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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32화 (232/519)

232화

어디서 퍼진 소문인지 모르지만 대공주께서 애교도 없고 밤에 잠자리를 같이 안 해주자 대장군이 화가 났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럼, 우리가 이런 개고생을 하는 것이 모두 대공주님 때문이라는 거야?”

“뭐.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공주님께서 조금 냉정하게 구니 대장군께서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지.”

“부부인데 왜 공주님께서 그러나?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대장군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아서 줄을 서는 지경인데. 아직도 뭘 모르나 보군.”

“봉황성으로 가기 전에 두 분 사이가 원만하게 잘 풀려야 되겠네.”

병사들은 부부간의 문제로 자신들이 화를 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최인범이 노리는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기합을 겸한 훈련하며 길을 가다보니 행군 속도는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마음이 급한 사신단은 서둘러 먼저 봉황성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진상이 와서 자신들이 먼저 떠나겠다고 자청했다.

“대장군, 우린 조선으로 가서 해야 할 업무가 너무 바빠서 먼저 봉황성으로 가보겠소.”

“그러시죠. 저야 천천히 가도 되니 가면서 훈련해볼까 합니다.”

“기마병을 잘 부탁합니다.”

“그러죠.”

사신단의 정사나 부사가 같이 가야 되니 기마병들의 실제지휘권은 자연히 최인범에게 돌아왔다. 그러자 최인범은 기마병의 훈련을 철갑웅에게 지시했다.

“오늘부터 기마병의 훈련은 네가 담당해.”

“넷!”

이런 명령에 보병들이 박박 기며 고생하는 것을 웃으며 구경하던 기마병들의 곡소리가 들렸다.

말과 같이 달려가며 말 등에 오르는 승마 훈련을 강도 높게 시키니 정말 죽을 맛이다. 더구나 무거운 쇄자갑을 입고 말처럼 넓은 벌판을 뛰어 다니려니 여름이라 더욱 고통스럽다.

‘차라리 보병이 편하겠어.’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지 못한 기마병들 중에서 보직의 변경을 원해 결국 보병으로 변했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는 그래도 기마병이 좋다는 여진족이나 몽골 출신인 보병들로 채워졌다.

명나라의 정사와 부사가 대열에서 떠나고 나자 그동안 기다리던 서건주 출신들이 슬며시 대열에 합류했다.

“대장군님, 저희는 모두 함경도나 백두산 근처 출신입니다.”

“오느라고 수고 많았군.”

모두 설화의 심복부하들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감추고 그저 살기 좋다는 봉황성으로 가기 위해 요동에서 분산해서 살던 서 건주 족이 합류하게 된 것으로 위장했다.

철갑웅의 기마병들에 대한 훈련 강도가 높아질수록 기마병들의 보직 변경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러자 불과 10여일이 지나자 모든 기마병은 새로 합류한 건주족들로 채워져 버렸다.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 방법으로 말 1000필을 포함해 쇄자갑 1000벌을 서건주에서 날름 차지해 버린 것이다. 물론 기마병들이나 보병의 훈련은 지속되었다.

다다다다. 두두두두

보병과 기마병이 어울려 진을 구성해 돌격과 후퇴를 반복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말을 능숙하게 타는 몽골이나 여진족 출신들로 기마병이 모조리 바뀌고 나자 훈련 방법을 달라졌다.

“철갑웅. 이제 기마병들은 산으로 가서 사냥을 해오지.”

“넷!”

말이 사냥이지 몽골과 여진족으로 구성된 기마병들은 요동의 산에서 포진한 작은 규모인 서건주 부족들을 복속시키기 위한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포위하라!”

“항복!”

표면적으로야 명나라 기마병에게 복속하는 형태지만 같은 건주의 세력에게 복종하기로 맹세하고 있었다. 서 건주인 요동에서는 최인범이 이끄는 정도의 기마병이나 보병을 보유한 소부족이 있을 수 없었다.

“좋습니다. 부족장의 신표인 반월도도 칸께서 지니고 있으니 앞으로 봉황성주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잘 생각했소.”

사냥해서 돌아온 흔적은 보여야 하니 여진족들이 잡아 놓았던 가죽이나 또는 소를 잡아서 해체해 야생 동물이라며 가지고 대열에 합류했다.

이때부터 최인범은 보유하고 있던 쇄자갑 1천벌을 서 건주 부족에게 풀기 시작했다.

“쇄자갑을 넘겨주고 기마병으로 작은 무리를 지어서 합류하라고 해.”

“넷!”

한 번에 합류시키면 주목 받게 되니 100명 이내가 순차적으로는 들어오는 식으로 기마병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자 봉황성에 도착할 무렵에는 쇄자갑을 입은 기마병의 수가 2천명으로 늘어났다. 이미 철갑웅의 형제인 철을웅이나 철병웅도 기마부대에 합류해 있었다.

봉황성은 본시 고구려 시대에 도읍인 평양성으로 정할 정도로 큰 성이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인구의 대부분은 서건주인 여진족들이다.

드디어 봉황성에 도착하자 그동안 군사훈련을 너무 혹독하게 받아 병사로 살기가 너무 겁난 일부가 전역을 신청했다. 그러자 최인범은 순순히 그들을 전역시켜 주었다.

“군사로 살기 싫으면 그만 둬야지.”

순순히 전역을 시켜주자 너도 나도 전역을 신청해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전역한 군사들은 봉화성주인 영주령에 의해 그들은 봉황성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성곽 보수 공사장으로 가시오.”

“예? 그래야 하나요?”

“군인 출신이 부역이 뭔지도 모르나?”

봉황성주의 이름으로 당분간 지역의 모든 주민은 성곽 보수 작업에 동원한다는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역을 했어도 모조리 성곽 보수 작업에 동원되어 노무자로 일하게 되었다.

“어째 이상하더라니.”

“이 사람아, 아직도 북경으로 가서 거지로 살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나? 나처럼 대장군님을 믿고 진득하게 군사로 남았으면 편하잖아.”

대부분 순수한 명나라 출신은 졸지에 전역해서 성곽 보수 작업에서 노무자로 일했다. 여진출신이나 몽골 출신들은 모조리 군사로 복무하고 있었다.

바쁘게 성곽 보수 작업이나 도시 안의 도로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최인범에게 시녀장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권했다.

“부마도위님, 이제 봉황성에 도착했으니 신방을 꾸려야죠?”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누구와 신방을 꾸린 단 말이요?”

마치 과거를 잃어 버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응수하니 시녀장으로는 기가 막혔다. 그래도 여전히 성깔이 있어서 그런지 시녀장은 횡 하니 발길을 돌려버렸다.

‘시녀장이 저런 지경이니 정향 대공주가 도도하게 그러는 것이야.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다들 너무 건방지군.’

뒤끝이 많은 성품이라 전에 면대를 거절한 때를 잊지 않아 이렇게 응대하는 것이다.

‘도도한 성품을 꺾어서 버릇을 완전히 고쳐야 앞으로 내가 편해.’

최인범은 잠시 이렇게 생각하고 봉황성이야 성곽이나 길만 약간 보수하면 별 문제는 없다고 판단해 철갑웅 삼형제를 따로 불렀다.

“철갑웅은 나와 같이 기마병 1천명과 같이 백두산 쪽으로 가고 나머지 둘은 각기 기마병을 500명씩 지휘해서 성 밖과 안에서 주둔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빨리 개마고원과 이도백하 지역을 돌아보고 나서 조선으로 들어가야 하니 급하게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떠나기 전에 자기 기술자와 광산 기술자에게 명령했다.

“도자기 기술자는 오늘부터 자기를 생산해 보시오.”

이들이 만드는 자기는 고열로 구은 판판한 깔판이다. 천일염을 생산하려면 염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로 깔아야 되기 때문에 이런 지시를 내렸다.

‘천일염이 현재로는 최고의 산업이야.’

조건이 좋은 조선의 남해안으로 가서 천일염을 생산해야 된다. 그러나 조선에서 염전사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우선 열악한 환경이더라도 이곳 봉황성 근처의 해안지역에서 천일염 생산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힘들어도 봉황성에서 쓸 정도의 소금은 자체적으로 생산해 보는 것이 좋아.’

광산기술자들이나 또는 대장장이들은 각기 광맥을 찾아 개발하거나 또는 공방을 만들어 농기구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런 지시를 내리고 나자 최인범은 철갑웅과 같이 1천명의 기마병을 데리고 개마고원 쪽으로 급하게 떠났다.

그러자 말도 없이 떠난 뒤에 남편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정향공주는 사태가 자못 심각하다는 것을 그제야 느끼게 되었다.

이미 남편은 동쪽으로 멀리 떠나 홀연히 사라져 버렸으니 별다른 대책이나 방법이 있을 수 없었다.

최인범이 봉황성에 도착해서도 어떤 조치도 취해주지 않아 정향 공주는 여각 하나를 통째로 빌려 우선 숙소로 사용했다.

“어디서 지내라는 소리도 없으니 어쩌면 좋아.”

대공주가 은근히 걱정되어 이렇게 걱정하자 시녀장은 태연하게 응수했다.

“금방 돌아와 필요한 조치를 내려 주겠지요.”

“그럴까?”

그러나 하루하루가 속절없이 지나도 떠나버린 부마는 돌아올 생각이 없는지 전혀 소식이 없었다.

‘어머, 정말 안 오시네.’

정향 대공주는 주난미(朱蘭美)로 이름처럼 단아한 웃음을 띠우는 성품이다. 전에 최인범이 찾아왔을 때 만나기를 거부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처음 천진의 임시 대공주부에서 자기를 찾지 않고 소피아와 잠자리를 했다는 것을 알아 자존심이 무척 상했기 때문이다.

‘부마께서 공주이고 정실부인인 나를 너무 홀대해.’

은애하는 마음으로 이루어진 혼사지만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조금씩 다르게 꼬여버리고 있었다.

남경의 친정인 헌강왕부에서 이소소와 만나 그녀가 최인범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가 쓴 소설인 구운몽의 여자주인공인 공주가 자신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본시 소설이란 꾸며낸 이야기지만 작가의 마음을 투영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해하기 때문에 주난미는 부친인 헌강왕을 졸라 황제에게 말해 혼인을 성사시켰다.

가정제는 마침 최인범을 활용할 생각을 하다가 남명에서 큰 세력을 이루는 헌강왕의 딸이 최인범과 혼인을 원하자 쉽게 들어 주었다.

경국지색이고 영민하다고 소문난 주난미 공주다.

만약 공주가 한다하는 남쪽의 명문가문 자제와 혼인하면 그 세력이 더욱 커져 황권을 위협할 정도가 되게 생겼다. 그래서 가정제는 나름 정치적인 이유로 움직였다.

정향 공주를 자신의 양녀인 대공주로 만들어 먼 조선국 출신에게 시집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헌강왕 주변에 모여드는 반골 기질이 많은 가솔들까지 멀리 떠나보내도록 획책했다.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큰 야심이 있는 헌강왕이다. 사위를 요동지역 실권자를 만들어 북경을 양쪽에서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유로 과감하게 최인범을 사위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위에 분들이야 복잡한 정치적이나 권력에 대한 야심의 목적이 있어 혼사를 주선했다. 하지만 주난미는 구운몽을 보고 이소소의 말에 감복해 최인범을 연모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혼인을 원한 것이다.

‘내 마음을 그리도 몰라주다니. 정말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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