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남편이 명나라에서 정착한다면 정향 대공주의 위세에 눌릴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자신의 영역이니 명나라 대공주라고 해서 꿀릴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설화의 신나는 말 타기는 뜨거운 여름밤이 깊도록 지속되었다. 무더운 여름밤에 벌이는 정사라 흐르는 땀 때문에 요란한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철퍽! 철퍽! 철렁! 철렁!
최인범은 아래의 뿌리가 얼얼하도록 진을 빼게 계속 말 타기를 벌이는 설화를 보며 속으로 탄식을 토했다.
‘여자들이 갈수록 용맹해지니 은근히 걱정이군.’
설화는 너무 체력이 강한 여자라 항상 이런 식으로 접하다가는 젊어서 골병들게 생겼다. 물론 직접 부족을 이끌기 때문에 형편상 자주 만나서 접할 처지가 아니라 천만다행이다.
‘아무래도 조선으로 가면 산삼을 먹어야 되겠어.’
아직 보약을 먹어야 정사를 벌일 정도는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사실 보약이란 젊어서 먹어야 효과가 좋다. 젊어서 체력을 비축해야 오래 사는 법이라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체질에 맞는 호랑이의 생간이나 심장을 먹은 지 오래되니 이번에 조선으로 돌아가면 사냥을 해서 먹어볼 심산이다.
‘이제 조선에 호랑이가 돌아왔으려나?’
조선에 호랑이가 없으면 멀리 왜로 가서 호랑이를 잡아 먹어볼 궁리도 했다.
‘어차피 왜를 한 번은 다녀오는 것도 좋아.’
지금이야 생각만 하는 사업이지만 나중에는 왜와도 교역을 해볼 생각이라 왜로 가볼 구상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봉황성이나 여진에서는 당분간 자신이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위에서 마구 구르는 가운데 전혀 딴 생각을 계속하니 뿌리는 사정을 안 하고 여전히 건장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러자 설화는 더욱 흥분이 고조되었다.
‘어휴! 그만 싸고 끝내시지. 말 타기도 너무 오래하니 허리도 아프고 힘이 드네.’
이런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있는 기쁜 일이 아니다. 신이 난 설화는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끌어내서 요란하게 정사를 벌였다.
다음날 연락을 받은 하후돈과 장익덕이 기마병 2천명과 별도로 말을 4천필을 이끌고 통화에 도착했다.
“칸! 문안 인사 올립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저희가 고생하다니요. 여진족 마을로 찾아 가기만하면 여자에 고기로 풍성하게 살았는걸요.”
“그러냐? 그럼 장가는 갔고?”
“아뇨? 장가야 아직 안 갔죠. 그냥 여자들에게 대접만 받았다는 겁니다.”
“험! 너무 그러면 쓰나? 접했으면 아내로 맞이해야지.”
분명히 무력에 눌린 소부족장들이 자신들의 아내나 딸을 상납한 것이 분명했다. 유목민 처녀들은 이렇게 행동해도 다른 남자와 시집가서 잘 사는 풍토라 굳이 나무라고 싶지는 않았다.
최인범은 봉황성이나 환인에도 감자를 공급할 생각이라 두 부하에게 지시했다.
“기왕에 왔으니 감자 수확을 도와. 오늘 중으로 모두 수확해서 내일 가지고 떠날 수 있게 해.”
“알겠습니다.”
넓은 밭에 심어진 감자는 토질도 좋지만 목장에서 생산된 두엄을 많이 넣고 키워서 씨알도 굵어 생산량은 엄청 많았다. 그러나 아직 식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수확한 감자는 모두 10등분으로 나누어 이도백하에 5, 통화 1, 환인 1로 분배했다. 나머지 3을 봉황성으로 가져가기로 정했다.
설화는 자신에게 특별히 많이 배려해 준다고 판단해 좋아했다. 어젯밤의 이를 악물고 말을 탄 노력이 이렇게 효과를 보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 기분 좋았다.
“칸! 고마워요.”
“고맙긴. 그동안 감자를 재배하느라 힘들었을 건데.”
새로운 작물이라 지금은 종자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종자가 많으면 부족민들의 생활이 전혀 달라질 수 있으니 거느리는 부족의 세를 확대하기가 쉽다.
설화와 헤어지기 전에 반월도의 비밀을 말해 주었다.
“반월도를 모두 모아서 확인해야 하니 일단 나에게 넘겨.”
“알았어요. 그런 숨겨진 비밀이 있다면 드려야죠. 저도 동여진에 반월도가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죠.”
설화가 가진 반월도를 챙긴 최인범은 서두르고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빨리 조선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때문에 서둘러 고아들을 말에 태우고 감자를 가지고 환인으로 오게 되었다.
환인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홍성철이 위(衛)를 설치할 장소로 안내했다. 오녀산성 바로 아래의 비탈진 넓은 초원지역이다.
“대장군, 위치가 어떤가요?”
“이곳이라면 적당해 보이는군. 잘 선정했어.”
주둔지로 사용할 부지도 넓고 많은 말을 사육할 목장도 있어 적당했다. 위(衛)라고 하지만 명나라에서 승인 받은 조직도 아니고 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전부터 사용하던 계급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후돈에게 2천명의 기마병을 넘겨주는 방식을 택했다.
“하후돈, 이곳은 앞으로 총감부에 속한 위(衛)니 너무 무리하지 말고 기마병 수를 천천히 늘려 봐. 그리고 가을 감자도 재배하고.”
“알겠습니다.”
기마병은 평소에는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군 형태라 이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어디를 습격해 약탈해 살지 않으면 먹고 살기 위해 농사도 병행해야 한다.
“감자를 심는 방법은 잘 알지?”
“예, 전에 같이 심어서 잘 압니다. 잘 썩은 두엄을 넉넉하게 넣고 기르면 됩니다.”
“가축을 이용해 두엄과 흙을 잘 섞어.”
“알았어요.”
하후돈에게 소령의 계급을 부여하고 대대장으로 칭하기로 결정했다. 기마병이 2천명이나 되니 최소한 연대장으로 칭해야 된다. 하지만 아직은 기마병들의 군사훈련 정도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이렇게 정한 것이다.
“봉황성으로 가면 군복을 보내 줄 것이니 바지의 엉덩이 부분에 가죽으로 감싸고.”
“넷!”
2천명의 기마병이나 그의 가족들이 주둔하게 됐으니 전략적인 지침도 내려야한다. 그 때문에 최인범은 부하들과 같이 오녀산성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오녀산성은 사방이 50미터의 절벽으로 이루어진 천연요새라 산을 오르려면 비탈이 아주 심했다.
최인범은 가파른 산을 천천히 오르며 오녀산성의 중요성을 설명하자 부하들은 귀를 기울여 들었다.
부하들은 이제 칸으로 칭하며 군왕처럼 대하니 최인범이 토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어명처럼 매우 중요했다. 부여, 고구려, 진, 금나라의 맥을 이어가기 위한 배경을 설명했다.
드디어 높은 산 정상으로 오르자 하후돈이 이내 자신의 생각을 건의했다.
“칸, 여기에 봉화대를 설치하는 것이 좋겠네요. 그래야 혹시 조선국이나 심양위에서 군사들이 쳐들어오면 빨리 관측하고 연락이 가능하니까요.”
“그렇게 해. 그러나 많은 병사를 주둔시킬 필요는 없어.”
“넷!”
이제 전쟁의 양상은 전과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 형편이 풀리면 화약 무기를 개발해 화포와 소총으로 무장시킬 구상이다.
보다 공격적인 군대를 만들 생각이다. 무조건 좁은 산성에서 농성하는 방법을 채택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오녀산성에는 관측소만 설치하기로 정했다. 그렇더라도 기병대의 역할이야 여전히 중요했다.
‘망원경까지 개발하면 쉽게 아주 먼 거리를 관측할 수 있어.’
아직 망원경을 만들 렌즈 개발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개발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망원경도 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뒤통수도 조심해야해.’
이미 개마고원에서 벌인 사업을 무산시킨 조선이라 조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방심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자신은 이미 백두산 출신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으니 조선에서는 자신을 여진족으로 분리할 수 있었다.
이제 자신은 평범한 벼슬을 하거나 조그만 사업이나 벌이는 처지가 아니다. 이미 자신은 막강한 군사력을 지녔고 또한 평범한 신분이 아닌 명나라의 부마도위다.
‘권력의 속성상 앞으로 내 행보는 조선에서 상당히 경계할 거야.’
같은 민족이나 같은 고장에 살아도 또는 부모가 같은 형제간에도 권력이란 이해관계가 있으면 서로 죽고 죽이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더구나 자신이 가진 무력은 모두 조선족이 아닌 건주여진이나 명나라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더욱 그렇다. 스스로야 조선을 침공할 어떤 의도도 없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를 수 있었다.
‘나중에는 더 어려울 수 있으니 빨리 조선으로 들어가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돼.’
조선으로 들어가 상황을 지켜봐서 여차하면 풍기의 사업은 완전히 접고 자길 추종하는 부하들을 모조리 봉황성으로 데리고 올 생각이다.
이미 여기에 있는 부하들의 의중도 조선을 가상 적국으로 판단하는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거대한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로 그런 부하들의 분위기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하후돈에게 기마병의 운용에 대해 추가로 지침을 내렸다.
“2천명의 기마대는 500명씩 4개 중대로 나눠, 1개 중대는 혼강촌(渾江村)으로 보내서 그곳의 압록 강가에 주둔시키고 나루터를 만들어서 압록강과 혼강을 확실하게 장악하도록 해.”
“명을 따르겠습니다.”
“일단 중대장은 소위로 칭해.”
“넷!”
아무리 자신이 마음대로 주는 계급이라지만 처음부터 높여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복잡해 질수 있어 낮은 계급을 부여했다. 물론 부하들이 아직은 나이도 어리고 군사훈련이 미흡하다는 점도 많이 고려했다.
‘차츰 차츰 올려 줘야지. 한 번에 올려 주면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워.’
압록강 지류인 혼강을 통해 환인까지 배가 들어 올 수 있다. 건너편에는 조선의 초산진이 있으니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요한 거점이다.
압록강 중류에 있는 집안(集安)의 경우는 국내성이 있던 자리라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패록 부족이 부대를 배치하고 있으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집안의 광개토왕비나 기타 많은 고구려 문화 유적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니 그에 대해 지시했다.
“일단 부대 배치가 끝나고 다소 여유가 생기면 집안으로 가서 그곳의 고구려 유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독해. 물론 아패록 부족의 동태도 방심하지 말고 잘 감시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집안에 있는 광개토왕비의 탁본을 떠서 봉황성으로 보내.”
“신속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만주지역에 터를 잡게 되니 여진족과 한 핏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집안의 고구려 유적은 반드시 보호할 필요성이 있었다.
광개토왕비의 탁본을 뜨라고 지시한 이유도 여진족과 자신이 한 핏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기 때문이다. 환인에서 필요한 조치를 끝내자 최인범은 다시 봉황성으로 향했다.
압록강 북쪽에 있는 봉황성은 전에 비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곳을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의 수는 새로 오는 사람들의 1할도 되지 않았다.
와글와글 웅성웅성
최인범은 환인에 건주위 총감부 우위를 설치하고 기마병 1천명과 별로의 말 4천필을 몰고 봉황성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