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계급이 없던 전에는 뭔가 느슨하고 경쟁심이 없었으나 계급이 생기자 기병대에도 경쟁심이 생겼다.
이병, 일병, 상병, 병장, 하사, 중사, 상사, 원사, 소위, 중위, 대위, 소령, 중령, 대령이란 계급 체계를 만들자 차츰 기마병들도 이런 계급이 나중에 봉황성으로 가면 정식 벼슬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호랑이 사냥을 하기 위해 몰이도 하지만 이것이 모두 무술 실력도 가늠하는 시험 과정임도 날았다. 자신들의 하는 행동들이 계급을 정하는 어떤 기준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계급이 높아야 출세하는 거야.”
“당연하지.”
전보다는 위계질서가 바로서고 하나하나 움직임들이 민첩해졌다.
이미 잡아먹기 쉬운 인육에 맛이 들어버린 호랑이가 깊은 산속에 살지 않는다. 호랑이는 먹이를 쉽게 구하는 바닷가의 갈대숲에서 살 확률이 높았다.
조선에서 평야지대인 호환이 유독 많았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바닷가의 갈대밭에 흔하게 뛰어 다니는 고라니는 호랑이의 주된 먹이다.
기마병들이 마을 근처의 숲의 동물들을 모조리 잡고 드디어 바닷가의 갈대숲을 뒤지고 있었다.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한 최인범은 기마병들에게 명령했다.
“말을 타고 넓게 포위해!”
“넷!”
결국 사람 키보다 높이 자란 갈대숲에서 보호색으로 몸을 가리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호랑이를 발견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기마병에 몰린 호랑이가 모습을 나타냈다.
“호랑이다!”
호랑이를 발견한 병사가 외치자 최인범은 다소 높은 곳에서 기다리던 목격하고 드디어 멀리 날아가는 편전을 빠르게 날렸다.
쉭! 크아앙!
무려 200보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쏜 화살에 정수리를 명중 당한 호랑이가 주변 산이 크게 울릴 정도로 괴성을 지르고 쓰러져 버렸다.
‘헉! 한 발에 잡았어!’
옆에서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영주는 입이 떡 벌리며 어안이 벙벙했다. 호랑이 사냥에 동참해 뭔가 배워보려던 영주는 전율을 느꼈다. 아주 먼 거리에서 쏜 단 한 발의 짧은 화살에 무서운 호랑이를 잡자 완전히 기가 질려버렸다. 몸이 저절로 떨리고 아래서는 찔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겁에 질려 실금하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
덜덜덜.
담력이 좋은 영주가 이런 정도니 구경하던 사무라이나 일반 백성들이야 더욱 놀라고 말았다. 영주는 무서운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괴물 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신이 많은 왜라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과연 다이쇼균은 전신(戰神)이십니다.”
“험!”
왜인들이 호랑이 사냥을 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 때문이다.
첫 번째는 호랑이와 마주치면 담력이 약해 기가 질려 창을 던지거나 적극적으로 공격하질 못했다. 우선 적과 마주해 싸우려는 의지가 약했다.
두 번째는 호랑이가 모두 높은 산에서만 산다고 생각해 힘들게 산속만 찾으러 다녔기 때문이다. 많은 병사들이나 사람을 동원해 포위하면 속도가 빠른 호랑이는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매번 헛 다리만 집고 병사들만 피곤하고 군비만 소모했다.
마지막으로는 공격하는 무기가 큰 문제였다. 원거리를 공격하는 활의 성능이 너무 약해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니 호랑이를 사무라이들이 장검으로 잡으려고 했으니 잡질 못한 것이다. 오이려 호랑이에게 기습적으로 공격당해 인명 피해만 더 키웠다.
전술, 전투력, 환경을 모두 도외시한 군사작전이라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잡은 호랑이는 유달리 크고 배를 갈라보니 사람의 뼈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사람을 잡아먹은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군.”
처음으로 호랑이를 잡자 발자국이나 냄새의 흔적을 따라 백두가 추적하자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러자 바위틈의 호랑이 굴에는 산같이 쌓인 해골이 보였다. 사람의 해골인지 아니면 원숭이의 해골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확실히 많이도 잡아먹었어.”
“대장군님, 아이의 똥도 많네요.”
“그렇군. 소문대로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여기로 데리고 왔다가 잡아먹었어.”
어린아이의 똥도 있고 성인남자의 똥도 있었다. 물론 원숭이 똥도 보이니 확실히 호랑이는 사람과 원숭이를 동시에 잡아먹고 있었다. 호랑이 굴을 발견해 주변을 수색하자 또 다시 호랑이를 잡게 되었다. 이후로는 연달아 호랑이를 발견해 빠르게 잡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호랑이가 많은 거야.’
짧은 기간에 호랑이의 개체수가 늘어난 이유는 바로 먹잇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한번 분만에 여러 마리를 낳아 키웠다. 흔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을 먹잇감을 잡아먹다가 보니 성성숙도 빠르고 짧은 기간에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호랑이가 멧돼지도 아니고 무슨 새끼를 6마리나 낳아서 키워?’
호랑이들은 어느새 왜라는 자연환경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처음 넘어온 호랑이는 이미 조선의 호랑이와 약간은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었다.
왜인들이 문화는 모두 자연환경이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도가 성행하는 이유도 사실 조선과는 달리 물이 매우 혼탁하기 때문이다. 제일 화산활동이 활발한 지대다 보니 혼탁할 수밖에 없었다.
호랑이를 추적하다 야영하게 되자 먹을 물에 약간 문제가 생겼다.
“여기서는 빗물이 더 깨끗해.”
“물이 너무 더러워 함부로 야영하기도 어렵네요.”
“그렇군.”
물에서 유황냄새가 나거나 이상한 탁한 기운이 많았다. 아무튼 조선보다 왜의 자연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왜인들이 신고 다니는 나막신인 게다도 비가 자주와 땅이 항상 질퍽하기 때문에 생겼다. 흙탕물이 발에 묻지 앉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작은 키를 보완하는 효과가 있어 그렇게 발전한 것이다.
높은 굽의 나막신을 신고 걷다가 보니 자연히 여자들의 걸음은 아장아장 걷고 그리 걸으려면 반드시 골반을 비틀며 걸어야 된다. 그래서 골반이 발달해 음부를 저절로 조인다는 명기(名器)가 왜녀 중에는 많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도 약간은 다른 이견(異見)은 있었다. 체구가 너무 작다가보니 신체적으로 그곳도 역시 작을 수밖에 없어 생긴 말일 수도 있었다.
나가사키 영주 관할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호랑이 추포가 시작되었다. 전에는 느슨하게 사람을 잡아먹던 호랑이들은 겁에 질려 빠르게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예민한 후각을 지닌 호랑이는 본능적으로 아주 오래전에 자신들을 포획했던 최인범의 냄새나 무력을 조금은 감지했다.
컹! 컹!
우렁차게 짖는 백두의 울음소리는 호랑이에게는 공포다. 저런 소리가 들리면 반드시 무서운 화살이 날아와 동료들이 죽는 모습을 아니 도망치고 있었다. 동물은 사람과 달라 본능적으로 강한 상대가 누구라는 것을 쉽게 아는 능력을 지녔다.
물론 그것도 그렇지만 우선 쉽게 잡아먹을 사냥감이 전혀 없는 나가사키에서 살 이유가 전혀 없어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뭐든 잡아!”
“넷!”
생태계가 한번 파괴되면 최소한 몇 년은 지나야 한다. 그 때문에 최인범은 아주 몰살을 시키다시피 모든 야생동물을 사그리 잡아버렸다.
산에 이어 바닷가나 늪지대 그리고 강가에서 사는 모든 동물을 잡아 버렸다. 호랑이가 겁나 산으로 들어가 사냥을 못해서 그런지 야생동물의 숫자도 많았다. 그러나 100명이나 되는 유능한 사냥꾼인 기마병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동물은 이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장군님, 근처에는 이제 토끼 한 마리를 보기가 힘듭니다.”
“알았어. 그럼 숙소로 돌아가자.”
“넷!”
잡아들인 호피를 확인하니 모두 5장이다. 1장은 대마불에게 주고 2장은 철씨 형제에게 주었다.
“앞으로 추운 북쪽으로 가서 살아야 하니 돈 많이 준다고 함부로 팔아먹지 말고 잘 보관해.”
“넷!”
호랑이만 잡은 것이 아니라 꽃사슴도 잡고 다른 야생동물도 모조리 잡아 가죽들은 많았다. 그래서 그런 가죽은 모두 소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살코기야 자연히 모든 병사들에게 나누어 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부 고기는 해군들에게도 보냈다.
호랑이 고기는 인육을 먹어 다소 찜찜해 모조리 왜인들에게 팔았다. 왜인들은 호랑이 고기를 비싼 가격에 사갔다. 물물 교환이라 왜인들은 물었다.
“뭐로 바꾸죠?”
“황으로 가져 오시오.”
“알겠습니다.”
왜인들은 비교적 쉽게 채취가 가능한 황으로 바꾼다고 하자 신이 났다. 호랑이 뼈는 모두 말려서 커다란 상자에 넣어 판옥선에 적재했다. 모두 봉황성으로 가져가 약을 만들 재료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전쟁이 벌어지면 부상자도 많으니 의약품 재료는 미리 챙겨두는 것이 좋아.’
앞으로 호랑이 사냥을 할 기회도 없고 조선이나 만주에서 호랑이를 여기처럼 쉽게 잡을 수 없었다. 더구나 조선은 이제 남의 나라 땅처럼 변했다.
휘하에 부하들의 수가 늘어나다 보니 필요한 물품들의 양도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황은 화약의 연료지만 또한 의약품 연료로 사용되니 품질이 우수한 황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영주 저택 옆의 숙소로 돌아오자 최인범은 영주에게 호피 2장을 넘겨주며 요구했다.
“호피 값은 모두 황으로 계산하시오.”
“알겠습니다.”
부여에서 선물로 받아 가져온 한산세모시도 영주에게 넘겨주어 모두 수은을 사기로 결정했다. 조선은 수은이 귀해 명나라나 왜에서 수입해야 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구입하는 것이다. 수은 역시 금속의 가공이나 또는 금광 은광을 개발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광물이다.
호랑이를 제외한 사냥물을 기마병들에게 모조리 나누어주다가 보니 나가사키에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처녀들이 기마병들이 숙영하는 주변에 모여든 것이다.
처녀들은 기마병에게 생필품인 식량을 넘겨주고 고기나 짐승 가죽을 가져가고 있었다. 물론 때로는 생필품 대신에 쉽게 치마만 걷어 올리면 성사되는 매춘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인범은 그것을 알지만 모른 척 그냥 놔두었다. 창병이 조금 걱정되지만 보아하니 숫처녀들이 주로 그런 짓을 하니 묵인하는 것이다.
본시 왜지에서 배를 타고 오는 도래(渡來)인을 왕으로 모시고 떠받들던 왜인들이다. 그래서 무서운 호랑이를 잡는 기마병들은 대단한 사내들로 보였다. 그런 귀한 몸과 접하면 너무도 영광이라 스스로 찾아오고 있었다.
‘아무튼 요상한 나라야.’
결코 장려할 일이야 아니지만 강제성이 없으니 제재를 가할 뚜렷한 명분 또한 없었다. 더구나 성욕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중 하나라 그것을 통제하면 사실 부하들을 다스리기가 힘들다.
‘이런 식이면 나중에 나가사키는 주민이 다른 지역과 다르게 변하겠어.’
접한다고 임신을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확률은 높았다. 드디어 나가사키 지역에는 호랑이는 물론 모든 야생동물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는 다른 곳으로 가서 호랑이 사냥을 하던 봉황성으로 돌아 갈 때가 되었다.
‘교토로 가야하나?’
왜의 천황 가에서 후계자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잡아 달라는 요청이 왔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 멀기도 하고 명나라에서 변수가 생겨 별로 내키지 않았다.
‘돈 벌이가 별로야.’
다음 행보를 놓고 고민하는 중에 나가사키 영주가 찾아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다이쇼군님, 하카타 상인들이 바둑을 두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