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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308화 (308/519)

308화

한편 외무장관인 진명하는 최인범의 지시대로 조선 영토 내에 있는 진(眞)국의 국민들이 토지를 소유하거나 또는 경작하는 법령에 협정서를 맺었다.

조선의 예조판서를 만나 여러 가지를 협상하게 되었다.

“이미 풍기에 그런 토지가 있으니 그에 준하면 됩니다.”

“좋소. 그렇다면 앞으로 위화도에서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도 좋으니 그렇게 하시오. 약속대로 소출의 1할은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되자 사실상 전투를 벌이지 않고도 위화도라는 큰 토지를 실질적으로 진(眞)국이 차지한 셈이 되었다. 위화도의 경우 모래톱이 쌓여서 생긴 토지라 우선 돌이 없고 밭작물을 재배하기는 아주 좋은 땅이다.

관계시설만 한다면 압록강의 풍부한 물을 이용한 벼농사도 경작이 가능했다. 그러나 벼를 심을 경우에는 조세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주로 1할의 소득세만 걷은 밭작물을 심기로 결정했다.

의주 부윤이 장계로 올린 위화도나 기타 압록강에 있는 농토들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진명하는 다시 교역 사무소 개설을 두고 교섭을 벌였다.

“한양을 비롯한 4개 도시에 교역사무소를 설치하도록 허가해 주시오.”

“뭐하는 사무소요?”

“이름 그대로 교역 업무를 돕는 사무소입니다. 부산에 있는 왜관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알았소. 그렇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곳에 교역 사무소를 만드시오.”

한양에 드디어 교역사무소가 생기고 앞으로 의주, 회령, 나주도 교역사무소를 개설하는 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조선은 아직도 교역사무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한양의 교역사무소는 장차 진왕부가 나라를 개국한다고 선포하면 바로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으로 바뀌고 다른 곳은 진나라에게 모두 개방된 무역 특구 지역이 된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명나라와 조공 무역에 의존하다 보니 그런 분야에 지식이 별로 없었다.

겨우 그래도 혹시 몰라 조선 조정에서는 봉황성에 교역사무소를 하나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똑 같이 수의 교역사무소를 개소해도 불리할 판국에 하나의 도시에만 개설하게 되면 너무 일방적인 협정이다.

“기왕에 생긴 교역사무소니 그곳에서 앞으로 이주민을 받는 사무도 같이 보겠습니다.”

“그거야 이미 합의된 내용도 있으니 그렇게 하시오.”

이것도 문제점은 많았다. 그저 조선에 토지를 소유해 소득을 올리면서 국적은 진국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날 여지가 많은 것이다.

물론 이미 명나라 출신인 화교들이 그런 위치로 있기 때문에 조선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진국의 군왕이 조선 출신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진명하는 나름 외무장관으로 큰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한양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나자 그는 빠르게 일행들과 함께 부산포로 향하게 되었다.

“죽령을 넘어서 풍기에 들려 내려가자.”

“넷!”

모시는 주군이 신경을 쓰며 한동안 지내던 곳이라 직접 가서 둘러보고 싶었다.

“거기에 인삼이 좋아서 주군께서 그렇게 힘이 좋은가?”

“장관님, 아무래도 그 영향도 많겠지요.”

“가서 인삼 좀 사먹어 보자고.”

“넷!”

그가 왜에도 교역사무소를 설치하기 위해 부산포로 향하는 동안. 명나라로 떠난 자순 태감도 무척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자순은 안전을 위해 요동의 해안선을 따라 비사성으로 향했다. 비사성은 고구려에서 쌓은 산성으로 명나라에서는 대흑산에 있는 산성이라는 뜻에서 대흑산산성(大黑山山城)으로 부른다. 비사성 근처 해역에 도착한 자순은 초라한 포구에 지나지 않은 대련 항구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듣기만 했지 실제 와서 보니 천혜의 요새지를 만들 위치야. 비사성만 차지하면 여기에 건설될 항구는 육지에서는 공략하기 힘든 요새지고.”

자순은 힘들지만 일부러 비사성까지 올라가 살폈다. 비사성에서 바라보니 요동은 물론 산동성도 훤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절감하자 더욱이 비사성(卑沙城) 지역을 욕심내고 있었다. 이곳만 차지하면 요동은 저절로 주군의 손안에 들어올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같이 비사성을 오른 전대장에게 물었다.

“여기서 보이는 저쪽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아주 유용하겠지?”

“그야 당연하죠. 여긴 본시 고구려나 발해 시절에도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항구였습니다.”

“역사에 대해 잘 아는군.”

해군들이나 육군들은 특별히 정훈시간에 역사 교육을 집중적으로 했다. 발해나 고구려가 요동 전체를 장악했던 시절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했다. 그리고 군인이기에 대륙과 북방민족이 싸우던 전사야 기본으로 배우고 있었다.

‘자금성에서 내 혀를 뽑아 주더라도 반드시 여기를 주군께 드려야 돼.’

그렇게만 된다면 과거 금나라가 이룩한 영토보다 더 큰 대제국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징조는 너무 좋았다. 몽골의 대부족인 타타르 부족장 딸인 부인도 있고 북경의 가정제를 견제할 남경에는 헌강왕인 장인도 있으니 금상첨화다.

“여차하면 그냥 남경까지 먹어 버리던가 아니면 대륙을 삼등분 해버리는 거야.”

어차피 자신은 직접 이룰 수 없는 원대한 꿈이다. 하지만 그래도 모시는 주군이 큰 제국을 만드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비사성을 떠나는 자순은 굳게 결심했다.

산동 반도에는 반군의 수군들이 있으니 약간 북쪽을 따라 이동해 천진으로 향했다.

자순은 그냥 빈 몸으로 명나라엘 오질 않았다. 20척의 조운선에 염창시에서 생산한 약간 색이 누런 천일염을 가득 싣고 왔다. 더구나 그것도 부족해 호위함대인 판옥선 10척에도 가득 싣고 천진에 도착했다.

부두에 도착하자 판옥선을 이끄는 전대장에게 지시했다.

“판옥선에 실린 소금은 모두 산해관의 왕 황비님께 보내주시오. 그리고 다시 천진으로 돌아와 기다리시오.”

“넷!”

명나라의 가정제가 들으면 입에서 거품 품을 일이다. 하지만 진(眞)왕부의 내명부는 이미 황제국이 사용하는 내명부를 채택해 한창 작업 중이다.

그래서 자순이 내심 결정하고 있는 내명부의 품계는 황후, 황비, 귀비(정1품), 비(종1품), 빈(정2품), 귀인(정3품), 소의(종3품), 숙의(정4품), 소용(종4품)이다.

황후와 황비는 정실부인이라 무품이고 그 이후는 후궁이라 품계가 있다는 식이다. 조선의 경국대전을 참고해서 품계만 약간 다르게 정한 것이다.

다른 방법들도 많지만 과부로 시집을 덤으로 와 빈으로 덜컥 정해진 진유향의 품계를 낮추려다보니 이렇게 정했다. 유별난 결벽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의 아내이던 여자에게 너무 높은 품계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람이 기본 양심은 있어야지, 분수도 모르고.’

북방민족의 역사에 너무 잘 아니 형사취수제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요염하게 생긴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명부 법령을 같이 만드는 이지함 장관도 자신과 동조하는 입장이다. 이지함은 진 비가 요염하게 생긴 것과는 무관하게 형사취수제가 별로 탐탁하지 않으니 쉽게 동조해 주었다.

이미 아설화와 혼인한 처지로 장인의 아내와 혼인하는 격이라 그건 도저히 용납하기 힘들었다. 무슨 내막이 있었는지 잘 알지만 족보체계까지 완전히 무너지니 쉽게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천진의 발해 여각에 들러 소피아를 만난 자순은 그녀에게 황비마마라고 칭하며 공경했다. 성깔이야 보통은 넘지만 그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황비로 인정하는 것이다.

“황비마마, 드디어 때가 무르익었습니다. 그러니 천진에만 계시지 마시고 틈이 나시면 봉황성으로 가셔야 하옵니다. 황실에 요상한 과부인 여자가 빈으로 들어와 내명부의 물을 흐리는 중이옵니다.”

“알았소. 이야기해주어 고맙소.”

“조운선 10척에 실린 소금은 천진에서 황비마마께서 사용하시고 저는 북경으로 10척만 가지고 가겠습니다. 자금성에 가져다 줘야 하옵니다.”

“알았네. 아무튼 하시는 일 모두 잘되기 바라오.”

“에이.”

소피아는 자신을 황비마마라고 불러준다는 사실이 너무 기분 좋았다. 그래서 떠나는 자순에게 많은 은괴를 넘겨주며 당부했다.

“자금성에 가면 은괴가 필요할 거요. 그러니 가지고 가서 하시는 일에 유용하게 써 보시오.”

“알겠사옵니다.”

명나라는 여전히 뇌물이 관행으로 된 나라다. 그 때문에 자순이 하는 일이 잘되려면 뇌물을 줄 자금도 많이 필요했다. 왕미령에게도 소금을 보냈으니 그녀도 힘을 쓸 것으로 판단했다.

자금성으로 들어가게 된 자순은 가정제를 만나 그에게 호피 5장을 넘겨주고 소금 10척을 받쳤다.

“폐하, 봉황성에 계시는 봉황산동군왕께서 힘들게 마련한 진상품이옵니다.”

“소금이 무려 3천석이나 된단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하지만 본래는 1만석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만 오는 도중에 산동의 반역도들이 저희가 가져오던 소금을 약탈해 갔사옵니다. 그래서 겨우 도망쳐 3000석만 가져오게 됐습니다.”

“허! 가져오느라 고생했군.”

“폐하, 하루빨리 그들을 물리쳐야 하옵니다. 내륙으로 분쇄하기 힘들면 그들의 수군부터 분쇄해야 하옵니다. 그래야 조선도 진상품으로 좋은 소금도 보내고 여러 모로 이점이 많습니다.”

이런 보고를 하자 가정제는 산동지역의 반군들이 더 괘씸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소금 때문에 반란군의 세력은 더 위세를 부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 조선까지 가서 윤임을 멀리 귀양을 보냈다고?”

“예이, 은퇴하고 한양에서 멀리 떠났습니다.”

“그럼 그 문제는 그런 정도면 됐군.”

아무튼 봉황성에서 소금을 많이 가져오게 되니 이제는 조금 숨통이 트이게 생겼다. 구차하게 반란군과 뒷거래해서 소금을 얻어와 쓰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게 반란군과 뒷거래를 하지 않았으면 소금부족 사태로 북경에서 반란이나 폭동이 일어났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많은 소금을 가져왔으니 그 출처가 매우 궁금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서 이런 귀한 소금을?”

“그야 조선에서 가져온 소금입니다.”

“다행이군. 아무튼 앞으로 조선이나 왜의 문제는 부마도위가 봉황성에서 알아서 처리하면 되겠군.”

황제의 말은 천금과 같다고 해서 가정제는 문서로 만들게 되었다. 봉황성주에게 조선 왕의 책봉식이나 또는 왜에 대한 모든 외교적인 문제를 일임하고 있었다.

“폐하, 조선에서 소금을 직접 가져오고 싶어도 산동 반도의 흉악한 역도들 때문에 항로가 막혀 가져오기 힘드옵니다. 그러니 반군들의 수군을 빨리 퇴치해야 되옵니다.”

이러자 가정제는 그런 정도야 상식이라 조급해서 물었다.

“그래, 짐이 어떻게 해줘야 부마도위가 그 역도들을 빨리 무찌르겠다고 하던가?”

“위치상으로 산동을 공략하려면 반드시 대흑산산성 지역을 관할해야 쉽게 산동성을 공격할 수 있사옵니다. 그러니 그 지역을 부마도위의 봉토지로 넘겨주셔야 하옵니다. 그리되면 일단 요동의 해안선을 따라 소금을 이곳으로 운반할 길이 열립니다.”

지금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거의 버려진 땅이다. 산동 반도에서 활동 중인 반란군 공략에 꼭 필요한 지역이라니 후하게 선심을 쓰고 있었다.

“이미 발해요동산동도독으로 임명해 요동이나 산동의 모든 지역을 관할로 정했으니 굳이 짐의 허락을 구할 필요 없이 관할지역에 넣어 관리하면 되는데 너무 짐에게 의존하는군.”

여전히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가정제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었다.

“폐하, 이미 작위에 나타나 있지만 아직도 그것을 믿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많아서 그러하오니 보다 구체적으로 봉토지라고 지명하심이·······.”

“태감, 잘 알았어. 그렇게 교지를 내려 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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