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291화 (291/519)

291화

최인범은 한정문에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금의 과잉 생산으로 생긴 문제는 세금의 부과 방식이 제일 큽니다.”

“무슨 세금요?”

“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소금 생산량의 6할이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너무 과해요.”

한정문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과하다면 어느 정도나 내려야 하죠?”

“내가 보기에는 소금 생산량을 늘려서 외국으로 수출할 정도로 가격 경쟁력 있으려면 최소한 세금을 4할 정도로 내려야 합니다. 외국으로 판매할 경우는 세금을 2할 이상을 걷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알겠습니다.”

실제로는 더 낮은 세금을 부과해야 된다. 하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이 내리면 그에 따른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이런 정도로 말해 주었다.

“올해 농사는 어떤 가요?”

“풍년이라 미곡이 남을 정도입니다.”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올해는 그야말로 대풍이라 조선은 전에 있었던 기근의 후유증은 완전히 해소되었다. 그래서 천일염 생산으로 소금 가격의 하락 이외에는 큰일은 없었다.

최인범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조선에서 미곡의 비축량이 늘었으니 앞으로는 점차 모내기 방식으로 벼농사를 지어야 된다고 봅니다. 풀을 뽑아야하는 인건비도 줄어드니 반드시 확대해야 됩니다.”

“조정으로 올라가서 논의해 보도록 하죠.”

조선은 이미 모내기 방식으로 벼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조정에서 가뭄의 피해를 염려해 모내기 방식을 금지하고 직파 방법을 선호하고 있었다.

다소 미온적으로 답하자 최인범은 다시 강조했다.

“지금 풍년이 들어 여유가 있을 때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무논에서 벼를 심으면 이점이 아주 많습니다. 생산량도 많고 미질도 더 좋아지고요.”

“그렇지만 가뭄이 들면 큰 문제지요.”

“그 문제는 적당한 곳에 작은 저수지를 많이 건설하면 어느 정도는 해소 됩니다. 그리고 이제 감자나 고구마도 보급이 되었으니 가뭄이 들어도 구황식물이 늘어나게 되니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아! 감자와 고구마가 있군요.”

“특히 논에 물을 가두게 되면 가뭄피해도 조금은 줄고 그곳에 다양한 생물이 사니 그것도 백성들에게 좋은 먹거리가 생기고요.”

“알겠습니다.”

최인범이 조선의 미곡 생산량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앞으로 봉황성에서 필요한 쌀을 조선에서 수입해야 되기 때문이다. 명나라 보다는 조선에서 수입하는 것이 유리하니 미리 생산량을 늘려 놓게 유도하고 있었다.

먼저 경제 분야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나자 이어서 한정문이 군사적인 질문을 했다.

“봉황성으로 돌아가시면 조선에게 파병을 요청하실 생각인지요?”

“아, 산동성의 반란군 퇴치를 위한 파병을 말하는 군요.”

“그렇습니다. 그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됩니다.”

“제가 확실하게 결정을 해드리죠. 조선에서 미곡으로 군량미만 어느 정도 조달해 주면 파병을 요청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북경에서 문제를 삼지 않으려나요?”

“그렇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제가 판단할 작전이니 조선에서는 그 파병문제를 가지고 별도로 군사를 모을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 그렇게 아시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러 대화를 끝내고 두 사람은 금수장에서 나왔다. 최인범은 앞으로 자주 만나기 어렵다고 해서 한정문과 같이 장암이나 혹은 궁남지들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주선해서 지어진 누각에서 한전문에게 4점 접바둑을 두는 지도대국도 두고 이틀을 부여에서 머물고 헤어지게 되었다.

“한양으로 가지만 공식적인 자리 이외에는 만나기 힘들겠군요. 그리고 나는 최대한 빨리 봉황성으로 갈 생각이라 지금처럼 따로 만나기는 힘들 겁니다.”

“그렇군요. 여러 가지로 조언을 많이 해주어 감사합니다.”

최인범은 부여도호부의 객사에서 한정문과 헤어지고 나자 즉시 공주로 향했다. 공주로 가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암살범들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서다.

“공주의 역참에서 말을 구해서 부산포로 왔다니 어쩌면 마패나 다른 흔적이 있을지 몰라.”

“태대장군님, 제 예감이지만 아무래도 대궐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나도 그리 생각이 들지만 함부로 속단하기 힘드니 그런 말을 하지 마.”

“넷!”

최인범이나 부하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면포의 품질이 우수해서 보통 궁중으로 납품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는 잘 유통이 되지 않는 면포라 아무래도 궁중의 누군가가 사주한 것 같았다.

‘도대체 누구지? 윤 대비가 일을 벌인 것도 같고. 윤임 대감이 또 그 짓을 벌인 것도 같아.’

제일 의심이 가는 사람은 아무래도 윤임이다. 그러나 윤 대비도 그에 못지않게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것 같으니 많은 용의자들 중의 한사람은 분명했다.

최인범이 공주를 들려 한양으로 급하게 올라가는 중. 먼저 한양으로 올라간 한정문은 최인범을 만나서 듣게 된 여러 가지 조언 중 먼저 과잉 생산된 소금에 대해 건의했다.

“전하, 남는 소금은 모두 외국으로 판매해야 하옵니다. 그리고 세금도 대폭 낮춰야 하고요.”

“태대장군이 그리 말하던가?”

“그렇사옵니다. 국내 판매용은 4할 정도 세금이 적당하고 수출품은 2할로 정해야 앞으로 계속해서 외국으로 소금을 판매해 큰 부를 거둘 것이라고 했습니다.”

“알았소. 그리 해봅시다.”

수출품의 경우 2할의 세금을 국세로 내지만 항구가 소재한 관청에 지방세로 1할을 내기 때문에 결국 3할의 세금을 내는 것이다.

이런 조치가 파발을 이용해 전국으로 알려지자 경상남도에 있던 천일염은 하카타의 대상인들이 운영하는 주인선에 실려 왜로 수출하게 되었다.

하카타의 상인들은 싸게 들여온 천일염을 규슈 지방이나 혼슈 서쪽으로 판매해 큰 이득을 남겼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하카타에 대규모로 간장 공장을 만들게 되었다.

회를 좋아하는 왜인들은 회를 간장에 찍어 먹기 때문에 간장의 소비가 많았다.

공장을 건립해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자 자연히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카타의 항구에서 만드는 간장은 진미(眞味) 간장으로 팔려 나가게 되었다.

모두 나중에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최인범은 하카타를 떠나기 전에 대상인들에게 간장 공장을 만들어 운영하라고 지시했었다.

자신의 지분이 33퍼센트를 가진 해외 생산 공장을 처음으로 개설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상표가 진미(眞味)라는 것도 나름 깊은 의미가 있었다.

왜는 호랑이 때문에 전국시대의 판도가 심하게 뒤틀렸다. 규슈에서 혼슈로 넘어간 호랑이가 동쪽으로 이동하게 되자 동쪽의 영주들은 모두 호환 때문에 전쟁을 고사하고 집에서 두문불출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전쟁이 벌어지면 해변의 갈대가 대부분 서로 화공을 써서 불에 타서 사라진다. 하지만 전쟁을 못하다 보니 갈대가 무성해 호랑이의 좋은 서식지로 변했다. 그러자 호환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그러자 자염방식의 소금도 굽지 못하게 되어 소금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니 소금을 모두 서쪽의 오우치 가문이나 또는 규슈의 하카타에서 사서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오우치 가문과 싸움을 벌일 수 없게 되었군.”

“별 수 없이 다른 선택을 해야 되겠어.”

“우리 언제 만나서 그 이야기를 해보세.”

“알았네.”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오우치 가문을 쇼군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증거다.

한편 조선은 과잉 생산된 천일염이 비싼 가격으로 해외로 팔리게 되자 큰 변화가 생겼다.

경상남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왜로 수출되자 전라도에서 생산된 소금들은 자연히 경상도 지역으로 판매되었다. 조선은 소금과잉 생산의 여파가 어느 정도 가시게 되었다.

세금이 2할이나 내려가자 경기도의 염전도 이제 2할의 수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격 상승으로 총 3할 정도 이득을 보는 우량사업으로 변하게 되었다.

농업과는 달리 염전은 겨울을 제외하고는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수익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이득이 많아도 새로 염전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소금의 가격 폭락으로 크게 놀란 조정이나 주상은 앞으로는 염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화를 조정으로 납부해야 되는 식으로 법을 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한편 무안군수로 내려가 거대한 염전을 만든 윤원형은 왕실의 내수사 소유의 염전도 만들었지만 개인 소유인 염전도 만들었다. 소금가격이 오르자 윤원형은 큰 부를 이룰 좋은 기회를 잡았다.

소금 가격이 폭락해 주지 못했다고 주장하던 인건비도 줬다. 조금 후하게 백성들에게 베풀다 보니 암행어사가 올렸던 탄핵장계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윤원형은 첩인 정난정이 한양으로 올라간다고 하자 물었다.

“소금 배를 타고 올라간다고?”

“예, 아무래도 제가 한양으로 먼저 올라가서 움직여야 영감도 올라가게 되지요.”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올라가.”

“호! 호! 걱정도 너무 심하시네. 저는 심하게 흔들리는 배도 아주 잘 타잖아요. 그러니 염려 마세요. 걱정마시고 좋은 소식이 오기만 기다리세요.”

“알았소. 믿고 기다리지.”

정난정은 매우 능동적인 여자라 윤원형과 정사를 벌이면 거의 기마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실제로 선박을 잘 타서 하는 말은 아니다.

정난정은 여전히 첩의 신분이라 혼자서는 함부로 가마를 타고 한양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 천한 신분으로 가마를 타면 위법이다.

윤원형과 같이 간다면 모를까 꺼칠한 전라도 백성들이 자칫하면 돌팔매질을 할 수도 있다. 아직도 자신들이 인건비도 안주고 마구 부려먹은 못된 인간으로 아는 전라도 사람도 많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아무리 잘살게 됐다지만 여전히 곳곳에는 소규모의 산적패들도 있으니 더욱 그랬다. 한양으로 가지고 가는 소금은 모두 이득금으로 남은 것이라 이것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내가 가서 요로에 뇌물을 좀 쓰면 영감도 다시 한양으로 올라가 갈 수 있어.’

이렇게 판단하고 여유롭게 소금 배에 오른 정난정은 먼 바다로 들어서자마자 곡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이고오. 어마마, 나 죽네.”

출렁! 출렁!

“오마마. 나죽어! 우엑!”

그리 심하게 흔들지 않지만 배를 잘 타지 못하니 뱃멀미가 너무 심해 오장육부가 완전히 뒤집혔다. 그러니 입에서는 똥물까지 마구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 정난정을 바라보며 도와줄 생각은 전혀 안하고 사공들은 매우 고소하게 생각했다.

‘죽일 연놈들······. 우리가 탄원서를 내서 다행히 주상전하께서 암행어사를 두 번이나 보내니까 그제야 인건비를 준 연놈들이 잘되게 할 수는 없지.’

음산하게 웃는 사공들의 눈빛으로 보아 아무래도 뭔가 딴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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