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화
<교역사무소 설치와 강제 노역형>
외무장관의 보고에 최인범은 즉시 명확하게 답해 주었다.
“영토는 분명 위화도가 조선에 속한 곳이니 그렇게 아세요. 다만 이주한 농민들이 위화도가 자기 토지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확실하면 조선과 협상해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시오.”
“그게 가능하온지요?”
“그렇소. 이미 그리하는 곳이 풍기에 있으니 별로 문제가 될 것은 없소. 다만 조선의 영토에서 농사를 지을 경우 조선의 법에 따라 조세를 내야 되는 거요.”
“잘 알겠사옵니다.”
최인범은 외무장관은 보고에 외무부에서 해야 할 업무를 말해 주었다.
“장관은 이번 문제도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한양을 가겠다니 다녀오도록 하시오. 아직 독립된 왕국이 아니니 사신이라고 칭하지 마시고 교역 협상 대표자라면 명칭을 사용해 다녀오시오 또는 공연한 분쟁거리를 만들지 않도록 하시오.”
“넷!”
기회에 교역을 편하게 하기 위해 외무부 산하에 교역국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래서 조선이나 명나라 그리고 왜에 교역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한양으로 가서 서로 교역 사무소를 설치하도록 합의하오.”
“전하, 어디에 설치하옵죠?”
“조선은 한양, 의주, 제물포. 나주, 회령이 적당해요. 조선이 그렇게 한다면 우린 봉황, 염창, 단동의 북항, 용정에 조선에서 보낸 교역사무소를 설치하도록 승인한다고 하시오. 그리고 왜로 가서 하카타, 나가사키, 시모노세키에 교역사무소를 설치하시오. 그들도 진(眞)국에 교역사무소를 설치하겠다고 하면 봉황, 염창, 단동의 북항에 사무소를 개설해도 좋다고 협상하시오.”
이런 지시에 진명하는 왜가 막부정부라는 것이 의식되어 물었다.
“전하, 혹시 왜의 쇼군이 별도로 교역사무소를 설치해주길 원하면 어찌 하옵니까?”
“왜로 가서 쇼군을 만나려고요? 실권도 없는 쇼군을 만날 필요가 없으니 하카타의 상인대표와 나가사키와 시모노세키의 영주들만 만나면 되니 그렇게 아시오.”
“넷!”
진명하 장관이 생각해 보니 북경, 천진, 산해관, 남경에도 교역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하, 명나라는 어찌 하옵죠?”
“그 문제는 자순 태감을 북경으로 보내 해결할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그대는 조선과 왜만 다녀오면 되는 거요.”
“알겠사옵니다.”
무역사무소가 아닌 교역사무소라 칭하는 이유는 우선 공용 화폐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물물교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은 독립된 왕국이 아니라 나라 간에 외교협정을 맺어서 무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최인범은 일단 급한 일을 현장을 돌아보며 지시를 내리고 봉황성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편전에서 자순 태감을 만난 최인범은 교역사무소 설치에 대해 설명하고 지시했다.
“자순 태감이 북경을 다녀오시오. 갈 때 호랑이 가죽 5장과 소금을 자지고 가서 자금성으로 넘겨주시오.”
“넷! 그럼 조운선을 이용해 다녀와야 되겠네요.”
“그렇게 하시오. 그리고 제태국의 수군들이 있으니 제 2함대와 같이 가도록 하시오. 함대 전체의 함정을 데리고 갈 것은 없고 10척으로 구성된 1개 전대만 이끌고 가면 될 거요.”
“잘 알겠사옵니다.”
해군은 30척의 판옥선을 모두 10척씩 나누어 6개의 전대를 만들었다. 그래서 지휘체계는 군왕, 해군총사령관(발해도독), 함대사령관, 전대장, 함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해군총사령관(발해도독)을 군왕이 겸직하기 때문에 최인범이 외유중일 경우에는 지휘권의 공백이 생긴다.
그래서 국가에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해군의 지휘권은 내무부 장관이 비상 국무회의의 수장의 자격으로 발휘하게 된다.
상급기관인 국방부가 있지만 사실 국방부는 통상 병력을 모집하는 병무청과 같은 기능만 수행하고 군사들의 지휘권은 모두 군왕이 지니고 있었다.
행정이나 경제 분야를 어느 정도 챙겼다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교육에 대해 챙기게 되었다.
내무장관인 이지함과 교육부 장관인 조도필을 편전으로 불러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교육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하, 진국은 노비 이외에는 신분 차별이 없으니 학교는 모든 백성들이 얼마든지 와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가 많아야 하지만 그곳에서 근무할 선생도 부족하니 어찌 하면 되겠소.”
“그 문제는 되도록 예비연대의 장교들을 활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들이 잠시 부대 내에서 학교교육에 힘을 써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결국 도청 소재지에는 중학교, 시군에는 초등학교를 설치하고 대학의 경우는 봉황성에 만들기로 했다. 차츰 예산이 확보되는 데로 면에도 초등학교를 세우기로 기본적인 방침이 세워졌다.
“겨울은 춥고 등교도 어려우니 겨울방학은 3개월로 정하고 여름방학은 1개월로 정해서 연간 8개울 학습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리고 5일에 한번을 쉬도록 하세요. 쉬는 날은 반드시 5일 장이 서는 날로 정하고요.”
“넷!”
학교의 쉬는 날이 5일장과 겹치게 하는 이유는 학교 운영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학생들은 학비 대신에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물을 제출해야 한다.
과제물은 학교의 실습장에서 키우는 짐승들의 먹이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키운 짐승들이나 농산물을 5일장에 학생들이 교대로 판매하게 된다.
예산도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하지만 어려서부터 경제가 어찌 돌아가는지 확실하게 알려주기 위해 현장실습을 강조한 것이다. 강한 무력으로 방대한 영토를 차지는 할 수 있지만 경제력이 따르지 않으면 그것은 얼마 유지를 못하고 무너진 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최인범은 이지함에게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했다.
“나는 백성들을 이쪽저쪽으로 편 가르는 것을 특히 싫어하니 조선과 같이 어떤 특정계급만 교육하는 우민화 정책인 안 되다는 생각이니 교육에 힘써 주세요.”
“알겠사옵니다.”
“어려서 경제에 대해 알아야 되지만 대륙의 중화민족처럼 만들면 안 됩니다.”
“넷!”
북방민족들이 대륙을 차지는 해도 결국 중화민족들에게 동화되거나 흡수된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 때문이다.
중화민족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고 다한다. 그래서 인육으로 만두도 만들어 팔고 마약도 여전히 금지품목이 아닌 상태로 유통된다.
노예시장이 공공연하게 있는 나라니 인신매매나 또는 부모가 자식을 파는 경우도 많았다. 도박이 흔한 이유도 모두 돈을 가치의 우선으로 두기 때문이다.
중화민족은 무지막지한 부를 이루어 축척해 놓고 이민족인 권력자들에 뇌물을 주는 방법으로 살아남아 끝내 이민족인 권력자를 몰아내는 방식이다.
최인범은 그런 사실을 말하며 인성교육에 대해 강조했다.
“내가 굳이 조선출신 선비를 교육자로 받아들인 이유는 바로 인성 교육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조선처럼 성리학의 이론에만 치우치면 안 되니 내무장관께서는 교육부 장관과 협조를 잘하세요. 그래야 학교에서 교육을 잘 받은 관리가 나오니까요.”
“넷!”
“앞으로 관료는 진(眞)왕국에 있는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거나 또는 이수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임명되니 그렇게 아세요.”
“전하, 그렇다면 기존에 임명된 관료들도 해당되옵니까?”
“당연하죠. 반드시 직급에 따라 학교를 졸업하거나 이수 자격증을 따야 관료로 근무할 수 있으니 장관들도 초등학교 이수 자격증부터 취득하세요.”
“그럼, 나중에는 어찌 되옵고요?”
“그야 나중에는 고급 관리를 하려면 모두 대학은 나와 야죠.”
이런 교육이나 관료 선발 방침에 두 장관은 다급해졌다. 장관하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학교라는 곳에서 배워야 하는 것 중에서 자신들이 배운 교육과는 너무나 다른 것들이 많았다.
지구는 둥글다. 자전한다는 등의 자연시간의 교육은 자신들이 배운 교육과 전혀 다르다. 지구본을 만들어 교육하고 더구나 여자들도 같이 배우게 하고 있었다.
“전하, 그러면 수료자격증은 어떤 기준으로.”
“그야, 최소한 실습장 교육을 60일 이상 받고 60일은 출석해 교육을 받고 과목당 평균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하는 겁니다. 과락은 40점이고요.”
“전 과목을 보게 되옵니까?”
“그렇소. 전인 교육이니 그렇게 해야죠.”
결국 장관들도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를 반드시 나와야 하는 문제가 생기자 두 장관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급하게 모든 학교에 야간부를 개설하는 수밖에 없었다.
후일담이지만 장관들이나 조선출신의 과료들이 제일 거북하고 재미있는 시간은 음악시간이다. 조선에서 기녀 생활을 하던 여선생들이 가르치는 율동을 따라하며 노래를 부르려니 죽을 맛이다.
“참새! 짹! 짹! 암소가! 음머! 음머!”
“거기 학생! 입 크게 벌리고 불러! 강아지가!”
“멍! 멍!”
유아교육과정을 겸해 음악 시간에 아주 쉬운 노래이자 의성어를 집중해서 교육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들의 통합 때문이다. 여진이나 명나라 그리고 조선 출신들이 합께 살기 때문에 짐승들이 우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부터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서다.
최인범은 언어의 통일은 바로 그런 사소한 것부터 같아야 된다고 판단해 음악 시간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보급하며 통일을 기하고 있었다.
같은 조선 출신들이라도 서민과 양반의 인사하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물론 지역의 사투리까지 심하기 때문에 장관들은 물론 모든 관료가 재교육을 받도록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런 교육 방침 때문에 제일 좋아한 사람들은 배도치를 비롯한 그의 부하들이다.
조선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이상한 교육을 받았으나 이곳에서는 그런 지식을 안다는 것은 완전히 지식층으로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과정에 배운다는 99단을 알려줄 수 있나?”
“그거야 쉽죠.”
수시로 장관들이 찾아와 개인 지도를 부탁하게 되니 배도치의 위상이야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조금 전에 비해 거만해졌다.
훈련소로 찾아와 배도치가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보며 최인범은 너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배 소장, 너는 아직도 세상의 기본 이치를 깨우치지 못했냐?”
“전하, 그게 무슨?”
“이놈아! 네가 아는 허접한 지식 정도는 당장은 큰소리칠지 모르지만 조선 선비들의 학문에 대한 열망을 절대로 무시하면 안 돼. 이런 식으로 공부를 안 하고 허세나 부리다 보면 1년 후에는 그들이 네가 오히려 배워야 하는 선생이 될 것이니 정신을 똑 바로 차려.”
“넷!”
쪼그리고 앉아서 주구장창 책을 봐가며 공부하라는 것이야 조선선비 출신들이야 다들 도가 텄으니 미리 경고하는 것이다.
최인범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정책도 어느 정도 분위기를 잡아 놓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군사들의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잘 되어가는 중에 최인범이 고민하는 것은 의외로 내명부 문제다. 많은 부인들이 있다가 보니 우선 머리가 아파왔다. 특히 진 빈이 내명부로 들어오고 나서는 더욱 골이 쑤시고 있었다.
‘이거야 원, 어쩔 수 없이 한번은 만나주고 넘어가야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