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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51화 (251/519)

251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최인범은 주세붕의 말에 커다란 둔기로 한 대 두들겨 맞은 것처럼 놀랐다.

‘헉! 토정 선생!’

이지함은 토정비결을 만든 사람으로 널리 알려질 정도로 학식이 높았다. 이 시대의 천재 중 한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이다.

성리학, 수학, 천문지리에도 능했지만 일평생을 거의 야인으로 살던 인물이다. 물론 나이가 많아 한때 벼슬을 했다지만 그 기간은 너무 짧았다. 그가 평생 야인으로 산 내막은 가문이나 처가가 역적으로 몰리는 깊은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인범은 이지함을 떠올리고 만약 그라면 반드시 영입해야 될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반드시 그를 봉황성으로 데리고 가야 해.’

아직은 젊은 나이라 학식이 그리 높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비상한 재주는 분명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기인은 기인을 알아본다고 남다른 능력을 지닌 주세붕은 짧은 만남이지만 젊은 이지함의 능력을 알아보고 추천한 것이다.

주세붕의 판단에는 최인범이 조선에 대해 전혀 적의를 보이지 않으니 그가 봉황성에서 자리 잡고 큰 세력을 이루며 살길 바랐다.

그래야 조선은 북쪽의 국경선이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면 최인범을 옆에서 보좌해줄 사람들 중에 여진이나 명나라 출신들 보다 조선출신들이 많아야 된다고 판단해 이지함을 추천했다.

최인범은 눈이 번해서 급하게 물었다.

“그 사람은 어디가면 만나죠?”

“그때 청주에서 고향인 보령으로 간다고 했으니 아마도 지금은 보령에서 지낼 겁니다.”

“알겠습니다. 보령으로 가서 향교를 통하면 집이야 알겠지요?”

“그의 형이 이지번이니 향교로 찾아가 그를 먼저 물어보면 더 빨리 알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최인범은 작별 인사를 하고 남쪽으로 향했다.

서해안인 보령으로 가려면 아무래도 추풍령을 통해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죽령을 통해 넘어가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형태고 문경 새재보다는 추풍령을 통해 가다가 보면 금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삼은 금산도 재배지로 좋아.’

인삼재배에 관심이 많다가 보니 금산도 인삼을 재배하기에 적지라 그곳에도 새로운 농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어찌 되었건 자신은 조선출신이니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뭔가 해주고 떠나야 훌훌 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조리 털어주고 나면 나중에라도 어떤 부담감이 뇌리에 남지 않을 것 같았다.

‘중요한 조선의 문화재인 유물을 가져가는 입장이니 해줄 것은 해줘야지.’

아직은 조선에서 이주민들을 많이 데리고 가야하니 책사인 자순이 신경 쓰는 조선백성들의 여론을 좋게 할 필요성도 있어 좋게 마무리해볼 생각이다.

‘조선에 천일염 생산기술이나 새로운 농법을 알려 줬다고 하지만 그게 보급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더구나 천일염 경우 알려진다고 해도 쉽게 널리 전파되기는 어렵다. 어찌 되었건 소금은 조정에서 큰 수입원이라 통제하고 대부분의 염전은 조선 왕실에서 관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세붕이 힘을 쓴다고 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야.’

소금 사업은 왕실이나 조정에서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사실 윤원형을 통해 사업을 시작해보려고 했던 것이다.

자신이 조선에서 계속 터를 잡고 산다면 천일염 기술을 일정기간 비밀로 해서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봉황성에서 터를 잡아야한다.

남해안에서 벌일 천일염 사업은 직접 관여하기가 곤란했다. 물론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봉황성 문제도 복잡한데 따로 신경 쓰기가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차라리 조선에서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하면 그것을 싸게 사서 명나라나 여진족에게 되파는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어.’

아는 지식을 모조리 자신의 소유로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조선을 어느 정도 발전하게 함으로 자신도 그 덕에 같이 성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인삼재배나 신 농사법도 마찬가지의 목적이 있어 알려주었다.

조선과 명나라 간에 황해를 통한 해운업을 한다고 해도 그 수는 아주 미미했다. 여전히 바다를 통한 운송은 매우 위험하니 결국 육지를 통해 명나라와 무역하게 되니 봉황성은 앉아서도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최인범은 드디어 풍기를 떠나 남복으로 이동했다.

“빨리 가자!”

“넷!”

이자함을 만나서 설득도 해야 되니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최인범은 빠르게 말을 몰아 추풍령을 향해 내달렸다.

문경을 지나 드디어 상주가 훤하게 보이는 언덕에 도착하자 쉬고 있었다.

최인범은 주세붕에게 받은 가벼운 암석을 꺼내 살펴보았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런 암석은 지구상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아무래도 운석 같아.”

“예? 운석요? 그럼 하늘에서 떨어진 바위라는 겁니까?”

“내가 보기에는 특별한 물질인 금속 덩어리가 분명해.”

철갑웅은 하늘에서 별동별이 떨어져 바위로 남아 있다는 운석이란 말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별이 암석으로 되어 있어요?”

“그야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별이 파괴되며 떨어지는 운석이 이렇게 생겼으니 그렇다고 봐야지.”

“총병관님, 너무 신기하군요.”

암석덩어리를 문지르자 점점 검은 빛이 진해졌다.

아마도 표면의 하얀 부분은 약간 이물질이 끼어 있어 그런 것 같았다. 가치로 보아 상상하기 힘든 귀한 물건이다. 어찌 보면 작은 선물을 주고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귀한 선물을 주세붕에게서 받은 것이다.

‘내가 오히려 더 많이 받은 셈인가?’

다시 말에 오른 최인범은 상주에 도착했다.

상주는 정3품 목사가 수령으로 있는 아주 큰 고을이라 매우 번잡했다.

최인범 일행은 시장에서 국밥을 사먹고 고을의 끝에 있는 주막으로 가게 되었다. 주막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추풍령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막 앞에서 쇄자갑을 입은 기마병을 만나게 되었다. 많은 수는 아니고 5명이 갑옷을 입고 지나가자 최인범은 그제야 가벼운 암석을 활용할 좋은 방법을 찾았다.

‘좋았어, 가벼운 암석으로 쇄자갑을 만들어 보자고.’

암석이라고 칭했지만 운석은 분명히 가벼운 금속 덩어리다.

자신은 이미 무거운 운석으로 만든 흑혈검을 지니고 있는데 새로 가벼운 운석이 생기자 좋은 징조라고 판단했다.

‘하늘에서 나를 돕는군. 죽지마라고 전에는 공격할 좋은 무기가 생기게 하더니 이번에는 방어무기를 만들 좋은 재료를 보내준 것 같아.’

가공이 순조롭게 될지는 모르지만 가공만 된다면 아주 가벼워 겉옷 안에 입는 방탄복처럼 입고 다녀도 될 것 같았다. 암살당할 위험도 여러 번 경험해 자신의 안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이 암석으로 가벼운 쇄자갑만 만들어 입게 되면 조선으로 왔던 보상은 충분히 받은 거야.’

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가벼운 금속을 얻게 되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부피가 큰 물건을 계속 가지고 다니기도 버겁던 터에 아주 잘 됐다고 판단했다.

상주에는 큰 대장간이 많아 쇄자갑을 만들 기술을 지닌 대장장이들이 많았다.

“철갑웅, 너는 여기서 이 암석을 가지고 대장장이에게 찾아가서 쇄자갑을 만들어 봐.”

“갑옷을 만들어요?”

“그래, 암석의 크기로 봐서 쇄자갑도 만들고 마갑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니 여기서 그것을 만들어.”

“알겠습니다.”

“투구도 완전히 얼굴을 가릴 정도로 만들고.”

“예.”

평소에는 군복 안에 입는 방탄복처럼 쇄자갑을 만들어 입고 다닐 생각이다.

전투에서는 군복 위에 추가로 다시 다른 쇄자갑을 겹으로 입을 수 있게 그림으로 그려주었다. 투구도 그려주고 복잡한 모양의 겉에 입는 쇄자갑을 그려주었다.

그림을 보던 철갑웅은 다소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총병관님, 쇄자갑 위에 또 갑옷을 덧댈 수 있는 모양이네요.”

“쇄자갑은 갑옷 안에 입는 내피처럼 만드는 거야.”

“그리되면 중요부위는 3중이고 다른 곳은 2중으로 보호하는 군요.”

“그렇다고 봐야지.”

혹시 재료가 모지랄지 몰라 추가로 지시했다.

“혹시 구리 같은 것과 합금되면 금속의 용량을 늘려서 별도로 방탄복이나 쇄자갑을 3벌 더 만들어서 너희들도 입고 마갑도 착용하게 제작해보고.”

“알겠습니다.”

북쪽의 봉황성으로 올라가면 수시로 전투를 벌여 세력을 확장하게 될 것이다. 체질적으로 최전선에서 싸우는 성격이라 자신은 물론 옆에서 항상 따라다닐 호위병인 철씨 삼형제도 어느 정도 방어무기는 있어야 되니 이렇게 지시했다.

“갑옷도 중요하지만 가늘게 쇠사슬을 만들어 봐. 길이는 대략 주척으로 10자 정도 되게 만들고. 가늘수록 좋으니 만들어 봐.”

“넷!”

황금갑옷의 한쪽을 때어 금괴를 20개 넘겨주었다.

“대장장이들에게 인건비를 충분히 줘서 빨리 만들고 잘 만들어 보도록 해. 그리고 네 형제들이 쓸 좋은 무기도 만들어 보고. 모두 만들고 나서 공주 목으로 와서 우릴 만나기로 해. 내가 그곳 공주 관아에는 행방지가 어딘지 알려줄 것이니까.”

“넷! 잘 알겠습니다.”

자신이 먼저 공주를 들려 멀리 보령까지 가서 이지함을 만나서 봉황성으로 가자고 설득할 요량이다.

그리고 근처에 고을에서 유물도 발굴할 생각이다. 그것이 끝나면 공주로 다시 돌아와 부하들과 합류할 생각이라 이렇게 지시했다.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쇄자갑을 만들려면 오래 걸린다고 판단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잘 만들어.”

최인범은 철갑웅에게 마패를 하나를 넘겨주고 나서 철을웅과 20명만 남은 호위병들과 같이 추풍령의 남쪽인 김천으로 가게 되었다.

김천은 중요하고 큰 역참이 있어 그곳에서 20명의 호위병들과 철을웅이 타고 다니는 말을 바꾸었다.

“상등마로 바꿔 주시오.”

“넷!”

“혹시 나에게 무슨 연락이 없습니까?”

“아직까지 그런 소식은 접하지 못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자신에게 아무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봉황성이나 한양에서는 별다른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다행이 올해는 추수를 해보니 평년작은 돼서 삼남지역의 기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늦었으면 이주민을 받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어.’

조선으로는 큰 불행한 일이었지만 올 봄과 여름의 기근 현상은 봉황성에 이주민을 받아야하는 최인범으로는 잘된 일이었다. 세상사란 이렇게 한쪽이 나쁘면 다른 쪽은 좋게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대가 높은 구불구불한 추풍령을 넘다가 보니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고지대라 가늘게 내라던 빗줄기가 눈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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