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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79화 (279/519)

279화

세상사는 본시 군사력을 쥔 즉 권력을 가진 자가 재물을 원할 경우 재력만 보유한 상인이란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보아하니 이미 먹자고 대드는 형국이다. 대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은괴 40짝의 내기바둑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겠습니다. 대장군께서 더 두신다면 해야죠. 내기를 처음 제안한 것이 저희들이니 둬야죠. 하지만 그만한 은괴를 마련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알겠소. 그럼 준비가 되는대로 여기서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대상인들은 최인범과 헤어져 저택으로 돌아와 별수 없이 은괴 40짝을 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아무리 큰 부를 이룬 대상인들이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괴 40짝의 마련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빨리 은괴를 모아서 가져다주고 대장군이 하카타에서 떠날 수 있도록 유도해 봅시다.”

“그게 좋겠네요.”

덩치가 커서 그런지 뇌물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대장군이 계속 하카타 항구에 있어봐야 좋은 꼴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멀리 명나라의 보타도 지역으로 가져다 팔기위해 쌓아놓은 은괴며 조선으로 판매한다고 하던 은괴도 모조리 끌어 모으게 되었다.

대상인들이 은괴 모으기에 정신이 없는 동안 최인범은 부하들을 모아놓고 지시했다.

“이곳에 있는 사무라이들이 집단으로 공격한 내막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도록 해.”

“넷!”

“이창수 중위와 배지기 중위가 2개조로 나누어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넷!”

이창수는 본국검법 실력으로 중위에 오르고 배지기 중위는 씨름실력으로 남보다 높은 계급을 받았다. 그들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근접경호원과 경호부대로 나뉜 기마병들의 지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책임자를 선정한 것이다.

현재 기마부대는 모두 철씨 형제들이 지휘하지만 그들이야 본시 좌우시위로 항상 옆에 있어야 하니 사실 많은 경호원들을 관리하고 지휘한다는 것은 무리다.

대상인들이야 은괴를 넘겨주면 사무라이들의 난동 사건이 흐지부지 끝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최인범은 전혀 그게 아니다.

‘내기 바둑은 바둑이고 난동사건은 별건의 사건이지.’

이렇게 생각한 최인범은 대마불에게도 특별히 지시했다.

“마불, 너도 돌아다니며 사건의 진상이 어찌 된 것인지 알아 봐.”

이런 지시에 대마불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듯이 답했다.

“대장군님! 하카타 사무라이들의 난동사건은 생아편 때문입니다.”

“생아편이 원인이라니 자세히 말해 봐.”

“대장군님, 사무라이들이 그날따라 생아편을 대부분 흡입하고 집단으로 공격한 것입니다. 물론 생아편은 대마도에서 들어온 것이고요.”

“그래? 그래도 생아편을 푼 배후가 있지 않나?”

“있습니다. 그들은 대마도에서 생아편을 가지고 하가타로 판매하러 왔던 놈들입니다.”

“뭐? 대마도 출신인 사무라이?”

대마불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대마도에서 여기로 생아편을 팔려온 사무라이들이 있습니다. 그들 딴에는 북경으로 끌려간 도주님께서 기름에 튀겨죽자 복수한다고 맹세한 모양입니다.”

“그렇겠군. 심복 부하들이니 생아편 거래를 맡겼겠지.”

“그놈들이 평소에는 비싸서 사먹기 힘든 생아편을 거의 공짜로 하카타의 사무라이들에게 풀어 놓고 대장군님께서 사무라이를 무차별로 죽인다고 소문을 퍼트려 생긴 난동사건입니다. 그리고 일부 닌자들도 대마도의 사무라이들이 고용한 놈들이고요.”

대마불의 보고는 타당성이 있고 근거도 확실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고 증거 또한 필요했다. 그래야 대상인들을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물을 우리는 방법도 생으로 우려내기 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잡고 우리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단하고 즉시 지시를 내렸다.

“그것이야 표면에 드러난 사건의 내막이고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대상인 중 일부가 그 사건에 끼어 있는 것 같으니 더 자세하게 조사해 봐.”

“알겠습니다.”

워낙 많은 사무라이들이 공격한 사건이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이 감춰질 수는 없었다. 대략적으로 진행 과정이야 알고 있고 짐작되지만 보다 구체적인 내막을 알 필요가 있었다.

일단 사무라이들의 난동 사건은 별건으로 취급해 부하들에게 진상 조사를 해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최인범은 별도로 조선 출신으로 구성된 암살범들에 대한 조사를 독자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놈들의 배후가 제일 중요해.’

사건의 단서가 이곳에 모두 있었다. 그러니 하카타에서 최대한 많은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조선으로 넘어갈 요량이라 나름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자신이 증거로 수집한 면포를 대상인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이건 주로 어디서 유통되는 면포요?”

“아, 이건 조선에서도 제일 질이 좋은 면포라 주로 궁중에서만 사용하는 면포지요. 물론 가끔 여기로 교역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궁중에서 은괴가 필요할 때 풀어서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한편 오래전 백제인들이 이주해 집단으로 살던 구마모토로 가서 착호 활동하던 철을웅은 전혀 생각지 못한 귀한 보물을 찾게 되었다.

나가사키에서 펼치던 작전대로 마을 근처의 야산을 뒤지며 모든 야생동물을 사그리 사냥해 호랑이가 숨어 있던 곳에서 튀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작전을 펼쳤다.

“소령님, 이상한 굴이 있습니다.”

“뭐가 이상해?”

“야생동물이 판 굴 속에 사람이 다듬은 돌이 나왔습니다.”

야생동물이 굴을 파고 들어간 작은 언덕이 있는 곳에 이상한 굴이 있다고 보고하자 철을웅은 부하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소령님, 여깁니다.”

그런데 여우가 판 굴인지 멧돼지가 판 굴인지 모르지만 땅속으로 깊이 들어간 동굴이 있었다. 동굴의 끝에 가자 빈 공간이 있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었다.

철을웅은 동굴 끝에 사람의 손으로 다듬은 돌을 발견하고 두드려 보았다.

통! 통!

“여긴 분명 고대 무덤의 석실이야.”

결국 돌을 깨고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석실이 있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금동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부장품이 들어 있었다. 작은 도자기도 많았다.

“와! 보물이 많다.”

“소령님, 어쩌죠?”

“뭘 어째 모조리 봉황성으로 가져가야지. 주민들 모르게 모조리 수거해.”

“넷!”

우연한 기회에 백제시대 유물로 보이는 부장품을 발견했다. 그래서 백제시대의 와당 하나 선물에 감격하던 나가사키 영주가 떠올라 철을웅은 부장품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사그리 수거했다.

본의는 아니지만 철을웅은 백제시대 유물이 들어 있는 고분을 도굴한 셈이 된 것이다. 더구나 처음 매장했던 그대로 찾아내 회수했으니 고대 유물의 수는 엄청나게 많았다.

“이상하게 생긴 검도 있군.”

“가지가 여러 개 달려 무슨 상징물 같습디다.”

“그렇겠어.”

기마병들은 이후 낮에는 설렁설렁 착호 활동을 겸한 고분 찾기에 시간을 보냈다. 고분 옆에 턱하니 숙영지를 만들게 되자 현지 주민은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밤에는 도굴하는 작업을 벌여 고분 4개에서 수많은 유물을 수거해 상자 안에 넣어 잘 갈무리했다. 그리고 마침 군수품 보급하기 위해 도착한 판옥선으로 연락해 해변에서 실어 버렸다.

해변에서 물건을 실어주며 못 보던 얼굴이라 물었다.

“어디서 온 해군이지?”

“봉황성에서 내려와 염포에서 새로 10척이 보강되어 보급을 하기 위해 대마도를 경유해 오게 된 배로 모두 1함대 소속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함대에는 판옥선을 10척씩 보유하게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명나라 황제가 당초 조선에서 약속한 그대로 30척의 판옥선을 내서 규슈에서 활동하는 대장군을 적극적으로 도우라고 조선으로 사신을 보내 또 다시 압박했다는 것이다.

산동 반도에서 반란군들이 제태국이란 나라까지 만들어 버렸다. 그러자 다급해진 가정제는 대장군이 빨리 봉황성으로 돌아와 산동 반도를 공력해 주길 원해 만만한 조선에 압박을 심하게 했다.

“어떤 이유로 압박한 거지? 이미 약속한 판옥선은 다 인수 받았는데.”

“조선의 국왕으로 새로 등극하신 주상의 책봉을 빌미로 지원을 안 하면 책봉서를 보내지 않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보내게 된 겁니다.”

“그렇군. 그런데 해군들은 모두 조선출신들이군.”

“그렇습니다. 이미 봉황성 주민으로 바뀌었습니다.”

80명의 기마병을 동원해 사냥을 하게 되자 구마모토에도 야생동물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자 먹잇감이 필요한 호랑이는 산에서 내려와 모습을 드러냈다.

“호랑이다.”

“4마리가 집단으로 다니네요.”

“아마 아직 분가하지 않은 한 가족 같군.”

발견된 호랑이는 4마리로 별로 크지는 않았다. 아마도 1년 전에 태어난 호랑이로 보였다. 철을웅은 전보다 강해진 활을 사용해 호랑이 4마리를 잡고 나자 더 이상 구마모토에 머물 수 없었다.

고대유물인 보물 찼기도 좋지만 하카타에서 대장군을 습격하는 큰 사건이 벌어졌다니 빨리 그곳으로 가야한다.

“철수 준비해.”

“넷!”

기마병들은 신속하게 구마모토를 떠나 하카타 항구로 가게 되었다.

철을웅과 기마병들이 떠난 뒤에 구마모토에는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 고대유물을 꺼내기 위해 크게 뚫어 놓은 고분에는 어느새 덩치가 큰 수놈호랑이가 들어와 살게 되었다. 더구나 양쪽으로 뚫려서 여우 굴 같이 변해 버린 굴이라 호랑이로는 아주 좋은 은신처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에서 여자의 웃음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것이다.

“호! 호! 아이 간지러워! 어머머!”

내막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대부분 야산에 있는 신궁(神宮)에서 신녀(神女)로 있는 여자가 계곡에서 목욕하다가 호랑이 등에 태워져 이곳으로 끌려온 것이다. 벌거벗고 있었으니 호랑이는 여자도 원숭이로 판단한 것이다.

약간 정신이상 증상이 있던 신녀는 무서운 호랑이를 만나자 정신이 완전히 돌아버렸다. 마치 사람의 집처럼 생긴 석실이 집으로 알고 또 호랑이를 남편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최인범이 머무는 지역에서는 그의 영향 때문에 계속해서 괴사들이 발생했다. 그가 계속해서 규슈에 머물자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편 그가 머물렀던 명나라의 북경에서는 원 역사 그대로 돌아가려는 강한 힘 때문에 본래 그대로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가 끼친 영향을 받아서 약간 변질되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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