 위력이 대단해 육로로는 공략이 어렵사옵니다. 남북 쪽에 함대가 포진해서 함포로 사격하면 세 방향에서 공격당하니 보병들을 보내면 중간에 전말 당할 수 있사옵니다.”

“허! 아주 고약한 곳을 점령했군.”

반도의 끝이라 그곳으로 가려면 길게 이어진 해안 폭이 불과 10리도 되지 않으니 세 곳에서 화포로 공격하는 화공작전을 쓸 것이 확실했다.

“전하, 제일 끝자락인 그곳으로 많은 병력을 무리하게 보내서 공격하다가 보면 자칫하면 명나라 군대가 움직여 뒤를 치는 협공작전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 있사옵니다. 그리되면 퇴로가 전혀 없는 깔때기 같은 좁은 곳으로 몰려 완전히 전멸당할 수도 있사옵니다.”

“그렇겠군.”

전술 전략을 알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그저 어린 아이도 알 정도로 아주 좋은 위치인 위해(威海)에 봉황성의 해군이 턱하니 포진해 버렸다. 그들이 그곳에 포진하자 근처 50리 정도는 완전히 봉황성에 충성한다고 하며 제태국의 영향력에서 슬며시 벗어나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제태국을 완전히 적대하는 것은 아니고 전에는 내던 세금을 안내고 위해(威海)로 보내는 정도다.

“그래서 봉황성주는 지금 어디에 있나?”

“지금은 다시 비사성으로 갔다고 하옵니다.”

최인범이 비사성으로 갔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가 탄 판옥선에는 봉황이 그려진 돛을 달고 해군제독인 도독 깃발이 달려 있으니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협상하기 위해 어렵게 장도에 주둔하고 있는 함대장에게 사람을 보내 교섭중이다.

장도에 머무는 제2함대는 판옥선 10척인 1전대는 요하 하구 근처의 섬에서 주둔하고 2전대는 장도, 3전대는 대련 항에서 주둔하고 있었다.

위해에 함대 사령부를 만든 제 3함대는 1전대는 복주 근처 섬에 포진하고 2전대는 위해, 3전대는 적산포 앞의 섬에 주둔하고 있었다.

장광윤은 슬며시 대신에게 물었다.

“만나서 협상해보니 어떻게 나오던가?”

“협상하고 싶으면 봉황성으로 가서 그런 업무를 담당하는 외무장관을 만나서 해보라고 하더군요. 협상 대표가 봉황성으로 가겠다면 위해의 해군기지로 와서 그곳에서 교역선을 타고 가면 된다고요.”

이런 상황에서 협상이란 그저 허울뿐이다. 일방적으로 많은 재화를 가져다주고 봐달라고 사정하는 굴복이다. 그러나 왕성을 짓는 중요한 시기라 장광윤은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

북경의 경제가 조금 회복되고 있으니 군대도 증강되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봉황성에서 소금을 대량으로 보내 주는 바람에 크게 요동치던 명나라 군대가 조금씩 군기가 바로 서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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