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화
“어라! 벌써 겨울이네.”
“총병관님, 앞으로 함부로 노숙하기가 조금 그렇습니다.”
철을웅의 이런 말에 최인범은 버럭 화를 냈다.
“뭐라! 그게 무슨 소리야. 앞으로 자주 노숙해서 숙달시켜야 전쟁이 벌어지면 활용하는 데.”
“예? 총병관님께서 전쟁터에 직접 나가시려고요?”
“당연하지.”
“뒤에서 지휘를 안 하시고요?”
“그거야 전략에 능한 군사가 지휘하면 되지.”
“그게 누군데요.”
“내가 보기에 자순도 그런 능력이 있다고 본다.”
이런 대답에 철을웅은 왜 자신들의 쇄자갑도 만들라고 지시한지 확실하게 알았다.
삼형제는 근접 경호원이기 때문에 총병관과 항상 같이 움직인다. 그러니 총병관께서 전쟁터에 직접 출전하면 항상 옆에서 같이 이동해야 된다. 앞으로는 편안한 삶을 기대하기는 틀렸다.
‘이거 말씀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요동지역은 피바람이 불겠어.’
전에는 상투를 기르더니 그것도 싹둑 잘라버리고 그것을 산소 앞에 묻었으니 총병관의 각오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단단히 여러 겁의 새로운 갑옷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아 심상치 않았다.
앞으로는 기습공격 보다는 적과 대치하면 정면 돌파가 많을 것으로 판단됐다. 더구나 귀한 금속으로 단단한 쇠사슬을 3개나 제작하자 그것도 이렇게 판단했다.
‘혹시 성문을 부술 때 직접 성벽을 타고 넘으시라고 그러나?’
주척으로 10자라 3개를 연결하면 넘지 못할 성벽은 없어 보였다. 그러니 허수로 생각해 무술 연마를 개을리 하다가는 전투에 나가서 졸지에 개죽음 당하기 쉽다고 느꼈다.
‘아고야. 단단히 마음먹고 무술을 연마하는 것이 좋겠어.’
사실 그동안 암살미수 사건은 있었지만 전투는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술 연마를 집중하다가 요즈음은 조금 나태해진 상태다.
전 같으면 총병관께서 수시로 같이 무술을 수련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업에 몰두하는 중이라 무술수련이 조금은 뜸했다.
야영도 훈련이라니 앞으로 따뜻한 방에서 자기는 틀린 것 같았다.
좁은 산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곳곳에는 작은 산골 마을이 보이고 사는 모습들은 누가 봐도 어렵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후우! 좁은 땅에서 참 힘들게 살아.’
추풍령을 넘어 곶감으로 유명한 영동을 지나 금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인범은 말을 조금 빨리 달리면 금산에 쉽게 도착할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철을웅! 저쪽 개활지에 천막 치고 주변을 뒤져서 멧돼지 잡아와.”
“여기서 사냥을 해요?”
“그래, 갑자기 생간이 먹고 싶으니 가서 잡아와.”
“넷!”
한동안 조용하던 살심이 치밀어 올랐다.
이유는 추풍령을 넘어 금산으로 가다가 보니 임진왜란 때 왜놈들이 침입하던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지만 워낙 전생의 기억이 깊이 각인되어 그 생각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금산에는 임진왜란에서 전사한 의병장인 조헌과 영규의 칠백의총이 있어.’
김포에서 가난한 양반으로 태어난 의병장인 조헌(趙憲)이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왜의 도요토미가 사신을 보내어 명나라 침공의 길을 빌리자고 해 조정은 허둥댔다. 그때 옥천에서 상경해 대궐문 밖에서 3일간 왜사신의 목을 벨 것을 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옥천에서 최초로 의병을 1600명이나 모아 영규(靈圭)의 승군(僧軍)과 함께 청주성을 수복해 왜와 전투에서 최초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충청도순찰사 윤국형의 방해로 의병이 강제해산당하고 불과 700명의 남은 병력을 이끌고 금산으로 행진해 영규의 승군과 다시 모였다.
당시 전라도로 진격하려던 고바야가와의 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중과부적으로 모두 전사하였다. 결국 왜도 피해가 너무 심해 곡창지대인 전라도로 진격하지 못하게 저지하는 큰 전과를 올렸다.
여산의 준사관학교와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전생에 행군 훈련을 겸해 금산의 칠백의총을 둘러본 적이 있었다. 나라를 지키다 순국한 선열들이라 반드시 돌아보는 곳이다.
‘왜놈들을 한 놈이라도 더 죽여야 하는데.’
그래서 문득 조선 조정을 꼬드겨 대마도를 이참에 정벌해 완전히 합병시키는 것이 어떤가 생각해 보았다. 자신은 이미 명나라에서 왜구를 소탕하기 위해 대마도를 정벌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잘하면 조선 조정을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감정만으로 함부로 전쟁을 벌이 수가 없어 짜증을 냈다.
“어휴, 왜놈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많이 죽여야 하는데.”
자신이 주선해 왜로 보낸 호랑이들이 개체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왜놈들을 마구 죽이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야 그냥 자연의 섭리로 왜의 원숭이가 먼저 거의 몰살을 당하는 중이다.
‘소문에는 왜의 남자들이 호랑이에게 많이 죽는다니 왜는 인구 분포에서 여자들이 더 많겠어.’
눈이 오자 멧돼지가 먹을 것을 찾아 마을가까이에 나타났다. 그 바람에 철을웅이나 호위병들은 조금 빠르게 멧돼지를 잡아서 야영지로 돌아왔다.
“총병관님, 근처에 호랑이고 있나 봅니다.”
“그래? 호랑이 발자국을 봤냐?”
“예,”
이곳에도 호랑이가 다시 돌아왔다니 반가운 마음에 지시했다.
“잡을 생각하지 마. 사라졌던 호랑이가 돌아와서 생태계가 정상으로 복원되었으니까.”
전에는 호랑이를 발견만 하면 잡았으니 이제는 그냥 흘려버리고 있었다. 잡은 멧돼지의 생간을 먹어도 어째 치밀어 버린 살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왜 이런 거지?’
한번 치밀어 오른 살심은 생간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상한 현상이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진지 의문이 나서 별 생각을 다해보았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은 한 2개월 정도 금욕 생활을 하면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심하게 육욕과 살심이 치민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노릇을 어쩌지?’
야지에서 생활에 본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예의를 차려야 하는 곳에서 머물 생각으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천막을 걷고 금산의 관아의 객사로 가자.”
“넷!”
부하들이 보기에 야영훈련을 한다고 금방 친 천막을 다시 걷으라니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전과는 조금 다른 행동이라 너무 이상했다.
금산군 관아에 도착하자 약간 간사하게 생긴 금산 군수는 급하게 객사로 찾아와 황공하다는 듯이 넙죽 절했다.
“총병관께서 어인 일로?”
“지나다가 잠시 들렸습니다.”
사실은 치미는 욕정을 해소할 길이 없어 찾아왔다. 예의를 차려야 하는 객사에서 머물면 욕정이 사라 질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다.
“총병관님, 관찰사가 계신 전주로 가시는 중입니까?”
“아니요.”
금산 군수의 이런 물음에 최인범은 조선은 이미 도를 둘로 나눈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곳 금산은 전주의 관찰사가 관할하는 전라북도다.
최인범은 지나가는 길에 이곳 금산에 인삼재배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들렸다고 했다.
“총병관님, 제가 알아듣게 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시죠.”
“그럽시다.”
금산 군수는 이내 커다란 잔칫상을 차려놓았다.
예쁜 관기들을 불러 최인범의 품에 덥석 안겨 주었다. 전 같으면 거부하는 동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욕정이 치민 상태라 그만 품에 안긴 예쁜 기생을 그대로 놔두었다.
인삼재배 방법을 말해줘도 금산 군수는 잘 이해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울화통이 터져 연신 술을 들이마셨다.
‘이거야 원, 농사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군수야.’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며칠간 다소 힘들게 말을 타고 이동해서 약간 피곤했다. 빨리 술을 받아먹고 잘 생각으로 예쁜 기생이나 금산 군수가 넘겨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본시 기생은 좌석에 앉기 전에 자신을 소개하는 법인데 뒤늦게 이름을 말했다.
“총병관님, 소녀 춘향이옵니다.”
“뭐? 춘향?”
갑자기 소설의 여주인공인 성춘향이 떠올라 약간 놀라서 급하게 물었다.
“성과 고향은?”
“민춘향이고 고향은 멀리 나주옵니다.”
사실 기녀들 사이에 춘향(春香)은 너무 흔한 이름이다. 봄의 향기라는 뜻이라 기녀에게 어울린다고 해서 흔하게 예명으로 지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약간 무르익자 금산 군수는 눈치 빠르게 얼른 자리에서 나갔다. 그리고 야릇한 눈짓을 기생에게 보냈다. 잘 알아서 오늘 밤에 수청을 들라는 뜻이다. 그러자 같이 앉아 있던 철을웅도 뭔가 눈치를 채고 슬며시 일어나며 말했다.
“총병관님, 저는 말이나 돌보러 가겠습니다.”
“알았어.”
조금 시간이 지나자 술상은 치워지고 춘향과 최인범은 비단금침에 누었다. 급하게 마신 술기운도 있고 이미 욕정이 치밀어 주체하기 힘든 최인범은 ‘에라, 모르겠다.’하는 기분으로 춘향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품에 안기어 재촉하는 춘향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빠르게 몸이 달아오른 춘향은 들뜬 기분으로 뜨거운 입김을 마구 품어냈다.
“아흑! 아흑! 어서요.”
단단해진 가슴을 애무하자 춘향은 의식적으로 행동했다. 작게 오므린 붉은 입술 사이로 뜨거운 신음을 마구 토해냈다.
가늘고 여린 팔과 다리를 이용해 최인범의 몸을 칭칭 감았다. 몸이 너무 달아올라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마구 비비적거렸다. 그와 동시에 붉고 작은 입에서는 여전히 달콤한 신음을 토했다.
“아흐윽! 아흐윽!”
허름해 보이는 군복을 벗으며 보게 된 황금 갑옷에 춘향은 오늘 진짜 귀인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 금덩이를 한 덩어리만 받으면 관기에서 풀려.’
고귀한 부마도위의 품에 안기다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춘향은 다분히 의식적으로 토하는 감창소리라 간드러졌다. 약간 벌어진 붉은 입술 사이로 더운 입김을 마구 토했다.
최인범은 춘향의 과감한 유혹으로 인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천천히 입술로 풍만한 몸을 애무했다. 가슴을 약간 거칠게 쥐어짜고 있었다.
춘향은 큰 신음소리를 토해 내며 눈을 스르르 감았다. 얼굴은 몽롱해지고 점점 붉어졌다. 가슴에서 시작된 황홀한 느낌이 전신으로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아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