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218화 (218/519)

218화

정신병자인 가정제와 엮여야 좋은 일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최인범은 그저 황제가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 제일 좋았다. 황하를 넘어가자 하북성은 치안 상태가 좋아 완전히 위험지역에서 벗어났다.

최인범은 다소 여유를 가지고 움직일 생각으로 철갑웅에게 지시했다.

“이제는 조금 천천히 이동해.”

“넷!”

최인범 일행이 하북성으로 들어가 대운하를 따라 천진으로 이동하는 동안. 그가 강소성에서 죽인 도적들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한편 도적을 사살하고 떠난 다음날 숲속으로 들어가 놀던 아이들이 여러 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놀란 아이들이 급하게 마을로 돌아와 다급하게 외쳤다.

“저쪽 숲에 사람이 죽어 있어요.”

“어디야?”

“저 쪽요.”

아이들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숲속으로 들어가 짧은 화살에 박혀 죽어 있는 시체들을 발견했다. 명나라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짧은 화살인 편전으로 죽어 있었다. 군졸 출신인 노인이 슬며시 나서서 말했다.

“이건 동창이 사용하는 석궁으로 죽은 거야.”

“그렇군요.”

동창에서 운영하는 척살대는 주로 석궁으로 암살하거나 또는 주된 공격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노인은 짧은 군사지식으로 이렇게 판단한 것이다.

여러 구의 시체가 모두 짧은 화살에 죽었으니 마을 사람들은 노인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동창의 잔악한 행위라고 판단해서 원망했다.

“억울하게 백선들이 동창의 환관 놈들에게 몰살당했어.”

“너무 불쌍하니 땅에 묻어는 줘야지.”

“그럽시다.”

공연히 동창이 소지하는 짧은 화살을 지니고 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다들 화살은 수거해 불에 태워 버리고 여러 구의 시체를 한곳으로 모아 묻었다.

시체를 묻고 나자 마을 사람들은 다시 불만을 토했다.

“동창의 환관들은 모조리 죽여야 해. 그 놈들의 포악함 때문에 편하게 살 수가 없어.”

“사내놈으로 물건이 잘린 병신들이라 성품이 본래 잔악해.”

반란군에 합류한 자식이 있는 노인은 은근 슬쩍 황제나 환관을 비난하고 있었다. 자신의 자식이 합류한 반란군을 은근히 돕기 위해 다소 의도된 발언을 하고 있었다.

죽은 사람들이 도적의 무리인 마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저 평소에도 악명이 널리 퍼져 평판이 좋지 못한 환관들에게 모든 원망은 돌아갔다. 동창에서 저지른 집단 살해 사건으로 은근하게 널리 퍼져 나갔다. 이 사건 때문에 지역의 민심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환관들이야 모두 자금성에서 지내니 자연히 원망의 화살은 황제인 가정제에게 향했다. 마을사람들은 드디어 황제인 가정제를 비난했다.

“전에는 인육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더니 이제는 그저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군.”

“그 황제는 마약도 처먹는다고 하던데 왜 이렇게 오래 사는 거야. 빨리 죽지도 않고.”

“황제를 몰아내야 해.”

이제 겨우 30대 중반인 가정제가 오래 산다고 원망할 정도다. 지역 민심은 이미 북경 조정이나 황제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소문이란 항상 그러하듯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쉽게 부풀려져 널리 퍼져나갔다. 아무 죄도 없는 청년 수십 명이 동창의 척살대에 의해 몰살당한 것으로 급속하게 번졌다.

“차라리 우리도 반란군에 합류하는 것이 좋겠어.”

“나도 같이 가지.”

“자네들이 가면 나도 가야지.”

본시‘친구 따라 강남으로 간다.’고 하지만 강소성에서는 ‘친구 따라 청도로 가자.’는 소문이 점점 널리 퍼지고 있었다.

군세가 약화되어 자칫하면 스스로 소멸될 처지로 변한 반란군들은 이런 강소성 지역 인심의 큰 변화로 다시 많은 군세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북쪽으로 이동하던 최인범은 이런 소문을 덕주의 여각에서 상인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강소성에서 몇 명이나 죽었다고요?”

“소문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100명이 죽었다고도 하고 50명이 몰살당했다고 하니 내가 판단하기에는 최소한 50명은 죽었을 거요.”

이런 허무맹랑한 소문을 듣게 되자 최인범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소문이지만 허풍이 너무 심해’

하긴 대륙의 한족(漢族)들의 허풍이야 세계적으로 알아주니 딱히 놀랄 일도 아니다. 만리장성도 길이가 늘었다가 줄기도 하고 역사도 수시로 늘리고 줄이는 놈들이다.

‘하긴 허풍의 정도가 심하니 서유기 같은 소설도 지어내는 거야.’

대륙이야 어디고 가짜가 너무 많고 부풀리는 소문이야 있었다. 하지만 어떤 상인은 1천명이나 석궁에 모조리 죽었다고 말하니 너무 기가 막혔다.

‘뭐! 10배나 20배로 부풀리는 짓이야 고래(古來)부터 있던 사건들이니 놀랄 일도 아니지. 그러나 200배로 불어나는 것은 진짜 너무하군.’

소문이 점점 부풀려진 배경에는 분명히 반란군의 의도된 점이 있다고 판단됐다. 누군가 진짜로 반역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누군가, 슬며시 지역 민심을 반란군에게 돌리려고 여론 몰이를 시도하는군.’

이어서 남쪽에서 올라온 상인은 새로운 사실을 말했다.

“산동성으로 반란군이 모인 이유는 그곳에서 나오는 소금과 금 때문이라고 하더군.”

소금이야 산동성에서 생산이 많다는 것을 익히 알던 사실이다. 하지만 금이 대량으로 나온다는 소식은 처음 들었다. 그래서 호기심을 표하며 물었다.

“산동성에는 금광이 많습니까?”

“그렇소. 전에도 금광이 많았지만 이번에 발견된 금광은 규모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소문이 사실이면 반란군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요.”

군대를 유지하려면 엄청난 재력이 소모된다. 그 때문에 산동성에 금광이 많다면 반란군은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 이런 소문이 사실이면 조선으로 돌아가 뭔가 좋은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조선과 산동성과는 가까우니 산동성의 반란군과 거래해도 이득을 많이 보겠어.’

소문에 불과하지만 산동성은 본시 금광이 많다는 것은 확실했다. 상인들은 최인범이 사준 술을 마시며 다시 남쪽에서 일어난 흑마적에 대한 소문을 말했다.

“절강성에서 활동하던 검은 얼굴의 흑마적들은 주산도로 가서 외국에서 들어온 법선을 탈취해서 타고 멀리 유구국으로 떠났다고 하더군.”

“그럼 흑마적은 완전히 사라진 겁니까?”

“아니죠. 우두머리들인 검은 피부인 사람들과 일부만 범선을 타고 떠났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1만명 이상이나 되는 큰 무리를 이루고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조정에서 관군을 보내 소탕 작전을 펼치나요?”

“조정에는 그럴 힘이 전혀 없으니 그저 큰 고을이 있는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흑마적이 침입하면 겨우겨우 방어하기에만 급급하죠.”

“다른 곳도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사방에서 반란군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이런 소문을 듣자 최인범이 판단하기에는 흑인노예들은 결국 명나라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포르트갈의 범선을 탈취해 멀리 남쪽으로 떠난 것 같았다. 분명 내부적으로 분쟁이 생기자 흑인노예들은 떠나버린 것 같았다.

범선을 탈취했다니 자신이 소총을 구하기 위해 침투했던 범선인지 아니면 다른 범선인지는 소문만으로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었다.

“가정제가 나를 찾았다니 꾸물거리다가 보면 거절하기 곤란한 일이 생겨. 빨리 떠나야 되겠어.”

최인범은 이곳저곳에서 반란군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소문을 듣자 조금 빠르게 화물선을 움직여 천진으로 가게 되었다.

천진에 있는 선착장에서 내려 발해여각으로 향하던 최인범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발해여각 주변에는 많은 군사들이 삼삼오오 떼를 이루어 모여 있었다. 적어도 수백명은 되는 수가 모여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군사들이 여각 주변에 있지?’

발해 여각 주변에는 많은 젊은 군사들이 무질서하게 모여 있었다. 이런 모습이 다소 이상하다고 판단한 최인범은 발해 여각으로 바로 들어가기가 약간 거북했다.

‘나를 잡으라고 했나? 왜 군사들이 여기에 있어?’

전에 하던 짓이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발해 여각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찻집으로 들어갔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찻집·····.

홍차를 시켜놓고 마시며 발해여각 주변에 모여 있는 군사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흐트러진 자세들로 보아서는 자신을 잡으려고 보낸 군사들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초급 군관들은 대부분 나이가 아주 많아 은퇴하기 전처럼 보였다.

‘너무 이상하군.’

발해여각에 군사들이 모여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아무래도 가정제가 자신도 모르게 무슨 짓을 은밀하게 꾸민 것 같았다.

그래서 어찌된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철갑웅에게 명령했다.

“철갑웅! 무슨 이유로 병사들이 여각 주변에 있는지 알아봐.”

“넷!”

명령을 받은 철갑웅은 재빨리 발해 여각으로 다가 갔다. 여각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벽돌담에 기대어 끄덕끄덕 졸고 있은 늙은 초급군관에게 슬며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에 왜 군사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거요?”

“왜 물으시오?”

“여각과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이요. 전에는 없었던 군사들이 발해여각 주변에 많이 모여 있어 너무 이상해서 묻는 거요.”

철갑웅이 이렇게 답하자 늙은 초급군관은 그런 것도 모르느냐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보면 모르시오. 우리는 여기서 경계를 서는 거요.”

이런 응수들 들어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우리들은 부마도위이신 건주위 총감을 기다리고 있소. 여기서 머무시는 정향공주님을 호위하면서 부마도위께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는 중이요.”

생각지 못한 부마도위를 거론하자 철갑웅은 깜짝 놀랐다.

“뭐요? 부마도위라니 그게 누구란 말이요?”

“이 사람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부마도위는 당연히 조선에서 오신 최인범이란 분이죠.”

이런 놀랍고 새로운 소식을 듣자 철갑웅은 슬며시 젊은 병사에게 제안했다.

“우리 저쪽으로 가서 어찌된 영문인지 더 자세하게 들어 봅시다. 내가 고량주와 안주를 넉넉하게 살 것이니 같이 갑시다.”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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