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257화 (257/519)

257화

<판옥선의 건조와 조선화포>

왕세자는 은근히 걱정되어 물었다.

“그렇게 개조하면 무게 중심이 위로 가서 위험하지 않나?”

“저하, 그런 문제는 선박 건조 기술자들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개조해서 전투병들이 있는 공간과 노꾼을 구분해야 합니다.”

“알았네. 그렇게 준비하도록 수군에게 연락해보겠네.”

개조되는 20척의 판옥선에서 10척은 먼저 단동으로 보내기로 했다. 10척은 대마도 정벌과 최인범의 왜에서 벌이는 착호 활동에 사용하고 철수할 때 가지고 간다는 조건이다.

“저하, 언제 봉황성에서 인수가 가능할까요.”

“늦어도 내년 봄이면 단동으로 개조된 대맹선을 보내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10척을 먼저 개조하면 제가 왜로 떠나겠습니다.”

왜에서 활동하는 착호 부대가 언제고 해안을 통해 철수가 가능하려면 항상 4척은 상주해야 된다.

자신을 포함한 착호 부대원들의 보급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6척이 대마도까지 수시로 움직여야 된다고 판단해 왜의 본토로 가는 판옥선은 모두 10척으로 정해졌다.

물론 그 전에 판옥선은 대마도의 합병을 이루는 작전에 투입된다.

“저하, 제가 지휘하는 판옥선 5척의 병사들은 봉황성으로 떠나도 됩니까?”

“대마도만 완전히 차지하면 그거야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 주상전하께서는 봉황성으로 어떤 사람이 이주하던 막지 않겠다고 했네. 그 대신 살인이나 기타 흉악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도망치면 그런 사람은 조선으로 인도하는 조건이면 된다고 했네.”

“알겠습니다.”

다른 조건 보다 지금 제시한 조건이 최인범에게는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명나라나 여진족을 주민으로 받을 수 있지만 조선에서 되도록 많은 주민을 받을 생각이라 꼭 필요한 협상이다.

왕세자는 대맹선을 판옥선으로 개조하는 문제가 제일 걱정인 되는지 물었다.

“자네가 배에 대해 안다면 자네가 직접 가서 개조 작업을 지켜보는 것은 어떤가?”

“아, 저도 그렇게 해볼 생각입니다.”

나중에나 개발되는 판옥선으로 교체하기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수군에서는 그런 준비를 한 기술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재물이 없고 조정의 의지가 없어 건조나 개조를 뒤로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이 대마도를 정벌할 재력이 생긴 이유는 상평통보인 화폐 발행과 대동법 실시 때문이다. 또한 파격적으로 면포를 받고 노비를 대대적으로 면천해 재정에서 여유가 생겼다.

또한 동여진으로부터 말을 대량으로 사서 명나라로 판매하고 거기서 생긴 수익금도 있었다.

또한 왜와 3개 포구를 통해 무역하게 되자 왜에서 들여온 물건을 명나라로 판매해 중간에 챙긴 이득금도 많았다.

그러나 갑자기 닥친 흉년으로 백성들의 삶이 급격하게 나빠져 버렸다. 그러나 내탕금이 많은 왕실에서는 그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고리로 이자를 놓아 급격하게 재정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았다.

그 때문에 기근으로 백성들의 삶이 어려워 문제가 터졌다. 그 무렵에 봉황성에서 대규모로 이주를 받자 유민들이 조선에서 사라져 버려 의외로 쉽게 조용히 넘어가게 되었다.

올해는 평년작이 되자 왜로 과도하게 미곡을 판매해 부족하던 군량미를 비축할 수 있었다. 드디어 주상은 늘어난 왕실의 내탕금을 풀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마도로 출병하면서 맹선들을 개조하거나 또는 새로 맹선들을 다수 건조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자금을 풀기로 한 것이다.

“저하, 1천명의 군사들로 병합한 대마도가 온전하게 지켜질까요?”

“아우님, 그건 내가 보기에도 아니라고 판단해. 그래서 별도로 젊은 부부를 상대로 1천명을 이주민으로 모집한다네. 그러면 결국 그곳에는 2천명의 병사들이 주둔 하는 셈이 되니 어느 정도 방어는 가능하다고 보네.”

물론 왜가 통일이 되어 모든 영주가 힘을 합해 많은 선박을 동원해 침범하면 버겁다. 하지만 아직은 왜가 전국 시대라 그런 집단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비록 힘이 약하지만 왜왕이 완전히 쇼군에게 죽어서 지내는 상황이 아니다. 왜왕만 잘 설득하면 그런대로 대마도를 조선 영토로 완전히 인정받을 좋은 기회다.

“아우님이 왜로 가서 왜왕의 복수를 해준다는 명분으로 병사들과 같이 전국을 떠돌며 움직이면 되네.”

“어떤 왕자가 죽었는데 그렇습니까?”

“아직 그건 정확히 모르네. 하지만 내 짐작으로는 후계자인 왕세자가 죽은 것이 아닐까 싶어.”

“자칫하면 음모론에 휘말릴 염려가 있겠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 쉬워 보이지만 아주 어려운 임무일세. 많은 호랑이 중에 왜의 왕자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으니까.”

“그렇겠군요. 어쩌면 영영 임무를 완수할 수 없겠군요.”

왜왕의 아들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자 그 호랑이 추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래서 최인범을 왜로 보내 호랑이를 잡아 대신 복수해 주는 방법으로 물밑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왜왕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권위를 회복하려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이려는 지도 모르겠군.’

결국 왕세자와 최인범은 국왕의 대리인과 봉황성주의 자격으로 협의한 내용을 적어 수결하게 되었다. 조선에서 파병에 필요한 모든 전비는 충당하기로 했다.

“나중에 내가 부산포로 갈 지 모르겠군. 전하께서 요즈음 몸이 매우 불편해서.”

“그렇군요. 아무튼 한양으로 올라가셔서 조정 중신들을 잘 설득해 보세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그 결과를 저에게 통보해 주시고요.”

“알았네. 아우님도 앞으로 조심하시게. 아무튼 미안하네. 너무 위험한 부탁을 해서.”

비밀협상과 조인식까지 끝나자 왕세자는 부여를 떠나 한양으로 급하게 올라갔다. 나중에는 서로 사이가 어찌 변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서로 의기투합해 협상은 무사히 끝났다.

왕세자가 한양으로 떠나는 것을 계기로 최인범도 호위병을 봉황성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단창 투척이나 또는 활을 잘 쏘는 기마병으로 모아야 한다.

‘단순한 호랑이 사냥이면 보병을 데리고 가도 되지만 왜로 넘어가 상황이 어찌 변할지 모르니 반드시 기병으로 데리고 가야해.’

그 때문에 여진족에서 추가로 우수한 병사를 50명을 선발해 기존에 있던 모든 호위병과 같이 부산포에 집결하기로 결정했다.

“최대한 빨리 부산포로 모이도록 해. 철갑웅도 내려오도록 해서 부대원을 이끌 준비를 하라고 전해.”

“넷!”

보병들의 훈련은 모두 배도치와 그의 부하들이 담당하면 되니 큰 문제는 없었다. 이지함은 조선의 왕세자와 최인범이 의형제까지 맺었다고 하자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않고 봉황성으로 간다고 했다.

“보령을 들려서 봉황성으로 가겠어요.”

“그럼 봉황성으로 가셔서 일단 조선식으로 행정조직은 만들 준비를 하세요. 명나라의 행정관리가 있으니 아직은 실직을 주기가 곤란하니 그저 공주부에 속한 가복 형태로 조직을 만들어 사람을 선정해 놓았다가 나중에 제가 봉황성으로 가면 바로 교체가 가능하게 준비하면 됩니다.”

이런 지시에 이지함은 눈이 커지며 매우 놀랐다.

“총병관님, 모두 조선 사람으로 행정 조직까지 바꾸시려고요?”

“토정, 꼭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직은 토정은 나이도 있고 그러니 우선 봉황성주의 보좌관인 참모로 행정조직을 완전히 인수할 준비를 해두라는 겁니다.”

“아, 그런 업무면 제가 수행이 가능하겠군요.”

“명나라나 여진 조선 출신을 구분하지 말고 모든 조직의 관료를 미리 선정해 두세요. 기구의 크기는 작더라도 조선 조정과 비슷하게 만드세요. 인원은 관찰사가 관장하는 기구 정도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봉토지라 주민들의 교육도 신경 써야 된다. 그래서 그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봉황성에는 교육 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니 도착과 동시에 직접 만들어야 됩니다. 교육은 모두 토정이 담당하면 되고 기본적인 언어는 조선어인 훈민정음으로 가르치세요.”

“그렇다면 모든 공문을 훈민정음으로 표기를 하시려고요?”

“그렇습니다. 다만 뜻이 여러 가지로 나타나서 해석이 난해한 부분은 한자로 같이 표기하는 방법입니다. 공문서는 모두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쓰는 방법이고요.”

중국은 세로로 쓰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나가는 방식을 반대로 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것은 완전히 독자적인 세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지함은 약간 걱정되어 물었다.

“총병관님, 지금 당장은 무리가 아닙니까?”

“아, 당장에 시행하란 것은 아닙니다. 공식 서류는 지금 그대로 한문으로 작성해 사용하고 학교 교육은 반대로 표기하는 방법으로 시작하라는 겁니다. 봉황성이나 요동지역의 관리들로 지목된 사람은 교육에 필요한 필사 작업을 하면서 일단 새로운 표기방법을 익히고요.”

“알겠습니다.”

“한자 교육도 필요하니 학생들에게 천자문을 술술 읽을 정도로 지도해야 하고요.”

“총병관님, 잘 알겠습니다.”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형법이나 기타 법령도 새로 만들어야 되니 추가로 지시했다.

“그곳은 조선이나 여진 명나라 사람이 함께 사는 곳이니 특히 형법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경국대전도 참고하고 대명률도 참고해 새로 형법부터 만들어야 됩니다.”

“알겠습니다.”

“한양에 있는 자순이 그런 내용을 잘 알고 필요한 서적도 봉황성에 비치해 두었으니 한양에서 만나 같이 봉황성으로 올라가세요. 가기 전에 필요한 서책이나 물건은 모두 구해서 가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순간 드디어 능산리에서 봉황이 있는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견되었다. 능산리에서 발굴 책임자로 있던 철을웅이 급하게 객사로 찾아와 보고 했다.

“총병관님, 드디어 말씀하신 향로를 찾았습니다. 예측하신 그대로 개흙 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아주 온전한 상태로 있더군요.”

“알았어, 전에 지시한 대로 우선 습기 제거하고 한지로 튼튼히 잘 감쌌나?”

“넷! 상자에 2중으로 솜도 넣고 해서 안전하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안전하게 운반할 준비를 해.”

“넷!”

최인범은 능산리에서 발굴된 향로를 부여봉황대향로(夫餘鳳凰大香爐)라고 칭하고 봉황성으로 떠나는 호위병을 통해 보내게 되었다.

다른 일도 중요하지만 최인범은 빨리 부산포로 가서 그곳에서 새로 개조할 대맹선들을 살피고 조선의 화포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무조건 판옥선으로 개조하고 화포만 장착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해상 훈련도 해야 되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다.

최인범은 대맹선을 개조한 판옥선 20척이 욕심나서 왜로 가려는 것은 아니다. 우선 왜로 직접 가서 그들의 전투장면을 보고 그들에 대해 알아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명나라 동해안에서 활동하는 왜구들의 정체도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야 그들을 분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었다.

‘전쟁이 수시로 벌어지는 왜로 가서 일단 잘 관망해 기회를 보아 재물도 모아 보자고.’

명나라에서 하던 짓이 있으니 왜로 가서도 기회가 생기면 털어 먹을 궁리를 했다. 산업발전도 좋지만 약탈하는 방법은 위험하지만 큰 이득이 남는 사업이다.

‘항상 왜놈들에게 털리고만 살수는 없어 이번에는 우리가 완전히 털어 버리자고.’

조선처럼 안정된 하나의 왕권이 존재해 통치되는 왜가 아니다. 그러니 그런 빈틈을 노리면 재물을 챙길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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