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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27화 (227/519)

227화

한편 자금성에서 가정제가 이런 조치를 빠르게 내리자 산해관이나 천진에서는 군사들이 동원되었다. 검문검색이 대폭 강화되고 대대적으로 검거 열풍이 불었다.

거의 열려 있던 산해관의 문을 굳게 잠갔다. 황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다시 문을 열지 않는다는 칙령이 내려온 것이다.

“이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북쪽에서 북원세력이 또 남하를 하나?”

“그들이야 이곳으로 오지는 않지. 다른 사건이 터진 모양이야.”

암살시도 사건의 범인들의 배후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마구잡이로 체포했다. 특히 조선에서 온 상인은 물론 왜에서 왔다는 상인들을 무조건 잡아들었다.

“조선에서 왔소?”

“예,”

“조사할 사건이 있으니 관아로 갑시다.”

천진이나 산해관의 관아에는 수많은 상인들이나 또는 여행객들이 영문도 모른 상태에서 줄줄이 감옥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죄가 전혀 없어 보이는 여행객들도 잡아들이고 보니 감옥이 넘쳐나고 있었다.

감옥에 끌려온 사람들이 하소연을 토했다.

“우리는 정말 억울합니다.”

“그건 나중에 조사해 보면 알거니 조용하시오.”

조선이나 요동에서 오게 된 상인들은 난대 없이 큰 수난이 시작된 것이다. 감옥에서 풀리는 제일 쉬운 방법이야 뇌물을 주는 수밖에 없었다.

명나라 관원들은 이번 기회에 한 탕 해먹을 요량이라 조선이나 요동으로 무역을 다닌 명나라 상인들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다.

조금만 트집이 잡히면 고문을 가하고 있었다.

“으아악! 살려주시오.”

“죄를 자복해.”

“가진 재물을 다 내 놓을 것이니 제발 살려주세요.”

감옥에 들어온 상인들은 죽기는 싫으니 가진 재물들을 모조리 바치고 나서 풀려나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산해관을 통해 멀리 도망치려던 조선출신인 개장수도 검문에 걸려 버렸다.

“당신 이리와!”

“저요?”

“얼굴이 수배 전단과 똑 같군. 더구나 몸에서 개똥 냄새가 나고.”

산해관의 관문이 내려져 버려 도망치지 못하고 개장수도 산해관의 관아에 있는 감옥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미 용모를 파악해 수배령이 내려진 그에게는 모진 고문이 시작되었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동창의 잔악한 고문기술자들이 들이닥쳐 고문을 가하며 매섭게 심문했다.

“왜 암캐를 끌고 와서 대공주님이 머무시는 저택의 경비견을 밖으로 끌어냈나?”

“나리, 저는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저놈의 발가락을 하나만 잘라.”

“예이.”

“으아아아악!”

발가락을 자른다고 하더니 발톱을 생으로 뽑아냈다. 형리들의 고문도 독하지만 동창의 고문기술자들의 행위는 정말 잔악하고 매서웠다.

그들은 없는 죄도 억지로 지어서 만들 정도다. 뭔가 큰 약점이 잡혀 있는 첩자인 조선인을 그대로 놔둘 리가 없었다.

인두로 지지는 단근질과 주리를 트는 정도의 고문은 기본이다. 물고문도 가해지고 손톱 발톱을 하나씩 생으로 뽑아나고 있으니 고문은 점점 잔악하게 변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입에는 재갈을 물리고 고문을 가했다. 독심을 품고 버티던 개장수는 너무 심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실대로 자백하고 있었다.

“살려주시오.”

“누가 사주한 내용인지 소상하게 말할 것인가?”

“예, 모두 말하겠습니다.”

그러나 동창에서 요구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재차 고문은 계속 진행되었다. 감옥에서 보내는 시간은 밖에서 보내는 시간의 100배는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한편 천진에서 흑혈풍을 타고 빠르게 산해관에 도착한 최인범은 부하들을 모아놓고 지시를 내렸다.

“철갑웅은 나와 같이 나중에 가고 다른 사람들은 빨리 산해관을 통과해.”

“알겠습니다.”

봉황성으로 향하는 건주 총감부 소속인 부대의 지휘관도 조금 바뀌었다. 호위무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철갑웅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천진에서 암살단이 습격했으니 최인범의 호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가 담당하던 업무는 이제 같이 귀국하게 된 장주한이 선봉기마중대를 지휘하게 되었다. 그래서 계급을 조금 올리게 되었다.

“장주환과 홍성철은 앞으로 소위로 칭해.”

“넷!”

“계급장은 은으로 제작해서 달고.”

“대장군, 정말 감사합니다.”

천진의 발해 여각에서 암살범이 나타나자 검문검색이 심해질 것을 예상했다. 몰래 숨겨서 가져가는 소총, 쇄자갑 등 중요한 무기를 들킬 수 있다고 판단해 서둘러 선봉중대가 지니도록 해서 떠나보낸 것이다.

더구나 장주한과 홍성철이 북경에서 안경 제조 기술을 배우면서 알게 된 화포제조 기술서책이나 기술자까지 포섭해 같이 떠나는 중이다.

포섭되어 멀리 떠나는 기술자들은 모두 명나라 조정에서 벼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벼슬을 가진 자들 밑에서 노비로 일하며 실질적으로 화포를 생산하던 사람들이다.

“선봉 중대장인 장주환 소위는 최대한 멀리 기술자들을 먼저 보내.”

“넷!”

군대의 예산이 줄어들자 기술자인 관리들이 살기가 힘들어 노비들을 판매하자 재빠르게 구입해서 떠나는 것이다. 주로 주물 공정을 담당하거나 화약 제조를 담당하던 노비들이라 사게 된 것이다.

명나라에서 살면 평생 노비로 살지만 봉황성으로 따라가면 벼슬도 시켜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동안 기록해 놓은 기술서적을 모두 가지고 사실상 명나라에서 가족들과 같이 도망치는 것이다.

그런 비밀이 있으니 검문검색이 심해지면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빠르게 선봉중대에 포함시켜 산해관을 벗어나 요동 쪽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홍성철의 경우는 소위인 의무대장으로 이동하는 부대의 질병에 대해 살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너무 늦게 이동하면 늪지대인 요택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돈을 아끼지 말고 우마차를 최대한 많이 구입해서 이동해.”

“넷!”

전방 부대의 젊은 병사들이야 그래도 이동이 쉬웠다. 그러나 오합지졸인 중군에는 일반인으로 노약자나 또는 어린 아니나 임신부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당부하고 있었다.

정향 대공주를 포함해 전 부대원들이 요동을 향해 떠난 이후에도 최인범은 철갑웅과 같이 산해관에 남아 있었다. 이때서야 산해관의 문이 닫히고 대대적인 검문검색이 시작되었다.

며칠을 산해관에서 왕미령과 같이 지내게 된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물론 황제의 명으로 산해관문이 다시 정상적으로 열려야 떠날 수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늦은 길이니 경과를 지켜보고 떠나는 것도 좋겠어.’

산해관의 관아에 조선출신 첩자인 개장수가 잡혔다고 한다. 암살미수사건의 조사가 어찌 진행되는지 살필 필요성이 있었다.

명나라 관원들이 하는 조사라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식으로 조차하느냐에 따라 지금까지 벌어진 복잡한 사건들에 대한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철갑웅. 뇌물을 주거나 형리들에게 술을 떡이 되도록 사더라도 조선에서 보낸 첩자라는 개장수의 조사가 어찌 진행되는지 자세하게 알아 봐.”

“넷!”

“중요한 이야기니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하나도 가감 없이 보고해. 어떤 식으로 신문하고 어떻게 답변하는지 모조리 알아 와야 한다. 죄수에 대한 대우는 어찌 하는지도 살피고.”

“알겠습니다.”

남에게 그저 말로 듣는 첩보는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 변질될 수 있다. 떠도는 소문들과 같이 전달자의 임의적인 판단이 가미되니 이렇게 강조하는 것이다.

최인범이 산해관에서 늦게 출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곳에서 자기를 만드는 기술자를 포섭해 데리고 갈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떠나기로 약속했지만 그동안 굽고 있던 도자기가 있어 그것을 만들어 팔고 떠난다고 해서 기다리게 되었다.

‘자기를 생산하는 기술자도 필요하지만 광산 기술자도 반드시 필요해.’

봉토지인 봉황성은 지금도 명나라, 조선, 그리고 여진족이 같이 어우러져 사는 국제적인 도시다. 앞으로 지금보다는 그것이 더 심해지게 될 것이다.

최인범은 명나라에서 필요한 기술자를 최대한 많이 데려갈 요량이다. 출발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부인인 왕미령 때문이다.

왕미령은 전에는 품지 않았던 소피아를 부마도위가 결국 품에 거둔 것을 알았다. 그녀와 묘한 경쟁심이 있는 왕미령은 이제는 자신의 품에서 낳은 자식이 있어야 미래가 보장된다고 판단하고 죽고 살기로 벗고 덤벼들었다.

“대장군, 아이는 점지해주시고 떠나야죠.”

“이런다고 없던 갑자기 아이가 생기나? 아이야 조상님들의 은덕이 있어야 하고 삼신할미가 때가 되면 자연히 점지해 주는데.”

“대장군, 아무리 그래도 조선 속담에 뽕을 따려면 뽕밭에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아요. 그러니 떠나기 전에 꼭 아들을 점지해 주시고 가야죠.”

아들을 선호하는 거야 명나라나 조선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자식도 볼 욕심도 많지만 또 다른 목적이 있으니 붙잡고 매달렸다.

밤에 이루어지는 잠자리의 찌릿한 맛에 흠뻑 취해버린 왕미령은 아이를 핑계 삼아 밤낮없이 완전히 벗어 붙이고 덤벼들었다. 본시 기녀로 살 운명으로 되어 방중술을 배운 터라 왕미령의 잠자리 기교는 다양했다.

처음 숫처녀일 때야 고통이 있어 적당히 기교를 펼쳤다. 하지만 이제 멀리 떠나면 다시 만나기 힘들어 보이자 배운 기교를 모조리 펼치고 있었다.

진한 밤을 며칠 보내고 나자 최인범은 새벽에 왕미령을 후배위로 공격하다가 시원하게 폭발하면서 자신의 몸속의 진기가 약간 고갈되는 느낌을 받았다.

‘술과 여자에게는 장사가 없다더니 그게 사실이야.’

전에야 가물에 콩 나듯이 아주 드문드문 여자를 접했다.

사실 건강한 청년으로 그런 정도로 여자를 접하면 진기가 소진되기 보다는 막혔던 구멍을 뚫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며칠간 계속 수시로 덤벼드는 왕미령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버거웠다. 전과는 느낌이 달라져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왕미령과 진하게 보내는 며칠 사이에 도자기 기술자나 다른 기술자들도 고려여각에서 머물며 산해관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포된 개장수의 조사 과정을 알아보라고 내보낸 철갑웅이 천진에서 온 타말과 같이 서재로 찾아왔다. 먼저 타말이 개장수가 만났다는 조선 상인에 대해 보고를 들었다.

“뭐? 여자처럼 생긴 백 행수라는 조선 상인이라고?”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 남자는 분명하나 곱게 생겨 다소 이상했습니다. 아직 개장수가 조선 상인을 만나 은자를 받은 사실은 관아에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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