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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16화 (216/519)

216화

명나라에서는 생아편을 의약품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아편 가격이 오른 것은 밀수로 들어와야 하는 물건이 중간에 사라지자 가격이 오른 것이다.

‘남경에서 팔았으면 손해를 볼 수도 있었어.’

최인범은 너무 오래 화물선을 이용해 대운하를 이동했다. 그 때문에 심신은 무척 피곤해진 상태다. 안정된 화물선이라고 하지만 계속 흔들리며 이동하기 때문에 밤에 깊이 잠들지 못했다.

더구나 믿는 부하라고는 철갑웅 혼자다 보니 대부분 선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주 훌륭한 보초 역할을 수행하는 백두가 항상 옆에 있었다. 그래도 대운하를 통해 이동하다보면 화살에 의해 공격당할 위험성은 너무 많았다.

‘운하의 강폭이 너무 좁아서 혹시 나를 노리는 적이 나타나면 꼼짝 없이 당하게 돼.’

생아편의 가격이 높아지자 여간 신경 써지는 것이 아니다.

최인범은 회안에 도착하자 생아편을 처분하고 대신 금괴를 가지고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생아편이 아무리 비싸도 황금이 부피가 더 작으니 교환해서 가져가기로 했다.

그래서 철갑웅에게 조용히 지시했다.

“오늘부터 들리는 도시마다 전당포로 찾아가서 생아편을 한 상자씩 판매해. 그리고 황금으로 모두 교환해서 가져와.”

“황금은 어떤 종류로 바꿔 오나요?”

“몸에 지니고 다녀야하니 갑옷처럼 얇게 만들어진 금괴로 바꾸거나 또는 만들면 돼. 말도 너무 많으니 2필을 팔아버려.”

“알겠습니다.”

보타도를 떠난 이후로 지금까지는 안전을 위해 군복 안에 쇠사슬을 엮어 만든 쇄자갑옷을 입고 있었다. 쇄자갑옷을 벗고 대신 금괴를 엮어서 갑옷처럼 몸 안에 지닐 생각이다.

명나라 사람들은 은본 위주로 화폐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재력이 좋은 상인들은 황금 조각을 얇게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소지와 관리하기가 편하도록 네모진 조각에 구멍을 2개씩 뚫어 유통되고 있었다. 그런 점을 참고해 생아편대신으로 금괴로 갑옷처럼 만들어 입고 다닐 생각이다.

‘아직 여기는 적진과 똑 같아.’

자신을 해하려는 명나라의 환관들이 날뛰는 동창 조직도 너무 방대했다. 더구나 만고의 간신이라는 엄숭이 은근히 자신을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을 외부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표면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들도 자신을 해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정신병자 같은 가정제가 내 위치를 알면 또 무슨 요상한 짓을 벌일지 몰라.’

가정제는 어떤 때는 고위직으로 임명해 마구 부려먹다가 마음이 변하면 일거에 파직시키는 괴팍한 성품이다. 그러니 명나라를 완전히 떠나기 전에는 조심해야 된다.

‘조선으로 가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야.’

조선에는 자신을 정적으로 판단하고 암살을 시도한 윤임 대감이 고위직으로 있으니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귀국하더라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 되도록 풍기를 떠나 개마고원에서 지낼 생각이다.

보다 더 정확한 장소는 백두산 북쪽인 이도백하 지역이 제일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추운 지역이라 생활하기에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변 여건은 그곳이 제일 좋다고 판단됐다.

‘명나라의 영향력도 없고 조선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니 그곳이 제일 조용한 곳 같아.’

처음에는 풍기를 중심으로 터를 잡아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곳 사정이 자신의 생각보다 힘들다고 판단했다.

조용히 과수원이나 인삼재배만 하면서 지내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주상전하께서 공주의 남편인 부마도위로 점지하자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커져 버렸다.

‘공연히 하기 싫다는 부마도위로 점찍어 졸지에 나만 어렵게 만들어 버렸어.’

조선으로 돌아갈 생각을 해 보니 여러 가지가 떠오르며 거치적거리는 것이 많아졌다. 벌써부터 조선의 조정에서 벌어질 일들을 떠올리자 머리가 아플 정도로 어수선하고 복잡해졌다.

‘명나라에서 높은 벼슬한 사실도 조선에서 시기하는 놈들이 많아 졌을 거야.’

최인범은 자신이 명나라 황제도 부마도위로 삼으려고 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그것을 알았다면 더욱 머리가 아프고 또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다.

명나라를 사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조선이라 자신이 명나라에서 고위 관료로 활동한 사실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았다.

잠시 이런 생각을 떠올려 봤지만 그런 내용이야 추후에 벌어질 사건들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당장은 자신이나 철갑웅의 안전이 제일 중요했다.

‘필요 없어 보이는 짐을 최대한 줄여 보자고.’

반란군이 활동하지만 아직은 대운하 지역이 안전해 혹시 저격당할 위험 이외에는 다른 위험 요소는 전혀 없었다.

생아편을 팔러 떠난 철갑웅을 마냥 기다리기가 지루해진 최인범은 짐들을 정리했다. 마대 자루에 마구잡이로 담아 놓았던 서책이나 항해일지 그리고 해도 등을 차분하게 정리해서 작은 크기로 만들었다.

제일 중요한 소총은 기름종이로 잘 싸서 10자루씩 다발로 묶어 새로 정리했다. 여차하면 소총만 가지고 언제라도 말을 타고 도주할 준비를 마쳤다.

짐의 정리가 모두 끝나갈 무렵.

전당포로 가서 생아편을 팔러 갔던 철갑웅이 기뿐 표정을 지으며 급하게 다가와 보고 했다.

“칸! 생아편을 2상자를 팔았습니다. 여기 금괴가 있고요.”

작은 나무상자에 엷은 금괴가 가득 들어 있자 최인범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금괴가 너무 많군.”

“주인님! 생아편 가격이 전보다 더 많이 올랐습니다. 여기서 생아편을 모조리 팔도록 하죠. 전당포 주인이 남은 생아편을 비싼 가격으로 모조리 사겠다고 합니다.”

“뭐라?”

고가인 생아편을 무더기로 산다는 말에 최인범은 놀랐다. 그만한 재력을 지닌 전당포 주인이 있을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분명 전당포 주인이 거래를 빙자해 생아편을 노리고 습격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자식이 아직도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느낌이 너무 좋지 않자 최인범은 즉시 지시했다.

“빨리, 출항시켜.”

“예? 비싸게 산다는데 거래를 안 하시고요?”

“지랄해요. 왜 시키는 대로 안하고·······, 장물아비인 도적놈의 꼬임에 쉽게 넘어가서 강도를 끌어 들여! 너 여기서 그대로 앉아서 죽을 래?”

화를 내며 큰 소리로 외치자 그제야 철갑웅은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차! 실수했어.’

연고나 배경도 없고 부하들도 주변에 전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많은 생아편을 지니고 있다고 전당포 주인에게 자랑했으니 스스로 강도를 끌어들이게 된 것이다.

다소 음험한 표정을 지었던 전당포 주인의 얼굴도 이제야 정확하게 떠올랐다.

‘내가 황금의 누런빛에 눈이 잠시 멀었어.’

보타도의 범선을 털 때는 은제품에 미쳐 실수했다. 이번에는 황금빛에 잠시 눈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화물선에서 내려 편하게 여각에서 하루라도 쉬어갈 계획은 바꿀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면 금괴나 생아편을 노리는 도적들이 떼로 몰려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판단한 철갑웅은 안색이 파랗게 질려 인부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빨리 떠납시다.”

“예.”

인부들을 독촉해 정신없이 화물선을 몰아 북쪽으로 이동했다. 자신의 실수로 또 다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자 철갑웅은 급하게 직접 인부들과 같이 노를 젓고 있었다.

‘내가 또 큰 실수를 했어. 주인님께서는 뒤끝이 많아 나중에 내가 저지를 실수에 대해 분명 벌을 줄 건데. 정말 큰일이네.’

생각해 볼수록 여전히 안전하게 탈출한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 실감났다.

최인범은 급하게 노를 젓는 철갑웅에게 조용히 물었다.

“너 화물선의 위치도 알려 줬냐?”

“아닙니다. 하지만 생아편을 노렸다면 저를 미행했을 것 같네요.”

“이제야 머리가 정상이 됐군.”

최인범은 잠시 시간은 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초 계획한 그대로 금괴에 뚫린 두 개의 구멍에 명주실을 끼워 넣어 줄줄이 엮어갔다.

어떻게 해서라도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노리던 철갑웅은 급하게 옆으로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인님! 제가 해보죠. 이런 일은 어려서 해봐서 잘 압니다.”

“알았어. 잘 만들어 봐.”

덩치에 비해 이런 것을 만드는 재주가 있는지 제법 빠르게 금괴를 줄줄이 엮어 맸다. 그리고 금괴를 모두 엮어 매자 묻지도 않고 자신이 먼저 턱하니 걸쳤다.

“주인님! 금괴가 너무 무거우니 제가 가지고 다니죠.”

그러자 최인범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놈아, 나는 쇄자갑옷 대신에 입으려는 거야. 아까 분명이 말했잖아.”

“아, 그렇군요.”

여전히 주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금괴에 욕심이 없지만 자칫하면 욕심 때문에 자신이 지니려고 했다고 오해할 여지가 많았다. 그러니 실수를 계속한다고 판단한 철갑웅은 입을 꽉 다물고 힘들어도 부지런히 노만 젓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최인범 일행이 떠나고 난 회수의 선착장에는 젊은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정확한 화물선을 알아내지 못해 많은 배들을 일일이 뒤졌다.

저녁이 되어서야 화물선들을 찾아보다가 결국 북쪽으로 오래 전에 떠났다고 하자 두목이 크게 외쳤다.

“빨리, 말을 준비해.”

“넷!”

패거리는 많지만 말을 잘 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10명만이 말을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10명 정도만 따라가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적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너무 소홀하게 판단했다.

다음날 운하를 이용해 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던 최인범과 철갑웅은 운하 주변에 계속 따라오는 말 탄 무리를 발견했다.

철갑웅은 생아편이 많다고 자랑하는 큰 실수를 저질러 적을 끌어들인 느낌이 들었다. 자신들을 계속해서 따라오는 말 탄 무리들을 보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이상하군. 우릴 노리는 것 같은데.’

며칠간 계속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것으로 보아 공격하기 좋은 장소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철갑웅은 그런 적들이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인님! 계속해서 말을 타고 따라오는데 어쩌죠?”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너는 빨리 남아 있는 생아편이나 고을이 보이면 조금씩 팔아 버려.”

“알겠습니다.”

분명 적들이 따라오고 있지만 이동하면서 들리는 조금 큰 고을에서 생아편을 판매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두 상자만 판매하면 생아편의 처분은 모두 끝나게 된다. 물론 생아편이 모조리 사라졌다고 해서 자신들을 노리는 말 탄 무리가 쉽게 물러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생아편 대신 받은 금괴가 있으니 반드시 노릴 거야.’

대운하 지역의 주변은 낮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군사들이나 관리들도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낮에는 적들이 쉽게 공격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드시 한적한 곳에서 화물선이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다가 야간에 공격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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