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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16화 (316/519)

316화

위화도에서 움막을 짓고 두문불출하며 자신도 새로운 학문을 익히고 가족들에게도 가르쳤다. 가족 모두가 중학교 과정을 모두 습득했다고 판단한 이황은 드디어 중대한 결심을 했다.

“모두 상투를 잘라!”

“아버님. 꼭 이래야 하나요?”

“잘라야지. 너는 중학교 과정을 배웠으면서 벌써 까먹었냐? 영어 책에 ‘로마로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아주 쉽지만 간단한 이치도 몰라?”

“예, 알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주신 몸을 함부로 하면.”

“어허! 아직도 그런 주장을 하려거든 너는 고향으로 내려가 살아. 거기에 아직 토지는 남아 있으니까.”

“아닙니다. 아버님, 자르죠.”

결국 이황은 새로운 세상에서 자신의 학문을 펼쳐 보이기로 결심했다. 본래 선비란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따르라고 했다. 이황은 최인범이 군왕의 몸으로 자신에게 과한 예우로 대해주며 단번에 이조판서와 동격인 내무장관을 시켜준다니 조선을 영영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기 위해 상투를 자르는 단발을 결행했다. 가족들과 같이 위화도를 떠나 단동의 북항으로 들어갔다.

도착과 동시에 내시부 수장인 자순태감이 와서 인사를 했다.

“장관님, 어서 오세요. 여기 임명장과 신분패인 10두 마패입니다.”

“고맙소.”

이황은 가족들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모두 봉황성으로 가서 집을 매입해 거처를 마련하고 나는 여기서 머물다가 봉황성으로 갈 것이니 그렇게 해.”

“예, 아버님.”

이황은 내무장관이 되었으니 우선 도청이 있는 단동 시를 둘러보기 위해 가족과 헤어졌다.

사람이란 마음이 변하면 행동이 변하게 된다. 학문이 높은 경지에 오른 이황의 이런 큰 변화는 봉황성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왔다. 단발하는 사람의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최인범은 이주민들에게 단발을 명령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인들의 경우는 강제로 단발하도록 했다. 집단생활을 하고 일반인과 달리 야지에서 돌아다니기 때문에 자주 머리를 감기도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황은 마치 단발이 모든 행정이 전부인 것처럼 도지사에게 호통 쳤다.

“도대체 그 상투는 언제 자룰 것인가?”

“죄송합니다. 아직 아버님이 허락을 안 해서.”

매섭게 추궁하는 이황 장관의 호통에 결국 도지사도 상투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군수나 시장들 중에 아직 자르지 않은 사람은 모조리 상투를 자르게 되었다.

봉황성에서 학교를 다니던 최인범은 이런 소식을 듣자 얼이 빠졌다.

‘마음변해 바람난 마누라가 무섭다더니 마음 변한 퇴계선생은 더 겁나는 사람이군.’

그동안 단발을 강제로 집행할 수 없어 놔두던 일을 단번에 해결해 버리고 있으니 큰 짐을 덜었다. 그런 업무 하나만 하더라도 고심해서 이황을 포섭한 것이 성공한 셈이다.

“자손들도 왔다니 모두 벼슬을 줘야 되겠군.”

“전하! 전부요?”

“자순, 그러니 가족들의 명단을 가져와. 여자들까지.”

“여자들까지요?”

최인범은 이황의 자식들에게도 모두 군수나 면장을 시키거나 또는 시장에 임명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여자들의 경우 모두 여학교의 교장으로 보내거나 또는 선생으로 발령을 내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주민들 중에 가족 모두가 일시에 벼슬을 받아 현직에 근무하는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소식은 빠르게 진국에서도 퍼지고 조선으로도 알려졌다.

“이황선생은 높은 벼슬이 탐나 결국 변절을 했어.”

“이 사람아, 자네도 가고 싶은가? 왜 떠난 사람을 나무라고 그래.”

이런 이황의 행동으로 조선에서는 또 다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태조께서 위화도에서 회군해 조선을 창업한 조선 왕실로는 하필이면 이황이 위화도에서 북쪽으로 넘어가자 상당히 곤욕스러웠다.

‘하필이면 그곳에서 단발하고 다시 북으로 가는 거야.’

별로 노여워하지 않던 주상도 드디어 열이 나서 이런 명령을 내렸다.

“이황이 그동안 쓴 모든 문집이나 또는 서찰 그리고 그가 조선에 있었다는 기록들은 찾아서 삭제하고 모조리 태워 버리도록 하시오.”

“에이!”

이렇게 되어 이황이란 존재는 조선왕국에서는 완전히 사라지고 그는 본시 진국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후세로 전해지게 되었다.

이 무렵. 멀리 전라남도 무안군에 속한 목포만호에서는 소금 거래가 활발해 지고 있었다. 수많은 염전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매우 소란스러웠다.

와글와글.

봄에 조금 가뭄이 길게 지속되고 햇볕이 좋아 무안을 비롯한 신안 등 많은 지역에서 생산된 천일염이 목포만호 항구로 모여들어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소금을 팔았으니 이제야 아들 놈 장가를 보내게 생겼어.”

“나는 딸을 나주로 시집보내야 하는데.”

“그럼 나주 배는 배터지게 먹겠군.”

전라도는 풍습이 여자가 시집을 가면 친정부모에게 자주 물건을 보내고 친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에 비해 경상도의 경우는 딸이 한번 시집을 가면 그것으로 친정과는 끝난다.

그래서 혹자는 딸은 전라도에서 낳아야 하고 아들은 경상도에서 낳아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혼수에 대한 풍습도 약간 다르다.

전라도는 여자가 혼수를 푸짐하게 마련해야 시집을 가지만 경상도는 며느리에게 혼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충청도는 서로 조금은 여자에게 더 부담을 주긴 하지만 경상도나 전라도에 비해 그래도 남녀가 공평하게 혼비를 부담하는 풍도다.

한양에서 지내던 월녀는 직접 목포만호로 내려와 소금을 매입했다.

윤원형이 만든 무안군 염전을 경매로 싸게 사서 생산한 소금만으로 여러 척이 배를 몰고 멀리 남명까지 떠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변에서 생산된 소금들도 대량으로 사서 멀리 남명으로 판매하러 떠날 심산이다.

월녀는 소금을 팔러온 사람들이 떼로 모여들자 그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품질을 확인한 소금은 모두 배에 실어 놔야 대금을 지불합니다.”

“알았소.”

대금 지불은 일부는 면포로 넘겨주거나 비단으로 주고 나머지는 모조리 상평통보로 정산했다. 약간 과잉 생산의 조짐이 있어 소금 가격이 내려가자 싸게 매입하고 있었다.

소금을 가득 실은 조운선들은 무리를 지어 제주도로 이동했다. 목포 항구는 무안군에 속한 수군만호가 수장으로 있다.

본시 나주에 교역거래소를 설치한다고 했으나 양항인 목포항구가 더 좋다고 판단해서 이곳 목포만호에 교역사무소를 만들었다. 작은 포구에 불과한 목포가 새롭게 변하고 있었다.

필요한 소금을 모두 사자 상평통보로 수군만호에게 관세를 물었다.

“만호님, 제가 관세로 납부한 상평통보를 가지고 필요한 소금을 사던지 하세요.”

“고맙소. 소금 생산이 너무 많아 걱정했는데 많이 사주어서.”

“조금 싸게 샀으니 저도 이득이죠.”

월녀는 조운선 40척에 소금을 싣고 추자도를 지나 제주의 대정현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대정현에서 10척의 소금 을 풀고 그 빈 배들은 제주도의 특산품인 말을 싣고 목포만호로 돌아간다.

제주 말들은 모두 백두상단의 짐말이 되어 나주의 특산품인 부채와 종이 그리고 무명을 사서 한양으로 올라가며 판매하게 된다.

소금을 가득 실은 조운선에는 천먹쇠와 양돌쇠가 타고 있었다. 최복동이 봉황성으로 떠나고 나자 주변에 믿을 사람이 필요해 월녀는 천먹쇠와 양돌쇠와 같이 떠나는 것이다. 천먹쇠나 양돌쇠도 비록 군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래 수련해서 무술 실력이 뛰어났다.

“오라버니들, 남명을 다녀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농장의 일은 상관이 없어요?”

“없어. 거기에는 갑중이가 있으니까.”

“아, 그러네요.”

조갑중도 같이 따라간다고 했지만 그의 아내가 못 가게 말려 그냥 농장을 돌보기로 했다. 비구니 출신인 그의 아내는 하루도 남편과 떨어져는 살지 못한다고 했다.

이윽고 소금을 가득 실은 배들은 작은 섬들이 이어지는 다도해를 지나 추자도로 가게 되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돛에 모란꽃을 그린 배들이 여러 척이 보였다.

“아! 하카타에서 봉황성으로 가는 배인 것 같아.”

“왜에서 드디어 봉황성까지 무역을 가는 군요.”

왜에서 봉황성으로 가는 배들은 모두 모란꽃으로 돛에 표시하고 봉황 깃발을 꽁지에 달았다. 하가타를 출발한 배는 추자도를 경유해 홍도 해역을 지나 먼 바다인 항로를 따라 북상하게 된다.

그에 비해 월녀가 이끄는 배에는 돛에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고 꽁지에는 봉황 깃발이 휘날렸다. 서로 연관된 상단들이라 지나치며 크게 외쳤다.

“봉 잡으세요.”

“봉 잡으세요.”

추자도에 잠시 머물고 남쪽으로 항해해 드디어 제주도 서쪽의 대정 현에 도착했다. 현감이 급하게 부두로 나와 인사하고 있었다.

“아이고, 공주님께서 직접 오셨네요.”

아직 제주도까지는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없어 육지에서 소금을 운반해 사용한다. 제주도도 큰 변화가 있었다. 전에는 조금 소홀하던 마정을 철저히 관리해 말의 사육 두수가 대폭 늘었다. 그 때문에 소금의 소비량이 늘어났다.

그것도 이유가 되지만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소금으로 저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소금 소비가 전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대정 항구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작은 초가가 있었다. 그곳에서 사는 중년 남자가 바짝 마른 얼굴로 쪼그리고 앉아 대정 항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많은 소금 배를 가지고 들어오자 환하게 웃으며 벌떡 일어나 크게 외쳤다.

“난정아! 나 여기 있다! 여기야! 여기!”

그러자 현감은 항당하다는 듯이 인상을 쓰며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양반이 드디어 완전히 실성을 했나? 배에 여자만 타고 나타나면 난정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니 분명히 실성했어.”

현감의 응수에 월녀는 정난정이 이미 격렬비열도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소식을 아니 가볍게 물었다.

“현감님, 정난정은 이미 사공들에게 살해됐다고 하던데 아직도 그런 사실을 저분은 전혀 모르나요?”

“그 끔찍한 살인사건 소식이야 이미 들어 저 양반에게 오래 전에 전했지요. 하지만 전혀 믿질 않고 여자들이 배를 타고 나타나면 난정이라고 소리치고 있죠.”

황금 알을 낳아 준다고 판단하던 무안염전의 소금 때문에 큰 죄를 지은 윤원형은 제주도의 대정현에서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격렬비열도에서 지내는 정난정이나 이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윤원형이나 이미 약간씩은 정신분열 증상이 나타났다.

월녀는 대정읍에서 필요한 식수도 챙기고 서둘러 남쪽으로 향해 떠났다. 가파도를 지나 마라도 그리고 물밑에 있는 암초인 이어도 해역을 지나 장강 하구로 향했다.

이무렵 멀리 발해 만에서도 수많은 조운선들이 소금을 가득 싣고 비사성으로 향했다. 제 1함대 소속인 30척의 판옥선이 포함된 100척이나 되는 대규모 선단이 천천히 움직였다.

다소 느리게 운항하는 이유는 너무 많은 군수품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대련 항구에는 화포에 필요한 화약이나 철탄, 기타 무기들을 생산할 시설이 없으니 많이 적재했다.

드디어 최인범은 단동을 떠나 군함인 판옥선을 타고 이동했다. 최인범의 옆에는 산동 반도의 등주 출신인 척계광과 대마도 출신인 대마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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