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최인범의 나무람에 철갑웅이 입을 꽉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또다시 함루로 놀리는 입 때문에 질책을 받았다.
크르릉! 크르릉!
옆에 있는 백구가 갑자기 긴장해서 몸을 바싹 움츠리며 갈대숲을 향해 으르렁 거렸다.
“적이다!”
최인범은 소리를 외치는 동시에 하늘에서 10여발의 화살이 빠르게 날아왔다.
쉬익! 쉬익! 파바박! 팍!
빠르게 날아온 화살은 대부분 최인범을 향했다. 그러자 자순은 몸을 피할 생각을 안 하고 앞으로 나서서 최인범의 몸을 가리며 크게 외쳤다.
“주군, 피하세요.”
빠르게 날아온 화살은 앞을 막아선 자순의 몸에 두발이 명중했다. 그리고 철갑웅도 다리에 화살을 맞았다.
“윽!”
짧게 비명을 지르며 철갑웅도 급하게 최인범의 몸을 가리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다시 화살이 날라 오자 최인범은 급하게 흑혈검을 들고 화살을 쳐냈다. 그러나 미처 흑혈검으로 쳐내지 못한 화살 하나가 최인범의 허벅지에 깊이 박혔다.
“으윽!”
일행 모두가 화살에 부상당한 위기의 순간.
으르릉! 으르릉!
오직 부상당하지 않은 백두만 갈대밭을 향해 계속해서 으르렁 거렸다. 허벅지에 화살이 박혀 부상당한 상태서 흑혈검을 앞으로 겨루고 최인범은 외쳤다.
“자순을 살펴!”
“넷!”
최인범은 대검을 뽑아 들어 화살이 박힌 부위인 허벅지를 긋고 화살을 힘차게 잡아 당겼다.
“윽!”
화살이 뽑아지며 허벅지에서 붉은 피가 품어져 나왔다. 그러자 허리춤에 차고 있는 호리병을 끌러 빠르게 소주를 붙고 재빨리 호랑이 약을 발랐다. 그리고 상처를 배낭에서 꺼낸 붕대로 여몄다. 그래도 붉은 피가 품어져 나왔다.
“썩을, 너무 상처가 커!”
이런 동작은 순간에 벌어졌다. 철갑웅은 자신의 발에 박힌 화살을 그냥 뽑아내고 나서 상처에 호랑이 약을 발랐다.
“으으윽!”
화살이 깊이 박히지 않아서 그런지 상처는 이내 붉은 피가 멈추었다. 자신의 화살을 먼저 뽑고 나자 앞가슴에 두 발의 화살이 박힌 자순을 살폈다.
그러나 가슴에 화살이 박힌 자순을 쓰러져 잠시 혼절한가 싶더니 부스스 깨어나 앉으며 최인범을 걱정했다.
“대장군, 다행이 무사하군요.”
“너! 어떻게?”
자순은 군복의 앞가슴을 열며 말했다.
“소신은 운이 좋았습니다. 품에 넣고 있던 서책 두 권 때문에 충격만 받고 안전합니다.”
일단 세 사람 모두 치명적인 부상은 면했다. 하지만 적이 또 어떤 공격을 해올지 모르니 아직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백두가 으르렁 거리는 것으로 보아 적은 지금 전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철갑웅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장군, 어쩌죠? 적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 것 같은데.”
“조용해!”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이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갈대숲을 살펴도 적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화살을 날리거나 또는 적을 향해 돌진할 수도 없었다.
세 사람은 급하게 등에 메고 있는 중국식인 편편한 삿갓을 앞쪽으로 가려 방패로 이용했다.
적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니 기척을 내고 다가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화살이 날아오던 숫자로 보아 적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사삭! 사사삭!
전방에서 최인범 일행 쪽을 포위해 다가오는 소음이 들렸다. 먼저 화살로 공격한 적이 드디어 돌진을 시작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 최인범은 한손에는 흑혈검을 들고 한손에는 대검을 뽑아들고 기다렸다.
위기라는 느낌이 들어 최인범은 상처에서 쓰린 고통이 느껴지지만 여전히 전방만 매섭게 노려보았다. 다른 두 사람도 긴장해서 그런지 가픈 숨을 토해냈다.
“학! 학!”
사사삭! 사사삭!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괴한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두두두두.
이때 마포나루 쪽에서 많은 말들이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다소 은밀하게 접근하던 소음이 요란해지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호위병들이 온다! 철수 해!”
가깝게 다가오던 괴한들은 이 소리와 함께 빠르게 멀리 달아났다. 강변을 따라 빠르게 달려온 철을웅과 호위기마대는 이내 최인범에게 다가왔다.
“대장군! 다행이 무사하시군요. 조금 늦었습니다.”
“빨리 적이나 잡아!”
“넷!”
기마병들은 도착과 동시에 빠르게 조를 이루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빠르게 도망친 과한들을 향해 돌진해보지만 어둠을 뚫고 사라지는 적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 멀리서 큰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악!”
“으악!”
잠시 뒤에 철을웅이 이미 죽어버린 시체 3구를 가지고 돌아왔다.
“대장군, 죄송합니다. 암살범은 모두 사라지고 뒤에서 숨어서 망을 보던 녀석들만 죽였습니다.”
“됐어!”
포로로 잡았어야 배후를 아는데 죽여 버렸으니 어쩔 수 없게 되어버렸다.
최인범은 철을웅이 가져온 흑혈풍에 올라 빠르게 마포나루 쪽으로 30명의 호위병들과 같이 이동했다. 상처가 커서 빨리 치료하기 위해 급하게 이동하는 것이다.
철갑웅과 자순은 서둘러 천막을 걷고 그제야 말에 올라 최인범이 사라진 쪽으로 향했다. 호위병들은 시체 3구를 말 등에 올리고 다소 늦게 따라갔다.
철갑웅이 미리 숙소로 정한 마포나루의 주막은 제법 규모가 큰 곳이다. 40명이 숙박해야 하니 주막 전체를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
주막 안채의 건넌방으로 가서 우선 자리에 눕고 나서 상처를 감싼 붕대를 풀었다. 여전히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품어 나오고 있자 최인범은 지시했다.
“가서 인두를 가져와.”
“넷!”
이윽고 호위병들이 화로와 인두를 가져왔다. 최인범은 다시 상처에 소주를 부어 소독하고 불에 달궈진 벌게진 인두에도 소주를 붙고 나서 상처를 지졌다.
지지직!
“으윽!”
상처를 인두로 지지고 나자 흐르던 붉은 피는 그제야 멈추었다. 다시 붕대를 스스로 감는 최인범을 바라보며 자순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 심한 상처를 이런 식으로 스스로 치료하자 놀랐다.
‘허! 지독한 분이야. 저런 깊은 상처를 저렇게 치료해 버리다니.’
놀란 표정을 짓는 자순을 바라보며 최인범은 짧게 외쳤다.
“너도 치료나 해.”
“넷!”
비록 앞가슴이 넣고 다니던 서책 때문에 상처가 깊지는 않으나 화살의 끝으로 상처를 입어 붉은 피가 나오고 있었다. 두툼한 서책이 아니었으면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당할 뻔했다. 상처에 호랑이 약을 바르고 나자 피는 멈추고 대충 붕대로 감쌌다.
“도대체 무슨 책인데 가지고 다녀?”
“주군, 정관정요와 육도삼략입니다. 기회를 보아 주군께 드리려고 했는데 서책이 소신의 목숨을 살렸네요.”
이런 말에 최인범은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자네도 입을 함부로 놀리는군. 앞으로 주군이란 말을 함부로 하지 마.”
“아! 그렇군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최인범은 상처에서 고통이 밀려오자 소주를 조금씩 마시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철을웅에게 물었다.
“네 형은?”
“시체를 나루터에서 번을 서는 별장에게 넘기러 갔습니다.”
이런 말에 자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는 시체가 아주 중요한 증거가 되니 이대로 조선 측에 넘기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인범은 소주를 더 마시고 자리에 누우며 지시했다.
“나는 피곤해서 잘 것이니 네 형이 돌아오면 상처를 치료하게 해.”
“알겠습니다.”
긴장했다가 풀리고 피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잠이 밀려오고 있었다.
한편 마포나루의 별장을 급하게 찾아간 자순은 막 시체를 넘기려는 철갑웅을 말렸다.
“아직 넘기지 마시오. 확인해 볼 것이 있어.”
“그래요. 나는 이미 확인이 끝났다고 판단해서.”
“그렇지 않소. 내가 검시를 하고 나서 넘겨도 돼요.”
자순은 이미 시체를 보여준 상황이라 나루터의 별장과 같이 근처의 민가 창고로 시체를 가지고가서 불을 환하게 밝히고 시체들을 자세하게 살폈다.
제일먼저 시체의 얼굴을 빠르게 그림으로 그리고 입고 있는 겉옷을 살폈다. 안에 입은 속옷이나 신발 그리고 두발을 자세하게 살폈다. 검안하다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철갑웅에게 지시했다.
“이놈들의 무기가 안보이니 빨리 잡은 곳을 가보시오.”
“알았소.”
철갑웅은 급하게 조선의 나졸과 같이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다. 혹시 무기가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둘러 달려가서 자세하게 살피자 검에 의해 죽으면서 흘린 핏자국 옆에 석궁이 놓여 있었다.
‘특이한 모양인 석궁이군.’
세 자루의 석궁과 짧은 쇠 화살을 챙기고 다시 자신들이 습격당했던 장소로 가서도 널려 있는 화살들을 모조리 챙겼다. 모두 챙기고 나자 다시 자순이 있는 창고로 갔다.
창고에는 3구의 시체가 완전히 벌거벗겨져 있었다.
‘헉! 없네.’
3구인 시체에는 당연히 달려있어야 될 물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환관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철갑웅은 즉시 물었다.
“동창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