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화
초급군관이 분대장이 포함된 분대로 나누어 분대원의 수를 16명으로 정했다.
본부소대를 포함한 4개분대인 64명이 1개 소대를 조직하도록 했다. 본부소대를 포함한 4개 소대가 모여 1개 중대인 256명으로 나누도록 새로 군사편제를 짜도록 했다.
최인범은 심복인 철갑웅의 위상을 높여 주기 위해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철갑웅! 1개 중대는 전방에 배치하고 1개 중대는 후방에 배치해. 나머지는 중군으로 모두 포함하면 돼. 중군의 경우는 초급군관 중에 나이 많은 사람으로 15명을 차출해서 임시 백호장으로 임명해서 100명씩 인솔하도록 하고.”
“넷! 대장군님, 잘 알겠습니다.”
“초급군관이나 지휘관이 모자라면 공주의 가복들을 임명하면 되니 별도로 선발할 필요는 없어.”
“명을 따르겠습니다.”
군대란 무조건 수만 많다고 군사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2000명 중이 그나마 군사훈련을 마친 500명을 선발해 새로 조직함으로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목적지가 아주 먼 개마고원이다가 보니 오래 이동해야 된다. 그 때문에 이와는 별도로 기마병으로 조직된 정찰부대를 운영하기로 정했다.
“무술 실력이 없더라도 일단 말을 잘 타는 기수로 100명을 모아. 말이나 필요한 장비는 내가 별도로 준비해 줄거니 그 정찰부대는 네가 직접 인솔하도록 하고.”
“넷! 몽골 출신으로 선발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군사훈련이 안 된 병사들이라고 해도 2000명 중에서 600명을 별도로 선발하다 보니 그래도 어느 정도 전투력이 있는 부대원으로 편성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소식이 병사들에게 알려지자 그들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만히 보니 선발되지 않은 병사들은 자연이 막노동이나 하는 짐꾼 노릇을 하게 생기자 경쟁심이 생긴 것이다.
웅성웅성
“기마병은 장교라고 하던데.”
“꼭 그렇지는 않지만 말을 타고 이동하니 그래도 좋지.”
“그러네. 그럼 나도 지원해야 되겠어.”
기마병으로 100명을 별도로 선발한다고 하자 말을 잘 탄다고 자부하는 병사들은 그쪽으로 몰려 선발해 주길 원했다.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아 철감웅은 지휘막사로 찾아와 최인범에게 보고했다.
“대장군! 말을 잘 타는 병사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얼마나 되는데?”
“제가 보기에는 300명을 말을 아주 잘 탑니다.”
“알았어. 그렇다면 그중에 1개 중대 규모만 선발해서 선봉부대를 편성해.”
“알겠습니다.”
군대를 새로운 조직으로 편성한다는 것이 결코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일단 순수한 전투중대라고 볼 수 있는 3개 중대를 편성하고 본격적으로 필요한 군사훈련을 시켰다.
보급품 사정이 너무 열악하니 장거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다. 지금 상태로 이동하다보면 중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부대의 주둔지에서 떠나 발해 여각으로 돌아온 최인범은 소피아에게 지시했다.
“전에 보관하라던 금괴로 말과 무기를 사도록 해요. 말은 군마는 300필을 사고 짐말도 필요하니 추가해서 100필을 사고 우마차도 사세요.”
“알겠습니다.”
식량도 준비해야 하고 또한 면포도 이곳 천진이 싸기 때문에 군복도 3벌씩 만들어 주기로 했다.
“군복은 모두 2만벌을 만들어 봐.”
“2만벌을 만들어요? 너무 많지 않나요?”
“개인별로 3벌씩 나누어 줘야 하니 많이 필요한 거야. 그리고 남은 군복은 가지고 가서 이미 개마고원에 정착한 사람들에게 나누워 줘야 하고.”
“그렇다면 더 만들어야 되겠네요.”
화북평야에는 목화를 많이 재배하기 때문에 면포 가격이 조선에 비해 무척 싼 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최대한 많은 군복을 만들어 떠날 생각이다.
‘어차피 인부로 써먹어도 작업복은 입혀야 돼.’
1만명의 군사를 지휘할 수 있는 건주위 총감으로 임명되었지만 실제로야 2천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향대공주의 식솔도 있고 별도로 구상한 생각이 있어 군복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다.
군용인 배낭은 만들 수 없으니 마대자루 하나씩 끈을 매는 방법으로 개인별로 지니고 가도록 준비했다.
“개인별로 식량도 나누어줄 생각이니 작은 자루도 별도로 준비해요.”
“알았어요.”
필요한 식량도 최대한 개인별로 나누어 짊어지고 가게 할 요량이다. 짐꾼의 역할을 하거나 또는 완전군장하고 행군하는 연습을 겸하니 별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요동으로 빨리 떠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는 동안.
북경에서 만리상단을 운영하는 양유승이 발해 여각으로 찾아왔다. 서로 수인사를 나누고 나자 바둑을 두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갑자기 저를 부마도위로 정한 이유가 정확히 뭡니까?”
“그게 궁금해 저를 만나자고 했군요. 사실 저도 그런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많이 놀랐습니다. 자금성 내의 황실에서 벌어진 깊은 내막은 잘 모르지만 조선에서 왔던 사신이 대장군의 귀국을 요구하는 바람에 그리 됐다는 것만 압니다.”
“조선의 사신이 제 이야기를 해요?”
“그렇습니다. 조선국왕이 사신을 통해 대장군과 조선국왕의 딸인 공주와 이미 정혼한 사이라 혼인해야 한다고 귀국하길 원하자 갑자기 그렇게 된 것입니다.”
가정제의 돌출 행동으로 졸지에 원하지 않던 명나라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어 머리가 아팠다. 그런 상황에 또다시 조선에서 벌어진 부마도위로 만든다는 사단 때문에 가정제가 양녀를 만들어 혼인시키는 작업을 서둘렀다니 어이가 없었다.
‘양국의 왕들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러지?’
양유승은 명나라 조정에서 벌어진 내막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는 어찌되었건 명나라에 충성하는 문관 출신이라 명나라의 해외 정책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최인범은 그래도 물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슬며시 물었다.
“양 대인, 건주위 총감은 도대체 무슨 기구입니까?”
“그야 교지 내용을 보시면 알 것이 아닙니까? 상인인 내가 황제 폐하가 내리신 교지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요. 더구나 새로 생긴 직책이라 뭐라고 단정하기도 어렵고요.”
“제가 미처 교지를 읽어보지 않아서.”
“그렇군요. 나는 그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양유승은 부마도위의 선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세하게 설명해주더니 건주위 총감이란 직책이 가지는 임무나 권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다.
최인범은 양유승이 뭔가 정확하게 알면서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을 눈치 챘다.
‘결국 양유승은 명나라 사람이야. 아무리 친해도 그런 명나라의 이해관계가 깊숙하게 엮인 진솔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군.’
명나라 조정에서는 나라 전체가 반군들이 날뛰자 외부세력의 침범을 상당히 경계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조선이나 요동 지역의 여진족을 분열시키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인 외교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선국에서 최인범의 귀국을 원하자 계속 붙잡아 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돌려보내는 주지만 자신을 양녀의 남편인 부마도위를 만들어 보내는 것이다. 정향공주와 혼인을 시킴으로 최인범이 아주 난처한 입장이 되도록 만들어 버린 것이다.
‘철저하게 복합적인 방법으로 이간책을 쓰는 군.’
조선에서 부마도위로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명나라의 공주와 혼인을 해버렸으니 조선국왕이나 조정 대신들 사이는 말들이 많아지고 되어 버렸다.
하는 짓마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가정제가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다. 가정제는 무슨 의도인지 모르나 최인범이 조선에서 사는 것을 편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풍기로 가서 조용히 살기는 점점 어렵게 됐어.’
가정제와 사이가 자꾸만 비틀리는지 모르겠다. 자신은 그와 전처럼 엮기지 않으려고 했지만 또 다시 복잡하게 엮긴 것이다.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덜컥 혼인시켜버렸으니 결혼을 안 하겠다고 주장하며 도로 무를 수도 없어 덫에 걸려버린 것이다.
신부가 자신의 거처에 해당하는 천진의 발해 여각으로 오지만 않았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이곳에서 안주인 노릇을 하고 있으니 무를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이거야 원! 무를 수는 없게 됐어.’
최인범이 혼인에 대해 방심한 이유는 결혼에 관해서 현대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마하니 본인이 없는 상태에서 혼사를 치르지는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선의 왕실에서도 정혼을 파기하는 경우는 드문데 혹시 조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태로 돌아가면 여기보다 더욱 복잡해지겠어.’
단순한 개인적인 여자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중심으로 명나라와 조선은 정치적이나 외교적 그리고 군사적으로 상당히 복잡한 양상으로 변할 여지가 다분했다.
최인범은 명나라 속셈이 뭐든지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안전하게 명나라에서 떠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래서 슬며시 백호장인 군관에게 물었다.
“나는 바로 떠날 것인데 자금성의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황제 폐하께서나 조정의 대신들은 대장군이 임지로 바로 떠나는 것을 별로 반대하지는 않을 거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북경에 서찰을 보내고 떠나도록 하죠.”
“대장군, 서찰은 제가 북경의 오위도총부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아직까지는 명나라 땅에 주둔해 있는 부대의 수장이라 오호도독부와 황제에게 연락은 해줘야 되니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양유승이 북경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별도로 사람을 보낼 것이 없다고 판단해 급하게 서찰을 작성했다.
“대인, 불편하시더라도 이 서찰을 북경의 조정으로 전해 주세요.”
“부마도위님 부탁인데 제가 꼭 잘 전하도록 하죠.”
“여기서 작별을 하게 되는군요.”
“그러고 보니 이제 만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언제 시간을 내서 북경을 오시게 돼면 꼭 연락해서 만나서 수담이나 나누며 좋겠네요.”
“그럴 기회가 있으며 그러도록 하죠.”
공문을 정식으로 황제에게 보내려면 파발을 통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보다는 약간 편법을 사용했다.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면 반드시 황제의 교지를 받고 나서야 군사들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최인범이 자리를 잡게 되면 대규모로 상단을 운영하게 된다. 그래서 서로 교역하는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최인범은 자신이 떠난 이후에도 발해상단이나 고려 상단과 여각들에 대해 보살펴 달라는 부탁도 했다.
“발해 상단을 잘 부탁합니다.”
“당연하죠. 오히려 제가 부탁해야죠. 조선에서 들여올 귀한 인삼을 제가 거래를 해야 하니까요.”
양유승과 헤어진 최인범은 저택의 서재에서 지내며 앞으로 계획들을 정리하거나 또는 정향대공주가 떠나도록 준비를 시켰다. 여전히 정향공주를 만나지는 않고 그저 하녀를 통해 지시했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혼이라 아직은 공주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황족 중에서 박색인 공주를 구해 여기로 보냈을 거야.’
준비를 하기 위해 바쁘게 시간을 보내자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