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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56화 (256/519)

256화

세자는 원역사와는 다르게 건강이 아주 좋아졌다.

달라진 이유는 한양의 왕십리에 용호영을 만들어 자주 그곳으로 찾아가 무술을 수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약하던 왕세자는 이제 말을 타고 멀리까지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했다.

일단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자 왕세자는 먼저 공무부터 보기 위해 공주에서 찾아온 관찰사를 비롯한 이곳 현령에게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부여현은 군으로 승격하니 그리 아시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현을 군으로 승격시키게 된 이유는 왕세자가 직접 방문한 고을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인범이 특별히 공사를 벌이며 그래도 장기간 머물며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주목하기 시작했다. 종6품 현감이 수령으로 있는 곳이 종4품이 관장하는 군으로 2단계 승격시킨 것이다.

“앞으로 조정과 왕실에서 자금을 보내 소하천을 준설하고 매몰된 연못을 파서 제방 공사를 하도록 지원할 것이니 지역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명을 따르겠나이다.”

인근 지역인 공주보다 낙후된 옛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점을 감안해 조정에서 지원을 해서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왕세자는 세자빈인 박씨가 부탁한 대로 고란사 중건에 많은 재물을 기부했다. 자손이 없던 박씨가 임신해서 왕자를 낳게 해달라는 공양을 드린 것이다.

의형제지만 조카가 생긴다니 반가운 마음에 최인범은 왕세자에게 인사를 드렸다.

“저하! 세손을 보게 된 점을 진심으로 감축 드립니다.”

“고맙네. 아우님.”

왕세자는 먼저 이와 같은 일을 끝내고 나자 관찰사의 요구 때문에 친필로 새로 건립하는 각종 정자나 누각의 현판 글씨를 써주었다. 학식이 높은 왕세자는 멋지게 해서로 현판을 만들 글씨들을 써주었다.

왕조 시대에 왕세자의 글씨가 현판으로 걸리면 고을 수령은 귀하게 여겨 그것을 항상 관리해야 되니 최인범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정자나 누각의 보존 상태가 좋겠군.’

모두 목조 건물이다 보니 관리를 잘해야 후세까지 전해지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행사를 끝낸 왕세자는 최인범에게 제안했다.

“우리 잠시 백마강에서 뱃놀이나 하지.”

“넷!”

백마강에 배를 띄우고 두 사람만 타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이렇게 주변에 아무도 없게 한 이유는 주상의 명령은 아주 비밀스럽게 추진해야 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저하, 무슨 내용입니까?”

“아우님, 주상전하께서 아우님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먼저 아우님의 의사를 물어보기 위한 거네. 다름이 아니라 왜에서 사신이 와서 착호 부대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어.”

“착호 부대요?”

“그렇다네. 왜는 지금 호랑이 때문에 난리도 아닌 모양이야. 밭이나 논에 어린 남자 아이만 데리고 나가거나 홀로 떨어진 건장한 사내들은 어김없이 호랑이가 물어가고 있다네. 심지어 왜왕이 있는 궁 안으로 호랑이가 들어와 왜왕의 어린 아들을 물어간 큰 사건도 있었다고 하네.”

“왜는 군사들이 없어 그러나요?”

“아마 왜왕의 처소인 왕궁은 너무 허술 했던 것 같네. 아무튼 왜인들은 호랑이 때문에 지금 매우 곤란한 상황으로 처한 것이 분명하네.”

전부터 호랑이가 왜의 남자아이들을 자주 공격해 호환이 많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그 피해 정도가 그렇게 심각할 지경인지는 몰랐다.

“그렇군요. 그런데 얼마나 피해가 심하면 착호 부대를 보내 달라고 요청을 하나요?”

“그들은 지금 각 지역 영주들이 서로 싸우는 중이라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 수가 없다네. 다만 규슈 지역만 한하더라도 벌써 수천명이 호환으로 사내들이나 사내아이들이 죽었다고 하더군.”

왕세자의 대답에 최인범은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예상하던 것 보다 왜에서 일어나는 호환의 규모가 크다.

“설마 그렇게 많이 죽어요?”

“물론 왜인들의 말이니 온전하게 믿기는 어렵지만 왜와 교역하는 상인들 말도 대략 그렇다니 이건 거의 정확한 수라고 보면 되네.”

먼저 이런 왜의 사정을 말하고 나서 왕세자는 진짜 목적을 이야기했다.

“대마도에도 호랑이가 출몰해 그곳도 호환이 발생해 대마도주가 우리에게 착호부대 1000명을 보내주면 일족을 데리고 조선으로 귀화하겠다는 요청이 있었어.”

“예?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대마도도 호환 때문에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거야. 그러니 전에 명나라에서 아우님께 하명한 대마도 정벌을 이참에 수행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주상전하의 하명일세.”

이렇게 말하자 최인범은 왜 자신을 왕세자가 직접 찾아오고 또 독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조선에서 해군을 동원해 대마도를 너무 손쉽게 복속하게 되면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그런 정보를 명나라에서 알면 산동 반도의 반란군을 퇴치하기 위해 조선에서 해군이 출병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대마도는 왜의 영토로 판단하는 일부 영주들이 반발해 왜와 조선 간에 전쟁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대마도주의 귀화는 은밀하게 추진해야 된다는 것이다.

“저하, 그렇다면 조선에서는 앞으로 대마도를 어찌 하시려고요?”

“주상전하께서는 이참에 그곳을 일단 도호부로 만들어 관리를 직접 보낼 생각일세. 그래서 호랑이를 추포하는 작전을 돕는다는 핑계로 보낸 1000명 병사들을 항상 주둔시킬 생각이고.”

“그럼 무력을 통한 온전한 병합과 같군요.”

“그렇다네.”

이 무렵 대마도는 왜에 완전히 속한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선에 완전히 속한 곳도 아니었다. 대마 도주는 수시로 조선으로 사신을 보내면서 왜와도 교류해 양다리 걸치기로 지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호환을 계기로 조선에 완전히 복속하고 그 증거로 대마도주 일가는 모두 조선 땅으로 들어와 산다는 것이다. 주상은 왜가 혼란한 틈에 대마도를 완전히 합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건 주상전하 혼자의 발상에서 나온 이야기고 조정에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했다. 그래서 왜의 본토까지 가야하는 최인범의 의사를 먼저 타진하는 것이다.

최인범은 왕세자의 말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하, 제가 왜로 가서 어찌 해달라고요?”

“우선 아우님은 통신사 일행과 같이 왜로 넘어가서 왜의 영주들이 대마도의 완전히 포기하기를 유도해 보는 역할을 담당해 달라는 것일세.”

“쉬운 군사작전은 아니군요.”

“물론 별도로 자네가 직접 지휘하는 500명 정도의 착호 부대를 이끌고 가서 왜에서 벌어지는 호환을 퇴치한다는 핑계로 군사 활동을 하면 되네.”

“그 착호 부대를 조선에서 대마도를 기점으로 돕겠다는 건가요?”

“그거야 당연하지.”

이런 말에 최인범은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규모부대를 이끌고 왜로 넘어갔다가 왜의 영주들이 힘을 합하면 졸지에 포위되어 몰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세자는 그에 대해 말해 주었다.

“주상전하께서는 나와 자네가 의형제를 맺은 사실을 아시고 앞으로 자네는 종친과 똑 같이 예우하기로 했네. 그러니 자네가 조선의 어떤 곳에서 사업을 벌이던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조건이 있다네.”

“뭐요? 세금을 전액 면제요?”

“농사를 짓은 것 이외에 조선에서 광산을 개발하거나 또는 염전을 운영해도 모두 세금을 면제하는 특혜를 주기로 했어. 자네에게 대맹선 30척을 완전히 넘겨주겠네.”

“너무 파격적인 결단을 내리셨군요.”

“주상전하께서는 산동 반도의 반군을 퇴치하기 위해 자네가 출병하면 우리도 대맹선이나 중맹선 150척을 동원해 군량미 지원을 비롯해 해군을 직접 파병해 주기로 했네.”

주상은 명나라의 파병 요청을 또다시 독촉 받고 나자 결단을 내렸다. 대마도주가 일종에 망명을 신청하자 과감하게 최인범과 협상하는 것이다.

‘주상이 죽기 전에 뭔가 업적을 남기고 싶은 모양이군.’

대맹선은 군사 80인이 탑승할 수 있는 규모다.

조운선으로 이용될 경우에는 800석의 곡물을 운반할 수 있었다. 중맹선은 군사 60인이 정원이다. 소맹선은 군사 30인을 정원이다.

대맹선 40척이 생긴다니 해볼 만한 호랑이 추포 작전이다.

봉황성은 지금 무역선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대맹선 40척이면 비교적 잔잔한 발해만을 통해 명나라와 교역이 가능하다. 그리고 북경에서 독촉이 심하면 산동 반도로 출병할 병사를 어느 정도는 보낼 수 있었다.

광산 개발이나 염전 개발 사업에 특혜를 주는 것도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전과 달리 이제는 조선에 투자할 생각이 없으니 그건 별로 반가운 일이 아니다.

혹시 모르니 특혜를 준다는 것은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상황이 어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사를 500명 동원해 보내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리라고 판단해 답해주었다.

“저하, 군사를 500명이나 왜로 보내서 호랑이를 퇴치한다는 것은 조금은 무리인 군사작전 같습니다. 그런 군사면 반드시 어떤 영주의 뒤를 돌봐야 하는데 만약 군세가 불리하면 퇴각할 배들도 없이 섬나라인 왜로 어정쩡한 500명에 불과한 소규모 부대를 보내기는 힘듭니다.”

“전쟁이 아니고 호환을 돕기 위한 군사 활동인데 내가 보기에는 그리 위험하지는 않아 보이는데.”

“저하, 그렇지 않습니다. 영주들이 서로 세력 다툼이 심한 왜로 넘어가면 어찌 되었건 전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니 매우 위험하죠.”

이렇게 답하자 왕세자는 즉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주상께서는 자네가 전에 호랑이를 퇴치한다는 명목으로 여진 땅으로 들어가 활동한 사실을 아신다네. 그러니 그때와 비슷하게 군사 활동을 해달라는 뜻이야.”

최인범은 왕세자에 가타부타 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저하,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아나 소규모 부하들을 데리고 함부로 왜로 출병하기는 곤란합니다. 그보다는 다른 방법이 어떤가요?”

“어떤 방법?”

“저하, 제가 왜로 부하들을 데리고는 가야하지만 그 수를 100명 이내로 보내면 칙호 부대의 출병은 가능합니다.”

“그런 정도로 가능하겠소?”

“충분히 가능합니다. 어떤 영주의 편에 서지 않는 순수한 착호 활동만 펼친다는 뜻으로 소규모 병력을 이끌고 가면 됩니다. 물론 착호 활동이야 미미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정도의 병사들 수라면 철수가 용이하니까요. 맹선 몇 척이 착호 활동하는 주변 해역에 항상 있어야 하고요.”

“알았네. 자네가 그렇게 해준다면 우리도 그런 정도로 왜와 협상할 것일세.”

“알았어요. 그럼 저도 봉황성으로 연락해 출병 준비를 해야 되겠네요.”

기본적인 합의가 끝나자 보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협의하게 되었다.

결국 100명 정도인 작은 규모를 병사를 보내기로 결정되자 대맹선은 대폭 줄어 20척을 받기로 결정되었다. 그 대신 대맹선 20척은 모두 판옥선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저하, 대맹선은 모두 판옥선으로 개조해야 합니다.”

“판옥선이란 어떤 선박을 말하는 건가?”

“대맹선의 감판 위에 또 다른 상갑판을 만드는 형태입니다. 화포로 무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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