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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63화 (263/519)

263화

<대마도정벌과 도호부설치>

대마도 서쪽의 아소 만에는 요란한 포성 소리와 함께 진한 화약 냄새가 가득했다. 후위에 대기 중이던 보병들을 상륙시키기 위해 판옥선들은 해안의 양쪽으로 5대씩 나누어 갈라져 함포사격을 계속했다.

쾅! 쾅! 과과광!

목표는 해안에 있는 왜구들이 버리고 도망친 배들이다. 왜구들의 배를 끌고 조선으로 갈 수도 없고 혹시 밤에 배를 타고 판옥선으로 접근할 염려가 있어 파괴했다.

쾅! 쾅! 와지직!

함포 사격을 받는 배들은 힘없어 부서지고 말았다. 요란하게 함포 사격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 사이의 해안으로 후위에 있던 중맹선들이 들어와 해안에 접안했다. 판목선은 바닥이 평평하기 때문에 접안은 아주 쉬웠다.

“와! 와!”

후다닥!

중맹선에 타고 있던 보병들이 창이나 활을 들고 일제히 배에서 뛰어내려 목표로 삼은 언덕으로 뛰어 올라갔다. 비록 외구들은 사라졌지만 거점을 빨리 점령하기 위해서다.

보병들이 언덕을 점령하고 나자 이어서 통제선이 해안으로 접근해 접안했다. 그러자 최인범은 빠르게 흑혈풍과 적혈풍을 배에서 내려 올라타고 급하게 언덕으로 올라갔다.

두두두두.

최인범이 먼저 오르고 나자 이어서 삼형제가 따라서 언덕에 올라와 주변을 경계했다.

“주변을 잘 살펴! 기습해 올지 모르니.”

“넷!”

이때 후위에서 다소 어렵게 판옥선을 몰고 봉황성의 수군이 도착했다. 그리고 해안에 접안하자 그 안에서 100명의 기마병이 빠르게 하선했다.

히이잉! 히이잉!

배에서 내려진 말들이 약간 요동치는 가운데 기마병들은 말에 올라 최인범이 있는 언덕으로 따라 올라왔다. 그들이 모두 옆으로 다가오자 최인범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

“도주 잡으러 가자.”

“넷!”

이제 망명인지 귀순인지 모으는 협상은 이미 깨진 것이다. 그러니 빨리 전쟁을 끝내려면 무엇보다도 대마도주인 종씨 일가를 잡아야 한다. 대처하는 행동들을 봐서는 이들은 분명 속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빨리 대규모로 침공할 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니 빨리 대마도주인 종씨들이 포진해 살던 곳으로 진격해 그들을 잡아야 한다. 대마도주를 잡아야 전쟁도 빨리 끝나고 그놈이 왜로 도망치는 것을 방비해야 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도주는 물론 그 가족도 모두 잡아!”

“넷!”

사실 대마도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일단 도망치는 놈들은 빨리 잡기로 했다.

최인범이 선두에서 빠르게 대마도주가 사는 거처로 달려가자 기마병들도 빠르게 이동했다. 다행한 것은 언덕과 대마도주가 거주하는 도심과는 가깝고 산길이 나있었다. 대마도는 평야가 전혀 없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땅이다. 해안선만 아주 복잡해 사실 대규모 군사를 보내도 작전을 펼치기가 매우 어려운 지형이다.

“꾸물거리면 오히려 매복에 걸려들 수 있어. 빨리 이동하는 것이 최선이야.”

“넷!”

최인범이 기마병을 이끌고 대마도의 동쪽 해안에 있는 대마도주 거처를 향해 내달리는 동안 조선의 수군들은 빠르게 아소만을 떠나고 있었다. 수군은 당초 계획한 그대로 멀리 돌아 동쪽으로 가서 초계활동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해안에 후위의 배들이 접안하며 기다리고 있던 보병들이 급하게 내렸다. 그리고 배에 실린 화포를 내렸다.

“서둘러!”

“넷!”

이어서 조선의 후방의 본대가 도착해 해안에 상륙하게 되었다. 그들은 왜구들이 처음으로 포진해 점령한 언덕으로 급하게 오르고 그곳을 점령하자 불을 지펴 연기를 피웠다.

뭉실 뭉실.

“와! 와! 성공이다.”

하얀 연기가 하늘 높이 오르자 조선군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이 신호는 중간에 있는 보급선들을 통해 부산포로 연락되어 그곳부터는 조선의 통신 수단인 봉화를 이용해 한양으로 전달된다.

본대가 무사히 상륙에 성공했다는 봉화를 올려 후위에 기다리는 다른 보병 부대원이나 한양으로 알리려는 것이다. 보병들은 한정문의 지휘 아래 언덕을 지나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일부는 남아서 중요한 거점에 대포를 거치해 놓고 우선 방어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들이 상륙한 지점은 앞으로도 계속 조선에서 보내오는 군수품을 하역하거나 운반해야 하는 보급로이기 때문이다.

웅성 웅성.

전에 대마도를 정벌한 방법은 그저 대마도주의 항복만 받으면 충성하겠다는 맹세를 받고 철군했다. 그러나 이번 작전은 대마도를 조선의 행정구역인 도호부로 만들어 완전히 복속시키기 위한 작전이라 사뭇 달랐다.

와글와글.

문관인 관료들도 오게 되고 이주하겠다고 오게 된 백성들이나 어민들도 있었다. 어민들은 빠르게 부서지지 않은 배들을 차지하고 있었다. 점령하는 형태라 특별한 건물이나 아니면 도호부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배들 이외에는 모두 어민들이 차지하게 된다.

조선으로는 처음 있는 정복정책이 시행되는 것이다. 이미 해안에는 겁에 질린 왜구들이 멀리 사라졌고 그들의 가족인 부녀자들도 모조리 숲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사람들은 눈이 벌게서 도망친 부녀자를 찾고 있었다.

“이놈들이 어디로 도망친 거야?”

“공연히 여기서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동쪽 항구로 가자. 그곳에 가야 쉽게 잡지.”

“알았어.”

대마도 사람을 잡기만 하면 자기 소유인 노비가 되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조선에 투항하면 일부 주민을 조선으로 이주시키는 정도로 끝내기로 했었다. 그러나 대마도주가 거짓으로 투항했다면 전 주민을 전쟁 포로로 추포해 노비로 만들기로 결정되었다.

한편 산길을 따라 기마병들과 같이 동쪽의 항구에 도착한 최인범은 저항하는 왜구들을 가차 없이 베어 넘기며 돌진하고 있었다. 삼형제는 옆에서 같이 왜구들을 살상하며 크게 외쳤다.

“항복하라!”

자그마한 체구인 대마도의 무사들은 기마병들이 달려들자 겁에 질려 칼을 버리고 급하게 땅바닥에 엎드렸다. 그들은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기마병으로 산길을 통해 진군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저항할 의사가 사라져 버렸다.

‘너무 겁나는 부대야.’

산길이 있다고는 하나 너무 험악해 기마병들이 빠르게 이동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기마병들이 들이 닥치자 저항하지 못하고 빠르게 항복했다.

“살려주시오.”

항복하는 사람들은 얼른 땅에 납작 엎드렸다. 검이나 창 혹은 몽둥이나 농기구라도 손에 들고 서 있으면 기마병들은 활을 쏘거나 또는 장검으로 가차 없이 목을 잘라버렸다. 사방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검은 갑옷을 입고 매섭게 선두에서 달려오는 무장을 보자 그들의 눈에는 괴물로 보였다. 자신들의 장검보다 더 길고 폭이 넓은 대형 장검으로 서서 어물거리는 무사들을 베어 넘기며 돌진하니 너무 무서웠다. 간혹 검과 검이 부닥치기라도 하면 무겁고 날카로운 흑혈검에 왜구들이 가진 검들이 부러져 버렸다.

부둣가에 제일 먼저 도착한 최인범은 마침 항구를 떠나려는 배를 향해 크게 외쳤다.

“모두 하선해.”

그러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도망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배가 서서히 바다 쪽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최인범은 옆에 차고 있던 활동개에서 활을 꺼내 사공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휙!

“크아악!”

사공 한 명이 가슴에 화살이 박혀 뱃전에서 떨어져 바다에 쑤셔 박히자 남은 사공들이 급하게 배를 부두에 다시 접안했다. 그리고 급하게 배에서 내려 부둣가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최인범이 부두를 점령해 모든 배들의 선원들을 하선시켜 부둣가에 모아 놓자 뒤에서 한정문이 말을 타고 보병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우린 도주 잡으러 가자!”

“넷!”

부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대마도주가 사는 작은 성채를 향해 돌진했다.

휙! 팅! 획! 팅!

낮은 성채 위에서 궁수들이 몇 발의 화살을 선두에서 달려오는 최인범을 향해 날렸지만 옆으로 튕겨 나가고 있었다. 사격 솜씨도 별로고 또한 활의 위력도 너무 약했다. 더구나 특수금속으로 만든 갑옷의 성능이 우수하니 화살로는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크악!”

“크아아악!”

머리만 겨우 내밀고 공격하던 궁수들은 최인범의 뒤에서 따라오는 100명의 기마병들이 쏘는 화살에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완전히 고슴도치처럼 여려 대의 화살을 꼬치가 되어 죽어 버렸다.

최인범은 빠르게 달려 다소 허술한 담당을 훌쩍 뛰어 넘어 매섭게 돌진했다.

“헉! 말이 날라!”

허술하더라도 사람의 키로 두 길은 충분이 되는 높은 담장을 가볍게 훌쩍 뛰어넘어서 돌진했다. 마치 말이 하늘로 높이 나는 모습과 같이 보였다. 그런 무력에 왜구들은 그나마 저항할 의지가 모조리 사라졌다.

작은 성채와 같은 도주의 집안으로 난입한 최인범은 빠르게 넓은 마당에 서성이는 무사들을 공격했다. 검은 빛을 발하는 흑혈검을 좌우로 매섭게 휘둘렀다. 그의 칼에 많은 무사들이 쓰러지고 말았다.

사각! 사각!

“큭!”

“크아악!”

이어서 저택의 대문을 열자 기마병들과 철갑웅 삼형제가 저택 안으로 들어와 도주를 찾았다. 그러자 그제야 마당 가운데에서 말에서 내린 최인범이 철씨 삼형제에게 명령했다.

“도주는 부하들이 잡게 놔두고 너희들은 우선 재물부터 챙겨!”

“넷!”

최인범은 조선에서 점령해 주민을 포로로 취급해 모두 노비로 만든다고 하자 점령을 빨리해 먼저 전리품을 챙기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는 약탈이 허용되는 군사 작전임을 알았다. 물론 대마도 정벌의 총사령군인 총병관이라 가만히 있어도 조선군에서 획득한 전리품을 나누어 주겠지만 그것으로는 양이 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일 선봉에서 대마도주의 저택을 공격한 것이다.

‘조선에서도 내가 선봉에 서서 대마 도주를 잡고 전리품을 챙기면 나누어 달라고는 못해.’

잠시 뒤에 마당에는 전리품인 명나라 비단이며 조선에서 온 면포나 인삼 그리고 진주나 은괴 금괴가 든 보물 상자도 찾았다. 대마 도주는 급하게 도망치려고 귀한 물건을 이미 싸서 한창 나르는 중이었다. 공격을 당해 도주가 지닌 많은 재물들은 쉽게 모아졌다.

대마도주도 아들과 부하들과 같이 이미 잡혀버렸다. 도주의 저택에서는 가끔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무기를 들고 반항하다가 기마병들에게 죽어가는 소리 같았다.

“흐으윽! 흐으윽!”

조금 지나자 흐느끼며 서럽게 우는 여자들이 마당으로 모여들었다. 모두 대마도주의 처첩이나 가족 그리고 일하는 하녀들이다.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방에 남아서 떨고 있다가 기마병들에게 잡혀 끌려온 것이다.

“여자들은 구분해서 방에 가둬!”

“넷!”

어떤 기준으로 분리하라고 구체적인 명령은 없으니 당연히 얼굴이나 몸매를 보고 나이를 봐서 임의적으로 구분했다.

“너희들은 저 방으로 들어가.”

젊고 미모가 조금 되는 여자는 도주의 처첩이나 딸, 하녀의 구분 없이 한 방에 밀어 넣고 그 다음 급은 또 다른 방으로 밀어 넣어 삼등분 했다.

그제야 최인범은 주변이 비릿한 피비린내가 자신의 몸에서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구들을 죽이며 튀긴 붉은 가 갑옷에 잔뜩 묻었기 때문이었다.

‘왜구를 너무 많이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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